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회의장 선출 경선으로

  • 입력 2000년 4월 24일 19시 26분


‘대결의 정치’에서 ‘대화와 협력의 정치’로의 변화는 지난 총선결과에 나타난 국민적 요구다. 그러나 과반수 없는 여소야대(與小野大)구도는 언제든 극렬한 여야대결 양상으로 치달을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오늘부터 시작되는 제16대 국회 원구성을 위한 여야 원내총무 접촉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원구성의 최대 쟁점은 국회의장 선출문제로 여야가 상반된 견해로 맞서고 있다. 자칫하면 ‘영수회담’ 합의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다시 여야가 싸움질을 하는 것은 아닐까 걱정된다. 민주당은 과거의 관행이나 원만한 국정운영을 위해서 국회의장은 당연히 집권당이 차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한나라당은 총선 민의에 따라 원내 제1당에서 의장을 내는 것이 순리라고 주장한다. 여야의 주장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각각 찬반의 논거를 내는 만큼 어느쪽 주장이 반드시 옳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우리는 국회의장 선출에 여야가 쉽게 합의하지 못한다면 여야 후보의 자유경선이 정도(正道)라고 본다. 국회가 명실상부한 정치의 중심이 되려면 과거의 관행을 타파하는 것이 필요하다. 행정부 수장인 대통령이 입법부 수장인 국회의장을 사실상 지명해오던 관행은 과거 권위주의정권하에서 굳어져 온 것이다. 그런 과거의 국회가 상당부분 ‘정권의 거수기’로 전락하여 ‘통법부’라는 오명을 쌓아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물론 야당이 국회의장을 차지할 때 여당이 느끼는 우려는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이제 상생(相生)의 정치를 추구하는 마당에 그같은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고 본다.

대의정치의 중심인 국회가 활성화되려면 국회 자체가 자율성과 권위를 확보해야 한다. 국회의장의 자유경선은 국회의 위상을 높이고 그 권능을 강화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여든 야든 당선된 국회의장은 당적을 버리는 것이 좋다고 본다.

여야 모두 국회의장의 당적 포기에 찬성한다면 국회의장이 여당출신이냐, 야당출신이냐에 지나치게 민감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다만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국회의장은 중립적이고 초당적인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경륜과 도덕적 권위를 갖춘 인물이어야 한다. 그러나 경륜과 권위의 기준이 국회의원에 몇번 당선됐느냐는 선수(選數)가 될 수는 없다. 국회 각 상임위원장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 모든 구시대적 발상의 대전환이 있어야만 국회가 산다. 그리고 국회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표결실명제가 제대로 시행되고 안건에 따라서는 교차투표도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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