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제 드링크’ 먹인뒤 깨어나자 2배로 늘려… 2차 범행 男 숨져

  • 동아일보

모텔 사망 사건 피의자 20대女 구속
20대女, 작년 12월 이후 3차례 범행… 수면제 미리 준비, 계획범죄 무게
집엔 같은 음료 여러병… 여죄 수사
20대女 “남성들 숨진 사실 몰랐다”

서울 강북구 수유동 모텔에서 약물이 든 음료를 건네 남성 2명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20대 여성이 12일 오전 서울 도봉구 북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서울 강북구 수유동 모텔에서 약물이 든 음료를 건네 남성 2명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20대 여성이 12일 오전 서울 도봉구 북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서울 강북구 수유동 모텔 등에서 남성 3명에게 수면제를 탄 드링크 음료를 먹여 그중 2명을 숨지게 한 20대 여성 김모 씨가 12일 구속됐다. 김 씨는 남성들을 만나기 전 집에서 미리 드링크를 제조했고, 의식을 잃었던 첫 피해자가 회복되자 2차 범행부터는 수면제 양을 2배 이상으로 늘렸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김 씨가 범행 후 빈 병을 수거하고 자신의 집에 같은 드링크를 여러 병 보관한 점으로 미뤄 계획된 연쇄 범죄에 무게를 두고 범행 동기를 추궁하고 있다.

● 2차 범행부터 치명적 증량… “학습 가능성”

12일 서울 강북경찰서에 따르면 김 씨는 지난해 12월 14일 오후 11시 20분경 경기 남양주시의 한 카페 주차장에서 첫 범행을 저질렀다. 김 씨는 약 한 달간 교제해 온 20대 남성에게 “하루 종일 운전하느라 고생했다”며 미리 준비해 간 벤조디아제핀계를 탄 피로 해소 드링크를 건넸다. 벤조디아제핀은 불면증과 불안장애 등의 완화에 쓰이는 향정신성의약품 성분이다.

남성은 이를 마시고 쓰러진 뒤 병원으로 옮겨져 이틀 만에 의식을 회복했다. 이후 이 피해 남성은 김 씨가 드링크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자 지난달 하순 경찰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두 번째 범행부터는 수법이 더 치밀해졌다. 지난달 28일 오후 9시 20분경 김 씨는 서울 강북구 수유동의 한 모텔 객실에 들어섰다. 약 일주일 전 만난 20대 후반 회사원과 함께였다. 김 씨는 수면제를 탄 숙취 해소 드링크를 남성에게 건넸다. 그는 “당시 1차 때보다 2배 이상의 약을 넣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이미 술을 마신 상태였던 남성은 드링크를 마신 뒤 정신을 잃었고, 김 씨는 빈 병과 배달 음식을 챙겨 먼저 모텔을 나섰다. 남성은 다음 날 숨진 채 발견됐다.

세 번째 범행은 2차 사건의 판박이였다. 김 씨는 9일 오후 8시 40분경 수유동의 다른 모텔에서 20대 중반 회사원 남성에게 동일한 수법으로 음료를 건넸다. 이 남성도 다음 날 숨진 채 발견됐다.

● 집에서 같은 드링크 여러 병… “여죄 추궁”

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2, 3차 범행에 대해 “의견 충돌을 피하려 약을 줬다”며 살해 의도는 없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체포 전까지는 남성들이 숨진 사실도 몰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은 김 씨가 첫 번째 범행을 통해 이미 수면제를 탄 드링크의 효과를 알고 있던 점, 드링크를 미리 준비하고 범행 이후 빈 병을 회수한 점 등을 보면 계획 범행일 개연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우선 상해치사와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만 적용했지만, 살인 혐의 적용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 중이다.

추가 피해자 여부도 수사 중이다. 10일 김 씨의 주거지 압수수색에서 범행에 쓴 빈 병뿐 아니라 똑같은 드링크 음료 여러 병이 나왔기 때문이다. 다만 김 씨는 약물을 먹인 건 3명이 전부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식 결과 숨진 남성들과 빈 병에선 김 씨가 정신질환 치료를 위해 처방받은 벤조디아제핀계 약물 성분이 검출됐다. 중추신경을 억제해 수면을 유도하지만 알코올과 함께 과다 복용하면 마비나 호흡 곤란 등을 초래할 수 있다. 서울북부지법 최기원 영장전담 판사는 이날 김 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진행한 뒤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 “3차 피해 막을 수 없었나”

한편 2차 범행 이후 경찰이 김 씨를 신속히 조사하지 않아 추가 희생자가 생긴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은 지난달 28일 2차 사건(첫 사망) 발생 직후 폐쇄회로(CC)TV 등을 통해 용의자 추적에 나섰으나, 김 씨의 신원을 특정한 것은 6일이었다. 경찰은 “CCTV 속 불상의 여성이 앞선 진정 사건(1차 범행)의 대상자임을 확인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당초 9일 김 씨를 소환 조사할 예정이었으나 조율 과정에서 미뤄졌고, 당일 밤 3차 범행이 발생했다. 경찰 관계자는 “국과수 약물 감정 결과가 9일에야 회신되는 등 김 씨를 긴급체포할 객관적 증거가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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