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효림

손효림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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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손효림 기자입니다.

aryssong@donga.com

취재분야

2024-06-27~2024-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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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그니엘 서울, ‘세계 100대 호텔’ 선정

    시그니엘 서울이 글로벌 여행 전문지 ‘트래블 앤 레저’ 주관 ‘월드 베스트 어워드 2024’에서 ‘세계 최고 100대 호텔’에 선정됐다. 시그니엘 서울은 23일 “세계 100대 호텔에 이름을 올린 건 국내 특급 호텔 가운데 최고 성적”이라고 밝혔다. 미국 뉴욕에서 발행되는 트래블 앤 레저는 매년 세계 독자 18만 명을 대상으로 월드 베스트 어워드 설문조사를 실시한다. 호텔 부문에서는 객실, 부대시설, 서비스, 다이닝 등을 종합 평가해 최고 호텔과 리조트를 선정한다. 국내 최고층이자 최고급 시설을 갖춘 시그니엘 서울은 100층 로열 스위트를 비롯해 모든 객실에서 서울 시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이 압도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부대시설과 서비스도 우수하다고 호평했다. 아로마 세러피를 즐길 수 있는 ‘리트릿 시그니엘 스파’와 투숙객 전용 라운지 ‘살롱 드 시그니엘’ 같이 품격 있고 여유롭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환경도 높이 평가했다. 트래블 앤 레저 리즈 권 작가는 모던 프렌치 레스토랑 ‘스테이’를 소개하면서 “인생 최고의 달걀 요리였다”고 밝혔다. 배현미 시그니엘 서울 총지배인은 “시그니엘 서울에서만 즐길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임직원이 고민해 온 결과가 수상으로 이어져 기쁘다”며 “시그니엘 서울만의 철학을 집약한 서비스를 계속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시그니엘 서울은 이번 100대 호텔 선정을 기념해 일부 객실에 대해 객실 타입 또는 전망 2단계 업그레이드 혜택을 제공한다. 시그니엘 서울 공식 홈페이지에서 리워즈 회원으로 가입한 후 이용 가능하다. 예약할 때는 업그레이드된 객실을 선택하면 된다. 8월 31일까지 예약할 수 있고 투숙 기간은 9월 30일까지다. 시그니엘 서울은 지난해 글로벌 여행 전문지 ‘콘데 나스트 트래블러’가 주관하는 ‘2023 리더스 초이스 어워드’에서 국내 호텔로는 처음이자 유일하게 ‘세계 최고 50대 호텔’에 선정된 바 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4-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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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지(夏至)엔 햇감자에 맥주 어때요?”…절기별 즐거움 담은 에세이 ‘제철 행복’[손효림의 베스트셀러 레시피]

    [손효림의 베스트셀러 레시피]많은 사람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는 베스트셀러. 창작자들은 자신이 만든 콘텐츠가 베스트셀러가 되길 꿈꾸지만, 실제로 실현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이 희귀한 확률을 뚫고 베스트셀러가 된 콘텐츠가 탄생한 과정을 들여다본다. 창작자의 노하우를 비롯해 이 시대 사람들의 욕망, 사회 트렌드 등을 확인할 수 있다.정신없이 고단한 하루를 보내는 당신. 오늘 자그마한 기쁨을 누린 순간이 있는가. 행복은 멀리 있는 게 아니다. 기분 좋은 순간순간이 쌓여 행복을 만든다.자연이 선사하는 계절의 감각을 느끼며 즐거움을 찾는 것도 방법이다. 김신지 작가(40)는 에세이 ‘제철 행복’(인플루엔셜)에서 한 해를 이루는 24절기별로 즐길 거리를 제안한다. 작은 더위 속 장마가 찾아오는 소서(小暑·7월 7일 무렵)엔 비 내리는 풍경을 보기 좋은 나만의 ‘비멍당’을 찾아보고, 여름에 이르러 낮이 가장 길어지는 날인 하지(夏至·6월 21일 무렵)엔 햇감자로 만든 음식과 맥주를 맛보자고. ‘제철 행복’은 올해 4월 출간된 지 두 달 만에 2만 권이 판매됐다.(국내 출판계의 베스트셀러 기준은 책 판매량 1만 권이다.) 판매 속도는 지금도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독자들은 ‘마음에 쉼을 가져다준다’, ‘계절마다 아껴가며 읽고 싶은 책’이라고 말한다. 김 작가를 16일 전화 인터뷰하고 이 책의 편집자인 허문선 인플루엔셜 편집3팀장(39)을 서울 서초구의 한 카페에서 15일 만났다.●행복의 단위, 절기일상 속 작은 기쁨을 찾는 걸 중요하게 여기는 김 작가는 계절마다 즐기는 것에 대해 써보기로 했다. 처음에는 사계절을 생각했지만 계절별 구분은 신선하게 여겨지지 않았다. 월별로 할 수 있는 것도 떠올렸지만 멋이 없는 것 같았다. 고민하며 달력을 계속 들여다보던 그의 눈에 절기가 들어왔다.“일년이 24절기로 이뤄져 있으니까 절기로 구분 지어 글을 써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경북 문경에서 농사를 지으시는 부모님이 ‘소만(小滿)에 모내기 하고 망종(芒種)에 보리 거두고’ 같은 이야기를 일상적으로 나누시거든요. 제가 열아홉 살까지 문경에서 자라 절기에 맞춰 제철 식재료를 먹었고요. 절기는 아주 친숙해서 ‘이거다!’ 싶었죠.”김 작가는 온라인 서점 예스24에서 만드는 소식지 ‘채널예스’에 절기별로 누리는 행복에 대한 글을 10회 연재했다. 이를 눈 여겨 본 허 팀장이 김 작가에게 출간을 제안했다. 연재한 10개 절기에 나머지 14개 절기를 더해 24절기를 모두 담은 책을 만들자고. 허 팀장은 김 작가의 글을 구독하고 북토크에 참여하는 등 그의 팬이라고 했다. 김 작가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기록하기로 했습니다’, ‘평일도 인생이니까’, ‘좋아하는 걸 좋아하는 게 취미’ 등을 출간했고 여러 권이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페이퍼’, ‘대학 내일’ 등에서 에디터로 일하다 전업 작가가 됐다. 허 팀장은 김 작가의 글에 대해 “읽고 나면 행동하고 싶게 만드는 힘이 있다”고 했다. “작가님이 연재한 글은 보자마자 끌렸어요. 제철 행복이라는 게 빛나는 콘셉트잖아요. 제철 행복이라 명명함으로써 지금 챙겨야 하는 행복이 있다는 게 좋았어요. 젊은층은 절기처럼 오래된 것에 신선함을 느끼고 소소한 즐거움을 통해 삶을 행복하게 꾸려갈 방법에 대한 관심이 높기에 그에 딱 맞는 책이라 판단했죠. 물론 작가님에 대한 ‘팬심’도 작용했고요.(웃음)”김 작가는 연재를 할 때 단행본 출간을 염두에 뒀다고 한다. 작업을 같이 해보지 않은 허 팀장의 제안을 받아들인 이유는 뭘까.“애정을 갖고 책에 대해 기획하신 게 느껴졌어요. 절기별로 일러스트를 넣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허 팀장님은 24개 절기 모두 일러스트를 배치하자고 하더라고요. 한 책에 일러스트를 24개나 넣는 게 출판사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결정이거든요. 제가 원하는 시기에 책을 출간할 수 있다고 한 점도 끌렸어요. 팀장님이 한 해 만드는 책이 4권이어서 (다른 출판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어) 한 책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는데 이 역시 매력적이었고요.” ● 나만의 꽃놀이 명소 찾고, 장마 전 자두 먹기 ‘제철 행복’은 24절기의 의미와 절기별로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을 담았다. 절기는 음력이 아니라 양력이며, 하루가 아니라 보름 남짓이다. 달력에 적힌 날짜는 절기가 시작되는 날이다. 천구상에서 태양이 1년에 걸쳐 이동하는 경로인 황도 한 바퀴(360도)를 15도 간격으로 나눠 구분한 게 24절기이기 때문이다. 4월 5일 무렵인 청명(淸明)은 산과 들에 꽃이 피어나는 맑고 밝은 봄날이다. 벚꽃을 즐기는 이들이 많은데, 소란함을 피해 자기만의 꽃놀이 명소를 찾아보고 누구와 언제 갈지 달력에 동그라미를 쳐놓자고 말한다. 절기별로 ‘제철 숙제’도 3개씩 제안한다. 청명에는 골목길이나 산책로에서 앞으로 1년 간 지켜볼 ‘내 나무’를 정해보고, 청명주와 진달래 화전을 대신할 꽃놀이 페어링 메뉴도 찾아보길 권한다. 까끄라기 곡식인 보리를 베고 모를 심는 시기인 망종(芒種)은 6월 5일 무렵으로, 부지런히 바깥을 즐기기 좋을 때다. 자신이 어디를 좋아하고, 뭘 하면 마음이 편해지며 무얼 먹으면 행복한지를 찾아보고 목록을 작성해보라고 말한다. 살구 자두 앵두처럼 장마 전에 먹어야 더 단 과일을 먹어보길 권한다.김 작가가 제안하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바쁜 일상에 지친 이들도 잠깐만 시간을 내면 마음을 여유롭게 만들 수 있다. 이는 직장 생활을 하며 김 작가가 오랜 시간 행복에 대해 고민한 데서 나왔다. “번아웃 돼 회사를 그만뒀어요. 회사에서의 마지막 2년은 정말 힘들었어요. 시간과 월급 중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죠. 결국 시간이 있는 삶을 선택했고요. 일에 치여 고단할 때도 오늘치의 기쁨은 작은 것이라도 스스로에게 챙겨줘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저만의 방식을 찾아나갔어요.”김 작가는 지금 이 순간을 천천히 음미하며 기쁨을 느끼면 조금씩 더 행복해 질 수 있을 거라 말한다. “비 오는 날 우리 동네 도서관 창가 자리 등 좋아하는 장소 목록이 있으면 일상이 풍요로워져요. 멀리 못 가도 이 계절에는 어디가 좋다는 걸 아는 거죠. 지금 무얼 하고 싶은지, 미루지 말고 챙겨야 할 기쁨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늘 살피며 지낼 수 있으면 좋겠어요.”김 작가는 대설(大雪·12월 7일 무렵)에 대해 이야기하며 눈 내리는 어느 날 종묘에 갔다. 그는 반드시 와야 할 곳에 제대로 찾아온 것 같아 기뻤다며 눈이 내리면 바로 떠올릴 수 있는 장소를 품고 살아가고 싶다고 말한다. 기자는 그의 안목에 감탄했다. 2021년 궁궐, 왕릉 관련 업무를 40년 가까이 한 나명하 당시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장을 인터뷰한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는 계절별로 가기 좋은 궁궐 등 곳곳을 추천하며 “겨울에 눈 내린 종묘의 고요한 정취는 꼭 한번 느껴보길 권한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고향에 내려가 남편과 함께 감자를 캐고 어머니와 고사리를 딴 일, 고향집에 제비가 집을 짓고 새끼들을 키운 풍경도 담았다. 산책하는 걸 좋아해 살고 있는 동네는 물론 새로운 곳에 가면 골목골목 누빈다. 계절에 따라 가까운 곳을 비롯해 전국 구석구석을 다닌다. “제가 만 보 이상을 수월하게 걷는 걸 보고 남편이 ‘시골에서 자라 체력이 좋은 것 같다’고 말해요. 농사일을 거들고 감자 박스도 많이 들고 날라서 생활 체력이 길러진 것 같긴 해요.(웃음)”●입하에 꽃보고 소서에 허브 음료 마시며 북토크 ‘제철 행복’은 대형 서점은 물론 동네 서점에서도 주문이 많이 들어온다고 한다. “지역 책방지기의 애정과 입소문으로 책이 나가는 게 참 귀하다고 생각해요. 독서 모임 책으로 선정됐다는 얘기도 자주 들어요. 북토크에 가면 ‘엄마와 같이 읽었다’, ‘딸이 보고 있어서 읽게 됐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아요.”(김 작가)“20, 30대에게 절기가 ‘힙하다’는 걸 알리고 싶었는데, 젊은층을 비롯해 다양한 연령대에서 호평해 주셔서 감사해요. 일러스트레이터인 요리 작가님이 예쁜 색감으로 아기자기하게 그림을 그려주셨어요. 책 표지인 춘분(春分·3월 20일 무렵)을 담은 그림에 봇짐 메고 길 떠나는 사람이 있는데 작가님이 이 그림처럼 북토크를 위해 전국을 다니게 됐어요.(웃음)”(허 팀장)북토크는 절기별 특성에 맞게 기획하기도 한다. 입하(立夏·5월 5일 무렵)에는 독자들과 꽃을 보러다녔다. 소서에는 수목원에서 기른 허브로 음료를 만들어 마셨다. 하지에는 김 작가의 부모님이 수확한 감자를 요리 공방을 운영하는 김 작가의 이모가 요리해 나눠 먹었다. 부모님이 기른 햇양파와 햇감자를 이날 기념품(?)으로 독자들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2010년부터 편집자로 일한 허 팀장은 ‘제철 행복’을 만들며 편집자의 역할에 대해 찬찬히 돌아보게 됐다고 한다. 그는 인문 예술 만화 요리 소설 등 여러 장르의 책을 만들었다. “작가 섭외, 트렌드 파악, 홍보 카피 쓰기, 독자 이벤트 기획 등 편집자에게 요구되는 능력이 많아 책을 만드는 게 어렵게 느껴졌어요. 김 작가님은 늘 기분 좋게 소통하고 글 분량이 많으면 ‘넘치니까 뺄게요’라며 마치 칼잡이처럼 자기 글을 확 빼는 걸 보고 놀랐어요. 작가님을 비롯해 일러스트레이터, 디자이너와도 손발이 척척 맞아서 책은 여러 사람들의 협업으로 만든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어요. 저는 편집자로서 그 사이에서 조율하는 역할을 잘 하면 된다는 생각을 했고요. 외롭고 버겁던 마음이 치유되는 걸 느꼈어요.”(허 팀장) 허 팀장 역시 우수(雨水·2월 19일 무렵)에 도다리쑥국을 먹고, 곡우(穀雨·4월 20일 무렵)에는 전과 막걸리를 즐기며 자연의 흐름에 따른 재미를 맛보게 됐다. “‘제철 행복’을 통해 김 작가님을 만나는 분들이 더 늘어났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앞서 출간한 책들도 읽게 되길 바랍니다. 시각이 참신한데다 글도 정말 잘 쓰기에 고정 독자층을 넘어 충분히 알려지게 만들자는 걸 저만의 목표로 삼았어요.”(허 팀장) “행복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는 사람은 행복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찾으려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구체적인 행복에 대해 잘 이야기하는 작가로 인식되면 좋겠어요. 독자들에게 손 내밀며 작은 것이라도 ‘이런 거 같이 해봐요’라고 얘기할 수 있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김 작가) ■‘제철 행복’(인플루엔셜·2024년)은….한 해를 구성하는 24절기의 의미와 절기별로 즐길 수 있는 일상 속 작은 즐거움을 담은 에세이다. 절기는 음력이 아니라 양력이고, 하루가 아니라 보름 남짓이다. 천구 상에서 태양이 1년에 걸쳐 이동하는 경로인 황도 한 바퀴(360도)를 15도 간격으로 나눠 구분한 것이 24절기이기 때문이다. 달력에 절기가 적힌 날짜는 절기가 시작되는 날이다.곡우(穀雨)는 4월 20일 무렵으로 곡식을 기르는 봄비가 내리는 때다. 좋아하는 식당을 찾아 미나리전과 비빔국수에 막걸리를 곁들이면 그만이다. 이른 봄에는 남쪽으로, 늦은 봄에는 북쪽으로 가면 봄꽃을 오래 즐길 수 있다. 가을철 단풍을 오래 보고 싶으면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면 된다. 단풍은 남하하기 때문이다. 절기별로 제철 숙제도 3가지씩 제안한다. 곡우에는 돌미나리전 먹기, 봄 산 바라보기, 3개월 뒤 나를 위해 즐거운 계획 세우기. 7월 22일 무렵인 대서(大暑)는 큰 더위와 열대야가 이어지는 여름날이다. 이토록 더운 건 무리하지 말고 쉬어가라는 의미라고 해석한다. 성실하게 살아왔다면 더욱 그래야 한다는 것. 바다 수영하기, 얼린 잔에 맥주 마시기 등 자신이 좋아하는 피서법을 적어보고 행동에 옮기면 된다. 처서(處暑)는 더위가 멈추며 가을이 깊어지는 때다. 8월 22일 무렵이다. 옛사람들은 옷, 책, 곡식 등을 마당이나 담벼락에 널어 햇볕을 쬐고 바람에 습기를 말리는 포쇄를 했다. 볕 좋은 날 바깥에 돗자리를 펴고 누워 눅눅한 몸과 마음을 말려보는 것도 방법이다. 경북 문경이 고향인 저자는 부모님이 농사를 짓기에 틈틈이 고향에 가 농사일을 돕고 제철 음식을 즐기는 풍경도 전한다. 자연이 선사하는 것 하나하나에 경탄하는 그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가까운 곳에 선물이 놓여 있음을 깨닫게 된다. 저자가 행복을 찾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날씨 좋은 날 점심 시간에 10분이라도 산책하고, 퇴근길에 맛있는 요리를 포장하면서 오늘 일과와 의무 사이에서 틈틈이 행복해지기. 몇 개월 뒤 좋아하는 숙소를 예약해두고 행복해질 시간을 미리 비워두기.잡지사 등에서 에디터로 일한 저자는 번아웃 끝에 퇴사해 전업 작가가 됐다. 회사를 다니는 동안 틈틈이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 왔기에 그가 절기에 따라 제안하는 방법은 거창하거나 어렵지 않다. 일상 속에서 맛볼 수 있는 작은 즐거움이 쌓이면 그게 행복이라는 걸 다정하게 알려준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4-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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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동네도 이런 서점 있었으면…소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손효림의 베스트셀러 레시피]

