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신한국당 살아 남으려면…

동아일보 입력 1997-03-16 20:03수정 2009-09-27 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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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국당은 지금 뼈를 깎는 자성(自省)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당 대표를 바꾸고 주요 당직을 새로 짰지만 계파들간의 내부 불협화음과 대선주자들 사이의 갈등으로 당은 계속 삐걱거리고 있다. 노동법 날치기파동과 한보사태, 金賢哲(김현철)씨의 국정개입 의혹으로 민심이 등을 돌린 지는 오래다. 그런데도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우왕좌왕 흔들리고 있으니 한심하다. 이대로 가다가는 당이 두쪽 세쪽으로 갈라지거나 파산정당이 되지 말란 법도 없다. 집권당으로서의 신한국당이 스스로 위기를 극복하고 계속 살아 남으려면 딴 방법이 없다. 3당합당이라는 야합으로 태어난 원죄(原罪)부터 씻어내고 민주정당으로 다시 태어나는 길밖에 없다. 그러려면 당내 의견수렴과 정책결정방식부터 당장 민주적으로 바꿔야 한다. 주요 당직은 물론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비롯한 각종 공직후보자도 이제는 전체 당원들의 뜻에 따라 결정토록 해야 한다. 그래야만 민주정당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지금까지 우리의 정당들, 특히 집권여당은 보스 한 사람의 뜻에 따라 모든 것이 좌우되는 전근대적 1인지배 사당(私黨)의 틀을 벗어나지 못해 왔다. 당헌 당규마다 민주적 당운영을 다짐하고 있지만 그것도 현실과는 동떨어진 휴지조각일 뿐이다. 오죽하면 한국의 정당에는 당원이 한사람씩 뿐이라는 비아냥이 나왔겠는가. 무엇보다 당원이 주인인 정당의 일을 밀실(密室)에서 담합하고 결정하는 작태부터 버려야 한다. 누구나 예측하고 수긍할 수 있는 투명성과 공개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도당(徒黨)이나 붕당(朋黨)일 뿐 정당이라고 이름 붙이기 어렵다. 너무 빨리 온 권력누수로 당총재의 장악력이 급속히 떨어진 지금은 당총재에 의존할 것도 또 특별히 눈치볼 것도 없다. 민주정당으로 홀로서기 위해서는 눈앞의 대선후보부터 제대로 된 자유경선으로 공정하게 뽑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신한국당이 어떻게 돌아가든 그건 오로지 그 당의 사정이라고 말할지 모른다. 그러나 집권여당이 나라경영을 잘못하면 그 폐해는 곧바로 국민의 몫으로 돌아온다는 점에서 관심을 안 가질 수 없는 것이다. 우리의 정치가 4류라는 소리를 듣고 나라 발전의 발목을 잡는 장애물이 된 것도 집권여당의 사당화,패거리정치에 큰 책임이 있음을 깊이 반성해야 한다. 당총재인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이나 李會昌(이회창)신임대표는 신한국당이 앞으로 민주정당이 될 것이라고 거듭 말하고 있다. 그러나 말만의 잔치로는 안된다. 과거 숱하게 거쳐간 포말(泡沫)정당의 말로를 또 한번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체질부터 근본적으로 바꾸고 행동으로 실천해 보여야 한다. 그것이 신한국당이 살아 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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