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꿔야 산다” 강원 고교들, 교명-학과 손질해 체질 개선강원 철원군 김화공고의 새로운 교명이 ‘한국국방과학고’로 확정됐다. 26일 강원도교육청에 따르면 지난달 교명변경추진위원회를 발족해 학생, 학부모, 동문회, 교직원 등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교명 선호도를 실시한 결과 ‘한국국방과학고’가 76.1%의 압도적 지지를 얻었다. 국방과학고는 ‘국방시스템과’ 단일 학과 체제로 2026년부터 3학급 48명의 신입생이 입학한다. 강원도 내 고교의 변신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교명은 물론이고 학과까지 전면 개편해 체질을 완전히 탈바꿈시키고 있다. 이는 강원도교육청이 역점 추진 중인 강원도형 마이스터고 추진 계획에 따른 조치다. 저출산·고령화로 학생 수가 급감하면서 오랜 역사를 지닌 학교들마저 존폐 위기를 맞자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응책이다. 취업이 유리하고 학생 선호도가 높은 전공 과목을 신설하고, 교명을 바꿔 새로운 이미지로 변신해 학생들을 유치한다는 구상이다. 도교육청은 7월 김화공고를 비롯해 태백기계공고, 인제 신남고, 황지정보산업고 등 4개교를 강원도형 마이스터고로 선정해 발표했다. 한국국방과학고는 전국 최초로 국방 산업을 뒷받침하는 로봇, 드론, 사이버보안 분야의 인력을 양성하고 미래 방위산업 분야가 요구하는 인공지능(AI) 융합 및 소프트웨어 교육에 집중하게 된다. 전국의 우수 인재들이 찾아올 수 있도록 최신식 기숙사 신축, 최첨단 실습실 구축, 방위산업 전문기술 교육과정 도입, 학교 환경 개선 등이 추진된다. 황지정보산업고는 한국세무금융고로 교명이 바뀐다. 전국 최초로 공인중개사 정규 교육과정이 도입되고 최신식 기숙사 신축, 실습실 환경 개선 등을 거쳐 이르면 2026년부터 새로운 교명을 사용할 예정이다. 또 인제 신남고는 산림 관련 전문 인재를 양성하는 산림과학고(가칭)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태백기계공고는 한국항공고로 탈바꿈해 내년 개교한다. 이미 12일 한국항공고 출범식 및 교명석 제막식을 갖고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이 학교는 항공정비시스템과 3개반 48명을 모집할 예정으로 다음 달 16∼19일 전국에서 신입생 원서 접수를 한다. 앞서 원주공고는 3월 미래고로 교명을 변경하고 뷰티케어과를 신설했다. 삼척마이스터고도 한국에너지마이스터고로 교명을 바꾸고 수소 전문가 양성에 주력하고 있다. 또 옛 춘천농고인 소양고도 한국생명과학고로 교명을 변경하고 반려동물케어과, 카페N디저트과, 플라워가드닝과를 신설했다. 앞서 특화된 직업계고로 변신한 학교들은 외지에서 학생들이 유입되면서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영월공고는 2020년 3월 교명을 한국소방마이스터고로 변경했고, 현재 전교생 205명의 56%인 115명이 타 시도에서 전입해 재학 중이다. 신경호 강원도교육감은 “4차 산업혁명으로 급변하는 산업구조와 학생, 학부모의 수요에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전국 최우수 특화형 고교 신설을 통해 미래형 글로벌 기술 인재를 적극 육성하겠다”며 “인구소멸지수가 높은 지역의 새로운 해법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2023-09-27 03:00 강원세계산림엑스포… 3일 만에 5만 명 찾아22일 개막한 ‘2023 강원세계산림엑스포’에 첫 주말 동안 5만3000여 명이 몰리면서 흥행 대박을 예고했다. 25일 강원세계산림엑스포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고성군 세계잼버리수련장에서 진행 중인 강원세계산림엑스포에 22∼24일 5만3299명이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다. 