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교사와 학생들, 책 번역한 수익 앰네스티에 기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27일 10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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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를 25일 방문해 번역한 책 ‘나를 점프해’의 인세를 전달한 이태구 교사, 윤하린 권다원 씨와 이경은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사무처장(왼쪽부터).    

이태구 교사 제공
서울 종로구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를 25일 방문해 번역한 책 ‘나를 점프해’의 인세를 전달한 이태구 교사, 윤하린 권다원 씨와 이경은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사무처장(왼쪽부터). 이태구 교사 제공
“선생님과 학생들이 책을 번역해 출간한 수익을 기부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어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은 결과물을 통해 얻은 귀한 수익을 기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경은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사무처장은 25일 조금 특별한 손님들을 맞았다. 이태구 전 고양국제고등학교 체육교사(현 백신중학교 교사)와 권다원 윤하린 씨가 서울 종로구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를 방문해 번역한 책 ‘나를 점프해’(꿈엔비즈)의 인세를 전달한 것.

이 책은 스타 농구 선수이자 미국 대통령 예비선거에 도전했던 빌 브래들리가 삶의 가치에 대해 쓴 ‘Values of the Game’을 옮겼다.
이태구 교사와 고양국제고등학교 번역동아리 ‘The Renders’(번역자들)
학생들이 번역해 출간한 ‘나를 점프해’ 표지.
이태구 교사와 고양국제고등학교 번역동아리 ‘The Renders’(번역자들) 학생들이 번역해 출간한 ‘나를 점프해’ 표지.

이 교사는 고양국제고등학교에 근무하던 중 2017년 학생 13명과 함께 번역동아리 ‘The Renders’(번역자들)를 만들고 ‘Values of the Game’을 번역했다. 미국 상원의원을 지낸 브래들리는 농구를 하며 깨달은 원칙이 삶의 모든 순간에 적용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에 열정, 규율, 이타심, 존중, 통찰력 등 10개 가치에 대한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풀어내 책을 출간했다.

“스포츠가 인생에 필요한 역량을 키우는데 어떻게 기여하고 사회생활에서 어떤 방식으로 작용했는지를 잘 보여주는 책입니다. 삶에 대한 안목을 향상시켜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고요.”

이 교사의 설명이다. 학생들은 번역가에게 번역의 기본과 함께 번역 작업을 할 때 주의할 점에 대해 배운 뒤 번역을 시작했다. 대학 입시 준비를 하며 번역하는 건 만만치 않았다. 학생들은 빡빡한 일정을 쪼개 각자 번역을 한 뒤 소그룹 토론을 하며 보완했다. 전체 회의도 열어 단어, 문장에 대해 꼼꼼하게 논의했다.

8개월 넘게 바짝 매달린 끝에 번역 작업을 마칠 수 있었다. 이들은 “끝까지 번역을 마무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지만 완주하고 나니 한 단계 성장해 있는 스스로를 발견했다. 그리고 영어를 바탕으로 한국어를 더 깊이 배울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나를 점프해’를 번역한 고양국제고등학교 번역동아리 ‘The Renders’(번역자들)의 학생들과 이태구 교사(앞 줄 왼쪽에서 두 번째)가 2018년 함께 한 모습. 

이태구 교사 제공
‘나를 점프해’를 번역한 고양국제고등학교 번역동아리 ‘The Renders’(번역자들)의 학생들과 이태구 교사(앞 줄 왼쪽에서 두 번째)가 2018년 함께 한 모습. 이태구 교사 제공

당시 고교 3학년으로, 동아리 부장을 맡았던 권다원 씨(고려대 경영학과)는 “번역할 때만해도 책이 판매돼 인세를 기부까지 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동아리 활동 당시 고교 1학년이었던 윤하린 씨(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이론과)는 “중학교 때까지 체육도, 스포츠도 좋아하지 않았는데 책을 번역하면서 스포츠에 관심을 갖게 됐다. 삶의 가치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The Renders’ 멤버로 함께 번역한 이들은 남상범 문류빈 윤하은 이규리 이우일 신현재 이정현 황정윤 정새롬 최다인 홍지영 씨다.

권 씨는 올해 5월 군에 입대한다. 그는 “이 선생님이 ‘책이 계속 판매되면 2년마다 앰네스티에 기부하러 가자’고 하셨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제대 후 다시 기부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

2018년 출간된 ‘나를 점프해’는 학교에서 독서교육 교재로 사용되는 등 독자들에게 꾸준히 좋은 반응을 얻어 현재 1000권 넘게 판매됐다.

현재 이 교사는 동료 교사들과 함께 ‘나를 점프해: 스킬편-스포츠가 청소년에게 알려주는 10가지 삶의 가치’를 집필하고 있다. 교사들이 ‘나를 점프해’를 독서교육에 활용할 경우 책에서 언급한 열정, 규율, 이타심 등 10가지 가치를 익힐 수 있도록 다양한 학습 방법 및 자료로 안내하는 내용을 담았다. 인문적 체육 학습을 위한 시도로, 올해 4월 출간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나를 점프해: 스킬편’의 인세 역시 국제엠네스티에 기부하기로 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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