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윤득헌/물(水)展

  • 입력 2001년 4월 10일 18시 36분


“한강에 은어가 돌아왔다고 합니다. 아마도 은어는 사람의 노력이 가상했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은어는 돌아와도 여전히 우리 아이들은 학교에 물을 갖고 갑니다. 밖의 물은 무서워 집의 물을 가져갑니다. 신나게 뛰어놀다가 교정 한편 수돗가 수도꼭지에 입을 대고 벌컥벌컥 마시던 상쾌함은 어른들의 추억으로 단절되고 말았습니다. 우리가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 물은 ‘맑은’의 시대를 흘려보내고 ‘오염’의 시대에 표류하고 있습니다.”

▷1999년 문인이 중심이 돼 결성된 맑은물사랑실천협의회(수석대표 김주영)의 물 문제 접근방식은 남다르다. 고발이나 감시 같은 활동이 아니라, 야외음악회 시낭송회 강연회 등 환경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행사와 친환경적 농산물 소비 등과 같은 스스로의 실행을 강조한다. 문화예술을 매개체로 해 ‘맑은 물이 모든 강에 흐르게 될 것’이라는 희망을 전파하겠다는 것이다. 협의회가 지금 서울 시립미술관에서 개최하는 미술전시회 ‘물(水)전’도 그의 일환이다.

▷팔당호 주변 수질의 중요성에 초점이 맞춰진 이 전시회에는 회화 판화 설치 조각 영상에 걸쳐 70인의 작가가 참여했다. “협의회는 자연에 이끌려 팔당 상수원 지역에 이주한 예술인의 각성에서 출발했습니다. 상수원 보존의 당위성과 상수원 지역의 생존권이 엇갈리는 물 문제 현장에서 얻은 결론은 물리적 대처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정서적 변혁에서 방안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본 것이지요. 미술전에도 출품한 작가의 절반 정도가 상수원 지역에 거주하는 화가들입니다.” 소설가 백시종 이사의 말이다.

▷문화예술인의 물 문제 해법은 상수원지역과 물 소비지역의 갈등을 푸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는 것이기도 하다. 사실 소비지역에서는 상수원지역을 물을 더럽히기만 하는 곳으로 보고 규제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오염의 주체가 될 수도 있고 수질개선의 주체가 될 수도 있는 상수원지역의 시각은 다르다. 물 낭비와 합성세제 남용 등에 대한 자제가 더 시급하다는 것이다. 물 문제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야 해결이 가능하다. ‘물(水)전’의 의도도 그것일 게다.

<윤득헌논설위원>dh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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