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태극기와 검찰 깃발이 나란히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명한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과 조상원 4차장검사 사직서가 수리됐다. 2025.06.04. [서울=뉴시스]
대장동 항소를 포기하게 된 과정을 설명해 달라는 입장문을 냈던 김창진·박현철 검사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이들은 11일 인사에서 한직으로 분류되는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발령났다.
김 검사장은 이날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마지막 인사를 전하는 글을 올리며 “검사는 정의라는 가치를 공유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존재한다”며 “검사를 두려워하는 것은 오직 범죄자들이다. 우리는 정의를 해치는 그 범죄자들이 아니라 국민을 두려워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 사건, 조국 전 법무장관 사건,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사건 수사에 관여하게 되며 양쪽 진영으로부터 번갈아 정치 검사라는 비판을 받았다”며 “그 과정에서 권력자는 한결같이 검찰을 본인들의 손아귀에 넣으려고 하고, 국민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늘 자신과 측근을 지키는 데 권력을 남용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김 검사장은 “검사가 결정하는 업무에는 늘 외압이 따르기 마련이다. 외압은 무도한 협박보다는 달콤한 유혹의 형식으로 행해지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며 “검사는 절대로 외압에 굴복하고 이용당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검사들을 향해 “정의로워야 하고 정의롭게 보여야 한다. 그것을 제대로 하라고 신분 보장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선 검찰청에서, 대검찰청에서, 법무부에서 맡은 업무 내용과 지위는 달라도 검사는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히고 정확한 법리를 적용해 올바른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검사장은 “쉬운 길이라면 모두가 그렇게 하겠지만, 너무 힘들어 아무나 쉽게 갈 수는 없는 길이다. 그렇지만 도전하면 충분히 가실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며 “검사로서 이 사회의 정의를 실현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참 값지고 멋있는 일이다. 검사님이 뚜벅뚜벅 걸어가실 길을 진심을 담아 응원한다”고 했다.
박 검사장도 “오늘 사직서를 제출했다. 2002년 2월 검사의 직에 나섰고 이제 마지막 인사를 드린다”며 “고위 간부가 된 뒤에는 후배들과 검찰 구성원들께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했다. 구성원들이 명예와 양심을 지키며 일할 수 있는 직장이 되고, 스스로 존재 가치를 입증해 내는 여건을 만들자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박 검사장은 “그러나 이제 이 불민한 검사장이 마지막 소임마저 다 마치지 못한 채 형사사법체계 붕괴의 격랑 속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계신 검찰 가족들께 깊이 죄송하다”며 “대한민국 검찰이 끝까지 국민의 인권을 지키고, 범죄에 단호히 대응하며, 정의를 실현하는 든든한 기둥으로 남아주길, 앞선 분들이 피땀 흘려 지켜 온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흔들리지 않고 이어지길”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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