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실 X파일]환자의 건강은 의사 몫…기계의 건강은 나의 몫

  • 입력 2006년 7월 14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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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나 거대 구조물의 안전진단에 꼭 필요한 초음파 검사법을 연구하는 ‘기계들의 의사’ 대구가톨릭대 이호철 교수.
기계나 거대 구조물의 안전진단에 꼭 필요한 초음파 검사법을 연구하는 ‘기계들의 의사’ 대구가톨릭대 이호철 교수.
“혹시 변태 아니에요?”

전 직장 동료들과 스트레스 해소법에 대해 얘기하던 중 내 대답을 들은 사람들은 웃으며 이렇게 반문했다. 난 “마주 돌아가는 톱니바퀴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스트레스가 말끔히 풀린다”고 응수했다.

기계는 질서정연하게 규칙대로 움직인다. 거짓말 할 리도 없다. 예측불허의 세상을 살면서 ‘올곧고 정직한’ 기계를 보면 마음이 편해지는 난 ‘기계 마니아’다. 그래서 기계의 건강을 진단해 주는 ‘의사’가 됐다. 기계를 분해하거나 부수지 않고 어디가 문제인지 찾는 것이다.

병원에서는 굳이 피부를 절개하지 않고도 X선 검사로 허파나 뼈 등에 이상이 있는지 알아낸다. 뱃속 태아를 진단할 때는 초음파를, 뇌를 검사할 때는 자기장(자기공명영상장치·MRI)을 이용한다. 모두 검사할 대상에 물리적 피해를 주지 않는 ‘비파괴 검사법’이다.

기계를 진단할 때도 비파괴 검사법을 쓰는 경우가 많다. 자동차나 시계 등에 동력을 전달하는 기어는 힘을 지나치게 많이 받으면 금이 가는데, 육안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다. 이때 X선으로 확인할 수 있다. 뼈에 금이 갔을 때 병원에서 X선 검사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 연구실에서는 특히 초음파를 이용한 비파괴 검사법에 주목하고 있다. 송유관이나 가스관 등에 금이 가거나 구멍이 나면 원유나 가스가 새니 정기적 검사는 필수. 그렇다고 검사 때마다 관을 끊어 들어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때 관을 따라 초음파를 쏜 다음 되돌아 나오는 것을 측정한다. 관에 이상이 없으면 처음 쏜 초음파가 그대로 측정되지만 관에 금이 가 있으면 초음파가 그 부분을 지나면서 새로운 초음파를 만들어낸다. 이처럼 반사되는 초음파로 어디에 금이나 구멍이 생겼는지 알 수 있다. 정유공장처럼 관이 무수히 많은 대규모 시설에서는 필수적인 검사법이다.

건물이나 다리 같은 구조물의 안전진단도 비파괴 검사법의 몫이다. 우리 연구실의 ‘의사’들은 삼풍백화점이나 성수대교 붕괴 같은 대형 사고를 예방하는 데 기여한다는 신념을 갖고 오늘도 묵묵히 ‘환자 진찰법’을 찾고 있다.

이호철 대구가톨릭대 기계자동차공학부 교수

hclee2r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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