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홍업씨사건 월드컵에 묻히나

  • 입력 2002년 5월 26일 18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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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2남 홍업(弘業)씨에 대한 수사와 사법처리를 월드컵 이후로 미룬 것은 국제행사를 빌미로 수사를 흐지부지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월드컵과 대통령 아들의 비리혐의 수사는 별개이다. 홍업씨에 대한 수사가 계속된다고 해서 월드컵의 열기가 식거나 경기 진행에 혼란이 생기지는 않는다. 검찰이 들뜬 잔치분위기를 틈타 비리의혹에 싸인 대통령 아들을 봐주려는 시도를 한다면 여론이 수긍하지 않을 것이다.

김 대통령의 3남 홍걸(弘傑)씨 수사는 주변 인물들의 진술을 통해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나는 바람에 수사가 신속하게 진행됐다. 그러나 홍업씨 수사는 왜 그런지 특검으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지 두 달이 되도록 돈세탁 규모만 드러나고 자금의 성격은 안개에 싸여 있다.

청와대와 검찰 일각에는 대통령 아들이 둘씩이나 꼭 구속돼야 하느냐는 온정론적 시각도 존재한다고 한다. 두 아들이 형사처벌을 받는 사태는 물론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렇다고 사법처리의 대상에 따라 법치의 원칙이 흔들려서는 안될 것이다. 홍업씨가 법을 위반해 부정하게 취득한 재산이 있다면 사법처리를 받는 것이 당연하고 현직 대통령의 아들이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이수동(李守東) 아태재단 전 상임이사에게 수사기밀을 알려준 혐의를 받고 있는 김대웅(金大雄) 광주고검장도 검찰의 소환조사를 한 차례 받고 난 뒤 아무런 진척이 없다. 소환 연기를 받은 심완구(沈完求) 울산시장은 월드컵 경기를 치르는 지방자치단체장이라는 명분이라도 있지만 김 고검장은 뚜렷한 이유가 없이 수사가 차일피일 미뤄져 검찰의 제 식구 감싸주기가 아니냐는 의문이 생긴다. 검찰이 흔들리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월드컵을 앞두고 서둘러 수사를 끝내 졸속처리하는 것도 문제지만 국민적 관심이 쏠려 있는 사건의 수사를 굳이 월드컵 이후로 미루려는 것도 설득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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