방문객들은 푸른지구관, 산림평화관, 문화유산관, 휴양치유관, 산업교류관 등 5개 전시관에서 다채로운 전시물을 관람했고, 43개 체험프로그램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특히 이번 엑스포의 랜드마크인 45m 높이의 ‘솔방울 전망대’에는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또 부행사장인 고성 DMZ박물관, 속초 설악산 자생식물원, 인제 용대관광지, 양양 송이밸리 자연휴양림에도 많은 관람객이 찾아와 트레킹과 각종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조직위는 앞으로 추석을 포함한 6일 동안의 황금연휴와 단풍철이 이어지면서 산림엑스포를 찾는 관광객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조직위는 고성을 찾은 단체 관람객을 위해 다음 달 21일까지 하루 1차례 2개 코스의 비무장지대(DMZ) 탐방 투어를 운영한다. 1코스는 통일전망대-DMZ박물관-화진포 역사안보 전시관이고, 2코스는 왕곡마을-건봉사-냉천리 검문소다. 강원세계산림엑스포는 다음 달 22일까지 열린다.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다양한 행사와 이벤트, 풍성할 볼거리가 가득하다”며 “산과 바다 어디로 갈지 고민된다면 주저하지 말고 산림엑스포장으로 오시라”고 말했다.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2023-09-26 03:00 
‘포르쉐 도박’ MZ조폭? 금고에 40억 돈다발…1300억대 도박사이트 운영1300억 원대의 불법 스포츠 도박사이트를 운영해 온 20대 일당의 몸통이 검찰에 덜미를 잡혔다. 이들은 도박사이트 운영 수익금으로 고가의 외제 승용차를 타고 다녔고, 금고에는 현금 40억 원이 들어있었다.춘천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김상균)는 국민체육진흥법 위반(도박장 개장) 등의 혐의로 총판팀장 A 씨(25)와 부팀장 B 씨(25) 등 5명을 구속기소하고, 1명을 불구속기소했다고 25일 밝혔다. 검찰은 A 씨의 사무실 금고에서 현금 40억 원을 찾아 압수했고, 1억5000만 원의 임대차보증금반환청구권과 포르쉐 승용차 등 차량 2대를 몰수보전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도박사이트 운영 수익금으로 구입한 고급 승용차를 타고 다니며 음주·무면허 운전을 일삼았고, 전신문신으로 위화감을 조성하는 등 ‘MZ 조폭’ 행태를 보였다.이들 일당은 2020년 9월부터 최근까지 축구, 야구, 농구 등 스포츠 경기의 승패를 맞추면 배당률에 따라 돈을 지급하는 방식의 14개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A 씨는 사이트에 가입한 회원들의 손실에 비례해 수익금을 분배받는 총판팀인 일명 ‘김○○ 팀’의 팀장 역할을 했고, B 씨는 팀원들에게 급여를 주고 범행 사무실을 관리하는 부팀장 역할을 맡았다. 또 나머지 구속기소된 3명은 팀원으로, 불구속기소된 1명은 홍보책으로 활동했다. 이들은 오피스텔 등에 다수의 사무실을 개설한 뒤 SNS 오픈채팅방 등을 통해 사이트 주소와 추천인 코드를 알려주는 방법으로 회원들을 모집했다.이 사건은 당초 경찰이 팀원 3명만 검찰에 송치했지만 검찰이 추가 수사를 통해 관리자급 조직원인 A, B 씨의 신원을 파악해 체포했고, 은닉한 범죄수익금까지 환수했다. 춘천지검에 따르면 사건을 송치받은 초임검사가 방대한 내용의 텔레그램 자료를 분석해 ‘김○○ 팀’이 서울 금천구 일대를 중심으로 한 동창, 선후배 등으로 구성된 조직이라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수사를 확대할 수 있었다.춘천지검 관계자는 “범죄수익금을 면밀히 파악해 환수에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국가·사회적 폐해가 심각한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 사범에 대해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춘천=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2023-09-25 15:06 산림의 역사-가치 알리는… 강원세계산림엑스포 개막‘2023 강원세계산림엑스포’가 22일 개막해 다음 달 22일까지 열린다. 주 행사장은 고성의 세계잼버리수련장이고, 부행사장은 속초, 인제, 양양 일원이다. 