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오지도 않은 손님이 싫어한다며…” 안내견 내쫓은 식당 공분

  • 동아닷컴
  • 입력 2021년 5월 25일 17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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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채널 원샷한솔 캡처
유튜브 채널 원샷한솔 캡처
한 프랜차이즈 식당이 시각장애인 안내견의 출입을 거부해 논란이다. 본사 측은 서둘러 사과문을 내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25일 시각장애인 유튜버 김한솔 씨가 운영하는 원샷한솔 채널에는 ‘[실제상황] 안내견과 식당에서 쫓겨났습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을 보면 김 씨가 한 식당 앞에 서서 “밥을 먹으러 왔는데 저희가 밥집에서 쫓겨났다”며 촬영을 시작하자 이를 발견한 식당 업주는 “말씀 그렇게 하시면 안된다”며 항의한다.

이에 김 씨는 카메라를 끄고 식당 업주에게 안내견 식당 입장에 대해 재차 설명을 했지만 재차 거부당했다고 한다. 이후 대화 중간부터 녹음한 내용을 공개했다.

녹취에서 김 씨는 “애완견이 아니고 안내견이다. 법적으로 (입장이) 된다”고 말하자 식당 업주는 “알고는 있다. 제가 거부하는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김 씨가 “지금 하는게 거부다”라고 지적하자 식당 업주는 “그렇게 협박하면 안된다. 저도 강아지 엄청 좋아한다. 집에서 강아지 키운다. 그런데 영업이지 않느냐. 저는 어쩔 수가 없다. 손님이 안된다고 한다”고 했다.

하지만 식당에는 손님이 아직 아무도 오지 않은 상황이었다. 김 씨가 “지금 손님이 안 계시지 않느냐”고 하자 식당 업주는 “지금 있는 손님을 이야기하는게 아니지 않느냐. 양해를 해주셔야 한다. 죄송하다”며 안내견 입장을 재차 거절했다.

김 씨가 “저희도 식사를 해야하지 않느냐”고 하자 식당 업주는 “안내견을 바깥에 잠깐 묶어놔주면 안되냐”는 답을 하기도 했다.

결국 김 씨 일행은 다른 식당을 찾아 떠났다.

김 씨는 영상에 첨부한 글을 통해 “식당에서 밥을 먹으러 가는 우리의 과정이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상이 되었으면 좋겠다”며 “처음 방문하는 식당에서는 항상 거부당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식당에 들어서게 된다. 안내견의 출입에 대한 실랑이는 익숙한 일이다. 하지만 긴 설명과 대화 끝에도 변함없이 거부를 하시는 식당은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식당에서 안내견 출입을 거부했을 때, 저희가 그냥 포기하고 다른 식당에 간다면 안내견은 ‘거부해도 된다’는 인상을 주는 동시에, 안내견 출입이 ‘선택과 호의’의 문제로 여겨질 수 있다. 그래서 저희도 긴 시간과 감정을 들여 설명드리고, 대화를 이어간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영상 속 식당에서는 안내견 출입에 대한 법과 과태료, 유튜버이기 때문에 영상을 업로드할 것이라는 말씀을 모두 드렸음에도 안내견 거부의 입장을 유지했다. 그로 인해 영상을 업로드하고, 안내견 거부 신고 절차를 진행하게 됐다”며 “이 영상을 통해 안내견은 어디든 출입할 수 있다는 것이 더욱 널리 알려지기 바라는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이 영상은 온라인을 통해 확산하면서 누리꾼들의 공분을 샀다. 누리꾼들은 “안내견이 저 분의 눈인데, 다리 불편한 사람한테는 휠체어를 밖에 두라고 할 거냐”, “차별을 당당하게 양해해 달라고 말한다”, “컴플레인 거는 손님의 입장을 거부해야하는 게 맞는것 아니냐”고 식당을 비판했다.

해당 식당이 특정 프랜차이즈의 직영점이라는 사실을 알아낸 일부 누리꾼들은 불매운동을 공론화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본사 사과문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본사 사과문
논란 확산에 본사 측은 이날 오후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송파구에 위치한 매장에 시각장애인과 안내견의 출입을 자제하는 직원의 모습을 유튜버 영상으로 확인했다. 이유가 무엇이든 시각장애인과 안내견의 출입을 자제하는 일은 잘못된 행동”이라며 사과문을 게재했다.

그러면서 “시각장애인 분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현재 송파구청 관계자가 방문했고, 해당 직원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며 시각장애인 분에게 사죄를 구하고 있다. 또한 본사에서도 위 내용을 토대로 공문 작성 후 전국 가맹점에게 교육 자료를 배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사과문에도 “영상보니 내쫓더만 무슨 자제냐. 명확하게 적어달라”, “성의가 없다”,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는 등의 비판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반려견의 출입이 허용되지 않는 장소라도 장애인 보조견은 법적으로 출입이 허용된다. 시각장애인에게 보조견은 한 몸과 같은 존재이기 때문에 출입을 함부로 막거나 분리시키려는 행위가 법으로 금지돼 있는 것이다.

장애인복지법 제40조는 ‘누구든지 보조견표지를 붙인 장애인보조견을 동반한 장애인이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거나 공공장소, 숙박시설 및 식품접객업소 등여러 사람이 다니거나 모이는 곳에 출입할 때 정당한 사유없이 거부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이를 위반하면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앞서 지난해 롯데마트에서도 한 직원이 안내견 훈련을 받고 있는 예비 안내견 출입을 거부한 후 항의가 빗발치자 롯데마트 측은 SNS에 공식 사과문을 게재한 바 있다.

김진하 동아닷컴 기자 jhji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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