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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칼럼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나 소소한 취향을 이야기하는 가벼운 글입니다. 소박하고 다정한 감정이 우리에게서 소실되지 않도록, 마음이 끌리는 작은 일을 기억하면서 4명의 기자가 돌아가며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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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절로 아버지가 되는 건 아니더라[소소칼럼]

    저절로 아버지가 되는 건 아니더라[소소칼럼]

    가챠(뽑기 캡슐)나 현질을 하지 않는 내게, 출산은 마치 인생을 건 슬롯머신 같았다. 아이가 건강히 태어날 확률, 지능이 좋을 확률, 잘생기거나 예쁠 확률. 콩 심은 데 콩 나온다지만, 수만 가지의 가능성이 내 머릿속을 헤집었다.홀 아니면 짝. 50%의 확률로 아들이 당첨됐다. 아들이…

    • 2025-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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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확신보다는 배신이 낫다[소소칼럼]

    확신보다는 배신이 낫다[소소칼럼]

    사람들에게 욕을 먹는 쉬운 방법이 있다. 편 가르기 싸움이 한창일 때, 상대편에 서면 된다. 더 많은 욕을 먹고 싶다면? 처음엔 편을 들다가 나중에 다른 편으로 갈아타면 된다. 애당초 편들지 않는 사람도 미움을 받지만, 편을 바꾸는 사람은 더 따가운 눈총을 감수해야 한다. ‘괘씸죄’가…

    • 2025-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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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시, 당신의 시작[소소칼럼]

    다시, 당신의 시작[소소칼럼]

    입사 3년 차쯤 일이다. 출근길 우리 가족 4인이 모인 카톡방에 “아~ 출근하기 싫다!”라고 올린 적이 있었다. 그때 아빠 왈. “나는 30년 동안 출근하기 싫었다~~.” 난 지하철 칸에 앉아 “아빠, 그냥 벌던 사람이 계속 벌면 안 될까.” 답신하며 키득거렸었다. 그런 그가 내일이면…

    • 2024-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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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58일의 연말정산 [소소칼럼]

    358일의 연말정산 [소소칼럼]

    “뭘 했다고 1년이 벌써 끝났지”라는 생각을 올해는 안 하려고 했는데, 기어코 하고 말았다.심리학적으로 사람들은 무엇이든 중간은 대개 잊고 처음과 끝만 선명하게 기억한다고들 한다. 경험상 나는 처음조차 잊고 끝만 기억하는 경우가 더 많다. 특히 올해처럼 끝이 충격적인 해에는 그 강렬한…

    • 2024-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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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 [소소칼럼]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 [소소칼럼]

    윤석열. 그는 검찰총장 시절 유달리 사진 찍히기를 싫어했던 관료였다. 그는 취재진의 카메라를 피하기 위해 대검찰청 정문 대신 매일 지하 주차장을 이용했고, 구내식당으로 이어지는 청사 구름다리 통로를 선팅으로 도배하게 했다.지난 20대 대선에서 국회 사진 기자로 만난 윤 총장은 이제 국…

    • 2024-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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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혼은 가치 투자다[소소칼럼]

    결혼은 가치 투자다[소소칼럼]

    주식 단타로 번 돈으로 결혼기념일에 비싼 식사를 했다. 주식 창이 빨갛게 물들면 섣불리 축배를 들었다가도, 파랗게 돌변한 코스피에 얼굴까지 새파랗게 질려버리는 나는 영락 없는 K-개미다. 주가 그래프처럼 요동치는 마음,깃털처럼 가벼운 손가락. 이렇게 충동에 약하고 본능에 충실할 수가 …

    • 2024-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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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대로 해[소소칼럼]

    법대로 해[소소칼럼]

    법이 상식을 앞설 때가 있다. 올봄 강원 고성을 여행할 때였다. 숙소가 해수욕장에 맞닿아있어 머리맡 발코니 창문을 열면 밤바다의 파도가 부서지는 소리를 들으며 잘 수 있었다. 하루는 기분 좋게 잠을 청하려는데 난데없이 둔탁한 파열음이 들려왔다. 깜짝 놀라 커튼을 젖혀보니 젊은 남녀 넷…

    • 2024-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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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연벙이란 무엇인가 [소소칼럼]

    삼연벙이란 무엇인가 [소소칼럼]

