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군 김운하 〈12〉
『이럴 땐 어떻게 대답해야 되는 거죠?』
하고 그가 오히려 붉어진 얼굴로 되물었다.
『사실대로요』
그녀는 다시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대답했다.
『우리 어머니가 내게 하신 말로 대답을 대신해야 할 것 같군요』
『뭐라고 하셨는데요?』
『처음 입학할 때였습니다. 올라가서 연애질 같은 건 하지 마라. 그렇게 말했습니다』
『왜요?』
『공부에 신경쓰라는 얘긴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사내가 그러면 없는 돈 더 쪼들리게 된다 그러셨습니다』
『그래서 안 했나요?』
『그래서는 아니지만 군에 가기 전에 그것 비슷하게 깨달은 것은 있죠. 궁색하면 연애가 안 된다는 걸 말입니다. 하고 싶은 마음도 없고, 의도적으로 그런 기회를 피하게 되는 거죠』
『지금은요?』
『아마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게 없으니까』
그게 나이든 수부 아들의 서울 생활이었다. 처음엔 개인의 특별한 취향으로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줄 알았다. 서울 길에선 아무래도 오토바이가 자동차보다 빠를 테고, 그래서 저 독립군은 길에서 지체하는 시간을 잘 참지 못하거나, 시간 하나는 무척 아끼는 사람인가 보다 생각했었다.
단지 그의 낡은 오토바이와 독립군이라는 그의 별명이 서로 희극적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낡은 오토바이에 낡은 헬멧을 쓰고 학교 앞과 캠퍼스 안을 누비고 다녀도, 그리고 그런 이야기를 마주 앉아 하는 지금도 특별하게 그에게 어떤 궁기가 느껴지지 않는 건 천성적으로 밝은 얼굴 때문인지도 몰랐다.
『그래도 아깐 그러지 않았던 것 같은데요?』
『모르는 거죠. 가끔은 그러고 싶을 때가 있는 거니까. 누구나 말입니다. 그렇지만 여자하고 잠은 자 봤습니다』
이번엔 그가 그 말을 눈도 깜짝하지 않고 말했다. 오히려 그녀의 얼굴이 붉어지고 말았다.
『듣고 싶나요?』
『예. 이야기를 하면요』
『재미난 이야기는 아닙니다. 슬픈 이야기지. 한 사람이 죽고 살았던…』
그 말에 그녀는 아저씨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런 이야기는 내게도 있다, 하고.
<글:이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