    [손효림의 베스트셀러 레시피]많은 사람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는 베스트셀러. 창작자들은 자신이 만든 콘텐츠가 베스트셀러가 되길 꿈꾸지만, 실제로 실현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이 희귀한 확률을 뚫고 베스트셀러가 된 콘텐츠가 탄생한 과정을 들여다본다. 창작자의 노하우를 비롯해 이 시대 사람들의 욕망, 사회 트렌드 등을 확인할 수 있다.조용한 동네, 서점이 문을 열었다. 아늑한 분위기에 손수 내린 커피도 마실 있는 곳. 서점을 운영하는 영주는 처음엔 넋 놓은 채 앉아 있었지만 차츰 생기를 찾는다. 사람들도 하나 둘 모여든다. 취업에 연이어 실패한 후 서점에서 바리스타로 일하는 민준,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부당한 대우에 분노해 회사를 그만 둔 후 명상과 뜨개질을 하는 정서, 모든 것에 의욕을 잃은 고교생 민철…. 이들은 조심스레 서로에게 다가가고, 가슴 속 응어리와 고민을 하나씩 풀어놓는다.소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이하 ‘휴남동 서점’)는 드라마틱한 서사는 없지만 어쩌면 어느 동네 서점에서 있을 법한 이야기를 잔잔하게 그렸다. 등장인물들은 있는 그대로 바라봐 주는 서로를 통해 조금씩 나아갈 힘을 얻는다. 황보름 작가(44)가 쓴 이 소설은 2022년 1월 종이책으로 출간되자마자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올해 6월 말까지, 2년 5개월간 국내에서 30만 권 넘게 판매됐다.(국내 출판계의 베스트셀러 기준은 책 판매량 1만 권이다.) 지금도 매달 3000권 넘게 나가고 있다. 25개국 이상에서 판권이 판매됐다. 영국, 일본, 브라질에서는 각각 3만5000권 넘게 나갔다. 올해 4월 일본 서점 대상 1위(번역 소설 부문)를 했다. 황 작가를 3일 전화 인터뷰하고 출판사 클레이하우스의 윤성훈 대표(40)를 경기 파주시에 있는 클레이하우스에서 2일 만났다. 교보문고를 비롯해 국내 주요 서점에서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한 클레이하우스는 뜻밖에도 1인 출판사였다. 컴퓨터공학과를 나온 황 작가는 LG전자에 입사해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7년간 일하다 회사를 그만두고 전업 작가가 됐다. 에세이 ‘매일 읽겠습니다’, ‘난생처음 킥복싱’, ‘이 정도 거리가 딱 좋다’를 출간했지만 그리 주목받진 못했다. 10년 가량의 작가 생활을 접고 2021년 다시 회사에 들어갔다. 어느 날, 밀리의 서재와 브런치가 주최한 전자책 출판 프로젝트 수상작으로 ‘휴남동 서점’이 뽑혔다는 연락을 받는다. 에세이가 잘 써지지 않아 ‘도망가자는 마음으로’ 쓴 첫 소설을 공모전에 출품해 ‘잭팟’을 제대로 터뜨린 것. ‘휴남동 서점’으로 황 작가는 다시 전업 작가가 됐다.황 작가는 소설 쓰는 법을 따로 배우지 않았다. 이 때문에 그가 재능이 뛰어나 장편 소설을썼다고 여기는 이들도 있다. “작법을 배울 때 단편 소설을 먼저 쓰고 그 다음 장편 소설을 쓰잖아요. 저는 그런 과정 없이 장편 소설을 썼으니까 재능이 있다고 여기는 것 같은데요, 그건 아닌 것 같아요. 제가 어릴 때부터 혼자 이야기 만드는 걸 엄청 좋아했어요. 한 번 드라마에 빠지면 대사를 포함해 모든 요소를 ‘나노 단위’로 파악할 정도로 몰입해요. 새로운 에피소드로 구성된 별도 회차를 혼자 만들 정도로 드라마에 푹 젖어들어요. 소설은 이야기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썼어요. 소설을 쓰는 기본 틀을 모르니까 자유롭게 쓸 수 있었죠.”초고를 쓰는 데 4개월 정도 걸렸다.(이후 퇴고하는데 시간이 더 걸렸다.) 오랫동안 머릿속으로 이야기를 자아내온 경험이 쌓이고 다져져 장편 소설을 단숨에 폭발하듯 써낼 수 있었으리라. “각 캐릭터의 이미지를 정하고 제가 정한 반경 안에서 캐릭터가 자유롭게 말하고 생각하게 했어요. 이 인물이 말을 툭 던지면 상대방도 캐릭터에 맞는 말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는 거예요. 그런 반응이 오가는 과정이 진짜 재밌었어요. 캐릭터들과 이야기가 점점 저를 이끌어 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죠.”전자책으로 만들어진 후 종이책으로도 출간해 달라는 독자들의 요구가 이어졌다. 당시 밀리의 서재는 지금과 달리 자체적으로 종이책을 만들지 않았다. 이에 출간을 제안한 곳은 2021년 문을 연 1인 출판사였다. 윤 대표는 “밀리의 서재와 프로젝트를 논의하던 중 제안을 받았다”고 했다. 규모 있는 출판사도 많은데 왜 클레이하우스를 선택했을까. 윤 대표는 “운이 좋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의 이력을 보면 이해가 된다. 2009년부터 웅진지식하우스, 인플루엔셜, 다산북스에서 편집자로 일한 그는 숱한 베스트셀러를 만들었다. 다산북스에서 팀장을 맡아 팀원들과 함께 펴낸 책이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야마구치 슈 지음·김윤경 옮김), ‘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전승환 지음)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김수현 지음)다. 이들 책은 모두 20만 권 넘게 판매됐다. 그는 “어떤 마케팅을 할 지 답이 보이는 책을 기획한다”고 말했다. ‘휴남동 서점’은 작품이 지닌 매력이 크다. 마케팅도 효과적이었다. 기자는 당시 “잡화점 백화점 편의점…이번엔 서점이다!”는 홍보 문구를 보고 감탄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히가시노 게이고 지음·양윤옥 옮김), ‘달러구트 꿈 백화점’(이미예 지음), ‘불편한 편의점’(김호연 지음)을 떠올리게 하며 ‘휴남동 서점’을 이들 대형 베스트셀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작품으로 여기게 한 것. 신간을 ‘빅4’로 엮은 카피와 주요 서점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곳에 홍보 문안을 배치한 점은 인상적이었다.(황 작가는 “윤 대표의 감각에 놀랐다. 한편으론 민망하고 걱정도 됐다. ‘사람들이 과연 이렇게 생각할까?’ ‘저들 책 정도로 호응이 없으면 어쩌지?’하며 고민했다”고 말했다.) 서점을 찾은 이들 상당수가 ‘휴남동 서점’을 살펴보는 모습을 봤다. 이에 출판사 이름은 생소하지만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곳일 거라 여겼다. 한데 아니었다. 윤 대표는 “서점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기에 서점을 찾는 이들에게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해 가장 돋보이는 곳에 홍보 문구를 배치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처럼 호응이 클 줄은 몰랐다고 했다. “책이 정말 재미있어 단숨에 다 읽었어요. 참 따뜻하더라고요. 손익을 따지기 전에 반드시 제가 출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윤 대표)그 안에 잠들어 있던 ‘문학청년’이 그를 뒤흔들었다. 연세대에서 영문학과 국문학을 전공한 그는 소설가를 꿈꿨다. 대학생 때 장편소설도 두 편이나 썼다. 하지만 한강 작가의 ‘소설쓰기’ 수업을 들으며 소설가는 자신의 길이 아님을 깨달았다. “한강 선생님은 제 글을 보시고 조용조용 팩트만 말씀해주셨어요. 다 맞는 말이었죠. 너무 설득되더라고요. 그래서 깨끗이 접었습니다.(웃음)” 편집자가 된 후 소설책도 펴냈지만, 1인 출판사를 만들 때 소설책은 내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문학전문 대형 출판사들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휴남동 서점’은 이런 결심을 곧바로 바꾸게 만들 정도로 그를 강렬하게 사로잡았다. 그가 예상한 판매량은 1만 권이었다고 한다. “종이책으로 출간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지만 실제 종이책 판매로 이어질지 확신하지는 못했어요. 하지만 책이 정말 좋아서 무조건 내기로 했죠. 출판사를 세운 후 네 번째 책이었어요.” 베테랑 편집자였지만 막상 출판사를 차리고 보니 세 번째 책부터는 겁이 났다고 한다. “몸담았던 출판사에서 즐겁게 일했어요. 다만 조직이 크다 보니 의사 결정을 하는데 시간이 걸려 제가 만들고 싶은 책을 바로바로 내고 싶어서 출판사를 세웠어요. 김선식 다산북스 대표님이 ‘잘 하겠지만, 2년 해보고 안 되면 돌아와라’고 하셔서 마음 편하게 시작할 수 있었고 여러 지원도 해주셔서 큰 힘이 됐습니다.”그래도 대표로서 책임져야 할 무게감은 컸다. 다행히 ‘휴남동 서점’은 독자 반응이 곧바로 왔다. “출간 후 2, 3주 지났을 때 황 작가님에게 ‘10만 부 가뿐히 넘어갑니다!’라고 말했어요. 제 희망이 반영된 숫자이기도 했고요.(웃음) ‘휴남동 서점’의 성공 덕분에 출판사를 운영할 수 있는 원동력이 생겨 안심이 되고 자신감도 생겼어요. 국내 문학 작품으로 1인 출판사를 할 수 있다는 것도 의미 있고요. 밀리의 서재와 브런치(카카오)라는 대형 플랫폼이 적극적으로 책 홍보에 나선 것도 도움이 많이 됐죠.” 판권 수출은 윤 대표도 예상치 못했다. 영국 유명 출판사 블룸스버리가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백세희 지음)를 출간해 성공한 뒤 또 다른 한국책을 찾던 중 ‘휴남동 서점’를 선택한 것. 지난해와 올해 런던도서전에서 블룸스버리는 ‘휴남동 서점’을 크게 홍보했다. 영어책 판매 물꼬가 트이자 일본 대만 말레이시아 스페인 브라질 폴란드 등 각국에서 연달아 판권을 사갔다. “중동까지 지구촌 대부분의 지역에 수출이 됐어요. 북유럽만 빼고요. 북유럽 사람들은 영어를 잘해서 영어책을 많이 본대요. 노르웨이어, 덴마크어 등 현지어로 번역하면 비용이 많이 들어 영어책에 비해 가격 경쟁력에서 밀린다고 해요. 그래도 북유럽까지 진출해 보고 싶습니다.”(윤 대표)황 작가는 해외 독자의 반응이 국내 독자와 비슷해 신기하다고 했다. “소셜미디어로 소감을 전해오는 해외 독자가 많아요. ‘깊은 우울감에 빠져 있었는데 책을 읽고 다시 올라올 수 있었다’는 말에 너무 감사했죠. ‘우리 동네에도 이런 서점이 있으면 좋겠다’고 한 독자들도 기억에 남아요. 그런데 책을 읽고 실제 서점을 내신 분들을 만나서 진짜 놀랐어요. 서점을 하고 싶었는데 오랜 시간 망설이다가 책을 보고 용기를 냈다고 하시더라고요. 제가 사는 곳에도 그렇게 서점을 내신 분이 있어요.”독자들은 황 작가에게 영주를 닮았다고 말한다고 한다. “영주는 저보다 사교적이고 좋은 사람이에요. 저는 (회사를 다니며 블로그를 운영하다 책을 내게 된) 승우와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쓸 때는 잘 몰랐는데, 돌이켜보니 소설을 썼던 그 때가 스스로를 위로하고 힘을 얻는 시간이었다는 걸 깨달았어요.”(황 작가) 황 작가는 소설 덕분에 ‘성덕’(성공한 덕후)이 됐다. “영주가 영국 그룹 킨(Keane)의 앨범 ‘호프스 앤드 피어스’(Hopes and Fears)에 빠져 매일 서점에 튼다는 내용이 나오는데요, 킨이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우리가 책에 나와 기쁘다’며 감사 인사를 올렸더라고요!”(황 작가) ‘휴남동 서점’은 올해 11월경 연극으로 무대에 오른다. “정말 기대돼요. 공연장에 가면 분명히 울 거예요. 제가 잘 울거든요. 울지 말자고 벌써부터 다짐하고 있어요.(웃음)”(황 작가) ‘휴남동 서점’은 후속작인 2편이 나올 가능성은 없을까. 윤 대표는 2편을 기대하고 있다. “영주를 비롯해 여러 인물들이 그 뒤 어떻게 살아가는지 궁금해 하는 국내외 독자들이 많아요. 저는 2편을 냈으면 좋겠는데 황 작가님은 좀 단호하시더라고요.”(윤 대표)황 작가는 2편 이야기가 머리에 안 들어온다고 했다. “이대로 끝내는 게 좋다는 생각이 들어요. 욕심으로 2편을 쓰진 말자고 생각해요. 다만, 뒷이야기가 떠오르면 쓰게 될 수는 있을 것 같아요.”(황 작가) 윤 대표는 출판사를 세운 후 지금까지 ‘비가 오면 열리는 상점’(유영광 지음), ‘마지막 마음이 들리는 공중전화’(이수연 지음) 등 총 22종의 책을 냈다. 그 중 절반은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소설, 인문, 에세이 등 여러 장르를 다루되 마냥 따뜻하기보다 구체적인 답을 줄 수 있는 ‘실용적인 따뜻함’을 전하는 책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윤 대표는 “출판은 최소한의 베이스캠프도 없이 해발고도 0에서 등반을 시작해야 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책은 내용이 모두 다르기에 마케팅도 그에 맞게 각각의 방식으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는 출판을 계속하고 싶다고 했다.“제가 머릿 속에 그린 일종의 세계관을 책으로 구현할 수 있다는 게 참 좋아요. 해외에 한국책을 알리는 것도 보람 있고요. 세상이 워낙 빠르게 변해서 나이가 들어도 잘 할 수 있을까 걱정은 되지만 현재에 집중하며 신나게 일하려고 해요. 최근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에서 20, 30대가 많이 와서 책을 보는 모습에 희망도 더 갖게 됐습니다.” 황 작가는 새 소설을 쓰고 있다. 초기 단계여서 내용을 밝히긴 어렵다고 했다. 그의 바람은 신뢰할 수 있는 작가가 되는 것이다. “첫 책을 낼 때 ‘작가로 더 알려진 후 독자들이 이 책을 보고 좋아하면 좋겠다’는 걸 목표로 삼았거든요. 한 권을 읽고 나면 다른 작품도 읽고 싶어지고, 제 이름으로 나온 책은 어떤 책을 사도 독자들이 흡족하게 여기는 글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클레이하우스·2022년)는….차분한 동네 휴남동에 문을 연 ‘휴남동 서점’. 서점을 운영하고 이 곳을 드나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잔잔하게 그리며 숨 쉴 틈 없이 빡빡하게 살다 지쳐 버린 이들이 서로를 통해 힘을 얻고 다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이야기를 그린 장편 소설이다. 영주는 결혼 생활에 스스로 마침표를 찍은 후 깊은 우울감에 시달리다 서점을 연다. 민준은 좋은 성적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갖가지 스펙을 쌓았지만 취업에 연달아 실패하고 휴남동 서점에서 바리스타로 일한다. 비정규직은 아무리 애써도 정규직이 될 수 없는데다 업무 성과까지 빼앗기자 회사를 그만두고 명상과 뜨개질에 몰두하는 정서, 모든 것에 흥미를 잃고 무기력감에 빠진 고교생 민철, 일하지 않고 놀기만 하는 남편과 갈등을 겪는 원두 로스팅 가게 대표 지미 등 주위에 존재할 법한 평범한 이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휴남동 서점에서 천천히 서로를 알아간다. 그리고 차츰 마음을 연다. 서점을 연 후 한동안 멍하게 앉아 있던 영주는 점점 서점 운영에 의욕을 보인다. 민준은 커피 내리는데 온전히 집중하며 바리스타로서 실력을 키운다. 정서는 자신을 잠식했던 분노를 잠재우려 한다. 이들은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봐주고 받아들이는 서로를 통해 응어리를 풀고, 상처를 회복해 나간다. 극적인 요소 없이 차분하게 흘러가는 이들의 일상은 담백하다. 세상이 정한 기준에 맞추지 않고, 자기만의 방식과 속도로 살아가도 그 자체로 충분하다는 걸 가만히 전한다. 파주=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4-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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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온라인 라운지]몸에 대한 성찰 담은 ‘생명의 몸 과정의 몸 변혁의 몸’ 출간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무용과 발레 전공)가 몸에 대한 성찰을 담은 ‘생명의 몸 과정의 몸 변혁의 몸’(푸른사상)을 출간했다. 조 교수는 지성 감성 영성이 통합된 몸과 몸에서 비롯되는 건강한 삶, 생명에 대한 깨달음을 강조한다. 그는 “몸은 결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성숙해가는 과정, 지속적으로 정체성을 갖는 살아 있는 과정이다. 이를 이해함으로써 몸과 삶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발견할 수 있다”고 밝혔다.조 교수는 몸이 주체적인 삶의 현장이자 진화하는 복잡 적응계라고 말한다. 인간에게 일어난 일은 감성 지성 영성 등 전 영역에 통합적으로 연결된다는 것. 그는 “몸은 마음의 도구가 아니라 그것으로 완전한 주체다. 몸에는 삶의 모든 정보가 축적돼 있다. 몸의 모든 활동은 자연과 문화 그리고 인간들을 연결하는 주체로 작용한다”고 말한다. 이어 “몸의 변화를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삶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이해하는 방식이기에 인간의 변화와 성장은 몸을 이해하고 움직이게 함으로써 가능하다. 몸으로 하는 마음공부를 통해 영성을 고양하고 변화의 길을 모색하며 세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4-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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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온라인 라운지]영화로 인권과 법 조망한 ‘세상을 바꾼 영화 속 인권 이야기’ 출간

