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원자재 시장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흐릴 것으로 보인다. 2015년 국제 원자재 시장에는 먹구름이 가득했다. 미국이 7년 만에 제로금리 시대를 마감했고 중국 등 신흥국의 경기 둔화가 겹쳤기 때문이다. 문제는 미국이 금리 인상 사이클에 진입하면서 내년에 강(强)달러 기조가 이어질 것이란 점이다.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 원유와 금 등 원자재 시장은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다만 미국의 금리 인상 이슈가 힘이 빠지는 내년 하반기(7∼12월)에는 원자재 시장이 서서히 기지개를 켤 것이란 분석도 있다. ○ 2차 금리 인상까지 달러 강세 지속
내년 달러화의 가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에 달려 있다. 시장에서는 내년 3월 두 번째 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유럽과 일본은 양적완화 기조를 유지해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화의 가치 상승을 더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이코노미스트)은 “미국의 금리 인상 주기를 확인하기 전까지 달러화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며 “내년 상반기 신흥국 기업들의 회사채 만기가 한꺼번에 돌아오는 것도 안전자산인 달러화의 가치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미국이 한두 번 더 금리를 올린 뒤 달러화의 상승세가 다소 누그러질 것으로 보고 있다.
원-달러 환율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삼성선물은 하반기에 달러화의 상승 모멘텀이 약해지고 한국의 수출 실적이 개선돼 환율 상승 압력이 약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오승훈 대신증권 글로벌마켓전략팀장은 “엔화, 유로화 등 주요국 통화와의 상대적 가치를 고려하면 원화가 현재 고평가돼 있다”며 “내년 3분기(7∼9월) 말 달러당 1380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 하반기 반등 노리는 원자재
내년에도 원자재 시장 여건은 좋지 않다. 달러화 강세, 중국 경기 둔화, 신흥국 경제 불안 등 악재(惡材)가 도사리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이 감산 합의에 실패했고 내년부터 이란이 생산량을 늘릴 예정이어서 원유의 공급 과잉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생산비용을 따져볼 때 유가가 배럴당 30달러 선 아래로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손재현 KDB대우증권 수석연구원은 “현재 원유를 포함한 산업원자재 대부분이 공급을 제약할 정도로 가격이 떨어진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내년에도 저유가 기조가 이어지면 생산성 악화로 미국 등 비(非)OPEC 국가들의 산유량이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손 연구원은 “공급 과잉이 어느 정도 해소되면 유가가 바닥을 다지고 완만하게 반등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유가가 내년 말 배럴당 55달러 정도로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 금값도 달러화 강세에 눌려 부진하겠지만 온스(31.1g)당 1000달러 선이 붕괴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강유진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달러화 강세가 하반기에 누그러지고 금값이 바닥을 다졌다는 인식에 저점 매수가 늘어나면 금값도 서서히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달러로 리스크 분산, 원자재 투자는 신중”
재테크 전문가들은 투자자산을 다양하게 배분한다는 차원에서 달러화 표시 자산에 투자하는 것을 추천했다. 달러화로 발행된 미국 국채, 환 노출형 해외 펀드, 미국 증시에 상장된 상장지수펀드(ETF) 등에 투자하면 위기가 닥쳤을 때 달러화의 가치 상승으로 리스크를 분산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송재원 신한PWM여의도센터 PB팀장은 “내년에 달러화 상승 폭 자체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여 환차익만 노리기엔 위험하다”며 “글로벌 경제위기에 대응하는 자산 배분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자재 투자는 확실한 회복 조짐이 보일 때까지 쉬어갈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손 연구원은 “원자재 투자의 대부분이 현물이 아닌 선물을 기초자산으로 하는데 현재 매달 선물 가격이 더 떨어져 손실을 쌓아가는 형국”이라며 “바닥에서 들어간다는 생각을 버리고 시장의 수급이 해소되고 있다는 신호를 본 뒤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파생결합증권(DLS)에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다. DLS는 원금손실(녹인·Knock-In) 구간이 설정돼 매입 가격에서 큰 폭의 추가 하락이 발생하지 않으면 손실을 보지 않는다. 강 연구위원은 “현재 원자재 가격이 역사적 저점에 가까워 추가 하락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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