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달그믐은 늘 ‘붙잡고 싶은 시간’이다. 한 해의 끝을 시인은 깊은 골짜기로 미끄러져 들어가는 긴 뱀에 비유했다. 이미 몸통의 절반이 사라졌는데, 꼬리를 묶어 본들 무슨 소용이랴. 그럼에도 아이들은 졸음을 억지로 밀치고, 어른들은 닭 울음과 시각을 알리는 북소리에 마음이 조급해진다. 우리에게도 수세·제야·해지킴이 있었다. 잠들면 눈썹이 센다는 말로 아이들을 깨워 두고, 부엌과 곳간, 마루와 외양간까지 불을 밝혔다. 이 풍속은 가족이 함께 앉아 묵은해를 정리하고 새해를 준비하자는 것이었다. 요즘은 수세를 말해도 대개 스마트폰이 곁에 따라붙는다. 그러다 보면 밤샘이 기다림이 아니라 그저 시간 소비로 끝나기 쉽다. 이 밤만큼은 화면을 내려놓고 올해 놓친 것과 내일 시작할 것을 짚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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