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의 창]정혁/본받을 점 많은 「日주식회사」

입력 1998-05-12 07:08수정 2009-09-25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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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대국 일본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는 단어는 관료 기업 근로자로 구성된 ‘일본주식회사’일 것이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주주들(일본 국민)의 경영진(관료)에 대한 신뢰는 부러울 정도였다. 가스미가세키의 관청가에는 불이 꺼질 줄 모르고 일본 국민은 “관료가 하는 일에 실수는 없다”고 확신했었다.

최근 대장성 간부들에 대한 접대 의혹이 밝혀지면서 비난을 받고 있지만 일본 관료들은 접대를 받은 후에도 사무실로 돌아와 일을 처리한 후 지하에 마련된 침대에서 잠깐 눈을 붙이고 다음날 일을 시작하곤 한다.

이때문에 대장성은 ‘호텔 대장성’이라고도 하며 맞은편에 있는 통상산업성은 통상잔업성이라는 별명이 붙어 있을 정도다.

일에 대한 의욕은 관료만이 아니다. 89년 여름 도쿄에서 일본어를 공부하던 시절, 필자는 두달간 아르바이트를 할 기회가 있었다. 매출전표를 순서대로 정리하는 일을 했는데 아르바이트생들간에 의사소통 기회가 많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 기대는 첫날부터 여지없이 무너졌다. 모두들 주어진 전표를 정리할 뿐 몇시간이 지나도 잡담 한마디 없었다.

또한 일본에서 국민적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는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경영방식은 대량실업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교훈이 될 듯하다. 그는 공장견습공에서 출발해 이중 콘센트, 자전거용 램프 등을 잇따라 성공시키면서 마쓰시타라는 세계적 기업을 일구어낸 입지전적 인물이다.

30년 일본이 대공황에 직면했을 때 그는 종업원을 해고하지 않고 ‘반나절 조업, 휴일 반납을 통한 판매증진’이라는 당시로서는 획기적 방법으로 불황을 극복함으로써 일본적 경영방식이 된 종신고용제의 창시자가 되었다.

IMF고통이 지금부터라고 하니 국민의 한사람으로 마음이 무겁다. 그러나 과천 청사의 불이 꺼지지 않고 기업이 종업원을 감싸며 우리 모두가 노동의 신성함을 깨닫는다면 IMF의 충격은 새로운 기회로 승화되리라 믿는다.

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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