    영화를 통해 인권과 법을 조망한 ‘세상을 바꾼 영화 속 인권 이야기: 필름의 눈으로 읽는 법과 삶’(임복희 지음·오디세이북스)이 출간됐다.‘나, 다니엘 블레이크’, ‘시빌 액션’, ‘변호인’, ‘카트’ 등 18편의 영화를 분석하며 인권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이 어떻게 세상을 변화시켰는지를 비춘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에서는 관료주의와 국가복지시스템의 부조리에 저항하며 이웃을 돌보는 다니엘을 통해 어느 사회든 가장 우선시되어야 하는 건 인간 존엄성의 가치라고 말한다. ‘시빌액션’은 실제 일어난 ‘우번 사건’을 통해 미국 민사소송제도의 절차를 보여주고, 집단소송의 어려움을 담아냄으로써 미국 민사소송 절차가 과연 진실 발견을 목적으로 하는 것인지, 단지 분쟁을 해결하려고만 하는 것인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고 분석했다. ‘변호인’은 폭력을 정당화하는 국가 권력을 저지하기 위해 국민의 연대가 필요함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각 영화마다 역사적 배경 및 제도, 법률과 판례 추이를 담았다. 저자는 이화여대 행정학과 및 법학과를 졸업한 후 연세대에서 법학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코네티컷로스쿨을 졸업(LL.M)했다. 대학에서 법정영화를 활용해 토론수업을 하고 여러 매체에 영화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4-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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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은 선선 주위는 고요… 다 내려놓기[팜타스틱한 농촌으로]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인구 감소는 대한민국이 직면한 심각한 문제다. 특히 농촌은 존립 자체를 위협받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3월 ‘새로운 농촌 패러다임’에 따른 농촌 소멸 대응 추진 전략을 발표했다. 핵심 목표 가운데 하나가 농촌 관광 활성화로 소멸 위기에 처한 농촌을 살리자는 것이다. 농촌 관광 활성화는 매우 중요한 국가 현안 과제다. 치유-워케이션-체험 등을 테마로 현재 진행 중인 농촌 관광 사업지들을 둘러보는 이유다.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고물가 탓에 얇아진 지갑으로 고민 중인 독자에게는 쏠쏠한 여행 정보가 될 것이다.》 “바다다!” 기차 창 밖으로 펼쳐진 풍경에 탄성이 터져 나왔다. 바다와 나란히 이어진 철로를 달리는 기차는 가슴이 탁 트이는 풍광을 한껏 음미할 수 있게 했다. 그리고 소나무가 늘어선 자그마한 정동진역에 멈췄다. 서울역에서 강원 정동진행 KTX를 탄 지 2시간이 약간 지났다. 역에 내리니 그 유명한 ‘모래시계 소나무’가 당당하게 서 있었다. 드라마 ‘모래시계’(1995년)에서 윤혜린(고현정)이 이 소나무 옆에서 경찰에 잡혀가 ‘고현정 소나무’로도 불렸다. ‘베토벤 바이러스’(2008년)에서 강마에(김명민)가 기차를 기다리며 두루미(이지아)에게 연습을 시킨 곳도 정동진역이다. 정동진을 찾은 17일, 볕이 제법 따가웠지만 바다를 보며 달리는 레일바이크 타는 사람들 웃음소리가 울렸다. 정겨운 옛 모습 그대로 바다와 모래사장, 소나무가 어우러진 정동진은 복잡한 도시를 떠나 몸과 마음을 비우기에 맞춤한 곳이다.●정동항 구간 연장 개통한 바다부채길 정동진에 왔다면 단연 가볼 곳은 정동심곡 바다부채길이다. 해안을 따라 계단 지형인 해안단구에 조성돼 바다를 눈앞에서 볼 수 있고 찌를 듯 솟은 절벽과 소나무, 기암석 등이 쉴 새 없이 이어진다. 국내 유일의 이 해안단구는 약 230만 년 전 해저 지형이 융기해 육지화됐다. 모양이 바다를 향해 부채를 펼쳐 놓은 것과 비슷해 이름 붙은 바다부채길은 전국 탐방로 중 손에 꼽히는 절경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다. 바다부채길은 정동진에서 남쪽으로 심곡항까지 조성된 탐방로 가운데 올 4월 정동항 구간 640m가 연장 개통돼 전체 길이가 3.01km로 늘었다. 새로 열린 구간은 계단이 없어 노인, 장애인, 어린이도 수월하게 즐길 수 있다. 해상 동굴도 볼 수 있다. 소나무가 모여 있는 모래시계공원을 걷고, 세계 각국 진귀한 시계를 볼 수 있는 정동진시간박물관에 들러도 좋다. 바닷가에는 이른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었다. 모터보트가 물살을 가르며 파도 위를 내달렸다. 바닷물이 맑아 색색의 바위들이 들여다 보였다. ●일하고 머리 식히는 ‘워케이션’도 정동진을 즐기면서 일도 하는 이른바 워케이션(Workation·일과 휴가의 병행) 프로그램도 있다. 농어촌 민박 지원 대상인 ‘오션그레이트펜션’에는 공용 사무실과 휴게실이 마련돼 있다. 워케이션 프로그램을 신청하면 2박 3일 숙박비 26만 원 중 정부가 15만 원을 지원한다. 이 펜션은 모든 객실에 바다를 보며 스파를 즐길 수 있는 욕조가 있다. 공용 사무 공간이자 워케이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생각놀이터’ 시설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생각놀이터 중 캠핑장처럼 꾸민 공간으로 들어섰다. 나무 의자와 장작이 쌓여 있어 캠프파이어를 할 수 있게 했다. 통유리문 앞에 바다를 바라볼 수 있도록 책상과 의자들이 배치돼 있었다. 일을 마친 후 ‘불멍(불을 보며 멍하니 있는 것)’을 하고 주방에서 음식도 해 먹을 수 있다. 또 다른 사무실은 책상 8개 중 4개에 27인치 모니터를 설치했다. 휴게실에는 안마의자도 있다. 스노쿨링 장비도 빌려준다. 석영준 생각놀이터 대표(한국캠핑문화연구소장)는 “창의적인 결과물이 필요하거나 팀원들이 얼굴을 맞대고 논의해야 하는 프로젝트를 할 때 이용해 보길 추천한다. 책상과 의자가 마련된 객실에서 혼자 일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워케이션은 일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신청 가능하다. 4대 보험에 가입돼 있어야 해 직장인과 개인사업자만 이용할 수 있다. 오션그레이트펜션, 생각놀이터 홈페이지에서 신청하면 된다. 오후 7시 넘어 바닷가로 나왔다. 은은한 분홍빛 노을이 드문드문한 하늘과 바다가 연결된 듯했다. 바람은 선선하고 주위는 고요하다. 자연 그대로가 주는 모든 것이 그 자체로 충만함을 느끼게 했다. 정동진이 여러 드라마에서 주요 장면의 배경으로 등장한 것도 이런 매력 때문이리라. ‘푸른 바다의 전설’(2017년)에서 심청(전지현)과 허준재(이민호)가 마침내 함께 행복하게 사는 곳, ‘남자친구’(2019년)에서 차수현(송혜교)과 김진혁(박보검)이 아침을 먹고 카페를 찾아온 곳이기도 하다. 글·사진 정동진=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4-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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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뮤지컬 ‘에밀’外

    《신념을 위해 한 걸음씩 걸어간 이들이 있다. 세상은 비난을 쏟기도 하고, 뜨거운 지지를 보내기도 한다. 이들을 비춘 뮤지컬, 전시가 관객들을 맞는다. 》뮤지컬 ‘에밀’진실을 외치는 고단하고도 격정적인 여정프랑스 유명 작가 에밀 졸라와 그를 동경하는 가상의 청년 클로드가 보낸 하루를 그린 2인극 창작 뮤지컬이다. 에밀 졸라는 유대계 프랑스 육군 장교 드레퓌스가 독일의 스파이로 지목되자 선언문 ‘나는 고발한다’를 통해 드레퓌스가 무죄라고 주장한다. 이로 인해 프랑스에서 격렬한 비난에 시달린다.‘드레퓌스 사건’의 재심을 준비하며 하루하루를 견디던 에밀 졸라는 클로드가 찾아오자 날을 바짝 세운다. 에밀 졸라는 작가 지망생이라는 클로드에게서 자신과의 공통점을 발견하곤 조금씩 마음을 연다. 자연 속에서 자유를 만끽한 기억, 궁핍했던 시절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암살 위협을 받는 나날에서 벗어나 즐거움을 만끽하는 미래를 상상하기도 한다. 에밀 졸라 역은 박영수 박유덕 정동화가 맡았다. 클로드는 구준모 김인성 정지우가 연기한다. 정동화는 예민하면서도 신념을 굽히지 않는 에밀 졸라를 몰입감 있게 그려낸다. 구준모는 순수해 보이지만 서서히 정체를 드러내는 클로드를 매끄럽게 연기한다. 묵직한 넘버와 서정적인 넘버들이 교차하며 이야기와 세련되게 어우러진다. 신념을 지키는 삶이 어떤 것인지, 이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지 설득력 있게 풀어냈다. 수수께끼로 남은 1902년 에밀 졸라의 가스 중독 사망 사건에서 영감을 얻어 김소라 작가가 극본을 썼다.9월 1일까지. 전석 6만 6000원.뮤지컬 ‘등등곡’어지러운 세상, 각기 다른 꿈을 향한 질주 1591년 한양 인근. 해괴한 탈을 쓴 젊은 선비들이 춤추며 논다. “사람이 사람이 아니로세. 죽어서는 의미가 없으니 살아서 노세”라며. ‘등등곡’이라는 놀이로, 이 모임은 ‘등등회’라 불렀다. 등등회는 서인의 자제로 구성됐다. 역모 혐의로 동인이 대거 목숨을 잃은 기축사화(己丑士禍)와 관련, 모반의 주역으로 알려진 길삼봉이 살아 돌아왔다는 소문이 퍼진다. 등등회에 속한 다섯 명은 각자 꿈꾸는 세상을 향해 달리기 시작하는데…. 조선시대 역사서 연려실기술에 기록된 놀이 ‘등등곡’과 기축사화를 바탕으로 만든 창작 뮤지컬이다. 어지러운 세상에서 노는 것을 즐기는 등등회의 수장 김영운 역은 김재범 유승현 김지철이 맡았다. 허무함 가득한 천재 최윤은 김바다 정재환 안지환이 연기한다. 영운의 종으로 글재주가 뛰어난 초 역은 강찬 박준휘 김서환이 맡았다. 기축사화의 중심에 있는 서인 정철의 아들로, 술과 풍류로 죄책감을 달래는 정진명은 박선영 김경록이 연기한다. 황두현 임태현은 영의정의 아들로 태어나 이름을 날리길 원하지만 늘 최윤에게 밀리는 이경신 역에 발탁됐다. 이들은 각자 마음 속 깊이 품었던 생각을 드러내며 질주한다. 새로운 소재가 선사하는 흥미로움과 개성 강한 인물들이 뿜어내는 에너지가 무대를 채운다.8월 11일까지 4만∼7만 원. 전시 ‘리얼 뱅크시’(REAL BANKSY: Banksy is NOWHERE)발랄하고 전복적인 상상력, 현실을 뒤흔들다‘꽃 던지는 소년’(2003년), ‘펄프 픽션’(2004년), ‘몽키 퀸’(2003년)…. 영국 출신 ‘얼굴 없는 화가’ 뱅크시의 작품과 영상 등 13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국내에서 열린 뱅크시 전시 중 최대 규모다. 이번 전시에는 뱅크시가 설립한 인증기관인 ‘페스트 컨트롤’의 공식 인증을 받은 그의 작품 29점이 포함됐다.4개 섹션으로 구성된 전시는 지하 4층에서부터 시작한다. 첫 번째 섹션에서는 뱅크시가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의 장벽 옆에 세운 ‘월드 오프 호텔(Walled Off Hotel·벽에 가로막힌 호텔·2017년)’ 영상과 영국에 만든 ‘디즈멀랜드’(2015년) 영상을 볼 수 있다. ‘월드 오프 호텔’은 ‘세상 최악의 뷰를 자랑하는 호텔’로 지난해까지 운영됐다. ‘디즈멀랜드’는 파파라치에게 둘러싸인 신데렐라, 호수 위 난민 보트 등으로 디즈니랜드를 풍자했다. 전시장에는 14m의 디즈멀랜드 드로잉이 그려져 있고 전시팀이 제작한 회전목마도 있다. 이어 한 개 층씩 올라가며 관람하면 된다. ‘풍선을 든 소녀’(2004∼2005년)는 2019년 소더비 경매에서 낙찰된 직후, 액자 아래로 그림이 내려가면서 문서가 파쇄되듯 잘려져 화제가 됐다. 전시에서는 이 작품의 다른 에디션을 볼 수 있다.베트남전쟁 때 네이팜탄 피해를 입은 소녀의 두 팔을 맥도널드 마스코트 로널드와 미키마우스가 잡고 있는 ‘네이팜’(2003년)도 있다. 이들 기업의 돈이 한쪽에서는 무기로 사용되고 있음을 지적한 것. 발랄하고 전복적인 상상력은 예술의 역할을 생각하게 만든다. 10월 20일까지. 성인 2만 원. 어린이 청소년 1만5000원. Goldengirl 독자를 초대합니다독자 40명(20쌍)에게 공연 관람 기회를 드립니다. 동아일보 골든걸 인스타그램 ‘동아일보 골든걸(@goldengirl_donga)’에서 응모해주세요. 문의: goldengirl@donga.com뮤지컬 ‘에밀’전석 6만 6000원 상당 10명(5쌍)뮤지컬 ‘등등곡’S석 5만 원 상당 10명(5쌍)전시 ‘리얼 뱅크시’2만 원 상당 20명(10쌍)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4-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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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증권 ‘로보굴링’ ETF 추천하고 사후 관리… 최소 투자금 30만 원…매달 운용 보고 및 리밸런싱

