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 권]폭설대책 IT보다 사람이 움직여야

  • 입력 2005년 12월 6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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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10분이 안 걸리는 구간에서 3시간 넘게 갇혀 있었다니….”

“제설차량은 어디서 뭘 하는지 고속도로에서 보이지 않았습니다.”

호남지역 기상 관측사상 최고 ‘첫눈 폭설’을 기록한 4일 오후 9시경 호남고속도로 동광주 나들목에서 만난 운전자들은 한숨부터 내뱉었다.

한국도로공사 인터넷사이트(www.freeway.co.kr) 게시판에도 눈 내린 고속도로에 갇혀 있던 운전자들의 항의가 잇따랐다.

‘제설작업 안 된 고속도로 통행료 반환하라.’

‘한국도로공사는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 겁니까?’

정부는 지난해 3월 폭설로 고속도로 곳곳이 마비된 데다 제설작업과 통행 차단이 늦어져 운전자들이 밤새 차 안에 갇혀 있던 일을 계기로 개선책을 마련했다. 10cm 이상 폭설 등에 따른 대규모 교통정체 고립사태를 막기 위해 4월 ‘고속국도법’ 시행령을 개정해 한국도로공사에 ‘긴급 통행제한’ 권한을 부여한 것이 대표적이다.

통행제한 사실을 즉시 소방방재청 재난종합상황실에 알려 고속도로 주변 휴대전화 소지자에게 ‘긴급재난 문자정보’를 통해 알려 주는 시스템은 전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재난종합상황실에서 기상청과 도로공사 관계자가 상시 합동근무하면서 사안에 따라 민간 이동통신 3사를 통해 상황 접수 10분 안에 휴대전화 메시지를 보낼 수 있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한국도로공사 호남지역본부는 처음으로 고속도로 일부 구간의 차량 진입을 통제했다.

하지만 문제는 최첨단 시스템을 도입했는데도 현장에서는 제대로 시행하지 않고 관련 기관 간에 손발이 맞지 않았다는 점이다.

호남고속도로의 통행제한 발령 사실은 정작 고속도로 나들목을 관할하는 경찰서와 시군구에 즉시 통보되지 않았다.

또 고속도로의 디지털 가변정보판(CMS)을 인근 접속도로에 설치하지 않았기 때문에 운전자들이 통행제한 발령 사실을 알지 못하고 계속해서 고속도로로 몰려와 정체를 가중시켰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정보기술(IT)을 갖고 있더라도, 아무리 법령을 고치더라도 결국 현장의 사람이 움직이지 않으면 최첨단 시스템이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4일 폭설이 다시 알려 준 셈이다. <광주에서>

김 권 사회부 goqu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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