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정위원장 '임기' 문제 있다

  • 입력 2001년 4월 12일 18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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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규제와 공정거래에 관한 사무를 다루는 공정거래위원회는 업무의 성격상 공정성과 독립성을 생명으로 한다. 공정거래위원회 위원들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거나 장기간 심신 쇠약으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경우를 제외하고는 임기 중 의사에 반해 면직되지 않을 정도로 신분보장을 받는다. 공정거래법은 또 장기 재직의 폐해를 막고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위원의 임기를 제한하고 있다.

임기를 6년으로 못박은 구(舊)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이남기(李南基)공정거래위원장은 93년 6월 위원으로 임명됐기 때문에 99년 6월을 지나서는 평위원으로도 공정거래위원회에 머무를 수 없다. 그런데 이씨는 2000년 8월 6일까지 부위원장으로 재직했고 그 뒤로는 위원장으로 승진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따라서 99년 6월부터 공정거래법 관련 규정이 개정되기 전까지는 위법 상태로 공정거래 사무를 보았다는 결론이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씨가 98년 8월 4일 위원의 사표를 제출하고 부위원장으로 승진한 것이기 때문에 ‘동일한 직위의 계속 취임’이 아니어서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편다. 공정거래법 37조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위원장 부위원장을 포함한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됨을 명백히 하고 있으므로 부위원장과 위원장도 당연히 위원이고 임기 6년의 제한을 받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사표를 냈으니 연임이 중단되고 새로 임기가 시작된 것이라는 논리는 해괴한 법해석이다. 그런 식으로라면 모든 임기직 공무원이 사표를 내고 다시 임명되는 방법으로 임기 제한 규정을 빠져나갈 수 있게 되니 임기를 제한한 모든 법규가 사문화될 판이다.

공정위는 위법 상태로 재직중인 이위원장을 궁색한 논리로 방어하기가 부담스러웠던 듯 2000년 정기국회에서는 위원장 부위원장 위원의 임기를 별도로 제한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통과시켰다. 이위원장 한 사람의 위법 상태를 해소하기 위한 위인설법(爲人設法)을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개정된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위원 6년, 부위원장 6년, 위원장 6년 식으로 18년 동안 활동할 수 있는 길을 터놓아 위원의 임기를 제한한 공정거래법의 입법 취지가 무색해졌다. 남에게 ‘공정’을 말하려면 자신부터 ‘공정’해야 한다. 대통령 비서실이나 중앙인사위원회는 이런 식의 잘못된 인사를 걸러내지 못하고 무엇을 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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