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엿보기]『노동력 이동 왜 규제하나』

  • 입력 1998년 7월 19일 19시 29분


아시아에서는 실업자가 쏟아져서 난리인데 미국은 일자리가 넘쳐 ‘배부른 고민’을 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대규모 고속도로 공사가 필요한데도 ‘불필요한 고용을 창출할 우려가 있다’는 반대 때문에 착공을 미룰 지경이라는 것(본보 13일자 B3면).

일자리야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6월 실업률이 4.5%로 거의 완전고용 상태인 미국의 경우 일자리가 더 늘어나면 생산은 늘어나지 않고 인플레가 오기 쉽다. 인력난이 빚어져 임금이 오르면서 물가를 자극하기 때문.

그렇다면 해외인력 수입은 어떨까.

예를 들어 한국의 실직자를 데려다 쓰면 미국은 인플레없는 호황을 즐기고 한국은 실업문제를 완화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미국은 이 방법을 택할 리 없다. 노동력은 한번 끌어들이고 나면 경기가 후퇴한다고 마음대로 되돌려보낼 수 없다.

다만 여기서 ‘세계화시대에 노동력이동 규제가 정당한가’하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노동은 자본과 함께 생산의 양대요소를 구성한다. 그러나 자본은 자유를 철저히 만끽하는 반면 노동은 족쇄에 묶여있다.

세계 통상질서를 주무르는 선진국들이 ‘자본의 자유’만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생겨난 불균형이며 불평등이다.

이 때문에 개도국은 “다음번 다자간 통상협상때는 노동력이동의 자유화도 반드시 논의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허승호기자〉tige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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