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무인 공격기 ‘리퍼(MQ-9)’가 지난달 24일 서해에 추락하자 사공동 중령(43)이 출동했다. 해군 수상함구조함 광양함 함장인 그는 기체 수색 작전을 지휘했고, 기체 일부를 발견해 인양했다. 지난해 1월 주한미군 전투기 F-16이 서해에 추락했을 때도 2개월 뒤 현장에 출동했다. 추락 해역에 수중무인탐사기(ROV)를 투입해 블랙박스 등 주요 장비를 수습했다. 미7공군사령관은 광양함 측에 감사장을 수여하며 한미동맹을 묵묵히 뒷받침해 온 공을 인정했다. 올해 2월 전남 여수시 동쪽 해상에서 제22서경호가 침몰했을 때 역시 광양함을 이끌고 출동해 작전을 지휘하며 높은 파도 등 악조건에도 수심 83m 해저에서 실종자 1명을 수습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11월 제주 비양도 해상에서 발생한 135금성호 침몰 현장에서도 실종자 1명을 수습해 유가족의 슬픔을 위로했다. 2005년 임관한 이후 평생 항해 병과 작전 장교로 근무한 그는 “내년부터 해군사관학교 훈육 장교로 근무할 예정”이라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군인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제대로 교육하겠다”고 말했다.
차에 매달려 50m 끌려가며 월북시도 막아
제복상 배영우 상사
배영우 상사 2018년 간첩 혐의자 A 씨가 차에 탄 채 통일대교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통문을 뚫고 JSA를 향해 돌진했다. 월북을 시도한 것이다. 배영우 상사(37)는 즉각 차를 타고 출동해 A 씨 차를 막아섰다. 배 상사가 A 씨 차에 몸을 반쯤 넣은 순간 A 씨가 가속페달을 밟아 50m가량 끌려가는 위험한 상황이 벌어졌다. 그러나 배 상사는 무력으로 제압해 A 씨를 검거했다. 그는 같은 해 9·19 남북군사합의 이행 차원에서 실시된 JSA 비무장화를 위한 지뢰 제거 작전 시 우발적 충돌에 대비한 경호·경비 작전을 수행했다. 2018년 남북 정상회담, 2019년 북-미 정상회담 때도 JSA에서 VIP 경호·경비 작전을 완벽하게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7년엔 북한군 오청성 씨가 북한군 총격을 받으며 JSA를 통해 귀순하자 기동타격대 일원으로 총격전 확대에 대비한 임무를 수행하는 등 귀순 작전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는 데 기여했다. 배 상사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한다는 생각을 늘 되새기며 군 생활을 해왔다. 앞으로도 이 마음가짐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19층 빌딩서 투신 시도 여성 2시간만에 구조
제복상 최기훈 경위
최기훈 경위 서울경찰청 경찰특공대 최기훈 경위(39)는 5월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19층 오피스텔 옥상으로 급히 달려갔다. “한 여성이 뛰어내리려 한다”는 신고가 들어온 직후였다. 먼저 도착한 경찰과 소방이 1시간 넘게 설득했지만 여성은 옥상 외벽에 선 채 좀처럼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 기력이 다한 여성이 뛰어내리려는 순간 최 경위도 몸을 던졌다. 그는 찰나의 순간 여성의 머리카락과 팔을 붙잡았다. 이후 벽 쪽으로 몸을 바짝 붙여 균형을 잡은 뒤, 동료들과 함께 여성을 끌어올리면서 약 2시간 만에 목숨을 구했다. 최 경위는 꾸준히 인명 구조 현장에 서 왔다. 2014년 4월 경기 고양시에선 이별을 요구한 여자친구를 붙잡고 4시간가량 인질극을 벌이던 남성을 검거해 여성을 구했고, 2017년 1월엔 서울지하철 2호선 역삼역 사거리 인근에서 몸에 시너를 뿌리고 분신을 시도하려던 사람을 설득해 참변을 막았다. 최 경위는 “한 사람의 생명을 구할 수 있어 다행”이라며 “앞으로도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데 보탬이 되겠다”고 말했다.
