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희경 “생큐, LPGA”… 코리아군단 8번째 신인왕 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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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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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골퍼들이 흔히 몸 풀리니까 마지막 홀이라고 하잖아요. 요즘 그런 기분이에요. 시간이 참 빨리 흘렀네요.”

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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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목소리는 밝기만 했다. 전날 멕시코에서 열린 골프대회에 출전한 뒤 미국 올랜도 집으로 돌아온 지 2시간밖에 안 됐다는데도 여독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뛰고 있는 서희경(25·하이트·사진)이었다. 그는 18일 개막하는 시즌 마지막 대회 CME그룹 타이틀홀더스 결과에 상관없이 신인왕 타이틀을 확정지었다. 신인상 포인트에서 655점을 기록해 2위 크리스탈 불룐(네덜란드)에게 385점을 앞섰다.

서희경은 국내 프로에 데뷔한 2006년 신인상 타이틀을 당시 슈퍼 루키로 이름을 날렸던 2년 후배 신지애에게 내줬다. 평생 한 번뿐인 기회를 놓친 아쉬움을 이번 수상으로 풀게 됐다. 한국(계) 선수로는 8번째로 LPGA투어 최고 신인의 영광을 안았다. 그것도 ‘코리아 군단’ 최고령 기록까지 세우게 돼 의미를 더했다. “아직 상을 받는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아요. LPGA에 적응하느라 고생하고 힘들었던 기억도 떠오르고요. 올해 초 세운 목표 하나를 이뤄 정말 자랑스럽답니다.”

서희경은 18일 올랜도 하이엇호텔에서 열리는 시상식에 멋진 드레스 차림으로 등장해 트로피와 부상(롤렉스 시계)을 받게 된다.

지난해 초청선수로 출전했던 LPGA투어 KIA클래식에서 우승하면서 올해 빅리그에 진출한 서희경. 큰 꿈을 꾸고 태평양을 건너왔지만 세계의 벽은 높았다. 2연패를 노렸던 올 KIA클래식에서 예선 탈락의 충격을 맛보기도 했다. 스트레스를 푸느라 케이크와 아이스크림을 잔뜩 먹다가 살이 쪄 체력 트레이너에게 혼이 나기도 했다. “대회 때마다 코스와 잔디가 다르다 보니 주눅이 들었어요. 자신감이 없다 보니 소극적으로 쳤던 것 같아요.”

그래도 빠른 속도로 적응했다. 7월 US여자오픈에는 지역 예선을 거쳐 출전해 유소연과 연장 접전 끝에 준우승을 차지했다. 14일 끝난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도 공동 4위로 마쳤다. 20개 대회에서 컷 탈락은 3번에 그쳤을 만큼 안정된 실력을 보였다. “쇼트게임이 많이 늘었어요. 늘 웨지만 갖고 하다 다양한 클럽을 쓰는 요령을 알게 됐죠. 러프에서의 공 처리도 향상됐고요.”

비거리 증대는 여전히 과제다. 한국에서는 거리 걱정이 없었다는 서희경은 “15∼20야드 늘려야 할 것 같다. 청야니나 최나연을 보면 탄도가 높으면서도 멀리 친다. 이런 선수들의 공은 스핀이 많아 그린에서도 많이 도망가지 않았다. 겨울에 체력훈련을 많이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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