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청와대와 崔장집 교수, 누가 설득력 있나

  • 입력 2005년 9월 5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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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집 고려대 교수가 최근 출간한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개정판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식을 비판했다. 최 교수는 양극화(兩極化)를 비롯한 경제·사회적 중심 이슈를 제대로 풀지 못하는 ‘정부의 무능’과 ‘정당정치의 저(低)발전’이 위기의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독재정권 시대의 잔여물인 지역감정이 상당히 줄어들었는데도 노 대통령이 이를 과대 포장해 청산해야 할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는 것은 “다른 의도를 가진 정치적 알리바이일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최 교수는 노 대통령의 이런 태도에 대해 “현실로 존재하는 사회 갈등과 균열 요인에 제대로 대면하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또 노 대통령이 정당정치를 부정하는 인식을 공공연히 드러내거나 이를 초월한 지도자의 역사적 결단을 강조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약화시키는 데 일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 교수의 비판이 아니더라도 노 대통령의 무리한 연정(聯政) 카드에 대해 ‘정부의 무능과 정책 실패를 제도의 문제로 돌리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문제는 연정론의 허구성에 대한 국민적 비판이 잇따르고 있는데도 청와대가 오히려 국민을 ‘가르치려는’ 태도를 노골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조기숙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지난달 “대통령은 21세기에 가 계시는데, 국민은 독재문화에 빠져 있다”는 발언으로 국민적 분노를 산 데 이어 1일 TV 토론프로그램에 출연해 “국민이 다 이성적(理性的)으로 판단하는 게 아니다”며 연정 비판론을 반박했다. 조 수석은 “여론조사가 신문에 날 때는 항상 제일 나쁠 때 난다”고도 했는데, 이 발언은 신문과 여론조사기관의 명예를 짓밟으면서까지 민의(民意)를 왜곡하려는 망언이다. 노 대통령이 “민심을 그대로 수용하고 추종하는 것만이 대통령의 할 일이 아니다”고 발언한 이후 청와대가 아예 민심 부정(否定)에 나서는 양상이다.

그렇다면 독재시대에 머물고 있는 것은 국민이 아니라 바로 노 대통령과 측근 참모들의 인식과 언동이다. “한국 민주주의를 지탱해 온 잠재력과 자원이 고갈돼 가는 느낌”이라는 최 교수의 경고에 국민도 귀 기울이고 대응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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