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정 의장의 민첩하고 역동적인 행보에선 즉흥적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12일만 해도 그는 남대문시장 상인들이 10만원권 지폐 발행을 건의하자 “경제 활성화를 위해 필요하다”며 적극 추진 의사를 밝혔다. 13일에는 “김진표(金振杓)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알려 왔다”고 직접 설명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당내의 한 경제전문가는 “10만원권 지폐 발행이 경제 활성화와 직결된다고 말하면 학계에서 웃는다”고 꼬집었다.
주마간산(走馬看山)격으로 이뤄진 칭다오 방문은 또 다른 즉흥 행보의 예였다.
이날 4시간 동안의 칭다오 방문 중 2시간은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인 ‘쉘 주어리’ 공장 견학에 할애됐다. 온갖 절삭기 소리에 대화가 불가능한 이곳에서 정 의장은 현지 직원들에게 인력 수급 문제 등을 질문했다. 그는 돌아오는 길에 30분간 칭다오 제2고등학교를 시찰하고는 인천공항 도착 즉시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중국 수준의 획기적인 공장 입지 공급 △중국식 인재 교류시장 설립 △산업현장이 요구하는 맞춤형 교육 등을 18일 노무현 대통령과의 만찬에서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그의 발언에 대해 동행했던 열린우리당 의원들도 “칭다오 공업단지의 땅값이 평균 5만원선인데 말이 안 된다” “당일치기로 어떻게 실정을 아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미리 생각했던 내용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정 의장은 “아니다. 현장을 봐야 아이디어가 나온다”고 즉흥적 아이디어였음을 부인하지 않았다.
물론 젊은 당수의 힘찬 움직임을 일방적으로 깎아내릴 수만은 없다. 하지만 준비가 덜 된 정치지도자의 ‘말잔치’는 정치 불신의 또 다른 원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제는 하루 쉬면서 차분히 머리를 가라앉힐 것을 ‘몽골 기병’에게 권하고 싶다.
이승헌 정치부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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