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삼성SDI, 글로벌 ESS 시장 이끄는 ‘쌍두마차’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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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으로, 세계로, 미래로… 에너지 新산업의 현황과 과제

삼성SDI 기흥본사의 1MWh급 ESS 삼성SDI 기흥본사는 지난해 1월부터 1MWh급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설치해 운영 중이다. 전기요금이 싼 심야 시간대에 전력을 저장한 후 주간에 사용함으로써 연간 약 
6000만 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두고 있다. 삼성SDI 제공
삼성SDI 기흥본사의 1MWh급 ESS 삼성SDI 기흥본사는 지난해 1월부터 1MWh급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설치해 운영 중이다. 전기요금이 싼 심야 시간대에 전력을 저장한 후 주간에 사용함으로써 연간 약 6000만 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두고 있다. 삼성SDI 제공
에너지 신산업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지난달 4일 박근혜 대통령이 에너지 신산업 토론회에 참석해 ‘시장으로, 미래로, 세계로’라는 슬로건을 직접 제시한 후 민관을 막론하고 에너지 신산업 육성을 위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정부는 민간의 자유로운 시장 참여를 제한하는 낡은 제도와 규정을 개선해 에너지 신산업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에너지 신산업은 기후변화 대응, 에너지 안보 등 에너지 분야의 주요 현안을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문제 해결형 산업’으로 정보통신기술(ICT)을 에너지 유통망에 접목시킨 비즈니스군(群)을 가리킨다. 전력 거래상을 통해 민간에서 절약한 전기를 사고파는 전력거래 시장, 지능형 전력망(smart grid)과 연계한 전기차 충전 전력 판매 등을 예로 꼽을 수 있다. 사업 형태는 다양해도 에너지 신산업의 핵심은 에너지 효율 제고다. 특히 에너지저장장치(ESS)는 현재 에너지 효율화에 가장 효과적인 신산업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미래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는 에너지 신산업의 현황과 과제를 진단한다.

○ 태양광-풍력전기 안정성에도 기여

ESS는 발전소에서 전력을 공급받아 저장했다가 전력 부족이 우려될 때 방전함으로써 전력 수급 안정에 기여하는 스마트 그리드 분야의 핵심 장치다. 일종의 ‘전력 저수지’로 다양한 용도로 사용 가능하다. 우선 공장이나 빌딩 등 전력 수용가 입장에선 전기요금이 싼 심야 시간대에 전기를 충전해 뒀다가 대낮 피크 시간대에 사용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발전소는 전력계통의 주파수 조정(FR)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발전소에서 생산되는 교류 전기는 전류가 흐르는 방향이 주기적으로 바뀌는데, 변화 사이클이 고르고 일정할수록 전력 품질이 좋아진다. 현재는 정격 주파수(60Hz)를 유지하기 위해 일부러 발전소 출력을 줄이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지만, ESS를 활용하면 이럴 필요 없이 주파수를 통제할 수 있다. 또 갑작스러운 수요 변동에도 신속히 대응할 수 있다.

ESS는 출력 변동이 심한 신재생 에너지원의 전력을 안정화시키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다. 태양광이나 풍력을 통해 발생한 전기는 일정한 패턴을 찾기 어렵고 시간대와 기후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아 안정적으로 출력을 유지하기가 힘들다. ESS가 설치되면 이런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이처럼 ESS는 기존 화력 설비가 떠맡던 FR용 예비력 대체부터 신재생 에너지 및 스마트 그리드와의 연계를 통한 수요 관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는 대표적인 에너지 신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 2020년 세계 시장규모 58조 원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인 내비건트 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ESS 시장은 2013년 16조 원 규모에서 2020년 58조 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중 ESS의 핵심인 배터리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20% 정도로 추산된다. 주목할 만한 점은 LG화학, 삼성SDI 등 국내 업체들의 활약이다. 일본 배터리 시장조사 업체인 B3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1분기 용량 기준으로 세계 ESS 배터리 시장의 40% 이상을 삼성SDI와 LG화학 두 업체가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품질 측면에서의 경쟁력도 입증됐다. 2001년부터 2010년까지 ESS와 관련해 출원된 국내 특허 총 944건 중 LG화학은 전체 ESS용 리튬이온전지 출원 건수의 41%, ESS용 배터리관리시스템(BMS) 출원 건수의 34%를 각각 차지했다. 특히 LG화학은 내비건트리서치가 지난해 4월 평가한 ESS 분야 경쟁력 순위에서도 글로벌 리튬이온전지 사업체 16곳 중 1위를 차지했다. 가격 경쟁력과 안전성을 동시에 만족시킨 게 주효했다는 평가다.