    주식, 채권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며 투자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기존 금융 상품의 성과가 부진하자 상장지수펀드(ETF)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도 적지 않다. 삼성증권은 시장의 흐름을 반영해 ETF를 골라주고 리밸런싱 등 사후관리를 하는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디지털 포트폴리오 투자 서비스인 ‘로보굴링’이다. 로보굴링은 ETF를 활용해 포트폴리오를 자문해준다. 삼성증권은 “ETF를 추천할 때 투자 성과 뿐 아니라 시장에서의 선호도도 고려해 급변하는 투자 흐름을 반영한다”고 밝혔다. 로보굴링은 자체적인 ETF 추천 알고리즘을 활용한다. 삼성증권은 “다양한 자산에 분산 투자하는 것은 여러 자산 배분 상품과 비슷하지만 로보굴링은 ETF를 선정할 때 시장의 트렌드를 반영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추구한다”고 했다. 이어 “지난해 상반기에는 2차 전지 관련 ETF를, 올해 들어서는 반도체 관련 ETF를 주로 추천하며 좋은 성과를 냈다”고 덧붙였다. 해외 주식 시장에서는 미국 반도체주 뿐 아니라 인도 주식 시장이 주목을 받기 전인 지난해부터 추천을 해 왔다고 한다. 삼성증권은 “올해 들어 5월 말 기준으로 코스피가 0.71% 상승한데 비해 같은 기간 로보굴링은 7.01%의 수익률을 냈다”고 밝혔다. 로보굴링은 매달 운용 보고를 비롯해 시장 상황에 따라 수시 또는 정기적으로 상품을 교체하고 자산 배분 비중을 바꾸는 리밸런싱 알림을 제공한다. 로보굴링의 최소 가입 금액은 30만 원이다. 삼성증권은 “고액을 투자해야만 꾸준히 사후관리를 받을 수 있다는 편견을 깨려 했다”고 밝혔다. 로보굴링 가입자는 5월 말 3만8000명을 넘었다. 삼성증권은 “초보 투자자 뿐 아니라 시장 변동성이 높아지자 이에 지친 투자자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증권은 투자금을 지원해주는 ‘투자 체력 UP! 굴링 마라톤 이벤트’를 8월 30일까지 진행한다. ‘얼리버드 코스’, ‘333 달리기 코스’, ‘고수의 달리기 코스’ 중에서 하나를 골라 신청하면 된다. 얼리버드 코스는 6월 말까지 100만 원 이상 순입금 및 투자를 할 경우 투자지원금을 지급한다. 333 달리기 코스는 33만 원씩 총 3회 적립식 투자를 하면 투자지원금을 준다. 고수의 달리기 코스는 200만 원 이상 순입금 및 투자 시 투자금에 따라 투자지원금을 차등 지급한다. 3가지 코스 모두 10월 말까지 잔고를 유지하면 추가 지원금을 준다. 코스를 중복해 참여할 수는 없다. 고객 당 투자 금액이 가장 높은 1개의 계좌만 인정된다. 삼성증권 모바일앱 엠팝(mPOP)에서 신청하면 된다. 자세한 내용은 삼성증권 엠팝(mPOP)을 참고하거나 패밀리 센터에 문의하면 된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4-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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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 ‘오설록 티팩토리’ 설립, 재배-가공-포장 원스톱 시스템 구축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제주에 ‘오설록 티팩토리’를 설립했다. 원재료인 차 재배부터 가공, 제품 출하까지 한번에 가능한 생산 체제를 구축한 것이다.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차밭에 들어선 ‘한남다원 오설록 티팩토리’는 2만3000m²(약 7000평) 대지에 건축 면적 7200m²(약 2200평) 규모다. 오설록 제품을 연간 646t 제조하고 8600만 개를 출하할 수 있다. 오설록 프리미엄 공장 등 기존 오설록 농장이 가까이 있어 생산 체계를 효율적으로 갖추게 됐다. 녹차 원재료를 유기농으로 재배해 가공 및 제품 포장까지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완성된 것이다.아모레퍼시픽은 “2023년 9월 준공된 오설록 티팩토리는 생산시설을 증설하는 것을 넘어 일원화된 시스템을 바탕으로 최고급 차 생산을 위한 첫 발을 내딛는다는 의미가 있다”며 “제주를 세계 차 생산의 중심지로 이끌 동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오설록 티팩토리의 설계는 건축가 조민석 매스스터디스 대표가 맡았다. 165m 길이의 2층 남향 구조로 된 순환형 동선 체계로, 방문자들이 수월하게 다닐 수 있도록 했다. 내부는 제조, 포장, 출하 순서에 따라 서쪽에서부터 동쪽 방향으로 구성됐다. 차밭을 향한 남쪽과 수확한 녹차 원료의 반출입구가 닿은 북쪽면을 연결했다. 방문객은 곳곳에 배치된 공정별 관람창을 통해 차 제조 과정을 순차적으로 볼 수 있다. 한라산을 향한 서쪽 진입부는 1층 건물로 시작해 지형이 낮아지는 동쪽으로 이동할수록 전체 길이와 높이가 드러난다. 아모레퍼시픽은 “오설록 티팩토리의 기능과 시설은 서귀포 중산간의 완만한 구릉과 마을길 등 기존 자연 지형지물과 순응하도록 했다”며 “외관은 제주산 화산송이 벽돌을 중심으로 자재 본연의 기능과 재질을 살려 제주 자연과 조화를 이루게 했다”고 밝혔다. 오설록은 아모레퍼시픽 창업자인 장원(粧源) 서성환 선대회장(1924∼2003)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올해의 골든픽 해차를 ‘아모레퍼시픽 서성환 100년’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선보였다. 리미티드 에디션은 일로향과 우전, 세작 제품으로 구성된다. 매년 봄 차나무의 새싹을 따 한정 수량만을 생산하는 해차는 찻잎을 딴 직후 가공해 신선하다. 오설록은 2020년부터 해차 제품에 ‘황금빛 차밭에서 손으로 땄다’는 의미의 ‘골든 픽(Golden Pick)’ 엠블럼을 표시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올해는 제주에 봄비가 충분히 내린데다 일교차가 커 차의 풍미와 맛이 더 깊다”고 밝혔다. 오설록은 선대회장의 차 문화를 향한 집념과 도전을 보여주는 전시인 ‘잘 가꾸고 다듬은 근원│아름다운 집념, 장원(A DREAM, A FOUNDATION, A PROCESS, JANGWON)’을 제주 오설록 티뮤지엄에서 올해 12월까지 연다. 전시는 한국의 차 문화를 되살리고 녹차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한 선대회장의 사진과 어록 등으로 구성됐다.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선대회장은 우리의 전통 차 문화를 되살리기 위해 1979년 제주 도순 지역의 황무지를 녹차밭으로 개간하기 시작했다. 차밭은 서광차밭, 돌송이차밭, 한남차밭에 이르는 100만 평 규모로 확장돼 오설록 유기농 다원이 형성됐다.선대회장은 1970년대 사업을 위해 외국을 다니면서 나라마다 고유한 차 문화가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우리나라는 과거에는 차 문화가 발달했지만 이를 잃어가고 있어 안타까워했다. 선대회장은 “일본의 차 문화는 우리나라에서 건너간 것인데, 그들은 그것을 다듬고 가꾸어서 세계에 자랑하고 산업적으로도 성공했다. 이제 나라도 나서서 차 문화를 보급하고 전파해야 되겠다. 녹차를 우리 고유의 차로 다시 키워내고 싶다”고 했다.주변에서 만류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선대회장은 “개인 재산으로라도 하겠다. 찻잎은 내가 사서 사업화할 수 있도록 해보겠다”고 말했다. 이북이 고향인 선대회장은 자신의 고향과 닮은 제주 차밭에서 마지막 보람을 다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당시 제주는 농사지을 땅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이에 선대회장은 기존에 가꾸어진 농토가 아니라 버려진 땅인 중산간 지역을 일구기 시작했다. 2년 가까이 돌과 잡목을 걷어내고 여러 가지 노력을 한 끝에 비옥한 땅을 만든 뒤 차나무를 심었다. 황무지를 개간해 차나무를 심은 지 4년이 지난 1983년 처음으로 찻잎을 수확할 수 있었다.차밭 조성과 함께 차의 맛과 향을 전하려 애썼다. 사업 초기, 다도를 알리기 위해 방문 판매를 했고 잡지 ‘주간 다보’를 통해 차에 대한 지식을 전파했다. 그 결과 오설록 차밭과 티 뮤지엄, 티 스톤은 국내외에서 많은 이들이 모여들어 차를 경험하고 즐기는 곳이 됐다. 우리 전통 차 문화를 소개하고 보급하기 위해 2001년 문을 연 오설록 티 뮤지엄은 연간 200만 명이 방문하고 있다. 오설록 티 스톤은 2013년 개관한 복합 차 문화 공간이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4-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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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의 길을 간다”…신념 위해 나아간 사람들 비춘 뮤지컬과 전시

