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80돌 특집]환경의 복수/ 물이 3차대전 부른다

  • 입력 2000년 4월 9일 20시 50분


‘세계 3차대전은 물 때문에 일어난다.’

3차대전이 일어날까에 대한 이론은 분분하지만 만약 세계대전이 일어난다면 그 원인은 이념도,민족도 아닌 ‘물’때문일 것이라는데 전문가들의 견해가 일치하고 있다.

‘중동의 화약고’로 불리는 이스라엘. 48년 이후 이미 6차례나 이웃 아랍국가들과 크고 작은 전쟁을 치른 이스라엘은 현재 시리아와 평화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물 때문에 진퇴양난이다.

이스라엘은 67년 시리아로부터 빼앗은 골란고원에서 전체 물 사용량의 30% 이상을 얻고 있다. 시리아가 골란고원을 되찾으면 골란고원의 물이 모여드는 갈릴리호수의 동쪽 연안을 차지하게 된다. 갈릴리호는 성경시대부터 사막지대에서의 전략상 가치 때문에 전쟁의 수난이 배어있는 곳. 이스라엘은 운하 터널 파이프 등으로 연결된 국영수로망을 통해 이 곳에서 연간 5억1100만t를 취수해 130여㎞ 떨어진 남부 연안지역과 네게브 사막으로 보내고 있다.

최근에는 갈릴리호도 염도가 증가해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적색 수위가 얼마 남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농업용수 공급량을 절반으로 줄였다. 아예 농사를 포기한 농민도 있다. 사막을 옥토로 가꾼 키부츠의 신화가 물로 인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이 물 소비량이 많은 작물인 감귤나무 면화 쌀을 사막지대에서 경작,물 기근을 심화시킨다고 비난하며 경작물 교체를 요구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터키로부터 물을 수입하거나 바닷물을 담수로 바꾸는 탈염공장을 건설할 것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중동지방은 이미 지하수도 심하게 고갈돼 새로운 수자원이 없다.

이스라엘 전수자원장관 마이어는 “물이 부족해지면 우리는 의심할 것도 없이 전쟁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고 예측했다.

면적 6만6000㎢로 세계 4번째 내해(內海)인 아랄해는 담수량이 4분의 1로 줄어들면서 바닥을 드러내 작은 2개의 호수로 나눠져 ‘바다’라는 말이 무색하다. 60년대부터 구소련이 아랄해로 흘러드는 사르다리강과 아무다리강의 물길을 돌려 우즈베키스탄과 타자키스탄에 면화를 재배하면서 재앙은 시작됐다.

말라붙은 강 바닥에는 소금이 눈처럼 쌓였고 바람이 불면 소금은 히말라야 산맥까지 날아간다. 아랄해 주변 지역의 폐결핵 암 영아사망률 등이 과거보다 30배나 높아졌고 임산부의 80%가 빈혈증세를 보이고 있다. 부족한 식수마저 소금 등에 오염돼 나타난 결과다.

케냐 국경지대인 로키초키오지역 주민들은 20ℓ들이 물통에 담긴 지하수를 40실링(약 6000원)에 사서 먹는다. 세수나 세탁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이 지역 주민 임마누엘(34)은 “물을 사서 먹는 것은 부족한 물을 나눠먹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물 기근 지역의 공통된 특징은 물 분쟁을 조절할 안전장치가 없어 물을 공평하게 공급하고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에서 2개국 이상을 거쳐 흐르는 강은 214개. 약 50개국에 걸쳐있는 ‘다국적강’ 유역에 인구의 35∼40%가 밀집해 있다. 국제적인 관리기구가 구성된 강은 잠베지 차드 메콩강 등 3개 강에 불과하다. 이들 기구들도 강 유역의 모든 국가가 참여하고 있지 않아 반쪽 기구에 불과하다.

올해 ‘물의 날’에 유엔환경계획(UNEP) 클라우스 퇴퍼 사무총장은 “맑은 물을 찾으려는 경쟁적인 노력은 국제적인 갈등과 ‘물 전쟁’의 잠재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도시의 존망(存亡)은 물을 확보하려는 ‘전투’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고 경고했다.

지상에서 물을 못구해 지하수를 개발한 국가들도 비상이 걸렸다. 지하수를 과도하게 사용한 멕시코시티는 지난 70년간 지반이 10m나 침하됐고 방콕은 지하수에 소금물이 유입돼 비상이 걸렸다. 지하수는 강물의 3000배나 되는 풍부한 양이지만 이미 고갈되는 지역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50년 뒤에는 더 이상 쓸 수 없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물은 70년대까지도 누구나 무한정 쓸 수 있는 자원으로 받아들여졌으나 이제는 희소가치가 있는 ‘상품’으로 떠올랐다.