삼성SDI 역시 품질에 대해 가장 까다롭다고 정평이 난 독일 명차에 장착되는 배터리와 동일한 리튬이온전지를 ESS에 사용해 세계적으로 품질 안정성을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 4월엔 삼성SDI의 가정용 리튬이온전지 ESS가 세계 최초로 독일전기기술자협회(VDE)의 안전 인증을 획득하기도 했다. 특히 올해 5월에는 프로스트&설리번이 수여하는 ‘2014년 유럽 ESS 부문 올해의 기업상’을 수상했다. VDE 안전 인증 획득에 이어 유럽 ESS 빅 3시장으로 꼽히는 독일, 영국, 이탈리아 3개 시장을 모두 선점한 게 수상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 또한 2011년 이후 ESS 관련 국내외 수주 누적액이 10억 달러를 훌쩍 넘어선 것으로 알려져 글로벌 선도 주자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 익산공장, 年 9억씩 절감 예상

현재 국내에 적용된 대표적인 ESS 도입 사례로는 LG화학 전북 익산 공장 및 충북 오창 공장을 꼽을 수 있다. LG화학은 두 개 공장에 총 30MWh 규모의 ESS를 구축하고 7월부터 본격 가동하고 있다. 특히 익산 공장에 구축한 ESS는 22.7MWh로 단일 산업용 시설에 설치된 것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LG화학 관계자는 “ESS 설치로 익산 공장은 연간 약 9억 원, 오창 공장은 약 4억 원의 전기료를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SDI는 한국전력과 함께 국책과제의 일환으로 2011년부터 추진해 온 국내 최초의 변전소 연계 ESS 실증 사업을 끝마쳤다. 제주 조천 변전소에 리튬이온전지를 탑재한 1MWh급 ESS 8대를 설치해 작년 10월부터 본격적으로 가동하며 성공적으로 데이터를 확보했다. 삼성SDI 관계자는 “총 8MWh급의 ESS는 여름 성수기 1300가구에 2시간 동안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라며 “추가 실증을 위해 2016년까지 2년간 프로젝트를 연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전은 전력계통 주파수 조정용 ESS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달 16일 ‘전력계통 주파수 조정용 ESS 시범사업’에 삼성SDI, LG화학을 비롯해 총 8개 사업자를 낙점했다. 올해 안에 서안성 변전소 및 신용인 변전소에 ESS를 설치해 총 52MW(석탄화력 발전기 2기 용량)의 발전 예비력 대체 효과를 검증할 계획이다. 이후 2017년까지 총 6250억 원을 투입해 시험 대상 변전소를 약 20개까지 확대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주파수 조정용 ESS 용량을 500MW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한전은 주파수 조정 서비스 500MW 대체 시 연간 약 3200억 원의 전력 구입 비용을 절감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 신재생에너지 연계한 ESS 활용 취약


LG화학 익산공장 22.7MWh급 ESS LG화학은 익산 공장에 총 22.7MWh급의 ESS를 설치해 올
 7월부터 운영 중이다. 단일 사업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배터리 용량으로 단순 비유를 하자면, G3 스마트폰용 배터리 약 
200만 개가 들어가 있는 것으로 보면 된다. LG화학 제공
LG화학 익산공장 22.7MWh급 ESS LG화학은 익산 공장에 총 22.7MWh급의 ESS를 설치해 올 7월부터 운영 중이다. 단일 사업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배터리 용량으로 단순 비유를 하자면, G3 스마트폰용 배터리 약 200만 개가 들어가 있는 것으로 보면 된다. LG화학 제공
현재 국내 ESS는 대부분 LG화학, 삼성SDI 등 리튬이온전지 생산업체가 주도하고 있다. 리튬이온전지 기술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만큼 다양한 소재와 방식을 활용한 ESS 개발에도 힘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리튬이온전지보다 대용량화에 용이하고 방전 시간도 한층 늘릴 수 있는 레독스흐름전지(RFB·전해액에 포함된 활성화 물질의 산화 및 환원 반응을 통해 전기를 충·방전) 등 새로운 기술 개발에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또 국내 사업의 경우 수요 관리나 FR용 사업 모델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신재생 에너지와 연계한 ESS 활용은 상대적으로 취약한 상황이다.

세계적으로 풍력,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국내에서도 좀 더 다양한 사업모델 개발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익산=이방실 기자 smile@donga.com
#신재생에너지#ESS#삼성S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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