“자랑스럽다”… 두 손가락으로 일군 ‘불굴의 銀’

  • 동아일보

[26 밀라노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혼성 계주’ 캐나다 브뤼넬… 장애 왼손으로 코너링, 은메달 따내
“나조차 내가 해낼줄 몰랐다” 고백
“여전히 배고프다” 女계주 金도전

(왼쪽 사진) 플로랑스 브뤼넬이 10일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2000m 혼성 계주 시상대에 올라 중계 카메라를 향해 왼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오른쪽 사진) 캐나다 쇼트트랙 대표 플로랑스 브뤼넬이 특수 제작한 맞춤형 장갑을 착용한 채 코너를 돌고 있다. 캐나다빙상경기연맹 홈페이지·캐나다 CBC방송 중계 화면 캡처
(왼쪽 사진) 플로랑스 브뤼넬이 10일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2000m 혼성 계주 시상대에 올라 중계 카메라를 향해 왼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오른쪽 사진) 캐나다 쇼트트랙 대표 플로랑스 브뤼넬이 특수 제작한 맞춤형 장갑을 착용한 채 코너를 돌고 있다. 캐나다빙상경기연맹 홈페이지·캐나다 CBC방송 중계 화면 캡처
10일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혼성 계주 메달 시상식.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개최국 이탈리아에 이어 은메달을 차지한 캐나다 선수들이 시상대에 올랐다. 환한 미소로 중계 카메라를 마주한 선수들 사이에서 플로랑스 브뤼넬(23)이 자신의 왼손을 들어 올렸다.

왼손에 두 개의 손가락만을 가지고 태어난 브뤼넬은 당당하게 카메라를 향해 왼손을 흔들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항상 왼손을 숨기곤 했지만 이제는 그러지 않겠다”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킨 순간이었다.

‘빙판 위의 포뮬러원(F1)’이라 불리는 쇼트트랙에서 선수들의 왼손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쇼트트랙 선수들은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도는데 시속 50km가 넘는 속도로 곡선 코스를 돌 때 몸을 왼쪽으로 기울여 바깥으로 튕겨 나가려는 원심력을 버틴다. 이때 왼 손가락으로 빙판을 살짝 짚어 균형을 잡는다. 선수들이 손가락 끝에 보호 캡이 붙어 있는 일명 ‘개구리 장갑’을 사용하는 것은 이런 이유다.

그런데 브뤼넬은 세 개의 손가락이 없는 왼손으로 올림픽 메달의 기적을 썼다. 이날 혼성 계주 준준결선에서 브뤼넬은 왼손 두 손가락만으로 완벽한 코너링을 구사하며 팀을 준결선에 안착시켰다. 브뤼넬은 특수 제작된 맞춤형 장갑을 낀 채 자신의 왼손에 온몸의 무게를 싣고 매끄럽게 코너를 돌았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겨울올림픽을 통해 두 번째 꿈의 무대를 밟은 브뤼넬의 여정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19세 때 처음 출전한 2022년 베이징 올림픽은 브뤼넬에게 악몽이었다. 당시 혼성 계주 결선에서 브뤼넬의 스케이트 날이 상대 선수와 스치며 실격 판정을 받아 6위에 그쳤다. 이어 출전한 여자 3000m 계주에서도 4위로 아깝게 메달을 놓쳤다. 브뤼넬은 당시를 회상하며 “올림픽이라는 꿈을 이뤘는데도 행복하지 않았다. 삶의 목적을 잃어버린 것 같았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시련도 그의 올림픽 메달을 향한 열망은 멈추지 못했다. 베이징의 아픔 직후인 2022년 3월 폴란드 그단스크에서 열린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그는 개인전 500m와 1000m, 여자 계주를 석권하며 3관왕에 올랐다. 지난해 3월 15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캐나다 대표팀의 주축으로 혼성 계주와 여자 계주 금메달을 싹쓸이했다. 당시 여자 계주 마지막 주자로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한 선수가 바로 브뤼넬이었다. 현재 브뤼넬과 이번 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투어 여자부 종합 우승을 차지한 코트니 사로(26), 2018 평창 대회 여자 1000m 은메달리스트 킴 부탱(32) 등이 포함된 캐나다 여자 대표팀은 ‘세계 최강’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예전 브뤼넬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나조차 내가 해낼 줄 몰랐다”는 글을 올린 적이 있다. 하지만 이제 그 누구도 브뤼넬의 실력을 의심하지 않는다.

브뤼넬은 자신의 두 번째 올림픽을 준비하며 인스타그램에 “나 자신을 극한까지 몰아붙이며 빙판 위는 물론 일상에서도 더 나은 선수로 거듭났다. 나는 여전히 배가 고프다”라는 글을 남겼다. 브뤼넬은 19일 여자 3000m 계주에 출전해 다시 한번 금빛 질주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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