강남 클럽 마약 카르텔 수사 10명 붙잡아
제복상 김부진 경감
김부진 경감 경기 성남시 분당경찰서 김부진 경감(58)은 2023년 12월 성남과 서울 강남의 클럽에서 사람들이 모여 마약을 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뒤 마약 카르텔이라는 걸 직감했다. 집중 수사를 통해 엑스터시, 케타민 등을 투약하고 합성 대마를 제공한 알선책과 판매책, 밀수총책 등 10명을 잡아 3명을 구속했다. 김 경감은 “국제특송 등 우편을 통해 반입되는 마약류의 수취인 등 관련자를 끝까지 추적 검거해 처벌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김 경감은 33년간 재직하며 실종 아동 안전 확보와 보이스피싱 범죄 대응에도 헌신했다. 7월엔 경남 창원에서 가출 여중생을 찾아 달라는 공조 요청을 받고, 폐쇄회로(CC)TV를 확인해 40대 남성을 미성년자 간음과 성 착취물 제작·유포, 마약류 제공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지금까지 김 경감이 안전하게 가족 품으로 돌려 보낸 실종자만 총 728명에 달한다. 금융감독원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조직원 102명을 검거하기도 했다. 김 경감은 “동료들 덕분에 이렇게 큰 상을 받았다”며 “퇴직까지 시민 안전과 생명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순직 소방관 추모 ‘119메모리얼데이’ 기획
제복상 이주희 소방경
이주희 소방경 소방청 보건안전담당관 소속 이주희 소방경(45)은 지난해 10월 국민 참여형 추모 문화제인 ‘119메모리얼데이’를 기획하며, 순직 소방공무원을 일상에서 기억하고 예우하는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앞장섰다. 이 행사는 일회성 추모에 그치지 않고 마라톤과 전시, 공연 등을 통해 시민의 공감을 자아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인공지능(AI)으로 순직자의 모습을 복원해 가족사진 형태로 유가족에게 전달하는 기획도 이 소방경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2016년 입직한 이 소방경은 2022년부터 순직자 보훈 관련 업무를 맡아 다양한 사업을 기획했다. 유가족 간 소통을 통해 유대감을 쌓는 ‘눈부신 외출’ 행사의 경우, 참가자들이 자발적으로 모임을 이어갈 만큼 사회관계망 회복 효과를 거뒀다. 순직 소방공무원 예우 및 유가족 지원에 관한 훈령을 제정하는 데도 기여했다. 이 소방경은 “오래전부터 소방청과 시도 소방본부가 순직자 예우와 유가족 지원에 큰 노력을 쏟아 왔다. 그 과정이 쌓여 이룬 성과이고, 저는 운이 좋았던 것뿐”이라며 “순직한 소방관의 노고가 헛되지 않게 맡은 바 소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5700만명 분량 마약 강릉 밀반입 일당 검거
제복상 최근석 경감
최근석 경감동해지방해양경찰청 마약수사대장 최근석 경감(51)은 4월 2일 오전 6시 반경 대원들과 함께 강원 강릉시 옥계항에 정박 중이던 국외 선적 화물선을 급습했다. 사전에 마약 관련 첩보를 입수했던 최 경감과 대원들은 선내 수색 3시간 만에 기관실 창고에 숨겨져 있던 코카인을 찾아냈다. 적발된 코카인은 무려 1.69t으로 5700만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며, 이는 국내 마약 밀반입 사상 최대 규모였다. 해경은 밀반입에 가담한 외국인 선원 등 5명을 검거했다. 2000년 11월 입직한 최 경감은 수사 분야에서 굵직한 실적을 쌓아온 베테랑이다. 지난해 경북 지역에서 활동한 베트남 국적의 마약 조직 11명을 검거했으며, 2022년 9월엔 32억 원 상당의 불법 유류를 유통한 일당 5명을 체포했다. 14억 원 규모의 국산 담배 역밀수 사건, 대학 교수 등을 낀 174억 원에 달하는 어업피해보상금 편취 사건, 수협 공금 횡령 비리 및 공무원 뇌물 수수 사건 해결의 중심에도 그가 있었다. 최 경감은 “기쁘고 영광스럽다”며 “동료들을 대표해서 받는 상으로 알고 앞으로 더욱 열심히 맡은 바 책무를 다하겠다”고 말했다.
