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산책]월드컵 티켓예매 韓-日문화 축소판

  • 입력 2001년 12월 10일 18시 22분


얼마전 일본의 TV에는 프랑스의 축구영웅 지네딘 지단이 등장하는 광고가 방영됐다. 지단은 이 광고에서 “월드컵 티켓을 구할 수가 없다. 내가 그래도 지단인데…”라고 혼잣말을 한다. 이때 ‘지단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는 자막이 나온다.

이 광고는 최근 새로운 버전으로 바뀌었다. 지단이 표를 구하긴 구했다. 그러나 지단은 이렇게 말한다. “어, 이 표는 내가 나오는 프랑스전이잖아. 그러면 나는 못 보잖아.”

이는 일본의 한 월드컵 공식 스폰서가 만든 광고다. 메시지는 월드컵 입장권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처럼 힘들지만 우리 회사의 소비자 사은행사에 응모하면 티켓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이미 오래 전에 입장권이 매진됐다. 그래서 이런 광고가 관심을 끌 수밖에 없다. 스폰서 회사들은 상당수의 표를 배당 받기 때문이다. 다른 스폰서 회사들도 앞다퉈 비슷한 광고를 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이런 광고가 먹혀들지 않는 것 같다. 아직 표가 남아돌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현재 한국의 입장권 판매율은 55.97%에 불과하다.

일본에서는 이를 이상하게 여긴다. 축구가 원래 인기가 없느냐는 말까지 나온다. “한국이 이상한 것이 아니고 오히려 일본이 이상하다”고 응수하지만 내심 쑥스럽다.

어느 팀이 일본에 오는지는 알고 표를 사야지 대진표도 결정되기 전에 표를 사는 일본인이 오히려 이상하지 않느냐는 주장에 많은 일본인들은 “그렇긴 하다”고 고개를 끄덕인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월드컵 분위기가 고조되는 내년 3, 4월경 이전에는 전부 팔릴 테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어물쩍 넘어간다.

하지만 월드컵 티켓 판매량의 차이는 양 국민의 기질을 넘어 문화의 차이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일본인에게 ‘예약’은 생활의 일부다. 어디를 가든 예약을 하지 않으면 불안하다는 말을 할 정도다.

누가 옳고 그름을 따질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다만 생활수준이 높아질수록 예약문화가 정착돼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일본인들에게 억지논리를 펴긴 했지만 우리도 월드컵 입장권이 이제는 술술 팔렸으면 좋겠다.

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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