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을 감싼 지중해 빛, 대서양 건너 또 다른 빛 되다

  • 동아일보

[샌디에이고 특별전 맛보기] 〈12·끝〉 소로야 ‘라 그랑하의 마리아’

호아킨 소로야의 ‘라 그랑하의 마리아’. ⓒThe San Diego Museum of Art
호아킨 소로야의 ‘라 그랑하의 마리아’. ⓒThe San Diego Museum of Art
‘빛의 대가(Master of Light)’로 불리는 스페인 화가 호아킨 소로야는 1907년 투병 중이던 자신의 딸 마리아를 그림으로 그렸다. 스페인 세고비아의 ‘라 그랑하’ 왕실 별장을 거니는 마리아의 하얀 드레스와 흙바닥 위로 쏟아지는 태양을 화폭에 눈부시게 담았다. 그런데 지중해의 빛을 포착한 이 작품은 얼마 뒤 소로야에게 다른 차원의 ‘빛’을 안겨주는 결정적 계기가 된다.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르네상스에서 인상주의까지’전에 출품된 ‘라 그랑하의 마리아’는 이전까지 유럽에 한정돼 있던 소로야의 명성을 미국으로 넓힌 작품으로 꼽힌다. 그림은 대서양 너머 미국 샌디에이고미술관의 첫 번째 영구 소장품이 되기도 했다.

샌디에이고미술관에 따르면 중대한 전환점은 1909년 미 뉴욕에서 열린 ‘히스패닉 소사이어티 오브 아메리카(HSA)’전이었다. HSA를 설립한 철도 재벌 가문의 상속자이자 히스패닉 연구자 아처 헌팅턴(1870∼1955)은 그간 눈여겨보던 화가인 소로야에게 대규모 개인전을 열라고 제안한다. 소더비에서 출간된 책 ‘화가: 호아킨 소로야’에 따르면 이 전시에는 350여 점의 그림이 출품됐고, 당대로선 기록적인 수준인 약 16만 명이 다녀간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인들은 낯선 인상파 화가였던 소로야의 그림에 열광했다. 전시품 절반이 넘는 190여 점이 판매됐다. 헌팅턴은 그 가운데 주요 출품작인 ‘라 그랑하의 마리아’를 골랐다. 중산층 전문직 연봉이 1000달러 안팎이던 시절, 헌팅턴은 그 4배인 4000달러에 작품을 샀다고 한다. 약 16년간 그림을 보관하다가 1925년 개관을 앞둔 샌디에이고미술관에 기증했다.

HSA전 이후 소로야는 미국 각지에서 순회전을 열면서 부유한 후원자들을 끌어모았다. 그런데 헌팅턴은 다른 소장가들과 달리 단순히 작품을 사들이는 데 그치지 않았다. ‘세상이 히스패닉을 어떻게 기억하게 할 것인가’를 함께 설계하는 동맹이 됐다. 그의 의뢰와 후원을 받아 소로야는 1913년부터 6년간 스페인 전역을 돌며 지역 주민의 풍습과 의상 등을 그림으로 기록했다. 바로 커다란 캔버스 14개를 이어 붙인 가로 길이 약 70m의 대작, ‘스페인의 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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