산림엑스포는 강원도가 도내 면적의 81.2%를 차지하는 산림의 가치를 국내외에 알리고 임산업 및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마련했다. 산림엑스포의 주요 볼거리는 산림의 생태·환경, 역사, 문화, 휴양, 산업을 테마로 한 5개의 전시관에 마련됐다. 이 가운데 푸른지구관에서는 숲의 과거와 현재, 미래의 비전을 담은 영상이 폭 30m, 길이 40m의 대형 공간에서 소개된다. 산림평화관은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거치며 황폐해진 산림의 복원 과정과 산림녹화 성공기록, 평화와 공존의 숲 비무장지대(DMZ)에 대한 이야기를 가상현실(VR) 체험으로 만날 수 있다. 이 밖에 문화유산관, 휴양치유관, 산업교류관에서도 강원의 산림과 관련 산업 분야의 다양한 볼거리가 전시된다. 행사장 내 랜드마크 조형물인 솔방울 전망대는 가장 큰 인기를 누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아파트 15층 규모에 해당하는 높이 45m로 상층부에서는 설악산 울산바위와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휠체어가 오를 수 있도록 완만한 경사로가 설치됐고, 오르는 중간중간 경치를 감상할 수 있도록 26개의 포켓전망대가 마련됐다.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2023-09-22 03:00 
원주에 춤바람 분다∼강원 원주시를 춤과 음악의 세상으로 바꿀 ‘2023 원주 댄싱카니발’이 22∼24일 사흘 동안 열린다. 이에 앞서 15일 치악예술관에서는 소리와 빛이 화려하게 조화를 이루는 ‘미디어아트전’이 개막돼 댄싱카니발의 열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2012년 시작된 원주 댄싱카니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한창이던 2020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개최해 왔다. 올해는 코로나19에서 완전히 벗어나 열리는 첫 축제인 만큼 어느 때보다 수준 높은 공연과 안전성을 높인 관람 시스템으로 시민들을 맞이한다. 원주문화재단 댄싱카니발 축제사무국은 올해 축제를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준비했다고 한다. 그동안 비슷한 팀과 비슷한 무대, 관성적으로 반복돼 온 기존 방식을 과감히 버리고 좀 더 다채롭고 완성도 높은 공연을 마련했다는 것. 매년 교통통제로 인한 시민 불편과 불필요한 심사비 문제로 도마에 올랐던 거리 퍼레이드도 사라졌다. 올해 경연에는 36개 팀이 예선을 치러 12개 팀이 통과했다. 이들은 22일 본선 무대에 올라 경합을 벌인다. 이 중 최종 선정된 8팀은 대상과 최우수상, 우수상, 장려상, 인기상 등의 수상과 함께 총상금 3600만 원을 받고 23, 24일 앙코르 무대에 다시 선다. 또 해외 5개 팀의 공연도 준비돼 있다. 댄스 외 다채로운 볼거리가 마련된 것도 올해의 특징이다. 원주시립교향악단, 원주시립합창단, 시민합창단, 퓨전국악팀 등이 출연해 공연을 선보인다. 육군본부 후원으로 36사단을 비롯해 7군단 3개 부대, 11사단 군악대가 대규모 연합 군악대 공연도 준비했다. 또 23일 드론불꽃쇼, 24일 불꽃놀이가 이어져 이틀 동안 원주의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는다. 공연장에는 국내 최초로 객석 조명 퍼포먼스인 ‘매드릭스(Madrix)’가 볼거리를 더한다. 매드릭스는 공연장 전체 좌석에 배치되는 장치를 통해 공연장 전체를 빛의 향연으로 물들이게 하는 하이 테크놀로지 공연 장비다. 올해 댄싱카니발 공연 관람을 위한 좌석은 전석 무료다. 그 대신 비지정 좌석으로 운영되며 입장용 팔찌를 착용해야 관람할 수 있다. 700석 안팎의 1층은 사전 예약을 해야 하며 2500석 안팎의 2, 3층은 당일 현장에서 팔찌 수령 후 관람이 가능하다. 김정 원주 댄싱카니발 총감독은 “그동안 반복됐던 관성적인 공연이 아닌 원주 시민을 위한 수준 높고 다채로운 공연을 엄선해 준비했다”며 “좀 더 높은 완성도와 원활한 운영을 위해 남은 기간 동안 시민들과 함께 열린 마음으로 함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2023-09-19 03:00 “영월서 스포츠 즐기세요”… 스크린 체험관 16일 개관강원 영월군 영월관광센터에 스크린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영히어로 스포츠 체험관’이 16일 개관한다. 