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 核카드 조짐 차단해야

  • 입력 1998년 7월 19일 19시 29분


북한이 제네바 핵(核)합의문을 이행하기 위해 8천개의 핵연료봉을 봉인하다가 2백여개를 남겨놓고 중단했다. 북한은 또 핵무기 원료를 생산할 수 있는 사용후 핵연료의 재처리시설인 방사화학실험실을 개봉했다는 보도다.

북한의 이런 행동이 아직 핵합의문을 파기한 수준은 아니지만 합의문 이행문제에 대한 불만제기에 뒤따른 것이어서 남북한이나 북한―미국 관계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북한이 핵카드를 다시 빼든다면 국제사회는 한미공조를 중심으로 확고하게 대처해야 한다.

핵합의문 이행을 놓고 북한측이 최근 토로한 불만은 모두 이유없는 트집이다. 북한은 핵합의문에 미국이 대북(對北) 경제제재를 단계적으로 완화하겠다고 명기했는데도 더이상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의 경제제재가 풀리지 않는 책임은 북한 체제 내부에 도사리고 있는 도발세력에서 찾아야 옳다.

당초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가 왜 시작됐는지 북한당국은 다시 한번 되돌아봐야 한다. 6·25전쟁 도발 이후 수많은 대남(對南)침투공작과 테러행위 때문에 미국은 북한을 쿠바나 이라크와 같은 수준의 테러국가로 규정하고 있다. 북측이 테러국가로부터 탈바꿈했다는 증거가 인정되지 않는 한 미국의 경제제재 완화는 불가능하다.

최근의 잠수정과 무장간첩 침투도발도 북한 스스로 테러국가의 낙인을 지우지 못하게 하는 자충수였다. 북한은 우선 두차례의 도발책동에 대해 책임자 문책과 재발방지 약속으로 노선변화를 분명하게 보여주지 않는 한 미국의 경제제재가 완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그런데도 북한은 판문점 장성급회담에서 도발행위를 부인하면서 남한의 보수세력이 조작한 것이라고 억지를 부리고 있다. 참으로 적반하장이다.

핵카드 조짐과 함께 북한이 미국 일본 등 국제사회를 긴장시키는 또 하나의 요인이 장거리미사일개발 소식이다. 최근 미의회 보고서는 북한이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사거리 1만㎞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중이라고 전했다. 북한은 또 2000년경 핵탄두나 화학 생물무기를 장착할 수 있는 사거리 9천9백77㎞의 미사일개발에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는 정보다.

경제파탄과 식량궁핍으로 한해에 1백여만명의 주민이 굶어 죽는 판국에 북한은 여전히 핵무기와 장거리미사일 개발을 꾀하고 있다. 그러고도 북한은 국제사회에 손을 내밀어 식량구원을 요청하고 있다. 오는 26일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선거 이후 이어질 정치행사 때문에도 북한은 당분간 실리보다는 명분에 매달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부는 우방들과 함께 북한의 이런 내부 사정 변화와 긴장고조 책동에 확고하게 대응해야 한다. 햇볕정책은 그 다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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