    신념을 위해 자기만의 방식으로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간 이들이 있다. 세상은 그들에게 비난을 쏟기도 하고, 뜨거운 지지를 보내기도 한다. 이들을 비춘 뮤지컬, 전시가 관객을 기다린다. 뮤지컬 ‘에밀’진실을 외치는 고단하고도 격정적인 여정프랑스 유명 작가 에밀 졸라와 그를 동경하는 가상의 청년 클로드가 보낸 하루 동안의 이야기를 그린 2인극 창작 뮤지컬이다. 에밀 졸라는 유대계 프랑스 육군 장교 드레퓌스가 독일의 스파이로 지목되자 선언문 ‘나는 고발한다’를 통해 드레퓌스의 무죄를 주장한 뒤 프랑스에서 온갖 비난에 시달린다. ‘드레퓌스 사건’의 재심을 준비하며 하루하루를 견디던 에밀 졸라는 클로드가 찾아오자 날을 바짝 세운다. 경계심 가득한 에밀 졸라는 작가 지망생이라는 클로드에게서 자신과의 공통점을 발견하곤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자연 속에서 자유를 만끽했던 기억, 궁핍함에 시달린 경험 등에 대한 대화가 이어진다. 암살 위협을 받으며 가슴 졸이는 나날에서 벗어나 즐거움을 만끽하는 미래를 상상하기도 한다. 에밀 졸라 역은 박영수 박유덕 정동화가 맡았다. 클로드는 구준모 김인성 정지우가 연기한다. 서로에 대한 긴장을 늦추지 않는 가운데 과거에 대한 향수, 미래에 대한 갈망을 풀어내며 팽팽하다가도 어느 순간 환희에 찬 무대가 교차된다. 정동화는 예민하고 날카로우면서도 신념을 굽히지 않는 에밀 졸라를 몰입감 있게 그려낸다. 구준모는 순수해 보이지만 가슴 속에 무언가를 품고 있다 서서히 정체를 드러내는 클로드를 매끄럽게 연기한다. 비장하고 묵직한 넘버와 생기 가득하면서도 서정적인 넘버들이 이야기와 세련되게 어우러진다. 신념을 지키는 삶이 어떤 것인지, 이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지 설득력 있게 풀어냈다. 수수께끼로 남아있는 1902년 에밀 졸라의 가스 중독 사망 사건에 영감을 얻어 김소라 작가가 작품을 썼다. 2022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창작산실의 대본공모 당선작이다. 서울 종로구 예스24스테이지3관. 9월 1일까지. 뮤지컬 ‘등등곡’어지러운 세상, 각기 다른 꿈을 향한 질주 “사람이 사람이 아니로세. 죽어서는 의미가 없으니 살아서 노세”1591년 한양 인근. 희한한 탈을 쓴 젊은 선비들이 이런 말을 하고 춤추며 논다. ‘등등곡’이라 불리는 놀이로, 이 모임은 ‘등등회’라 불렀다. 등등회는 서인의 자제로 구성됐다. 역모 혐의로 동인이 대거 목숨을 잃은 기축사화(己丑士禍)와 관련, 모반의 주역으로 알려진 길삼봉이 살아 돌아왔다는 소문이 퍼진다. 등등회에 속한 다섯 명은 각자 꿈꾸는 세상을 향해 달리기 시작하는데…. 조선시대 역사서 연려실기술에 기록된 놀이 ‘등등곡’과 기축사화를 바탕으로 만든 5인극 창작 뮤지컬이다. 어지러운 세상에서 노는 것을 즐기는 등등회의 수장 김영운 역은 김재범 유승현 김지철이 맡았다. 넉살 좋고 무게감 있는 김영운은 길삼봉에 대한 소문으로 흔들리는 등등회를 이끌어 가야 한다. 허무함 가득한 천재 최윤은 김바다 정재환 안지환이 연기한다. 영운의 종으로 글재주가 뛰어난 초 역은 강찬 박준휘 김서환이 맡았다. 기축사화의 중심에 있던 서인 정철의 아들로, 술과 풍류로 죄책감을 달래는 정진명은 박선영 김경록이 연기한다. 황두현 임태현은 영의정의 아들로 태어나 세상에 이름을 날리길 원하지만 늘 최윤에게 밀리는 이경신 역에 발탁됐다. 이들은 각자 마음 속 깊이 품었던 생각을 드러내고 욕망을 분출하며 한 치 앞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는다. 새로운 소재가 선사하는 흥미로움과 함께 개성 강한 인물들이 각기 다른 색깔로 뿜어내는 에너지가 무대를 채운다. 서울 종로구 대학로TOM1관. 8월 11일까지. 전시 ‘리얼 뱅크시’(REAL BANKSY: Banksy is NOWHERE)발랄하고 전복적인 상상력, 현실을 뒤흔들다‘꽃 던지는 소년’(2003년), ‘펄프 픽션’(2004년), ‘몽키 퀸’(2003년)…. 영국 출신의 ‘얼굴 없는 화가’로 유명한 뱅크시의 작품 13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국내에서 열린 뱅크시 전시 중 최대 규모다. 1998년부터 최근까지 20여 년간의 작품세계를 볼 수 있다. 뱅크시를 좋아하는 이들 중에는 영국에 가서 그의 작품이 그려진 곳을 일일이 찾아다니기도 한다. 힘들게 발품을 팔지 않고 한 자리에서 뱅크시의 작품을 볼 수 있어 요즘 가장 ‘핫한’ 전시로 꼽힌다. 뱅크시는 정체를 숨기고 활동하기에, 뱅크시가 설립한 인증기관인 ‘페스트 컨트롤’을 통해 진품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선 페스트 컨트롤의 공식 인증을 받은 뱅크시 작품 29점을 선보인다. 뱅크시 작품 대다수는 스프레이 벽화로, 이 중 일부를 뱅크시가 승인한 기관을 통해 석판화로 만든다. 페스트 컨트롤은 그 진위를 확인한다. 전시는 총 4개 섹션으로 구성돼 지하 4층에서부터 시작한다. 첫 번째 섹션에서는 뱅크시가 요르단강 서안 팔레스타인 지역에 세운 ‘월드 오프 호텔(Walled Off Hotel·벽에 가로막힌 호텔·2017년)’ 영상과 영국에 만든 ‘디즈멀랜드’(2015년) 영상을 볼 수 있다. ‘월드 오프 호텔’은 가자지구의 장벽 바로 옆에 뱅크시가 세운 숙박시설. ‘세상 최악의 뷰를 자랑하는 호텔’이라고 홍보하며 지난해까지 운영됐다. 끝을 알 수 없는 분쟁에 관심을 가질 것을 촉구한다.‘디즈멀랜드’는 파파라치에게 둘러싸인 신데렐라, 아름다운 호수 위 난민 보트 등으로 디즈니랜드를 풍자했다. 이들 작품은 세계적 분쟁에 따른 폭력과 차별을 비판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14m 높이의 디즈멀랜드 드로잉도 그려져 있다. 그 옆에 회전목마가 있다. 회전목마는 디즈멀랜드의 분위기에 맞춰 전시팀이 제작했다. 한 개 층씩 올라가며 작품을 관람하면 된다. ‘풍선을 든 소녀’(2004∼2005년)는 2019년 소더비 경매에서 낙찰된 직후, 액자 아래로 그림이 스르르 내려가면서 문서 파쇄기를 통과하듯 저절로 파쇄돼 화제가 됐다. 전시에는 이 작품의 다른 에디션을 볼 수 있다. 소더비 경매 때 작품이 파쇄돼 사람들이 깜짝 놀라는 모습을 담은 영상도 나란히 배치했다. 베트남전쟁 때 네이팜탄으로 피해를 입은 소녀의 두 팔을 맥도널드의 대표 마스코트인 로널드와 미키마우스가 양쪽에 잡고 있는 ‘네이팜’(2003년)도 있다. 이들 기업의 돈이 다른 한쪽에서는 무기로 사용되고 있음을 지적한다. 자본주의의 그늘을 비판한 뱅크시의 작품이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아이러니한 현실에서 뱅크시는 작품 판매 수익을 난민과 전쟁 피해자 등을 위해 사용하며 자신의 철학을 실천하고 있다. 발랄하면서도 전복적인 상상력이 놀랍고 유쾌하다. 예술이 현실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하게 만든다. 서울 종로구 그라운드서울. 10월 20일까지.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4-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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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상금/둔 곳 까먹어서/아내에게 묻는다’…노년 일상 담은 시에 웃고 찡해져[손효림의 베스트셀러 레시피]

    [손효림의 베스트셀러 레시피]많은 사람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는 베스트셀러. 창작자들은 자신이 만든 콘텐츠가 베스트셀러가 되길 꿈꾸지만, 실제로 실현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이 희귀한 확률을 뚫고 베스트셀러가 된 콘텐츠가 탄생한 과정을 들여다본다. 창작자의 노하우를 비롯해 이 시대 사람들의 욕망, 사회 트렌드 등을 확인할 수 있다.‘개찰구 안 열려/확인하니/진찰권’ ‘요전에 말이야/이렇게 운을 뗀/오십 년 전 이야기’노년의 일상을 예리하면서도 익살스럽게 담아 낸 시가 사랑받고 있다. 시집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포레스트북스)에 담긴 작품들이다. 이 책은 올해 1월 국내 출간된 후 5개월 만에 4만 권이 판매됐다.(국내 출판계의 베스트셀러 기준은 책 판매량 1만 권이다.)이 책의 편집자인 서선행 포레스트북스 편집이사(47)를 서울 영등포구 포레스트북스에서 13일 만났다. 서 이사는 “너무 재미있어서 꼭 출간하고 싶었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고 홍보도 별로 하지 않았는데 독자들의 호응이 뜨거워 깜짝 놀랐다. 예상을 완전히 벗어난 반응이다”라고 말했다. 이 책은 초판을 내고 5일 만에 2쇄를 찍었다.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은 일본 사단법인 전국유료실버타운협회에서 매년 열고 있는 ‘실버 센류’ 공모전의 2011, 2012년 입선작을 포함해 88수를 모았다. 제목도 수록된 시 중 하나다. 일본 정형시 중 하나인 센류(川柳)는 5-7-5의 총 17개 음으로 된 짧은 시로, 풍자와 익살을 담은 게 특징이다. 전국유료실버타운협회는 2001년부터 매년 나이듦을 주제로 하는 ‘실버 센류’ 공모전을 열고 있다. 서 이사가 이 책을 발견하게 된 건 8, 9년 전 일본을 여행했을 때다. 서점에서 우연히 책을 보고 푹 빠졌다. 이전에 근무하던 출판사에서 출간하고 싶다고 제안했지만 책이 팔리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해 내지 못했다. “저 역시도 그 의견에 동의했어요. ‘나나 좋아하지 누가 좋아할까’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도 이 책이 계속 마음에 남아서 포레스트북스로 옮긴 후 다시 출간하고 싶다고 제안했어요. 뜻밖에도 김선준 대표님이 ‘나도 이렇게 재밌는 책을 만들고 싶다’고 하시더라고요. 비용이 많이 들지 않아 제작비는 회수할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어요. 회사에 손해를 끼치지는 않을 거라 여겼죠.”시집에는 노년의 삶을 유머러스하게 그려 웃음이 터지는 시가 많다. ‘비상금/둔 곳 까먹어서/아내에게 묻는다’, ‘미련은 없다/말해놓고 지진 나자/제일 먼저 줄행랑’, ‘몇 줌 없지만/전액 다 내야 하는/이발료’ 같은 작품이다. 남은 생의 시간을 가늠하거나 복용하는 약이 점점 늘어나는 상황을 담은 시는 웃음과 함께 애잔한 느낌을 준다. ‘LED 전구/다 쓸 때까지/남지 않은 나의 수명’, ‘무농약에/ 집착하면서/ 내복약에 절어 산다’. 노년의 외로움을 가슴에 와 닿게 쓴 작품도 눈길을 끈다. ‘늙은 두 사람/수금원에게/차를 대접한다’, ‘혼자 사는 노인/가전제품 음성 안내에/대답을 한다’.서 이사가 판권 구입을 위해 일본 출판사에 연락한 건 2022년 말이었다. 판권을 사려 한 국내 출판사는 없었다. 한데 판권 구매를 확정하기까지 의외로 시간이 걸렸다. “책에 작품이 실린 분들이 소식을 듣고 ‘한국에 내 시가 소개된다니 엄청난 사건’이라며 놀라고 흥분하셨다고 해요. 가까이 사는 분들끼리 모여 한국 출간에 대해 논의했답니다. 일본 출판사에 연락할 때마다 계속 ‘지역별로 회의 중’이라는 말을 들었어요. 오늘 이 지역에서 회의를 하면 그 뒤 또 다른 지역에서 하고…. 지역별로 회의가 계속 이어졌대요.(웃음)” 지난해 여름 판권 구매가 확정됐다. 서 이사가 떠올린 번역가는 딱 한 명이었다. 이지수 번역가. 사노 요코의 ‘사는 게 뭐라고’, ‘죽는 게 뭐라고’,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 ‘키키 기린의 말’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아무튼, 하루키’, ‘우리는 올록볼록해’를 쓴 작가이기도 하다.“이 책은 글맛이 중요한데 이를 제대로 살릴 수 있는 분은 이지수 선생님 뿐이라고 생각했어요. 급하게 연락드리니 예상대로 번역할 책이 많아 일정이 빡빡한 상황이었고요. 제가 ‘책을 보면 번역 안 하실 수 없을 걸요.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 될 거예요’라고 했죠.(웃음) 역시 책을 보시더니 ‘멈출 수 없다. 정말 재밌다’며 기꺼이 시간을 쪼개 번역해 주셨어요.”책은 출간되자마자 큰 주목을 받았다. 소셜 미디어에 시를 올리고 깔깔 웃는 반응이 이어졌다. 서평 기사도 연달아 나왔다. 일본어 원서를 읽고 싶어 하는 이가 많아 대형 서점에서도 이와 관련해 문의 전화가 왔다. 20~40대에서는 “부모님에게 선물로 드렸다”, “부모님과 대화할 소재가 생겼다”는 리뷰가 상당수였다. 직접 책을 산 고령층도 많았다. “연륜에서 우러나온 통찰이 사람들을 웃게 하고 마음을 찡하게 만든다는 걸 실감했어요. 출판사로 쏟아지는 어르신들의 전화를 받는 신선한(?) 경험도 했고요. ‘일본어 원문을 왜 싣지 않았느냐’고 호통 치거나 ‘글씨가 왜 이렇게 크냐’고 물어보는 분, ‘책에 실린 글자수가 너무 적다’는 등 진짜 다양한 분들의 전화를 받았어요. 글씨 크기는 일본 책을 그대로 따른 거예요. 시집이기에 글자수가 적은 거고요. 제약회사에서 책을 대량으로 구입하고 싶다는 연락도 받았어요. 그래서 건강 서적이 아니라 시집이라고 말씀드렸죠. 최종적으로 판매는 안 됐습니다.(웃음)”독자들의 반응이 뜨거웠지만 서 이사는 이 시집이 기존 시인들에게 어떻게 보일지 한편으론 걱정이 됐다고 한다.“일반인이 쓴 시를 담은 시집의 판매 순위가 높다는 게 신경이 쓰였어요. 뭔가 의도치 않게 시인들에게 누를 끼친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그런데 장석주 박연준 시인 부부가 ‘이게 진정한 시다. 역시 시는 함축의 맛이지’라고 서로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씀해 주셔서 안심했어요.” 이 책의 후속으로 ‘실버 센류’ 공모전 최신 당선작을 담은 ‘그 때 뽑은 흰머리 지금 아쉬워’(가제)를 올해 12월 출간할 예정이다. “12월에 낼 책에는 펜데믹과 마스크 착용 등 최근 사회 흐름을 담은 시가 많아요. ‘실버 센류’ 공모전 당선작을 시리즈로 내는 것도 고려 중이에요. 꾸준히 출간해 볼만한 책이라는 확신이 들고 있거든요.” 서 이사는 방송사 다큐멘터리 작가로 일하다 IT회사, 가구 회사 등에서 홍보 업무를 했다. 2007년 출판사로 옮겨 홍보를 담당하다 2015년 편집자로 일하기 시작했다. 그는 기존에 없던 분야를 다루거나 잘 알려지지 않은 저자를 발굴해 책을 낸 경우가 많다.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정문정 지음), ‘쇼펜하우어 아포리즘: 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지음·김욱 편역), ‘이은경쌤의 초등어휘일력365(이은경 지음)’, ‘죽음이 물었다, 어떻게 살거냐고(한스 힐터 지음·한윤진 옮김)’ 등 여러 베스트셀러를 만들었다.“없는 것을 찾아내는 걸 좋아해요. 시간 날 때마다 드라마, 영화, 소셜 미디어, 웹툰 등을 보는데요,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마음 속 항아리’에 넣어두고 지켜봐요. 일종의 숙성을 시킨다고 할까요. 아닌 건 지우고 오래 남은 아이디어는 무슨 일이 있어도 책으로 내려 해요. 생각했던 내용이 손으로 만질 수 있고 눈으로 볼 수 있는 물성을 지닌 책으로 탄생하는 게 뿌듯해요.”그는 어릴 때 집에 책이 별로 없어 틈만 나면 멀리 있는 도서관에 걸어가 책을 봤다고 한다. 친구에게 세계문학전집을 빌려 보기도 했고, 외가에 가면 책장에 꽂힌 이모의 두꺼운 책을 꺼내 푹 파묻혀 지냈다. 부모님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고 싶은 걸 물어보면 무조건 책이라고 답했다. “어린 시절 책을 읽으려면 애써서 구해야 했던 목마름이 책에 대한 갈망을 더 크게 만든 것 같아요. 책에 둘러싸여 있으면 참 행복하거든요. 어린 시절의 나를 만날 수 있다면 ‘너는 나중에 책에 파묻혀 지낼 거야’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그는 틈만 나면 서점에 가서 책을 구입한다. 좋은 책을 만들려면 책을 많이 사야 한다고 말한다. “내 돈으로 책을 사면 어떤 책을 사고 싶어 하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되거든요. 구매자의 감각을 유지하는 게 중요해요. 지갑을 열게 하는 포인트를 놓치지 않아야 합니다.” 그는 영화 드라마 웹툰 등 콘텐츠는 물론 식당까지, 자신이 선택하는 취향이 극히 대중적이라고 했다. 예전에는 자기만의 개성이 없는 것 같아 아쉬웠지만 지금은 많은 이들이 좋아하는 걸 자연스레 파악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단다.“제가 좋아하고 즐거워하는 콘텐츠로 책을 만드는 게 진짜 재미있어요. 가능한 오래오래 이 일을 하고 싶습니다.”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포레스트북스·2024년)은….일본 사단법인 전국유료실버타운협회에서 매년 열고 있는 ‘실버 센류’ 공모전의 2011, 2012년 입선작을 포함해 88수를 모은 시집이다. 센류(川柳)는 일본 정형시 중 하나로, 5-7-5의 총 17개 음으로 된 짧은 시다. 풍자와 익살스러운 내용을 담은 게 특징이다. 전국유료실버타운협회는 2001년부터 매년 나이듦을 주제로 하는 ‘실버 센류’ 공모전을 열고 있다. 2001년 공모전을 시작할 때는 한 번만 열 예정이었지만 반향이 매우 커서 매년 개최하게 됐다. 2012년 최연소 응모자는 여섯 살, 최고령 응모자는 백 살이었으며 총 응모작 수는 11만 수가 넘었다.작품들은 건망증, 병원 다니기 등 노년의 일상생활을 비롯해 연금, 돌봄과 관련된 고민처럼 사회적 이슈까지 폭넓게 다룬다. ‘전에도 몇 번이나/분명히 말했을 터인데/처음 듣는다!’, ‘이봐, 할멈/입고 있는 팬티/내 것일세’, ‘젊게 입은 옷/자리를 양보받아/허사임을 깨닫다’는 나이 들면서 겪는 일을 유머러스하게 그렸다. ‘쓰는 돈이/ 술값에서 약값으로/변하는 나이’, ‘심각한 건/정보 유출보다/오줌 유출’, ‘자기 소개/취미와 지병을/하나씩 말한다’처럼 노쇠한 육신으로 인한 변화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두 사람의 연애담/처음 들은/장례식 날 밤’, ‘서로를 돌보며/다시 한번 싹트는/부부애’처럼 삶과 죽음, 시간과 사랑에 대한 통찰을 담은 작품도 적지 않다. 노년층에는 웃음과 공감을 선사하고 젊은층에는 웃음과 함께 나이 드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작품을 읽으며 부모님을 더 잘 이해하게 됐다는 반응도 많다. 수상작 등을 모아 낸 시집 시리즈는 일본에서 누적 판매량이 90만 권을 넘었다. 입선자 중 한 명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상장을 받았다. 지금까지의 긴 인생 중 최고로 영광스러운 일이다. 상장은 나중에 관에 넣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4-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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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학책? 에세이? 정체불명 장르로 잭팟 터뜨리다…‘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손효림의 베스트셀러 레시피]