영월군은 관광센터 내 미활용 공간인 3층 컨벤션실을 새롭게 단장해 축구, 농구, 핀볼, 양궁 등 10여 종의 스포츠를 스크린으로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어른은 물론이고 어린이들도 쉽게 즐길 수 있고, 특히 스크린에 나타나는 그림자와 똑같은 자세를 취해 벽을 통과하는 액션레이싱 게임은 연인들에게 인기를 끌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13∼15일 오후 2∼5시 무료 시범 운영을 거쳐 16일 정식으로 문을 연다. 카운터에서 게임 횟수를 정해 선불로 계산한 뒤 근거리무선통신(NFC)이 가능한 목걸이형 카드를 받아 이용하면 된다. 카드 반납 시에는 센터 내 푸드코트, 로컬푸드직매장, 뮤지엄숍, 꽃차 체험관, 카페에서 사용할 수 있는 3000원 할인권을 지급한다. 영월군은 영히어로 스포츠 체험관이 영월관광센터 내 다른 시설들과 연계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센터는 강원 남부 폐광지역 4개 시군의 통합 관광을 위해 2021년 10월 개관했다. 관광안내 플랫폼, 미디어 체험관, 상설 전시관, 순수 창작극을 공연하는 전용 소극장과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최명서 영월군수는 “관광센터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에게 새로운 경험과 기회를 드리기 위해 다양한 관광 콘텐츠를 확충했다”며 “영월만의 가치를 담은 랜드마크 공간으로 거듭나 지역 경기 활성화에도 기여하겠다”고 밝혔다.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2023-09-12 03:00 강원 겨울청소년올림픽 미리 느껴보세요내년 1월 19일∼2월 1일 열리는 ‘2024 강원 겨울청소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전국 곳곳에서 ‘찾아가는 올림픽 홍보 with 버스킹’이 열린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강원도가 주최하고 2018평창기념재단이 주관하는 이 행사는 현재 진행 중인 ‘찾아가는 2024 강원 겨울청소년올림픽’ 학교 방문 프로그램을 일반 시민과 관광객을 대상으로 확대한 것이다. 전문 공연팀의 버스킹 공연을 대회 홍보와 접목해 학생들뿐만 아니라 더 많은 국민에게 대회를 홍보하고 겨울스포츠를 체험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다. 1, 2일 인천 구월동 로데오거리에서 처음 열린 데 이어 10일 삼척해수욕장, 24일 서울 신촌 스타광장, 다음 달 8일 대전 엑스포시민광장, 다음 달 14, 15일 부산 해운대 이벤트광장, 다음 달 29일 경기 수원 화성행궁광장, 11월 4일 강원 원주 간현관광지 잔디광장, 11월 19일 광주 5·18민주광장에서 열릴 예정이다. 세부 프로그램으로는 전문 버스킹팀의 공연, 가상현실(VR) 스포츠 체험, 겨울청소년올림픽 종목 체험, 기념품 증정, 청소년올림픽 홍보 등이 준비돼 있다. 체험존에서는 참가자들이 컬링, 아이스하키, 스노보드 등 다채로운 올림픽 종목을 경험할 수 있다.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2023-09-07 03:00 
영화 ‘치악산’ 노이즈 마케팅 대박 이어 흥행도 해피엔딩? [디지털 동서남북]“영화 ‘치악산’ 때문에 주민 불안과 모방범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치악산이라는 명산을 전 세계 영화 관객들에게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될 것입니다.”13일 개봉 예정인 공포 영화 ‘치악산’을 둘러싼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강원 원주 치악산의 구룡사와 농축협 등 4개 단체와 원주시가 각각 서울중앙지법에 상영금지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한데 이어 원주지역 시민단체들이 연일 기자회견을 열고 상영금지를 촉구하고 있다. 