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충식/총리 작년 밥값 5억원

  • 입력 2000년 10월 10일 18시 40분


공직자의 자세를 말하는 다산 정약용의 ‘목민관(牧民觀)’에는 지금도 울림이 있다. ‘백성은 곡식과 피륙을 대서 목자(牧者·관리)를 섬기고 쌀 가마를 제공해서 목자를 송영(送迎)한다. 결국 백성은 피와 살과 정신을 바쳐 목자를 살찌게 하는 것이니 언뜻 백성이 목자를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아니다. 애초에는 백성만 존재했을 뿐이다. 거기에 무슨 목자가 있었겠는가.’ 관리들이 땀을 흘리는 공공서비스는 뒷전이고 국록을 누리는 데만 빠지면 안된다는 일깨움이다.

▷다산은 ‘청렴’에도 세갈래가 있다고 분류한다. 제1급은 제 봉록(俸祿) 제 보수 외에는 전혀 안먹는 자. 그는 먹다가 남은 것이라도 제 집에 가져가지 않는다. 제2급은 봉록 말고도 정당한 것은 먹고 부당한 것은 뿌리치는 자. 그는 먹다 남은 것을 제집에 가져간다. 제3급은 이미 관례가 돼 있으면 정당하지 않은 것이라도 먹는 자. 다만 나쁜 악례를 스스로 만들지는 않는다. 지금 공직 사회에는 어떤 유형의 청백리가 많을까? 눈을 감고 곰곰 생각해 본다.

▷공금과 국록은 모두 국민의 주머니에서 나온 ‘피와 살’이다. 그것을 아껴쓰는 것 또한 청렴 못지않은 공직의 의무다. 김영삼 전대통령 집권시 청와대에서 칼국수를 자주 먹었고 그것이 기삿거리였다. 그러나 집권말기 외환위기가 오고 나라가 국제통화기금 관리체제에 떨어지자 ‘스테이크 먹었더라도 정치나 잘했더라면…’하는 비아냥으로 변했다. 하지만 아끼고자 하는 나름의 의욕까지 욕할 순 없지 않을까.

▷김종필(金鍾泌)자민련 명예총재가 총리로 재직했던 지난해 국무총리실의 업무추진비 9억2000만원 가운데 식사접대비로 5억5000여만원이 들었다는 보도다. 아무리 ‘정치총리’의 다망(多忙)한 접객이라 해도 낭비 아니냐는 비판인 것이다. 외교통상부의 경우 외교활동비를 직원회식비 등으로 썼다가 감사원에 적발된 사실도 10일 보도되었다. 시도지사들의 지난해 업무추진비가 3억6000만∼8억200만원에 이른다는 집계도 있었다. 다산의 기준대로라면 ‘업무추진비를 아껴쓰는 자’는 몇급 청렴으로 분류해야 할까.

<김충식논설위원>seesche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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