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남찬순/세계는 AIDS와 전쟁중

  • 입력 2000년 2월 9일 20시 01분


지구촌은 연초부터 후천성면역결핍증(AIDS)과 대대적인 전쟁에 돌입했다. 지난달에는 사상 처음으로 AIDS 퇴치를 위한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열렸는가 하면 클린턴 미국 대통령도 연두교서에서 1억5000만달러의 예산을 내놓고 각국의 동참을 호소했다.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맹위를 떨치고 있는 AIDS는 지금 14세기 유럽을 휩쓴 흑사병 이상으로 지구촌에 죽음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12월 유엔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세계 AIDS 감염자수는 3360만명. 그 중 사망자는 1630만명이라고 한다. 놀라운 사실은 작년 한해 전세계적으로 감염된 사람 수가 560만명이나 되고 사망자도 260만명에 이른다는 것. 피해가 가장 큰 지역은 역시 AIDS발생지로 알려진 아프리카. 이 지역의 감염자수는 2352만명. 세계 전체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다.그 중에서도 특히 사하라사막 이남 지역은 AIDS로 인해 지구촌에서 가장 처참한 비극의 땅이 되고 있다.

▷얼마 전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AIDS특집을 통해 아프리카의 경우 AIDS로 부모를 잃은 15세 이하의 고아만 하더라도 1000만명이 넘는다고 보도했다. 2차대전 후 유럽에서 발생한 전체 고아 수와 거의 같다는 것이다. 보츠와나 케냐 모잠비크 등 사하라사막 이남의 나라 평균수명은 AIDS 때문에 겨우 40세 근처를 맴돌고 있다는 통계다. 이 지역에는 AIDS예방이나 치료수단이 거의 없는데다 AIDS에 걸린 남자는 처녀와 하룻밤을 함께하면 낫는다는 허무맹랑한 얘기까지 퍼져 사태가 더욱 심각하다고 한다.

▷그러나 AIDS가 남의 얘기만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감염자도 작년말 현재 1063명으로 작년에는 그 증가추세가 예년의 3.5배나 됐다고 한다. 더구나 이는 공식적으로 확인된 수에 불과할 뿐 사실은 더욱 심각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실제로 작년 한해 국립보건원이 운영하고 있는 AIDS정보센터를 찾아오거나 전화로 상담한 사례가 5600여건에 이른다. 우리도 전세계가 벌이고 있는 AIDS와의 전쟁에 적극 동참할 때다.

<남찬순 논설위원>chans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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