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유엔 무대 뒤의 노무현, 부시, 고이즈미

  • 입력 2006년 7월 18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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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결의안 채택과 관련해 존 볼턴 유엔 주재 미국대사에게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를 곤란하게 만들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고이즈미 총리는 무력 제재까지 이끌어낼 수 있는 결의안 채택을 추진하는 등 대북 강경 대응을 고수해 왔다. 그런 그가 중국과 러시아의 온건론에 밀려 난처한 상황에 빠지지 않도록 하라는 당부였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고이즈미 총리와 한목소리를 내 온 부시 대통령이 파트너를 얼마나 적극적으로 배려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다.

두 정상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전에는 회담을 통해, 이후에는 전화 통화를 통해 긴밀한 공조와 신뢰를 확인했다. 발사 이튿날인 6일 부시 대통령은 고이즈미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대북 제재 결의안 채택에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부시 대통령은 그날 노무현 대통령과도 통화했다. 우리 정부는 한미 정상이 ‘대화를 통한 외교적 해결’에 뜻을 같이했다며 안도했다. 상황을 ‘위기’로 보지 않는 한국 정부의 판단에 부시 대통령이 동조한 것처럼 ‘외교적 해결’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6·25전쟁 이후 첫 대북 제재 결의안으로 나타났다.

안보리 결의안 채택 이후에도 미일 양국은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강화와 추가적 대북 금융 제재 검토 등 후속 대책 추진에 호흡을 맞춤으로써 변함없는 신뢰 관계를 과시하고 있다. 반면 우리 정부는 외교통상부의 성명을 통해 “결의안을 지지한다”는 입장만 밝혔을 뿐이다. 노 대통령도 다시 침묵하고 있다.

이에 앞서 노 대통령은 11일 열린우리당 지도부와의 만찬에서 “미국은 우방이라 닦달할 수 없지만 일본과는 붙어 봐야 한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노 대통령은 여전히 한미일 3국 공조를 통한 문제 해결에 소극적인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고 국민이 공감할 만한 독자적 해결책을 내놓는 것도 아니다. 노 대통령의 이런 이율배반적 행태가 우리에게 선택의 폭을 줄임으로써 국익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국민은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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