80개국에서 전 세계 인구의 40%가 식수난 용수난을 겪고 있고 연간 530만명이 오염된 물 때문에 숨지고 33억명이 오염된 물이나 물에 오염된 음식으로 콜레라 설사 등 각종 질병에 감염되고 있다. 현재 ‘맑은 물’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고 있는 인구은 14억명에 이르며 2025년에는 23억명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유엔의 예측.

세계에서 가장 물이 풍족한 국가인 캐나다가 오대호의 물을 아시아에 수출하겠다는 기업이 나타나자 “남에게 줄 물이 없다”면서 지난해 물을 대량 수출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을 제정한 것은 물이 ‘국가 전략상품’으로 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밖에 물 관련 정보는 www.unep.or.kr, www.enviro-info.com, www.keins.re.kr, www.emagazine.com, www.kowaco.or.kr 등에서 얻을 수 있다.

<나이로비〓하준우기자>hawoo@donga.com

▼한국은…이미 물부족國

우리나라의 연평균 강수량은 1274㎜로 세계 평균 973㎜보다 많으나 인구 1인당 강수량은 2900t으로 세계 평균 2만6800t의 11%에 불과하다.

한국은 이미 국제적으로 리비아 이집트 등 8개국과 함께 ‘물 부족 국가군’으로 분류돼 있다.

2001년 물 수요량은 연간 337억t, 공급량은 344억t으로 예비율이 2%에 불과하고 2011년이 되면 수요량 387t에 공급량 367억t으로 20억t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수질오염으로 ‘썩은 물’이 늘어나고 ‘맑은 물’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

지하수의 무분별한 개발도 큰 문제다. 대구지역의 지하수위는 86년과 89년을 비교해보면 12∼15m나 낮아졌다. 제주도는 지하수위가 낮아져 바닷물이 지하수층에 스며들어 동부지역은 해안에서 6㎞까지 지하수를 마실 수 없게 될 위험이 크다.

물을 둘러싼 싸움도 가시화하고 있다. 90년부터 96년까지 지방자치단체간 환경분쟁 34건 가운데 30건이 물 분쟁이었고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10개월간 언론에 보도된 분쟁 27건 가운데 7건이 물 분쟁이었다. 최근에는 낙동강 물관리대책을 놓고 경남과 경북,부산과 경남권등이 갈라져 있다.

물 분쟁 사례는 △팔당호 대청호 주변 환경기초시설 운영비 분담 △상수원보호구역 지정 및 피해보상 △위천공단 등 개발에 따른 오염악화방지 △물이용권 분쟁 으로 나뉜다. 수자원이 고갈될수록 물을 둘러싼 분쟁은 치열해질 것이다.

<하준우기자>hawoo@donga.com

▼전문가 대책 - 환경친화 댐건설―물값 현실화 시급

인구 증가와 도시의 급팽창으로 물 수요가 급증하면서 한국의 1인당 유효 강수량은 이스라엘과 비슷해졌다. 울산은 95년 물 부족으로 2조5000억원의 경제적 피해를 입을 정도로 물은 경제성장에 필수적인 요소가 됐다. 물의 효율적 이용과 절약을 위한 수자원 정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우리의 물 공급체계는 △환경적으로 문제가 있는 댐 위주이며 △댐의 담수율이 낮아 비효율적이고 △상수도의 누수율이 높고 △지하수의 활용과 관리가 미흡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특히 최후의 보루인 지하수의 무분별한 이용은 ‘서울시내 지하수의 95% 오염’이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낳았다. 또 낮은 수돗물 값은 효율적인 물 사용을 유도하지 못하고 있다.

환경친화적 댐을 건설하고 중수도 등 물의 재이용을 극대화하는 한편 원가에도 못미치는 물값을 현실화시켜 물의 총량을 규제함으로써 물을 절약할 수 있는 대안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가 수자원 종합 정보 시스템’을 만들고 분산된 관리체계를 기능적으로 통합하며 물을 사고 파는 ‘수리권 거래제도’를 도입해 물 분쟁을 해결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우리의 자녀들이 우리의 무분별한 물 사용 때문에 고통받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김정인(金正仁·중앙대 산업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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