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득헌의 스포츠세상]"춤 한번 추실까요"

  • 입력 2000년 5월 29일 19시 27분


얼마 전 뜻하지 않게 영화관에 가게 됐다. 다짜고짜 관람권을 예매했다는 아내의 말을 건성으로 듣던 나는 '춤' 영화라는 말에 귀가 솔깃해졌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한 주일에 한번 아내와 함께 스포츠댄스 교습에 참가한 게 반년이 넘은 탓이었다. 또한 춤의 예술적 측면보다 스포츠 측면에 관심이 많은 나로서는 '춤과 스포츠'를 생각해 볼 기회라는 생각도 들었다.

'쉘 위 댄스(Shall we dance).' 기대했던 스포츠 영화는 아니었다. 작은 성공을 이룬 중년 남성의 허탈감과 춤을 통한 삶의 의미를 차분히 조명한 영화였다. 그러나 선입견이란 무시할 수 없는가 보다. 나는 끝내 영화와 스포츠를 결부시키고야 말았다. '파트너를 신뢰해야 해' '파트너를 보호해야지' '춤은 그냥 즐겁게 추는 거야'라는 대사를 통해서였다. 단체 경기에서는 서로 믿고 감싸줘야 하며, 경기를 앞두고는 긴장을 풀어야 한다는 말이었다.

실은 스포츠댄스 얘기를 꺼낼 요량이었다. 요즘 국내에서 스포츠댄스는 좋은 대접을 받는다. 대학이나 문화센터에 강좌도 많고, 학원과 동호인 모임도 적지 않다. 행사도 많고 언론에도 자주 소개된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댄스'란 말의 이미지 때문인지 '한번 해 보시지요'라는 권유에는 대개 "글쎄, 운동으로도 좋은 것 같은데…"라며 한 발짝 뒤로 물러선다. 60년대 치맛바람, 계바람과 함께 3대 바람으로 꼽혔던 춤바람의 부정적 영향이 아직도 남아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스포츠댄스는 엄연히 스포츠이다.

스포츠댄스는 볼룸댄스 사교댄스의 경기용 댄스로 현재는 10종목이 국제적으로 인정되고 있다. 모던 5종목(왈츠 폭스트롯 퀵스텝 탱고 비엔나왈츠)과 라틴 5종목(룸바 삼바 차차차 파소도블레 자이브)이다. 스포츠댄스는 1997년 국제올림픽위원회의 승인 종목이 되었고, 1998년 방콕 아시아경기에서는 시범 종목으로 채택됐었다. 그에 앞서 1988년 서울올림픽 유스 캠프에서는 스포츠댄스라는 이름의 대회가 처음으로 개최됐었다.

사실 스포츠댄스의 운동 효과는 대단하다. 일반인의 하루 에너지 섭취량이 2000∼3000㎉인데 1시간 댄스의 에너지 소비량은 최대 600㎉라는 연구도 있다. 연구야 어떻든 스포츠댄스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체중 감소와 스트레스 해소로 몸과 마음이 푸르러진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리고 부부의 금실을 자랑한다.

영화를 본 다음날 아내는 지방에 있는 아이들로부터 축하 인사를 받았다고 했다. 영화관에 함께 간 게 수년 만이었음을 꼬집는 은근한 압력이었지만 이내 서로 웃고 말았다. 웃음은 어디에서 비롯됐을까.

<논설위원·체육학박사>dh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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