원주시와 지역 주민들이 이처럼 강경하게 대응하는 것은 ‘치악산에서 18 토막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는 허구의 괴담을 소재로 한 이 영화로 인해 지역 이미지가 훼손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원주시는 최근 ‘트레킹 도시’라는 비전을 선포했고, 치악산 둘레길을 찾는 발길도 늘고 있는 상황에서 관광산업에 찬물을 끼얹을까 걱정이 태산이다. 또 치악산 브랜드를 사용하는 농특산물 판매에도 악영향을 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몸이 단 원주시에 비해 영화 제작사 측은 상대적으로 느긋해 보인다. 이들은 원주시의 반응이 기우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지역을 알리는 좋은 기회라고 반박한다. 또 창작성 작품인 치악산이 마치 공공성 이미지 훼손의 결과물인 것처럼 전파돼 본 작품의 개봉에 심각한 악영향을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원주시는 제목 변경과 ‘치악산’이 들어간 대사 수정 및 삭제 등을 요구했지만 제작사는 지난달 29일 공문을 통해 불가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해줬다. 제작사는 이미 포스터, 예고편, 광고물 등이 제작됐고, 개봉을 2주일 앞둔 시점에서 제목을 변경하는 것은 수용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또 치악산 대사를 삭제한다는 것은 전체 영화의 플롯(plot)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원활한 극중 이야기 전개가 이뤄질 수 없다는 점을 내세웠다. 제작사는 지난달 31일 서울에서 시사회를 마친 뒤 “제목 변경은 가능하다”고 한발 물러섰지만 원주시의 기대에는 한참 못 미치는 반응이었다. 이 시점에서 떠오르는 궁금증 하나. 제작사는 과연 이런 반발을 예상하지 못했을까. 비슷한 사례의 공포 영화 ‘곡성(2016년)’과 ‘곤지암(2018년)’을 보더라도 이같은 마찰은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원주에서는 의도적인 노이즈 마케팅을 노린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됐다. 18개의 토막 시신이 담긴 잔혹한 모습의 비공식 포스터까지 일찌감치 인터넷에 올라오자 의문은 의심으로 변했다.제작사 측은 이를 부인했지만 결과적으로 노이즈 마케팅이 이뤄진 것은 인정했다. 제작사 관계자는 3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정도 반발은 예상하지 못했고, 노이즈 마케팅을 의도하지도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노이즈 마케팅이 돼 버렸다. 하지만 노이즈 마케팅의 시작은 우리가 아니라 원주시다. 원주시가 문제 제기를 하면서 노이즈 마케팅에 불을 붙였다”고 말했다. 당초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영화의 마케팅은 속칭 ‘대박’이 났다. 연일 언론에서 원주시와의 갈등을 보도하면서 영화는 막대한 홍보 효과를 누렸다. 순제작비 10억 원 미만이 투입된 저예산 영화로 알려진 치악산은 돈 안 들이고 엄청난 홍보를 한 셈이다. 두 번째 궁금증. 치악산은 노이즈 마케팅에 이어 흥행도 성공할까. 영화 ‘곡성’은 687만 명, ‘곤지암’은 267만 명이 찾아와 대박을 터뜨렸다. 특히 곤지암은 순제작비 11억 원의 저예산 영화로 투자에 비해 막대한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 치악산도 뛰어난 사전 마케팅 효과를 거둔 만큼 작품성과 공포의 수위 등 흥행성만 받쳐준다면 충분히 기대해 볼 만하다.그렇다면 원주시는 손해만 보게 될까. 법원이 상영금지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영화는 예정대로 개봉될 것이고 원주는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원주가 손해를 안 보려면 원주시의 예상이 빗나가고, 제작사의 예측이 들어맞아야 한다. 제작사 측은 대한민국 관객의 의식 수준이 높아져 ‘괴담’과 ‘현실’을 충분히 구분할 수 있고, 곡성과 곤지암이 개봉된 후 많은 관광객이 지역을 찾았다고 밝혔다. 또 출연 배우들을 원주 홍보대사로 활용하는 등 원주의 이미지 제고에도 힘쓰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영화 흥행이 성공하고, 영화 덕분에 원주를 찾는 관광객이 늘어난다면 더할 나위 없는 해피엔딩이다. 영화와 지역이 윈윈한 영화 명단에 치악산이 오르기를 기대해본다. 서울중앙지법은 상영금지가처분신청 사건의 심문을 8일 오전 10시 진행한다. 원주=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2023-09-05 10:50 
