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엄마라고 미안해 마세요, 바쁜 모습이 훌륭한 교육입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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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여성 위한 커리어 멘토링 콘서트
지난해 경력단절 여성 150만 명… 절반 정도가 육아 위해 일 포기
여가부, 경단예방에 정책 집중… 온라인으로 진행한 멘토링 콘서트
윤여순 비즈니스 코치 등 멘토 5명… 여성의 다양한 직장 고민에 조언

7일 여성가족부가 개최한 ‘일하는 여성을 위한 커리어 멘토링 온라인 콘서트’에서 LG그룹 최초의 여성 임원 출신인 윤여순 비즈니스 코치가 ‘당신도 리더가 될 수 있다’는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여성가족부 제공
7일 여성가족부가 개최한 ‘일하는 여성을 위한 커리어 멘토링 온라인 콘서트’에서 LG그룹 최초의 여성 임원 출신인 윤여순 비즈니스 코치가 ‘당신도 리더가 될 수 있다’는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여성가족부 제공
“일하는 엄마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자신이 일을 하는 게 아이의 성장에 방해될 것이란 죄책감을 갖지 마세요. 일하는 엄마의 모습은 그 자체로 아이에게 훌륭한 교육입니다.”

윤여순 전 LG아트센터 대표가 워킹맘들에게 당부한 말이다. LG그룹 최초의 여성 임원이었던 윤 전 대표는 현재 비즈니스 코치로 활동 중이다. 그는 7일 경력단절예방의 날을 맞아 여성가족부가 개최한 ‘일하는 여성을 위한 커리어 멘토링 온라인 콘서트’ 무대에 섰다. ‘당신도 리더가 될 수 있다’는 주제로 강의한 윤 전 대표는 경력단절에 내몰리기 쉬운 워킹맘들에게 “일을 사랑하는 엄마로 사는 건 쉽지 않지만 (어려움을) 딛고 일어서면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전했다.

○“엄마가 행복해야 더 큰 사랑 줄 수 있어”

“콜센터에서 2년째 근무하고 있는데 직원, 엄마, 아내의 역할을 모두 잘하고 싶은 마음이 저를 힘들게 해요. 일과 육아 사이에서 적절히 시간 관리를 잘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워킹맘 A 씨)

이날 콘서트에 앞서 여가부에 접수된 일하는 여성들의 직장생활 사연 중 하나다. 일과 가정 사이에서 지친 워킹맘부터 조직 내 성차별로 스트레스를 느끼는 이들까지 다양한 고민이 접수됐다. 이에 대해 윤 전 대표를 비롯해 배현미 롯데시그니엘 부산 총지배인, 김지예 잡플래닛 운영이사, 박혜은 더스크린 편집장, 박상미 더공감 마음학교 대표가 각자의 경험과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조언을 건넸다.

김 이사는 A 씨에게 “가족들에게 ‘일하는 엄마이자 아내’라는 인식을 정확하게 심어주자”고 조언했다. “제가 아들에게 ‘배드민턴 치러 갈래’라고 말하면 오히려 아이가 ‘엄마, 이 시간에 배드민턴 치면 내일 출근하기 힘들 텐데’라고 합니다. 매일 퇴근 후 3시간씩 아이들과 놀아주고 있었다면 2시간으로 줄이고 1시간 동안 아이는 공부를, 엄마는 일하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인식이 바뀌면 가족들도 엄마를 배려하기 시작할 겁니다.”

박 대표는 “책임감이 지나치게 강하고 완벽주의가 심한 엄마를 둔 아이들이 상대적으로 덜 행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스스로 부족하다는 생각이 아이에게 짧은 시간 동안 많은 걸 해주고 싶다는 욕심으로 이어지고 결국 마음처럼 되지 않으면 아이에게 화를 내는 일까지 생긴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다 잘하고 싶은데 그게 안 돼서 미안하고 힘들다. 도와 달라’고 솔직하게 이야기하자. 스스로 행복해야 가족에게도 더 큰 사랑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경력단절 극복 위한 맞춤형 서비스 추진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의 경력단절 여성은 약 150만6000명이다. 15∼54세 기혼여성 857만8000명의 약 18%다. 여성들이 일을 그만둔 이유로는 육아(42.5%)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결혼(27.5%)과 임신·출산(21.3%)이 그 뒤를 이었다.

여가부는 여성의 경력단절을 막기 위해 예방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전국 159개 여성새로일하기센터(새일센터) 중 75개소에서 경력단절예방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인사 및 노무 상담, 취업자 간담회와 멘토링 등을 통한 직장 복귀 지원, 직장문화 개선 지원 등이 이뤄지고 있다.

B 씨(33·여)도 다니던 직장에서 부당해고를 통보받으면서 경력단절의 위기에 처했지만 새일센터의 도움으로 계속 근무를 할 수 있게 됐다. 올 6월 희망퇴직을 강요받은 B 씨가 이를 거절하자 회사는 재택근무를 조건으로 입사한 B 씨에게 본사 출근을 통보했다. 본사가 있는 서울과 멀리 떨어진 곳에 살아 사실상 출퇴근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을 회사도 알고 있었지만 B 씨를 해고할 목적으로 내린 조치였다. B 씨는 새일센터를 통해 노무사 상담을 받고 회사에 대응했다. 그 결과 회사는 본사 출근을 철회했고 B 씨는 원래대로 재택근무를 할 수 있게 됐다. 이처럼 새일센터를 통해 경력단절예방 사업 지원을 받은 여성은 지난해 기준 4만7887명. 직장문화 개선 컨설팅 등의 사업 지원을 받은 기업은 1801곳이다.

여가부는 내년부터 임신과 출산, 육아, 직장 복귀 등 경력단절 위기를 겪는 단계별로 맞춤형 모델을 개발해 지원하는 서비스도 시범 운영할 예정이다. 정영애 여가부 장관은 “일하는 여성들이 경력단절을 겪는 일 없이 지속적으로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일하는 엄마#경력단절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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