“시민 피해없게” 음주뒤 도주 車 단속하다 중상해
위민경찰관상
김정주 경사경기 의정부경찰서 김정주 경사(39)는 5월 11일 오후 9시 30분경 의정부시 한 도로에서 음주 단속 검문을 거부하고 도주하는 차량이 있다는 긴박한 무전을 받았다. 김 경사는 곧장 도주로를 차단하기 위해 표지판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과거에도 음주 단속을 무시하고 도망가는 차량을 끝까지 추적해 검거한 경력이 있는 그였다. 그러나 이번엔 시속 50km로 달려온 도주 차량이 김 경사를 그대로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뇌출혈과 무릎·팔 골절 등 중상해를 당한 김 경사는 현재까지도 재활 치료 중이다. 그는 “다른 시민에게 피해가 생기지 않게 막아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또 그는 의정부경찰서 교통과에 근무하며 5년간 통고처분 472건, 캠코더 단속 3472건, 화물차 불법 주차 안전 활동 365건 등으로 지역 교통질서 확립에 기여했다. 신호 위반 단속을 하던 중 쓰러진 시민을 발견해 119 구급대가 오기 전까지 심폐소생술 등 응급조치를 하며 소중한 생명을 구하기도 했다. 김 경사는 “상은 ‘더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겸손히 받겠다”며 “치료에 도움을 주셨던 모든 분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응급처치로 3명 생명 구해… 평택 화재 등 최전선 지켜
위민소방관상
故 이상영 소방위(왼쪽), 김현규 소방장부산 기장소방서 소속이던 고 이상영 소방위(순직 당시 44세)는 2005년 임용 후 19년간 신속한 응급처치로 시민 3명의 생명을 구했고, 심폐소생술 교관으로도 활동했다. 부산소방재난본부 근무 당시엔 국비 약 94억 원을 확보해 노후 구급차 55대를 교체하는 성과도 냈다. 지난해 6월 근무 중 심근경색으로 숨진 뒤 그의 아내는 6세, 4세인 두 딸을 혼자 키우고 있다. 이 소방위의 아내는 “아이들이 아버지가 훌륭한 소방관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돼 자랑스러워할 것”이라며 소감을 전했다.
경기 평택시 송탄소방서 김현규 소방장(35)은 2015년 구조특채로 임용된 이래 인명 구조와 화재 진압의 최전선을 지켜왔다. 2022년 1월 평택 냉동 물류창고 화재 진압 중 동료 3명을 잃는 사고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와 화상을 당했지만 2년 만에 현장에 복귀했다. 김 소방장은 “불의의 사고로 일상이 무너져 힘들었지만 동료의 격려로 복귀할 수 있었다”며 “부족하지만 ‘소방관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답을 스스로 찾아가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바다 빠진 동료 구한뒤 중상, 무릎 절단 수술 받아
위민해양경찰관상
문강혁 경장경기 평택해양경찰서 경비함정(P-108정)에 근무하던 문강혁 경장(36)은 3월 18일 오전 5시 20분경 기상 악화로 피항하던 중 바다에 빠진 동료를 목격하고 바로 몸을 던져 구조했다. 하지만 동료를 대신해 인근 선박으로 옮겨 타던 중, 요동치는 배 사이에 오른 다리가 끼이는 사고를 당했다. 즉시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응급처치를 받았지만, 패혈증 등 상태가 악화돼 결국 무릎 위를 절단하는 수술을 받아야 했다.
불의의 사고로 극심한 통증을 느끼는 상황에서도 그는 구조된 동료를 먼저 걱정하는 동료애를 보였다. 최근 태어난 첫아이를 보며 힘을 내고 있는 그는 다시 현장으로 복귀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의족을 착용한 채 고통스러운 재활 치료를 묵묵히 견뎌내고 있다. 문 경장은 2019년 임용 후 해상 안전관리에 힘쓴 노력 등을 인정받아 지난해까지 8번의 해경, 군 포상을 받기도 했다. 문 경장은 “이 상은 위험한 현장에서 서로를 지키는 모든 동료에게 주어진 상이라고 생각한다”며 “무엇보다 현장에서 묵묵히 임무를 수행하는 동료들이 언제나 안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렇게 심사했습니다] 어려운 여건서 국민 보호 헌신 업적 평가
(왼쪽부터)김진태 위원장, 백경학 위원, 정승은 위원, 이스란 위원‘제14회 영예로운 제복상’ 심사에는 위원장인 김진태 전 검찰총장과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대표, 정승은 대한영상의학회장, 이스란 보건복지부 1차관, 정원수 동아일보 편집국 부국장, 임도현 채널A 부본부장이 위원으로 참여했다. 심사위원단은 후보자의 공적 사항을 분석한 뒤 각 추천기관의 설명을 청취했다. 공적 내용에 대한 질의응답 시간도 가졌다. 심사위원단은 어려운 여건에서도 희생과 봉사의 정신으로 국민을 보호하는 데 앞장섰는지를 중점적으로 평가했다. 최일선 현장에서 활약하는 제복 공무원뿐만 아니라 후방에서 묵묵히 헌신하는 후보자의 기여도도 고려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성남·평택=이경진 기자 lkj@donga.com 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동해=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 평택=공승배 기자 ksb@donga.com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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