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허승호/「미국식」구제금융 지원

  • 입력 1998년 11월 18일 20시 51분


환란(換亂)1년을 맞은 한국 태국 인도네시아의 정부와 금융관계자들은 요즘 미주(美洲)대륙을 바라보며 때로는 부러워하고 한편으로는 분노한다.

경제난에 시달리는 브라질에 국제통화기금(IMF)과 미국 등 선진국들이 4백2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지원키로 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아시아 환란때 국제기구와 미국이 취했던 미지근한 조치에 비하면 브라질은 ‘귀족 취급’을 받은게 아닌가.

아시아 환란때 일본은 “아시아통화기금(AMF)을 만들어 위기국을 돕자”고 제안했지만 미국과 IMF의 반대로 무산됐다.

한국은 지난해 IMF와의 구제금융 협상과정에서 여러차례 수모를 겪었다. 대통령 후보들은 ‘협상조건 이행보증서’를 내야 했으며 협상타결 직후 IMF가 새로운 요구를 제시, 다시 협상을 벌인 것만도 네차례였다.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회의에서 아시아국가들이 지난해 APEC회의 때 합의한 무역자유화 약속을 파기한 것은 IMF와 미국에 대한 감정의 표출이라고도 할 수 있다.

브라질에 대한 IMF와 미국의 대우는 매우 특별하다. 이들은 브라질의 위기가 절정에 이르기도 전에 구제금융 지원규정까지 바꿔가며 서둘러 돈부터 꿔주기로 했다.

이같은 ‘남다른 대우’의 이유는 명확하다. 미국의 텃밭이나 다름없는 중미가 수렁에 빠질 경우 미국경제에 직격탄이 되기 때문이다. 89년 멕시코가 외채상환 불능상태에 빠졌을 때도 미국은 니컬러스 브래디 당시 미 재무장관을 내세워 원금과 이자를 35∼43% 탕감해주는 협상을 주선한 바 있다.한 국가가 국제무대에서 제 잇속을 차리려 하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의 두 얼굴은 ‘세계의 지도국’이란 칭호를 영 무색하게 한다.

허승호<국제부>tige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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