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학교교육 어쩌나

  • 입력 2000년 5월 2일 15시 46분


과외금지 조치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내려진 이후 일선 학교와 학부모들이 크게 동요하고 있다. 일선 교사들은 지금도 ‘교실붕괴’ 현상 등 위기에 놓여 있는 학교교육이 더욱 벼랑끝으로 몰리게 될 것이라며 불안해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과외 문제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무척 곤혹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이 가운데 가장 큰 관심은 학교교육이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에 모아지고 있다.

학교교육과 사교육은 원칙적으로 상호보완적 관계여야 하지만 불행하게도 우리 교육 현실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과외수요가 늘어날수록 학교수업은 그만큼 학생들에게 외면당하고 있는 형편이다. 하지만 과외는 어디까지나 과외일 뿐이다. 학교교육이 무너지면 교육의 미래는 없다.

교육부는 어제 김대중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하는 자리에서 과외 문제를 다룰 특별기구를 구성해 고액과외의 기준을 세우는 등의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이처럼 단기적인 대책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학교교육의 정상화 문제와 같은 근본적이고 큰 틀의 문제를 해결하는데도 적극 나서야 한다.

김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고액과외 교습자의 탈세나 신고누락을 추적해 세금을 물리고 학부모에 대해서는 자금출처를 조사하라고 지시했지만 당사자간에 비밀리에 이뤄지는 고액과외 사례를 찾아내기란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국세청을 동원한다고 모든 일이 해결될 수는 없다.

공교육을 정상궤도에 올려놓기 위해서는 입시제도가 무척 중요하다. 과외가 성행하는 배경에는 명문대 진학을 둘러싼 치열한 입시경쟁이 자리잡고 있다. 대학들도 최근 다양한 학생선발방식을 도입하는 등 학생평가에서 학교교육을 중시하는 쪽으로 가고 있긴 하지만 과외수요를 원천적으로 줄이려면 지금보다 입시제도를 더 개혁해야 한다. 이 점에서 대학들은 사회적 책임을 지닌다. 교육당국도 대학들이 내신성적 등 일선 고교의 평가를 충분히 신뢰할 수 있도록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각급 학교의 학급당 인원을 줄이고 교원 처우를 향상시키는 등 교육환경을 개선하는 것은 전부터 지적되어온 문제이긴 하지만 이번 헌재 결정으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고 있다.

이번에 효력을 상실한 현행 과외금지 법률이 개정될 때까지 약 5, 6개월 동안 일선 학교들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학교교육으로서는 위기인 동시에 전체를 다시 점검하고 새 틀을 짤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빈사상태의 학교교육을 되살리는 데 사회 전체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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