    [손효림의 베스트셀러 레시피]많은 사람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는 베스트셀러. 창작자들은 자신이 만든 콘텐츠가 베스트셀러가 되길 꿈꾸지만, 실제로 실현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이 희귀한 확률을 뚫고 베스트셀러가 된 콘텐츠가 탄생한 과정을 들여다본다. 창작자의 노하우를 비롯해 이 시대 사람들의 욕망, 사회 트렌드 등을 확인할 수 있다.“제목이 독특해서 책을 살펴보다 출간했어요. 선인세도 낮아 부담이 없었고요. 순전히 호기심이 발동해서 낸 거예요.”‘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출간한 심경보 곰출판 대표(51)가 말했다. 미국 과학 전문 기자 룰루 밀러의 첫 책인 논픽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2021년 12월 국내 출간된 후 올해 5월까지, 2년 반 동안 30만 권 넘게 판매되며 화제가 됐다.(국내 출판계의 베스트셀러 기준은 책 판매량 1만 권이다.) 교보문고와 예스24가 각각 집계한 올해 상반기 베스트셀러에도 이름을 올리며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서울 강서구 곰출판에서 지난달 31일 만난 심 대표는 “이런 숫자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며 웃었다. 심 대표는 2020년, 평소처럼 아마존에서 여러 책을 살펴보던 중 이 책을 발견했다. 미국 현지에서 출간된 지 얼마 안 돼 유력 일간지에서 호평을 받기 전이었다. 원제 ‘Why Fish Don‘t Exist’가 그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제목이 특이해 어류에 관련된 과학적 내용을 담은 정통 과학책인 줄 알았어요. 생소한 분야인 분류학, 분기학을 다룬 것도 흥미로웠고요.”철학을 전공한 그는 과학에 관심이 많다. “합리적인 사고를 키우는데 과학이 도움이 되니까요. 당연한 얘기지만 철학과도 연결되고요. 과학을 잘 몰라서 더 알고 싶은 이유도 있어요.”‘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삶의 혼란을 느낀 저자가 어류 전문 분류학자인 데이비드 스타 조던(1851~1931)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내용이 골격을 이룬다. 아내와 아이를 병으로 연달아 잃고, 오랜 기간 분류해 놓은 물고기 표본 대부분이 지진으로 처참하게 망가졌지만 꿋꿋이 연구를 이어간 조던의 놀라운 생명력에 매료됐기 때문이다. 일종의 롤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여기고 그의 생을 따라가다 저자는 뜻밖의 사실을 발견한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그 현장으로 달려가고 관계자들을 만난다. 에세이, 과학자의 전기, 스릴러, 르포, 인터뷰 등 여러 장르가 혼합된 독특한 형식이다. 초반부를 읽을 때는 ‘이게 뭐지?’라며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고 약간 지루한 느낌도 든다. 한데 계속 읽다보면 흥미로운 내용이 불쑥불쑥 튀어나오고 전혀 예상치 못한 사건과 전개에 당혹스러우면서도 궁금증이 커져 마지막 페이지까지 내달리게 된다. 심 대표가 에이전시에 문의하니 책 판권을 사들인 국내 출판사는 없었다.(국내 한 출판사가 이 책을 검토하다 중단했다는 얘기는 들었다고 한다.) 책이 미국에서 출간됐기에 에이전시를 통해 책 전체 내용을 받았다. “가깝게 지내는 번역자 선생님에게 원서를 보내드리고 의견을 여쭤봤어요. ‘순수 과학책이 아니라 객관적인 의견을 드리기는 어렵다’고 조심스럽게 말씀하셨어요. ‘아마존에서 독자 리뷰가 좋으니 일반 독자를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는 책일지도 모르겠다’고 덧붙이셨고요.”국내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미국 기자가 쓴 첫 책이어서 순수하게 책 내용으로 승부를 봐야했다. 심 대표는 해외 사이트에서 서평을 비롯해 저자에 대한 내용 등을 추가로 확인한 후 판권을 계약했다. “선인세는 3000달러로 최소 금액에 가까워 부담 없이 책을 낼 수 있겠다고 판단했어요. 번역을 맡은 정지인 선생님이 ‘과학이란 렌즈를 통해 삶을 바라보는 책으로, 내용이 참 좋다’고 하셨어요. 외주 편집자도 ‘지금까지 작업한 외서가 꽤 많은데 이 책은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좋다’고 해서 조금 기대가 되기는 하더라고요.”책을 번역하고 제작하는 사이 미국에서는 워싱턴포스트, 시카고 트리뷴 등에서 호평을 받으며 큰 화제가 됐다. 다만 미국과 한국 독자가 다르기에, 미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어도 한국에서는 어떤 반응이 나올지 촉각을 곤두세웠다.당초 책은 2021년 11월 출간할 예정이었다. 12월이 되면 연말 분위기 때문에 책 판매가 주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업을 하다보니 기간이 좀 더 걸렸다.“해를 넘겨 2022년 1월에 낼까 고민했어요. 새해 계획으로 독서를 꼽는 사람들이 많아서 1월에는 책 판매량이 늘어나니까요. 그래도 기왕 완성된 거, 일단 출간하기로 결정했죠.”2021년 12월 중순 출간한 후 3주 뒤인 2022년이 시작되자 판매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김겨울 작가가 운영하는 유튜브 ‘겨울서점’에서 책을 소개하고, 주요 온라인 서점에서도 추천하면서 책은 단숨에 베스트셀러가 됐다.“당시 1인 출판사라 홍보를 많이 할 여력이 없었어요. 몇몇 분들에게 추천사를 부탁했는데 일정 때문에 어렵다는 답이 돌아왔고요. 그래서 추천사도 싣지 못했어요. 평소처럼 소셜미디어를 통해 알리고 책에 관심 많은 유명 인사들에게 책을 보냈어요. 책을 읽어본 분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판매량이 치솟았습니다.”독자들은 ‘신선하고 놀랍다’, ‘사랑과 삶의 가치를 흥미로운 방식으로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본보를 비롯해 여러 언론사와 주요 서점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됐다. 책이 돌풍을 일으키면서 특별 한정판도 여럿 제작했다. 밀리의 서재와 김겨울 작가가 협업한 버전을 비롯해 예스24와 손잡고 각각 특별 한정판을 냈다. 양장본도 출간했다. 최근 예능 프로그램 ‘나는 솔로’에서 20기 출연자 현숙이 이 책을 읽었다고 밝히면서 판매량이 더 늘었다. “좋은 책은 결국 누군가에게 가닿는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저만의 촉이나 눈썰미가 있었다기보다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웃음)”2014년 1인 출판사를 시작한 후 적자에 시달리던 심 대표에게 이 책은 ‘기적의 깜짝 선물’이 됐다.“출판사에서 5년 동안 일한 후 IT기업에서 근무했어요. 오래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 책을 좋아해서 출판사를 차렸죠. 대단한 걸 바라고 시작한 건 아니었지만 적자가 이어지니 출판사를 계속 운영해야 하나 고민이 많이 됐어요.” 2015년 아이가 태어나 가장으로서 어깨는 더 무거워졌다. “1인 출판사는 계속 달리지 않으면 쓰러지는 자전거와 같기에 자전거 페달을 밟듯이 멈추지 않고 책을 만들었어요. 돈은 최대한 안 쓰고 버텼죠.”그러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가 이른바 ‘잭팟’을 터뜨리며 그동안 받은 대출을 모두 갚고 수익도 낼 수 있었다. 지난해 직원도 한 명 채용했다. 지금도 한 달 평균 5000권이 판매돼 출판사의 ‘효자’를 넘어 ‘기둥’ 노릇을 톡톡히 한다.곰출판은 과학을 비롯해 영화 음악 등 예술 분야 책을 주력으로 낸다. 인문 에세이, 철학 분야 책도 만든다. 심 대표는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책보다는 생명이 긴 책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사람들에게 지속적으로 도움이 될 책이 무엇인지 늘 생각해요.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 예측하는 책보다는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가치와 내용을 담은 책을 선보이고 싶습니다. 세대를 거듭해 오랜 시간 사람들이 계속 읽는 책을 만드는 게 꿈입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곰출판·2021년)는…미국 과학 전문 기자인 룰루 밀러는 인생에서 큰 혼란을 느끼자 어류 전문 분류학자 데이비드 스타 조던(1851~1931)의 삶을 추적한다. 조던이 고난이 닥쳐도 꿋꿋이 자신의 길을 걸어간 강한 의지를 지닌 인물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조던은 어릴 때부터 지도 만들기, 식물 표본 수집하기 등 자신이 매료된 대상을 집요하게 파악하고 분류하기를 좋아했다. 분류학자가 된 조던은 세계 곳곳을 다니며 어류를 수집하고 이름을 붙였다. 당대 인류에게 알려진 어류 중 5분의 1은 조던과 그의 동료들이 발견했다고 한다. 조던은 미국 스탠포드대 총장을 지내기도 했다.조던은 아내와 아이를 병으로 연이어 잃고, 벼락으로 인한 화재로 물고기 표본이 모두 사라졌지만 연구를 멈추지 않았다. 수십 년간 만든 어류 표본이 지진으로 박살나고 표본의 이름표들이 흩어져버린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았다. 그는 바늘로 어류 표본에 이름표를 꿰어 붙이는 방식으로, 같은 일이 벌어져도 문제가 되지 않는 방법을 찾아내며 연구를 계속했다. 어떤 장애물에도 개의치 않고 어류에 이름을 짓고 분류하는 작업에 몰두한 조던은 사회 역시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위계를 만들려 했다. 이를 위해 직접 행동에 나섰다.그러나 저자는 논문과 여러 전문가들을 통해 ‘타당한 생물 범주로서 어류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어리둥절한다. 책 제목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과학적인 사실이다! 나아가 인간이 만든 위계, 질서가 과연 타당한지 그리고 올바른지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의미도 담고 있다. 조던의 일생은 시간 순으로 나열하기보다 구체적인 사실에 저자의 해석을 곁들여서 소개한다. 독자의 손을 이끌고 조던이 있는 현장으로 데려가 직접 보여주듯이 묘사한다. 자신의 성장 과정도 자세하게 소개한다. 생화학자인 아버지는 매일 아침 어머니에게 커피를 만들어 주고 세 딸을 다정하게 보살폈다. 학생들에게도 헌신적이었다. 개구리 다리, 전기가오리 내장 등 실험 뒤 버려지는 것을 요리해 맛보기를 즐기고, 소매 때문에 시험관을 쓰러뜨리는 일이 너무 많다며 가위로 옷 소매를 죄다 잘라버리는 괴짜이기도 했다. 인생의 의미를 묻는 어린 딸에게 “의미는 없어”라고 잘라 말하고, “지구 저 멀리서 떨어져서 본다면 우리는 정말 아무것도 아닌거지”라며 과학자답게(?) 칼같이 말한다. 아버지의 이 말은 저자에게 오랜 기간 삶과 존재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저자의 내밀한 인생 이야기에 조던의 삶, 그리고 그와 관련된 사안을 확인하며 현장을 취재하고 인터뷰한 내용 등을 엮어 장르를 규정하기 어렵다. 발랄하고 거침없는 필력으로 저자는 이 모든 것을 매끄러우면서도 흥미진진하게 녹여낸다. 처음 읽을 때는 다소 혼란스럽지만 페이지를 계속 넘기다보면 예상치 못한 사실들이 속속 밝혀져 놀라게 된다. 사회 및 역사적 이슈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만드는 등 낯설면서도 유쾌한 경험을 선사한다. 여러 가지 맛을 느끼게 하는 정체불명의 매혹적인 요리 같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4-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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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강에서 부활한 대학가요제… “국민 축제로 키워나갈 터”

    “대학가요제가 부활한다는 소식을 듣고 곧바로 지원했어요. 본선에만 진출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대상을 받게 돼 너무 놀랐습니다. 수상자로 호명되던 순간을 떠올리면 지금도 가슴이 뛰어요.”‘2024 한강대학가요제’에서 창작곡 ‘moonlight(문라이트·달빛)’로 대상을 거머쥔 서경대 밴드 펜타클(pentacle) 멤버들이 말했다.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물빛무대에서 지난달 25일 열린 한강대학가요제는 3만 명 넘는 시민들이 관람했다. 한강대학가요제는 1970, 80년대 가수를 꿈꾼 대학생들의 등용문이던 대학가요제와 강변가요제의 부활을 알리며 올해 처음 열렸다. 전국 84개 대학, 264개 팀이 예선에 참가해 치열하게 경쟁한 끝에 11개 팀이 25일 본선 무대에 올랐다. 본선 참가 팀들은 이날 본격적인 경연에 앞서 무한궤도 ‘그대에게’(1988년 대학가요제 대상), 이상은 ‘담다디’(1988년 강변가요제 대상), 높은음자리 ‘바다에 누워’(1985년 대학가요제 대상)를 부르며 열기를 끌어올렸다. 한강대학가요제는 서울시와 동아일보가 주최하고 에듀동아와 아리랑TV가 주관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대학생의 순수한 창작 열정을 널리 알리고 시민도 즐길 수 있게 하기 위해 한강대학가요제를 개최했다”며 “앞으로 더 신나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 한강대학가요제를 국민 축제로 키워 가겠다”고 밝혔다. 심사위원으로는 배우 박상원, 가수 권진원 박선주, 작곡가 김형석 박성호가 참여했다. 박상원 심사위원장은 “예선부터 참가한 팀들 모두 대단한 수준을 보여줬다”고 심사 소감을 말했다. MC는 개그우먼 이영자와 오상진 아나운서가 맡았다. 대상을 수상한 펜타클은 보컬 박은혜, 베이스기타 허은찬, 드럼 이호찬, 기타 나윤서, 건반 김채운 등 실용음악과 재학생 5명으로 구성됐다. 군 복무 중인 다른 한 명은 참가하지 못했다고 한다. 김채운 씨는 “준비 기간이 짧았지만 최근 (음원) 발매를 염두에 두고 쓴 곡으로 참가했다”며 “멤버 간에 마음이 잘 맞고 합이 좋아 본선 무대에서 긴장하지 않고 즐기듯 임했다”고 말했다. 펜타클은 별처럼 빛나는 존재들이 모였다는 의미를 담았다. 돋보이는 노래 실력으로 강렬한 인상을 준 박은혜 씨는 뮤지컬 배우를 꿈꾼다. 그는 “무대에서 가장 행복한 에너지를 뿜어낼 수 있다”며 “뮤지컬 무대에 설 수 있도록 음악적으로 다양한 경험을 쌓고 싶다”고 했다. 허은찬 씨는 “음악과 함께한 시간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며 “누군가의 노래와 음악에 빛을 더한다는 생각으로 연주하고 있다”고 했다. 이호찬 씨는 “우연한 기회에 드럼을 치기 시작했고, 드럼 전공으로 대학에 입학했다”며 “펜타클이라는 이름으로 해외 무대에 서 볼 수 있길 꿈꾼다”고 말했다. 나윤서 씨는 “밴드를 함께 하며 혼자가 아닌 ‘함께’의 의미를 알게 됐다”며 “많은 분들에게 인정받는 밴드로 성장하고 싶다”고 밝혔다. 금상은 서울예대 밴드 ‘나아가보자’의 ‘새롭게 필 꽃잎의 순간을 우리 기억해’가, 은상은 역시 서울예대 ‘곽밴’의 ‘Hey You’, 동상은 동아방송예대와 서울예대 혼성 ‘can’t be blue’의 ‘사랑이라 했던 말속에서’와 서경대 ‘Mars to Mars’의 ‘Falling Down’이 각각 차지했다. 상금은 대상 1000만 원, 금상 500만 원, 은상 300만 원, 동상 2팀 각 100만 원씩 총 2000만 원이 주어졌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4-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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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극 ‘웃음의 대학’ 外

