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현승일/저 많은 龍중에…

  • 입력 1997년 5월 11일 20시 09분


저 많은 용(龍)들 가운데 정작 대통령이 될분은한사람일 것이다. 한 사람이 대통령으로 선임된 이후에 나머지 분들은 어디로 갈것이며무엇을할 것인가. 이런저런 형태로 권토중래를 도모하다 다음번 대선때 또 모두가 나서게 되는 것인가. 만약 그렇게된다면 차차기 경선 때는 새로 등장할 용까지 합쳐 20두(頭)에나 이르지 않을까. 경쟁률이 너무 높으면 복권 뽑기와 같아져서 옳은 선택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대통령 선출과 같이 단 한 사람을 뽑는 선거에서는 특히 경쟁률이 높을수록 오류의 위험성이 더욱 높아진다. ▼ 너도 나도 『대통령감』 ▼ 경선은 두 분이나 많아야 세 분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옳다. 과거를 더듬어 보아도 이승만박사냐 김구선생이냐, 조병옥 박사냐 장면박사냐 정도로 선택지가 정돈되어 있었지 이번처럼 혼란스러운 적은 없었다. 현재 여 야당에서 대권 예비 주자를 자임해 나서고 있는 분들은 학식 경륜 덕망에서 모두가 보통을 훨씬 넘는 훌륭한 분들로서 자신들이 스스로를 대통령 감이라고 생각할 만하다. 그러나 제삼자의 눈에는 반드시 그렇게만 비치는 것도 아니다. 어떤 분은 어찌 보면 미숙해 보이기도 하고, 어떤 분은 역사를 거꾸로 돌리려는 분 같이도 보이고, 어떤 분은 중독성으로도 보이고, 어떤 분은 아직 때가 일러 본선에선 도저히 승산이 없어 보이기도 하고, 어떤 분은 이미 그릇이 꽉 차버려 더 이상 담을 것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 대통령 재목이란 그리 흔한 것이 아니다. 그리고 대통령이 된다는 것은 더더욱 범상한 일이 아니다. 천(天) 지(地) 인(人) 삼동(三動)이 삼합(三合)을 이루어야 가능해지는 일이지 이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어긋나면 이루어질 수 없는 운명적 요소를 지닌 일일 것이다. 이런 운명적인 일에는 예감이 따르는 법이다. 지금 예비 주자들에게는 자신이 이번에 대통령이 될 수 있을 것인지 없을 것인지 예감이 있을 것이다. 천(天)은 대세고, 지(地)는 변화하는 상황이며, 인(人)은 사람관계다. 일이 되려고 할때에는이3자가 앞을 열며 전개되어 나가는 것이며 일이 안되려고 할 때는 앞을 막고 비틀리는 것이다. 만약에 예비 주자들이 「내가 대통령이 될 것이다」라는 예감으로 모두가 경쟁에 나선다면 그중 한 분만 빼놓고는 다 예감을 잘못 가진 것이다. 정치가는 현실을 통찰하는 직감력과 미래를 내다보는 예감력이 있어야 한다고 한다.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그는 대통령 재목이 못된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어떤 분은 이번에 안될 것을 능히 알고 있지만 다음 번을 위해 경선에 참여해 두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끝까지 나갈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것은 자신의 사리(私利)를 위한 정략은 될지언정 대의원과 국민의 선택을 옳게 인도해야 할 정치가로서의 책임있는 공의(公義)의 행동은 아닐 것이다. ▼ 민주 위장한 「난투장」 ▼ 정치에서 공의를 세우기 위해서는 정치 선진국에서처럼 대선에 나섰다가 실패한 사람은 실패와 더불어 정계를 떠나는 것이 옳을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당내에서도 경선에 한번 나섰던 사람은 원칙적으로 두번 다시 나서지 않는 관행이 서면 좋을 것이다. 그렇게 되어야 그때 그때마다 가장 적절한 소수의 인물만이 나서는 진정한 경쟁이 될 것이다. 아직 신한국당의 전당대회는 두어 달 남았다고 하니 그때까지는 두어분으로 조정되어 경선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만약 그것이 안된다면 신한국당의 1997년 경선은 더나은 인물에 대한 존중도, 양보의 미덕도, 내일을 위한 인내도 없는 민주주의로 위장된 오합지졸의 난투장으로 기록될 것이다. 현승일(국민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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