“9명중 4명 사라져” 농번기 외국인 계절근로자 이탈 비상체감온도 38도를 넘나들던 22일 오후 1시 50분. 강원 삼척 시내에서 차로 50분 달리자 해발고도 800m 삼척시 하장면이 나왔다. 굽이치는 산길을 따라 양쪽에는 고랭지 배추밭이 펼쳐져 있었다. 외국인으로 보이는 근로자들이 챙 넓은 모자를 쓰고 작업에 한창이었다. 옆에 있는 고추밭에서는 필리핀 외국인 근로자 링 씨(42), 마르지 씨(31), 메리골드 씨(37)가 고추를 딴 뒤 품질을 선별해 2차 선별장으로 옮기고 있었다. 이들은 일손이 부족한 농번기에 단기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는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를 통해 한국에 입국했다. 8월은 고추 농사가 제일 바쁜 시기다. 한국인 근로자를 구하기 힘든 농가들은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을 고용하고 있다. 이들을 고용한 농민 함정희 씨(57)는 “올해 외국인 9명을 고용했는데 그중 2명이 말도 않고 도망가 버렸다”고 말했다. 또 다른 농민 이동열 씨도 “9명 중 4명이 무단이탈했다”고 하소연했다. 2015년 도입된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를 통해 고용되는 외국인 근로자는 크게 늘었지만 현장에서는 무단이탈 등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 9월 수확철을 앞두고 근무지를 갑자기 떠나버리는 외국인들이 늘면서 농가에는 비상이 걸렸다. 이탈한 근로자가 불법 체류자가 되면 치안 문제 등으로 번질 수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의원이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민간 싱크탱크 나라살림연구소가 분석한 결과 계절근로자는 2017년 1085명에서 2022년 1만2027명으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이탈자 역시 18명에서 1151명으로 크게 늘었다. 삼척시에서는 올 초부터 농번기인 이달까지 계절근로자 109명 중 16명이 말없이 사라졌고, 19명은 일을 못 하겠다며 자진 출국했다. 전체의 32%(총 35명)에 해당한다. 전남 고흥경찰서는 지난해 지역 김 가공공장 등에서 일하던 외국인 근로자 15명 중 14명이 잠적했다고 27일 밝혔다.외국인 계절근로자 이탈 18명→1151명… 불법체류 통로 악용 무단이탈 급증“공장 취직하면 논밭보다 환경 나아”… ‘무단이탈땐 불법체류’ 알고도 도망마약 등 범죄 연루 치안 불안 야기“지자체 아닌 중앙정부가 관리해야” 외국인 계절 근로자들이 무단 이탈해 불법 체류자가 되는 이유는 더 나은 급여, 더 나은 근로 환경을 찾아 떠나버리기 때문이다. 계절 근로자는 최대 8개월가량만 한국에 머물 수 있는데, 불법 체류자가 돼 적발되지만 않으면 그보다 오래 일하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삼척에서 만난 메리골드 씨(37)는 “불법 체류자가 돼 일하는 편이 급여도 더 많이 받을 수 있다. 공장에 취직하면 아무래도 논밭보다는 근무 환경이 낫다”고 말했다. 삼척시 하장면의 딸기 하우스에서 일하고 있는 시나 마리즈 씨(32)는 “고용인과 소통이 잘되지 않아 서로 오해가 쌓이거나, 농사일이 힘들어서 도망가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고흥서도 이탈… 농어민 부담으로 외국인 계절 근로자 제도 자체가 동남아 등지에서는 한국에 불법으로 정착할 수단으로 통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국내외 유학 및 근로 인력 송출 사업을 하는 김모 씨는 “베트남 등 동남아의 경우 한국 취업 비자를 받기 어렵다 보니 상대적으로 입국이 쉬운 계절 근로자 제도로 입국한다. 