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해도 우승 ‘김연아 적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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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19일 07시 30분


최고점수 경신하면서 자신감 최고조점프 빼먹고도 나머지 연기 가산점2위 아사다와 36.04점차 독주체제LA타임스“연아-아사다는 다른리그”

김연아(19.고려대)는 16일(한국시간) 오후 프랑스 파리 ‘팔레 옴니스포르 드 파리-베르시’ 빙상장에서 열린 2009-2010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시니어 그랑프리 1차 대회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76.08점을 획득, 1위를 차지했다.ⓒ로이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연아(19.고려대)는 16일(한국시간) 오후 프랑스 파리 ‘팔레 옴니스포르 드 파리-베르시’ 빙상장에서 열린 2009-2010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시니어 그랑프리 1차 대회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76.08점을 획득, 1위를 차지했다.ⓒ로이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수하지 않아야 우승할 수 있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실수를 해도 1인자다.

17일과 18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09∼2010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시니어 그랑프리 1차대회 ‘트로피 에릭 봉파르’. ‘동갑내기 라이벌’로 불리던 김연아(19·고려대)와 아사다 마오(19·일본)가 시즌 첫 대회부터 2010밴쿠버올림픽 전초전을 펼쳤다. 결과는 예상대로 김연아가 1위, 아사다가 2위. 하지만 둘의 점수차는 엄청났다. 36.04점. 물론 점프를 딱 한번만 놓친 김연아와 달리 아사다는 수차례 점프 실수를 범했다. 세 번 시도한 트리플 악셀도 한 번만 성공했다. 그래도 이 정도 점수차라면 완벽한 연기로도 넘어서기 힘들다. 아사다가 흠 없는 연기를 펼치고 김연아가 엉덩방아를 찧는다 해도 그렇다. 미국 LA타임스는 경기 후 “김연아는 아사다를 포함한 다른 선수들과 ‘다른 리그(Another league)’에서 경기했다”고 평했다.

자신감의 차이가 둘의 격차를 벌렸다. 김연아는 3월 2009세계선수권에서 여자싱글 사상 처음으로 200점을 넘어섰다. 늘 점수에 초연했지만, 그 때만큼은 ‘적수가 없다’는 자부심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원래 강심장이다. 위기 상황에서도 늘 침착하다. 필살기였던 트리플 콤비네이션 점프에서 플립에 자꾸 ‘어텐션’ 마크가 붙자 “더 잘하는 걸 뛰면 된다”며 러츠로 바꿔버렸다. 프리 연기 초반, 트리플 플립 도약 직전 스케이트 날에 이물질이 걸리자 아예 시도하지 않고 흐름을 이어갔다. 대신 나머지 과제를 완벽하게 해내 가산점을 착실히 챙겼다.

반면 아사다는 심리적으로 쫓겼다. 새 프로그램 선택부터 ‘김연아를 넘어서야 한다’는 부담감이 엿보였다. 지난 시즌 호평을 받았던 프리 프로그램 ‘가면무도회’를 쇼트 배경음악으로 고르기까지 했다. 하지만 4분짜리 프로그램을 2분50초로 압축하면서 ‘과정’ 없이 ‘하이라이트’만 남았다. 이미 여러 번 봤던 프로그램이라 새롭지도 않았다. 게다가 프리 음악인 라흐마니노프의 ‘종’조차 시종일관 웅장하기만 했다. 화려한 기교를 뽐내며 은반을 누비던 아사다의 발랄한 매력 대신 과장된 의상과 무리한 점프만이 남았다. 연기를 마친 아사다의 표정에서도 즐거움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렇게 ‘라이벌 시대’는 막을 내렸다. 이제 김연아의 적수는 자기 자신 뿐이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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