    《팍팍하고 불안한 삶, 어디서 돌파구를 찾아야 할까. 인생에서 맞닥뜨린 고난에도, 나아가고 싶은 곳을 향한 갈망을 그린 연극, 뮤지컬을 만나보자. 모차르트 음악의 정수를 담은 클래식 공연도 찾아온다.》연극 ‘웃음의 대학’웃음 통해 찡하게 길어 올린 소통과 예술의 의미전쟁이 벌어지는 1940년, 검열관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희극을 없애려 한다. 극단 ‘웃음의 대학’ 전속 작가는 웃음을 지켜내려 온 힘을 다한다. 두 사람이 벌이는 7일간의 해프닝을 담은 2인극이다. 작가는 공연 허가를 받기 위해 검열관의 무리한 요구를 하나하나 받아들인다. 한데 이를 반영해 대본을 수정할수록 희곡은 기발한 방향으로 재미를 더해간다. 일본 유명 극작가 미타니 코키의 대표작이다. 국내에서는 2008년 초연부터 2016년까지 모두 35만 명이 관람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송승환 서현철이 검열관 역을, 주민진 신주협이 작가 역을 맡았다.깔깔 웃다보면 고군분투하다 어느 새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검열관과 작가의 모습에 마음이 따뜻해진다. 연극, 나아가 예술이 지닌 가치도 묵직하게 짚는다.6월 9일까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 3만5000∼6만5000원. 뮤지컬 ‘베어 더 뮤지컬’파격적이고 대담하게 그린 성장의 아픔보수적인 가톨릭 기숙학교. 남학생인 피터와 제이슨은 사랑하는 사이다. 피터는 자신들의 사랑을 밝히고 싶어 하지만 학교에서 킹카로 꼽히는 제이슨은 두려워한다.연극 ‘로미오와 줄리엣’ 오디션이 열리고 제이슨은 로미오 역을 맡게 된다. 줄리엣 역을 하는 아이비는 현실에서 제이슨을 유혹한다. 커밍아웃을 원하는 피터에게 제이슨은 이별을 통보하는데…. 성 정체성을 둘러싼 고민과 두려움, 여러 관계로 인한 불안과 방황을 과감하게 드러냈다. 2015년 국내 초연부터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각 캐릭터의 심리를 예리하게 풀어낸 넘버들은 몰입을 높인다. 록, 팝 발라드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과 역동적인 안무는 무대를 풍성하게 만든다. 피터 역은 박정원 임재윤 윤석호 홍기범이, 제이슨 역은 한서원 최재웅 김재한 이석준이 각각 맡았다. 아이비는 선유하 조디아나가 연기한다.8월 25일까지.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6만6000원, 8만8000원. 뮤지컬 ‘클럽 드바이’청춘과 록이 뿜어내는 강렬한 에너지20세기 말 홍대 앞 록클럽을 둘러싼 세 사람의 이야기를 그린 창작 뮤지컬로, 처음 공개된다. 록클럽을 운영하는 기타리스트 도원, 천재적인 재능을 지닌 메인 보컬 본하, 새 삶을 꿈꾸는 보컬 오수가 나온다.도원은 본하가 자리를 비운 사이 오수를 클럽에 받아들인다. 본하가 돌아오면서 메인 보컬 자리를 둘러싸고 신경전이 벌어진다. 도원은 홍대 앞 최고의 록클럽을 만들어보자며 둘을 설득한다. 한데 본하가 오수에게 빠져들면서 도원은 불안에 휩싸이는데….도원 역은 변희상 유태율 황민수가, 본하 역은 이종석 박좌헌 신주협이 맡았다. 오수는 이지연 조영화 박소현이 연기한다. 올해 2월 쇼케이스에서 주요 넘버를 선보여 호평받았다. 2013년 초연된 후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뮤지컬 ‘트레이스 유’의 프리퀄이다.6월 11일∼9월 1일. 서울 종로구 예스24스테이지2관.4만4000원, 6만 6000원. 클래식 ‘아마데우스 2024: 오스트리아의 모차르트’세계적 악단과 지휘자가 빚어내는 모차르트 음악의 정수바로크 시대부터 바그너 오페라까지, 폭넓은 레퍼토리를 선보이는 명문 프랑스 오케스트라 ‘루브르의 음악가들’이 프랑스 유명 지휘자 마크 민코스키와 함께 모차르트 음악의 정수를 선보인다.민코스키는 ‘잘츠부르크 모차르트 주간’ 프로그램을 감독했고 미국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등을 지휘했다. 1982년 민코스키가 설립한 ‘루브르의 음악가들’은 바로크, 낭만주의 등 당대 정통 음악을 재발견해 호평받고 있다. 이번 무대에서는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5번, K.219 ‘터키’, 교향곡 41번 ‘주피터’, 바이올린과 비올라를 위한 협주 교향곡 K. 365/K. 320d를 선보인다.바이올리니스트 김계희와 비올리스트 스테판 루지에가 협연한다. 김계희는 지난해 열린 제17회 차이콥스키국제음악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기악 부문에서 우승했다. 바이올린과 비올라 연주자로 활동하는 스테판 루지에는 프랑스 보르도 국립오페라오케스트라 악장이자 ‘루브르의 음악가들’의 객원 솔로 바이올리니스트다. 6월 14일 오후 7시 반.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5만∼20만 원. ‘아마데우스 2024: 모차르트 갈라&주피터-천재, 최후의 교향곡’도 6월 19일 오후 7시 반 같은 곳에서 열린다. ‘루브르의 음악가들’과 민코스키가 소프라노 카롤린 예스테트, 테너 송성민, 베이스 고경일과 함께 한다.Goldengirl 독자를 초대합니다독자 26명(13쌍)에게 공연 관람 기회를 드립니다. 동아일보 골든걸 인스타그램‘동아일보 골든걸(@goldengirl_donga)’에서 응모해주세요. 문의: goldengirl@donga.com뮤지컬 ‘베어 더 뮤지컬’R석 8만 8000원 상당 10명(5쌍)뮤지컬 ‘클럽 드바이’R석 6만 6000원 상당 10명(5쌍)클래식 ‘아마데우스2024: 오스트리아의 모차르트’B석 8만 원 상당 6명(3쌍)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4-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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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렉산더 맥퀸, 칼 라거펠트… 패션 거장 주요 컬렉션을 한 눈에

    알렉산더 맥퀸, 칼 라거펠트, 장 샤를 드 카스텔바작….세계 패션 거장들이 디자인한 옷을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RSVP: 위대한 유산으로의 초대’전이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이간수문전시장에서 8월 4일까지 진행된다. 이랜드뮤지엄(대표 한우석)과 서울디자인재단(대표이사 이경돈)이 마련했다. 이랜드뮤지엄이 보유한 50여만 점의 소장품 가운데 세계 패션계에 큰 발자취를 남긴 디자이너 21명의 작품 및 스케치 등 관련 자료 87점을 만날 수 있다. 무료.전시장에 들어서면 ‘모스키노 칩앤시크, 아트 이즈 러브(Art is Love)’ 드레스(1993년)가 먼저 관객을 맞는다. 프랑코 모스키노가 자신의 칩앤시크 레이블에서 내놓은 드레스로, 이브 생 로랑이 몬드리안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1965년 선보인 몬드리안 드레스를 오마주한 것이다.앤디 워홀의 더 수퍼 드레스(The Souper Dress, 1968년)는 친숙하게 다가온다. 워홀의 대표작 중 하나인 ‘캠벨 수프’를 모티브로 만든 종이 드레스다. 일회용품이 인기를 끌 당시, 캠벨 수프 컴퍼니는 한 번 입고 버리는 옷으로 캠벨 수프를 활용해 종이로 드레스를 만들어 나눠줬다. 워홀은 “패션은 예술보다 더 예술에 가깝다”며 자신의 팝아트 작품이 프린팅된 맞춤 드레스를 사교계 인사들에게 제작해줬다. 플라스틱과 금속으로 만든 파코 라반의 ‘입을 수 없는 드레스’ 세 점도 있다. 철로 만든 ‘메탈 판초’(1970년), 둥근 디스크 모양을 엮은 ‘디스크 드레스’(1960년대), 플라스틱 조각으로 구성된 ‘블랙 플라스틱 드레스’(1998년)다. 서영희 이랜드뮤지엄 전시총괄이사는 “옷의 소재에 대한 경계를 넘어 사회의 변화를 담으려 한 것”이라고 말했다.알렉산더 맥퀸이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 컬렉션의 드레스인 디지털 프린트 오간자 드레스(2010년)는 빙하가 녹은 해저를 배경으로 파충류를 연상시키는 문양으로 채워져 강렬하다. 크리스탈 프린트 드레스(2009년), 에펠탑 프린트 드레스(2009년)는 탁월한 감각을 확인할 수 있다. 그가 자신을 후원한 절친인 보그 편집장 출신 이자벨라 블로우를 추모하며 기획한 ‘2008 S/S ’La Dame Bleue’ 컬렉션 초대장도 있다.카스텔바작의 ‘키스 해링 질레’(1990년대)에는 키스 해링의 마지막 드로잉 작품이 담겼다. 카스텔바작은 키스 해링에게 1990년 겨울콜렉션 초대장을 스케치해 줄 것을 요청했다. 키스 해링은 얼마 뒤 숨졌고, 카스텔바작은 사흘 후 초대장 스케치가 든 등기 편지를 받는다. 거기엔 키스 해링의 대표작 ‘빛나는 아기’ 그림이 있었다. 검은 색 바탕에 흰색 세로 줄무늬로 된 옷에는 빨간색 실로 ‘빛나는 아기’가 수놓아져 있다. 모피에 반대했던 카스텔바작이 테디베어 40마리를 활용해 만든 재킷(1989년)도 눈길을 끈다. 비잔틴 양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샤넬 골드 재킷(1996년)은 칼 라거펠트가 디자인했다. 밝은 금빛이 눈부시게 화려하다. 이세이 미야케의 비행 접시 드레스(1994년)는 흥미롭다. 드레스와 이어져 바닥으로 길게 펼쳐진 부분은 머리에 쓸 수 있는 로브도 된다. 검은색과 흰색을 활용한 존 갈리아노의 ‘플래드 드레스’(2000년)도 있다. 티에리 뮈글러의 ‘골드 시퀸 드레스’(1986년)는 팝가수 마돈나가 1986년 12월 ‘라이프’ 매거진 표지를 장식했을 때 입었다. 스테판 롤랑이 장 루이 셰레 브랜드에서 디자인한 레드 이브닝 가운(2000년대)은 우아한 곡선을 활용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4-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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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서도 산뜻하고 당당하게

    《여름이 다가오면서 자외선 차단을 비롯해 더위에 노출된 피부를 진정시키는 방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땀을 많이 흘리고 피지 분비가 늘어나면서 각종 피부 문제로 고민하는이들도 적지 않다. 노출이 늘어나는 만큼 체중 관리에 더욱 신경을 쓰는 사람도 많다. 아모레퍼시픽은 각 브랜드별로 이를 위한 제품들을 소개했다.》시원하게 촉촉하게햇볕이 갈수록 강해지는 계절, 마몽드는 ‘카밍 샷 아줄렌 선크림’을 새로 내놓았다. 이 제품은 2중 자외선 차단 기능을 통해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해준다. 마몽드는 “카밍 샷 아줄렌 선크림은 피부 온도를 섭씨 3도 정도 낮춰주는 기능이 있어 피부에 바르면 곧바로 시원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밝혔다.이 제품은 8종의 히알루론산을 함유하고 있다. 수분 함량이 높고 잘 흡수돼 바르면 피부를 촉촉하게 만들어준다. 마몽드는 “더운 날씨에 수분 크림을 대체해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라며 “촉촉하고 부드럽게 발리면서도 밀림 현상은 최소화해 쿠션이나 파운데이션을 사용하기 전 단계에 쓰면 산뜻하게 화장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캐모마일 꽃에서 추출한 99.9% 아줄렌을 사용해 피부를 진정시키는 기능을 강화했다. 나이아신아마이드로 진정 효과와 항산화 효과를 더하며 시너지를 높였다고 한다. 마몽드는 “불필요한 성분 8가지를 뺐다. 비건 인증을 받았고 피부과 테스트, 피부 1차 자극 테스트 등 안전성 테스트도 통과했다”고 밝혔다.각질, 피지 제거 기능 강화보습 브랜드 일리윤은 트러블이 많은 피부에 사용하기 좋은 ‘AC 시카 트러블 바디케어’ 3종을 내놓았다. 제품은 바디 미스트, 바디 워시, 필링 스크럽이다. 바디 미스트는 각질과 피지, 잡티를 개선하는데 도움이 된다. 색소 침착 등의 흔적을 완화해 피부를 화사하게 만들어준다. 붉은 기와 열감을 떨어뜨리고 수분감은 높여준다. 일리윤은 “각종 실험을 통해 빠른 시일 내에 효과를 나타내는 것을 확인했다”며 “여드름성 피부에 사용해도 좋으며 알코올 냄새 대한 걱정을 줄여 순하게 피부를 관리할 수 있다”고 밝혔다.바디워시는 등과 가슴에 난 여드름을 관리하는데 사용하는 제품이다. 살리실산이 2% 함유돼 있다. 각질을 개선해주고 항균 작용을 해 문제를 일으키는 균을 제거하는데 도움이 된다. 일리윤은 “각질과 피지를 제거해주는 필링 스크럽은 자극이 거의 없어 여드름 피부에도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자연스럽고 화사하게프리메라가 남성용 선크림 ’리페어링 세라캡슐 UV 프로텍터 토닝 이펙터’를 내놓았다. 프리메라의 남성 라인인 ‘맨 인 더 핑크’에서 새로 선보이는 톤업 선크림이다. 프리메라는 “리페어링 세라캡슐 UV 프로텍터 토닝 이펙터는 ‘SPF50+/PA++++’로 피부 노화를 촉진하는 자외선은 강력하게 차단하고, 손상된 피부 장벽을 빠르게 회복시키는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또 “선크림 기능과 함께 피부를 보다 젊게 관리할 수 있는 기능을 지녔다”고 덧붙였다.바이올렛 색상은 발랐을 때 부자연스럽게 보이거나 하얗게 들뜨는 백탁 현상이 없도록 만들었다. 프리메라는 “바르면 피부를 화사하게 만들어주고 모공과 트러블 흔적도 커버할 수 있다. 보습 효과가 오래 지속돼 피부를 촉촉하게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혈당-탄수화물 섭취-체지방 관리이너뷰티 브랜드 바이탈뷰티가 ‘메타그린 X 쿠로미’ 콜라보 에디션을 선보였다. 다이어트 건강기능식품으로 잘 알려진 메타그린은 시즌별로 헬로키티, 마이멜로디, 포차코 등 에디션을 내놓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번에는 젊은층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캐릭터 쿠로미와 협업했다. 이번 에디션은 ‘메타그린 슬림업’, ‘메타그린 부스터샷 7일’, ‘메타그린 칼로리컷 젤리’와 악동 쿠로미가 그려진 보라색 3종 패키지, 한정판 굿즈로 구성했다. 메타그린 슬림업을 구매하면 컬러 체인징 리유저블컵을 증정한다. ‘메타그린 칼로리컷 젤리’와 ‘메타그린 부스터샷 7일’을 사면 쿠로미 키링을 준다. ‘메타그린 슬림업’과 ‘메타그린 부스터샷 7일’은 리뉴얼했고 ‘메타그린 칼로리컷 젤리’는 올해 3월 선보였다. 바이탈뷰티는 “세 제품을 통해 혈당, 탄수화물 섭취 및 체지방 관리를 함께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메타그린 X 쿠로미’ 에디션은 올리브영에서 판매한다. 메타그린은 누적 판매량이 800만 개를 넘었다. 바이탈뷰티는 “기름진 식사를 자주하고 칼로리가 높은 음식을 많이 먹어 이를 관리하길 원한다면 ‘메타그린 슬림업’을 섭취하면 좋다. 달콤한 디저트를 좋아하고 밥, 빵 같은 탄수화물 섭취를 조절하기 어렵다면 혈당 관리를 돕는 ‘메타그린 칼로리컷 젤리’를, 짧은 기간에 집중적으로 다이어트를 하길 원한다면 ‘메타그린 부스터샷 7일’을 각각 권한다”고 밝혔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4-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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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의 고난 속 돌파구 모색하는 공연

