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34년 美앨커트래즈 감옥 개소

  • 입력 2005년 8월 11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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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섬’ ‘지상 최후의 형무소’ ‘한번 발을 들이면 절대 빠져나올 수 없는 곳’….

영화 ‘더 록’ ‘일급살인’의 무대로 잘 알려진 미국 샌프란시스코 앞바다의 바위섬 앨커트래즈 감옥의 별칭이다. 지금은 해마다 130만 명이 찾는 관광지가 되었지만 29년간 미국 연방 형무소로 악명을 떨친 곳이다.

물새들의 천국이었던 앨커트래즈는 1775년 발견된 뒤 군 형무소로 쓰이다 1934년 연방 형무소가 되었다. 그해 8월 11일 ‘요주의’ 딱지를 단 죄수들을 태운 배가 도착하면서 악명의 역사도 시작됐다.

마피아 대부인 알 카포네를 비롯해 위험한 범죄자들을 감금했던 이곳에서 29년간 모두 34명의 죄수가 탈옥을 시도했지만 실제로 성공한 사람은 없었다.

탈옥 사건 중 가장 유명한 것은 1962년 6월 프랭크 모리스 등 3명의 죄수들이 숟가락으로 벽을 뚫은 사건이다. 그들은 몇 달에 걸쳐 숟가락으로 감옥 벽에 구멍을 뚫은 뒤 와이어와 신문지로 사람 머리를 만들어 침대에 눕혀 놓고 교도관 눈을 속인 뒤 탈출에 성공했다. 감옥 밖으로 나온 이들은 비옷과 베니어판으로 보트와 노를 만들어 험한 바다를 건너려 시도했지만 모두 익사하고 말았다.

하지만 앨커트래즈가 ‘죽음의 섬’으로 불린 까닭은 죄수들의 유명세나 빠져나오기 어렵다는 점보다 죄수에 대한 인권 유린 때문이었다.

영화 ‘일급살인’의 소재가 되었던 실제 사건이 그 대표적 경우다. 단돈 5달러를 훔쳐 앨커트래즈에 수용된 주인공 헨리 영은 1938년 탈옥하려다 붙잡힌 뒤 3년간 독방에 수감된다. 1941년 독방에서 풀려난 영은 정신착란 상태에서 동료를 살해한다. 그의 변호를 맡은 제임스 스탬필 변호사의 용기로 앨커트래즈의 비인간적인 잔혹 행위는 만천하에 공개됐다. 육지 교도소보다 훨씬 유지비가 비싼 특별 감옥인데도 인권 유린으로 문제가 되자 앨커트래즈는 1963년 완전히 폐쇄됐다.

‘한국판 앨커트래즈’라 불렸던 청송보호감호소도 최근 문을 닫았다. 형기를 마친 사람을 재수감해 ‘미래의 범죄’ 가능성을 처벌한다는 명분으로 운영됐지만 이곳 역시 범죄자들의 재활 희망을 북돋기는커녕 징벌방을 통한 인권 유린으로 말썽이 많았다. 사람 안에 남아 있는 마지막 선의는 폭력을 통해선 결코 발견될 수 없는 법이다.

김희경 기자 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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