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아이가 중학교에 간다. 세월은 쏘아버린 화살같다더니 정말 빠르구나 싶다.
초등학교에 입학시키면서 나도 이젠 학부모가 되는구나 하던 게 어제 일처럼 생생한데.
『그래, 중학교 가는 기분이 어떠니』
『뭐, 그저 초등학교로 다시 돌아가고 싶을 뿐이죠』
『얘 좀 봐. 너 초등학교 다니면서도 가끔씩 유치원이 좋았다고 하더니, 너 정말 자꾸 과거 지향적으로 살거야』
그러면서 별로 하고 싶지 않은 말을 한마디 더 보탰다.
『중학생 되면 본격적으로 공부해야 돼』
「본격적」이라는 단어에 힘을 주는 엄마를 보면서 딸 아이는 한숨을 쉰다.
사회 생활하면서 공부가 전부는 아니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공부 기막히게 잘한 사람도 살아가는 거 힘들긴 마찬가지라고 느끼면서도 아이들한테 틈만 나면 공부하라고 말하는 것이 나의 한계다.
『엄마는 그래도 다른 엄마들보다 공부하란 말 안하는 편이에요. 강요하진 않잖아요. 난 그런 엄마가 좋아요』
아이는 슬쩍 이렇게 말하면서, 그러니까 앞으로도 공부에 관한 한 압박감을 주지 말라고 한술 더 뜬다.
이래서 부모들도 자식한테 안넘어가려면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공부하는 거, 학교 다니면서 시험보는거, 사실 나도 얼마나 지겨워했나. 오죽하면 요즘도 가끔 꿈 속에서 시험을 본다. 시험 문제는 하나 가득인데 답은 쓰지 못하고 끙끙대다가 식은 땀 흘리면서 깨어난다.
학교 다니면서 시험 보던 때가 언젠데 이렇게도 끈질긴 시험 공포와 강박관념을 또 내 자식에게도 대물림해야 하는 건지.
『얘, 중학교 들어가기 전에, 국어 영어 수학 과학은 기본으로 하고 가야 돼. 그렇지 않으면 학교 가서 처진다니까』
주변 친구들 말을 듣고 마음이 급해져서 딸 아이한테 그대로 전했더니 오히려 태평이다.
『엄마, 그럼 학교 가선 뭘 배워요』
「이걸 그대로 믿어봐」하다가도 조바심이 생긴다. 아니야. 이러다가 「엄마, 학교 갔더니 딴 애들은 다 미리하고 왔더라구요」 이러면 어떡한담.
아이들이 커가니까 이제는 공부 때문에 밀고 당기는 신경전의 시작이다.
엄마가 바깥 일이 없어서 하루 종일 집에 있는 날, 혹시 눈 마주치면 공부하라 그러지 않을까 걱정하는 아이들에게 속으로만 이렇게 말한다.
『얘들아, 방학인데 실컷 놀아라』
차 명 옥<방송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