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경기 부진-금융 비대면 증가
비용 부담에 신규채용 대폭 줄여… 中企도 1만개 줄어 역대 첫 감소
40대男 전 연령층 최대 11만개 급감… 60대-70세 이상은 15만개씩 늘어
10일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센터를 찾은 구직자가 일자리 정보를 살펴보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지난해 건설 경기 부진 여파로 대기업 일자리가 8만 개 줄며 역대 최대 폭으로 감소했다. 질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대기업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신규 채용을 대폭 줄이면서 청년들의 고용 한파가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 경제의 허리 격인 40대 남성 일자리도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 대기업 일자리 8만 개 사라졌다
국가데이터처가 11일 발표한 ‘2024년 일자리행정통계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일자리는 2671만 개로 전년에 비해 6만 개(0.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2016년 통계 작성 이래 절대적인 증가 폭과 증가율 모두에서 최저 수준이다.
이 중 대기업 일자리는 443만 개로 1년 전보다 8만 개 줄어들며 사상 최대 폭으로 쪼그라들었다. 감소 폭이 직전 최대였던 2023년(―4만 개)의 두 배다. 중소기업 일자리도 1644만 개로 전년 대비 1만 개 줄면서 역대 처음으로 감소했다.
대기업 일자리가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은 기업들이 갈수록 신규 채용을 줄여 온 영향으로 보인다. 최근 기업들은 비용 절감과 즉각적인 실무 투입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며 신입보다 경력직 채용을 늘리고 있다. 지난해 대기업의 신규 일자리는 18만2000개로 전년보다 4만7000개 줄었다.
2019년 현대자동차를 시작으로 SK, LG, 롯데 등 주요 그룹이 신입 공채를 폐지하고 수시 채용으로 전환했다. 현재 그룹 공채를 유지하는 곳은 삼성, 포스코 등에 그치는 수준이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 신입을 뽑아 교육해서 실무에 투입하는 도제식 채용이 사라지는 추세”라며 “기업들이 검증된 인력 중심으로 추려서 뽑다 보니 채용 규모도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기존 일자리 시장을 지탱하던 건설업의 업황 부진 장기화가 일자리 감소를 이끌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업은 주요 금융지주들이 역대 최대 순이익을 내고 있음에도 비대면 거래는 늘고 점포는 줄면서 일자리도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터처 관계자는 “대기업 일자리 감소는 건설 경기 부진과 더불어 금융·보험에서 비대면 거래가 늘어난 영향을 받았다”며 “중소기업 역시 건설업에서 일자리 감소가 뚜렷하지만, 4인 미만 기업에서는 제조업 일자리 감소 현상도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 ‘허리 세대’ 40대 남성 일자리도 급감
연령별로는 20대 일자리가 328만 개로 전년보다 15만 개 줄어들었다. 2023년 처음 감소한 뒤 2년 연속 줄었다. 40대 일자리는 603만 개로 전년 대비 17만 개 감소했다. 특히 40대 남성 일자리(―11만 개)가 전 연령 및 성별 집단 가운데 가장 많이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길은선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대기업은 미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20대 등 신입사원 신규 채용을 줄이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며 “건설업 종사자 비율이 높은 40대는 이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을 전후로 경기 침체에 따른 일자리 감소 신호가 있어 왔다”고 진단했다.
반면 60대와 70세 이상 일자리는 각각 15만 개씩 증가했다. 성별과 연령을 모두 고려했을 때 일자리가 가장 많이 증가한 집단은 60대 여성(10만 개)으로 나타났다. 데이터처는 “보건·사회복지 일자리 증가로 60대 여성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직종별로는 건설업(―6만 개) 금융·보험(―6만 개), 운수·창고(―6만 개)에서도 감소 폭이 컸다. 반면 보건·사회복지(13만 개), 제조업(5만 개), 협회·수리·개인(4만 개) 등에선 일자리가 증가했다. 이 가운데 보건·사회복지 일자리가 늘어난 건 국가 주도 돌봄 서비스 일자리가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이날 발표한 통계에서 사용된 일자리 개념은 근로자가 점유한 고용 위치를 의미하며 취업자와는 다른 의미다. 가령 한 사람이 주중에 회사에 다니고 주말에 학원 강사로 일한다면 취업자는 1명이지만 일자리는 2개로 계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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