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건너는 법[이준식의 한시 한 수]〈354〉

  • 동아일보

사귐은 서로를 알아주는 데 있으니, 골육이라 해서 꼭 친하단 법은 없지.

달콤한 말엔 참됨이 없고, 야박한 세상에는 소진 같은 자가 많지.

바람 따라 잠시 눕는 풀도 있고, 부귀에 실려 하늘로 날아오르는 풀도 있지.

산마루 큰 나무를 보지 못했는가. 꺾이면 내려와 장작이 될 뿐이라네.

왜 기꺼이 우물 속 진흙으로 남느냐고? 밖으로 올라와도 결국 먼지가 되고 말지.

(結交在相知, 骨肉何必親. 甘言無忠實, 世薄多蘇秦. 從風暫靡草, 富貴上昇天.

不見山巓樹, 摧杌下爲薪. 豈甘井中泥, 上出作埃塵.)

―‘공후요(箜篌謠)’ 한대 민가


친교는 상대를 알아주는 데서 시작한다. 마음이 엇갈리면 피붙이도 남이 되지만 마음이 통하면 남도 지기가 된다. 이 노래는 그런 세상 인심을 서정 대신 생활의 문장으로 보여준다. 달콤한 말을 경계하라. 상대는 듣기 좋은 말로 그대의 경계를 풀고, 그 틈으로 자기 이익을 넣는다. 말솜씨가 진정성까지 담보하진 않는다. 이에 가창자는 유세(遊說)의 달인 소진(蘇秦)을 들어 ‘말 속에 숨겨진 마음’을 경계하라 일깨운다.

처세의 비유가 흥미롭다. 바람에 잠시 눕는 풀은 다시 일어서지만, 바람을 타고 ‘하늘로 날아오른 풀’은 뿌리가 끊긴다. 큰 나무도 한 번 꺾이면 땔감이 된다. 진흙 이야기도 씁쓸하다. 해방을 꿈꾸며 우물 밖을 나서지만 결국은 흙먼지로 소진(消盡)되고 만다. 높음은 위엄이면서 동시에 표적이다. 세상살이는 높이보다 무게로 건너야 한다는 교훈이다.

#친교#진정성#소진#처세#비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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