도망갈 생각으로 지원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전남 고흥경찰서에 따르면 고흥 지역의 한 김 가공 공장에서 지난해 네팔 출신 계절 근로자 15명 중 14명이 출국을 앞두고 돌연 행방을 감췄다. 이들은 김 작황이 좋지 않아 3개월밖에 일할 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주 A 씨는 “‘일을 그만두겠다’는 말도 없이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은 잠적한 계절 근로자 14명이 불법 체류자이지만 휴대전화 추적 등은 힘들어 소재 파악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고흥군 관계자는 “돈을 더 벌기 위해 한국에 있는 네팔 사람들과 연결돼 불법 체류자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인력이 부족한 농번기, 어번기 계절 근로자의 이탈은 농어민 부담으로 다가온다. 5명의 계절 근로자를 고용했지만 모두 이탈한 삼척 농민 최을식 씨(62)는 “인력사무소를 통해 추가로 인력을 구해야 하는데 소개비만 1인당 150만 원”이라며 “쪽파 한 망(약 400∼450kg)에 1000만 원인데, 이번 이탈로 12망 작업을 못 했다. 1억2000만 원을 손해 본 것”이라고 말했다. ● 관리주체, 지자체에서 중앙정부로 바꿔야 외국인 계절 근로자 프로그램은 법무부가 주관하고 지방자치단체가 진행한다. 외국인 근로자들은 한국에 입국하기 전 배정심사협의회를 통해 일할 지역을 미리 배정받는다. 계절근로 비자(E-8) 등을 받아야 하며, 지자체마다 배정 인원도 정해져 있다. 이 때문에 무단으로 직장, 지역을 벗어나면 불법체류가 된다. 현재 계절 근로자 관리는 대부분 지자체가 맡고 있다. 계절 근로자의 도입 주체는 기초지자체장(시장, 군수)이다. 해외 지자체 업무협약(MOU) 및 관리도 지자체 공무원이 전담한다. 강원도의 한 군에서는 계절 근로자 담당 직원 1명이 500명이 넘는 외국인의 출입국부터 민원, 교육 등을 전담하고 있다. 지난해 강원도에는 3132명의 계절 근로자가 들어왔는데 이 중 618명(19.7%)이 이탈했다. 석성균 강원도 농정국장은 “본격적인 수확기를 맞아 계절근로자의 무단 이탈을 방지해 농업인이 안심하고 농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적극 힘쓰겠다”고 말했다. 외국 현지에서 근로자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한국에 입국시킬 수밖에 없는 구조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동열 고랭지채소 삼척시 연합회장은 9명의 필리핀 계절 근로자를 데려왔지만 이 중 4명은 무단 이탈, 4명은 자진 귀국해 큰 손해를 봤다. 이 씨는 “필리핀 입장에서는 인력을 보내기만 하면 그만이라 어떤 근로자가 들어올지는 복불복인 셈”이라고 말했다. 이탈한 근로자가 자칫 국내에서 범죄에 연루될 경우 치안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농촌에서 일하는 태국인 일부가 신종 마약 야바를 농촌지역에 퍼뜨리다 6월 적발됐다. 경북 의성군, 전남 완도군 등은 지역 내 계절 근로자를 대상으로 마약 검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조영희 이민정책연구원 교육연구실장은 “계절 근로자 제도를 1, 2명의 지자체 공무원이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중앙 부처 차원의 지원을 통해 제도가 전문적이고 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척=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춘천=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2023-08-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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