    2004년 11월 12일. 임요환과 홍진호가 에버 2004 온게임넷 스타리그 4강전에서 맞붙었다. 올해 이달로 딱 20년이 됐다.임요환은 일꾼을 동원해 상대 앞마당에 벙커를 짓고 초반에 압박하는 전술, 벙커링을 통해 5판 3선승제 승부에서 필요한 승수를 내리 따내면서 결승에 오른다. …

    • 2024-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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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의 결혼식[소소칼럼]

    너의 결혼식[소소칼럼]

    고등학교 동아리에서 처음 만난 L은 여자 아이돌을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지금으로 따지자면 장원영의 비율과 곡선을 쏙 빼닮았었다. 심지어 음악을 좋아하고 춤도 꽤 잘 춰서 MT를 가면 늘 원더걸스나 소녀시대의 노래에 맞춰 몸을 흔드는 L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게다가 어찌나 마…

    • 2024-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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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전차 방호벽이 허물어진 자리[소소칼럼]

    대전차 방호벽이 허물어진 자리[소소칼럼]

    버스 종점을 한 번 지나, 앞뒤로 나란히 걸린 ‘안녕히 가십시오 은평구입니다’와 ‘세계 속의 경기도’ 간판도 지나, 지금은 이름이 바뀐 전투경찰대 건너 일렬로 펄럭이는 새마을 깃발까지 지나면 어김없이 그 육중한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왕복 4차로 위에 턱 하니 놓인 거대한 콘크리트 덩…

    • 2024-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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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세트테이프가 ‘또’ 유행이라고? [소소칼럼]

    카세트테이프가 ‘또’ 유행이라고? [소소칼럼]

    영화 퍼펙트 데이즈 속 주인공 히라야마는 도쿄의 공공화장실 청소부다. 그는 규칙적인 삶을 살아가는 50대 남성이다. 출근 전 그는 신중하게 그날의 분위기에 맞는 음악을 고른다. 스포티파이 같은 스트리밍 앱이 아닌 카세트테이프로 말이다. 우연히 차를 타게 된 젊은 20대 남자 후배와 그…

    • 2024-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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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상깜빡이가 필요해[소소칼럼]

    비상깜빡이가 필요해[소소칼럼]

    장롱면허에서 탈출한 지 두 달이 지났다. 처음에는 운전대를 잡는 상상만 해도 마음이 졸아들곤 했는데 이제는 익숙해져 멀리 떠나보고 싶은 생각도 든다. 악셀과 브레이크를 번갈아 밟거나 옆차선 넘지 않고 우회전, 좌회전 하는 것은 웬만큼 익숙해졌다. 하지만 옆에서 끼어드는 차들에 마음 졸…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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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의 눈부신 친구* [소소칼럼]

    나의 눈부신 친구* [소소칼럼]

    H와 알고 지내게 된 건 고3때였다. 건너건너 누군진 알고 있었지만 그때까진 서로 이름만 알고 있었을 뿐이었다. 나는 어떤 분야에도 재능이 없어서 하는 수 없이 학교 공부를 열심히 했는데, H는 공부에 재능이 있는 친구였다. 모의고사건 내신이건 국어를 제외하곤 H가 미끄러진 과목이라야…

    • 2024-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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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범한 일상을 살아내는 비범한 용기 [소소칼럼]

    평범한 일상을 살아내는 비범한 용기 [소소칼럼]

    어린 시절, 텔레비전 생중계를 통해 스웨덴 스톡홀름 시청에서 열리는 노벨상 기념 만찬을 보며 ‘나도 저 자리에 있고 싶다’라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곤 했다. 수상자들의 업적보다는 만찬 메뉴가 더 궁금했던, 어린아이의 치기 어린 마음이었지만. 내가 아닌 한강 작가가 그 꿈을 이룬 지금, …

    • 2024-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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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채식주의자의 육식[소소칼럼]

    채식주의자의 육식[소소칼럼]

    우리같이 피가 모자란 사람들은 넘의 살을 먹어줘야 해, 그녀는 말했다.그녀는 자신을 닮아 철분도 혈압도 정상치에 못 미쳤던 어린 나를 위해 부지런히 푸줏간을 드나들었다. 네 나이 때 나도 현기증 때문에 아침에 머리를 못 들어서 학교도 못 간 날이 허다했는데, 어쩜 너도 똑같니. 그녀는…

    • 2024-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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