    팍팍하고 불안한 삶, 어디서 돌파구를 찾아야 할까. 인생에서 마주한 고난, 그럼에도 나아가고 싶은 곳을 다양한 각도로 그린 연극, 뮤지컬을 만나보자. 모차르트 음악의 정수를 선보이는 클래식 공연도 찾아온다. 연극 ‘웃음의 대학’웃음 통해 찡하게 길어 올린 소통과 예술의 의미 전쟁이 한창 벌어지는 1940년. 전시 상황이라는 이유로 검열관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희극을 없애려 한다. 극단 ‘웃음의 대학’ 전속 작가는 검열의 칼날을 피해 웃음을 지켜내려 온 힘을 다한다. 두 사람이 벌이는 7일간의 해프닝을 담은 2인극이다. 작가는 공연 허가를 받기 위해 검열관의 무리한 요구를 하나하나 받아들인다. 한데 이를 반영해 대본을 수정할수록 희곡은 기발한 방향으로 재미를 더해간다. ‘웃음이 없는 작품은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일본 유명 극작가 미타니 코키의 대표작이다. 국내에서는 2008년 초연부터 관객들을 매료시키며 큰 주목을 받았다. 2016년까지 모두 35만 명이 관람했다. 8년 만에 돌아온 이번 공연에서는 송승환 서현철이 검열관 역을 맡았다. 주민진 신주협이 작가를 연기한다. 베테랑 배우들과 안정적인 연기력을 지닌 배우들의 시너지는 무대를 꽉 채운다. 검열관과 작가가 실랑이를 벌이면서 수정을 할 때마다 대본은 의외의 발랄함(?)을 거듭 장착해 나간다. 종잡을 수 없는 전개로 관객은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다. 웃다보면 각자 고군분투하다 어느 새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검열관과 작가의 모습에 마음이 따뜻해진다. 엄혹한 상황에서 껄끄러운 관계로 만나더라도, 사람이란 존재는 계속 말을 나누고 듣다보면 서로에게 다가갈 수 있음을 자연스레 깨닫게 된다. 연극, 나아가 예술이 지닌 가치도 짚는다. 팍팍한 현실에서 웃음을 잃고 사는 이들의 마음을 보드랍게 어루만지며 긴 여운을 남긴다. 6월 9일까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 뮤지컬 ‘베어 더 뮤지컬’파격적이고 대담하게 그린 성장의 아픔 보수적인 가톨릭 기숙학교. 남학생인 피터와 제이슨은 사랑하는 사이다. 서로에 대한 마음이 깊어지면서 피터는 자신들의 사랑을 밝히고 싶어 하지만 제이슨은 두려워한다. 제이슨은 학교에서 킹카로 꼽히는데다 부모님에게서 큰 기대를 받고 있다. 둘의 사랑이 알려지는 순간, 이 모든 걸 잃을 수 있기에.학교에서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 오디션이 열리고 제이슨은 로미오 역을 맡게 된다. 줄리엣 역을 하게 된 아이비는 현실에서 제이슨을 유혹한다. 커밍아웃을 원하는 피터에게 제이슨은 이별을 통보하는데…. 성 정체성을 둘러싼 고민과 두려움, 여러 관계와 압박으로 인한 불안, 방황을 과감하게 드러냈다. 미국에서 2000년 첫 선을 보였고 2015년 국내 초연부터 주목받으며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개성 강한 각 캐릭터들의 심리를 예리하게 풀어낸 넘버들은 중독성 강한 멜로디로 몰입을 높인다. 록, 팝 발라드, 가스펠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과 함께 역동적인 안무는 무대를 풍성하게 만든다. 여러 감정을 강렬하게 분출하며 내달리는 이야기로 긴장감은 고조된다. 피터 역은 박정원 임재윤 윤석호 홍기범이, 제이슨 역은 한서원 최재웅 김재한 이석준이 각각 맡았다. 아이비는 선유하 조디아나가 연기한다. 맷은 유재하 크리스 영 박상준, 나디아는 남가현 장보람이 맡았다. 8월 25일까지.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뮤지컬 ‘클럽 드바이’청춘과 록이 뿜어내는 강렬한 에너지20세기 말 홍대 앞 록클럽을 둘러싼 세 사람의 뜨거운 이야기를 그린 창작 뮤지컬로, 초연된다. 록클럽을 운영하는 기타리스트 도원, 천재적인 재능을 지닌 메인 보컬 본하, 클럽에서 새 삶을 꿈꾸는 보컬 오수가 나온다.도원은 본하가 자리를 비운 사이 세상에서 밀려난 오수를 클럽에 받아들인다. 본하가 돌아오면서 메인 보컬 자리를 둘러싸고 신경전이 벌어진다. 도원은 홍대 앞 최고의 록클럽을 만들어보자며 두 사람을 설득한다. 벅찬 앞날을 꿈꾸는 가운데 본하가 오수에게 빠져들면서 도원은 점점 불안에 휩싸이고, 상황은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치닫는데…. 도원 역은 변희상 유태율 황민수가, 본하 역은 이종석 박좌헌 신주협이 각각 맡았다. 오수는 이지연 조영화 박소현이 연기한다. 뮤지컬 ‘트레이스 유’의 윤지율 작가와 박정아 작곡가, ‘베어 더 뮤지컬’, ‘머더 발라드’의 이재준 연출가가 손을 잡았다. 음악을 향한 열정과 가늠할 수 없이 뿜어져 나오는 청춘의 에너지가 무대를 달군다. 라이브 밴드의 연주와 함께 펼쳐지는 강렬한 록 넘버들도 매력을 더할 예정이다. ‘클럽 드바이’는 올해 2월 쇼케이스를 통해 주요 넘버들을 선보였다. 관객들은 “실제 록클럽에 온 것 같다”며 호평했다. 매혹적인 록 음악에 배우들의 연기력이 더해지며 본 공연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2013년 초연된 후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뮤지컬 ‘트레이스 유’의 프리퀄로, ‘트레이스 유’ 팬들에겐 더 흥미롭게 다가갈 듯하다. 6월 11일~9월 1일. 서울 종로구 예스24스테이지 2관. 클래식 ‘아마데우스 2024: 오스트리아의 모차르트’세계적 악단과 지휘자가 빚어내는 모차르트 음악의 정수 바로크 시대부터 바그너 오페라까지, 폭넓은 레퍼토리를 선보이고 있는 명문 프랑스 오케스트라 ‘루브르의 음악가들’이 프랑스 유명 지휘자 마크 민코스키와 함께 모차르트 음악의 정수를 선보인다.민코스키는 2013~2017년 ‘잘츠부르크 모차르트 주간’ 프로그램을 감독했고 프랑스 보르도 국립오페라 극장장을 지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 러시아 마린스키 오케스트라, 영국 BBC 심포니 오케스트라 등을 지휘했다. 1982년 민코스키가 설립한 ‘루브르의 음악가들’은 바로크, 낭만주의 등 당대 정통 음악을 시대악기로 재발견해 호평받고 있다. 헨델, 하이든, 모차르트는 물론이고 바흐와 슈베르트 작품까지 탁월하게 선보였다. 베를리오즈, 비제 등 19세기 프랑스 음악을 빼어나게 해석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번 무대에서는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5번, K.219 ‘터키’, 교향곡 41번 ‘주피터’, 바이올린과 비올라를 위한 협주 교향곡 K. 365/K. 320d를 선보인다. 바이올리니스트 김계희와 비올리스트 스테판 루지에가 협연한다. 김계희는 지난해 열린 제17회 차이콥스키국제음악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기악 부문에서 우승했다. 정교하면서도 화려한 연주로 세계 무대에서 주목받고 있다. 서울예고를 다니다 미국 커티스 음악원에서 디플로마 과정을 수료했다. 서울대 음대에 수석 입학해 전 학기 수석으로 졸업했다. 뮌헨국립음대에서 석사과정과 최고연주자과정을 마쳤다. 스테판 루지에는 바이올린과 비올라 연주자로 활동하고 있다. 프랑스 보르도 국립 오페라 오케스트라 악장이자 ‘루브르의 음악가들’의 객원 솔로 바이올리니스트다. 뉴욕, 런던, 뮌헨 등의 주요 콘서트홀에서 초청받고 있다. 6월 14일 오후 7시 반.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이번 공연 시리즈인 ‘아마데우스 2024: 모차르트 갈라&주피터-천재, 최후의 교향곡’도 6월 19일 오후 7시 반 같은 곳에서 열린다. ‘루브르의 음악가들’과 민코스키가 소프라노 카롤린 예스테트, 테너 송성민, 베이스 고경일과 함께 한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4-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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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잠자던 문학 세포를 깨우다…소설 ‘이처럼 사소한 것들’[손효림의 베스트셀러 레시피]

    [손효림의 베스트셀러 레시피]많은 사람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는 베스트셀러. 창작자들은 자신이 만든 콘텐츠가 베스트셀러가 되길 꿈꾸지만, 실제로 실현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이 희귀한 확률을 뚫고 베스트셀러가 된 콘텐츠가 탄생한 과정을 들여다본다. 창작자의 노하우를 비롯해 이 시대 사람들의 욕망, 사회 트렌드 등을 확인할 수 있다.아버지가 누군지 모른 채 태어난 소년. 크고 작은 선의를 받으며 자라 다섯 딸의 아버지가 된 그는 석탄 양조장을 운영하며 부지런히 일한다.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수녀원에서 우연히 보게 된 처참한 몰골의 아이들. 크리스마스이브 날, 수녀원으로 배달 간 그는 석탄광에 갇힌 소녀를 발견하고 고민 끝에 집으로 데려가기로 한다.중편 소설 ‘이처럼 사소한 것들’(다산책방)이다. 얼핏 단조로워 보이는 이야기를 담은 이 소설은 지난해 11월 말 출간된 후 단숨에 각 서점에서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돌풍을 일으켰다. 출간 5개월 만에 8만4000권이 판매됐다. 국내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아일랜드 작가 클레어 키건(56)의 소설은 “오랜만에 만난 아름다운 수작(秀作)”이라는 호평 속에 문학과 거리를 두고 있던 사람들까지 눈길을 돌리게 만들었다. 여진은 지금도 이어져 한 달에 1만 권씩 판매되고 있다.(국내 출판계의 베스트셀러 기준은 책 판매량 1만 권이다.) “문학은 죽었다”는 말은 구문이 된 지 오래지만, 좋은 작품은 독자들이 반긴다는 것을 입증한 소설이다. 이 책을 국내에 들여온 이승환 다산북스 콘텐츠사업3팀장(39)을 경기 파주시 다산북스에서 14일 만났다. 그가 속한 콘텐츠사업3팀이 담당하는 장르는 뜻밖에도 에세이였다. 그는 어떻게 이 소설을 찾아냈을까. 이 팀장은 “해외 책 리뷰 사이트들을 종종 들여다보는데 어느 날 이 작품이 눈에 들어왔다”며 웃었다. 그에게 문학청년이냐고 물었더니 고개를 저었다. 대학에서는 역사를 전공했다고 한다.“이전에 문학 전문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했어요. 당시 문학 독자들을 만나보니 책의 세계를 떠나지 않을 사람들이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이들에게 선사할 작품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에 소설을 계속 기웃거리게 됐죠.”이 책은 2021년 현지에서 출간돼 영미권에서 큰 호평 속에 사랑을 받았다. “권위 있는 해외의 한 리뷰 사이트에서는 만점을 줬더라고요. ‘키건은 낭비하지 않는 작가’라는 영국 문학평론가의 말도 인상적이었어요. 미국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됐는데 한국에는 왜 알려지지 않았는지 의아했고요. 국내에 들여오고 싶어졌죠.”2021년 11월 말, 판권 판매 상황을 확인해보니 계약을 진행 중인 국내 출판사는 없었다. 에이전시에서 소설 PDF를 받았다. 통상 작품에 대한 제안서를 받지만 이미 해외에서 출간된 책이어서 소설 PDF를 통째로 확보할 수 있었다. “유명 번역가에게도 작품을 보여주니 ‘인생에 대한 통찰이 많이 느껴진다’고 했어요. 문학에 조예가 깊은 지인에게 물어보니 ‘작품성은 있지만 대중성은 없다’고 잘라 말하더군요. 예상한 반응이긴 했어요. 제가 문학적 소양이 있는 건 아닌데요, 이상하게 포기가 안 되고 혼자 끙끙 앓게 되더라고요.”3주 동안 고민한 끝에 그는 회사에 출간을 제안했다. “팀별로 담당 분야가 있지만 저희 출판사는 팀간 장벽이 높지 않아요. 자기가 맡은 분야가 아니어도 특정 책을 발굴한 편집자가 그 책을 만들어요. 실제 에세이는 저희 팀뿐만 아니라 다른 팀에서도 많이 냈고요.” 이 팀장이 목표로 삼은 판매 부수는 1만 권이었다. 그는 “다산북스는 자기계발서 등 실용서를 주로 만드는데 출판사로서 작품성 있는 문학책도 내야한다”고 강하게 요청했다. 회의를 연 결과 다수가 “출간해 볼만하다”는 의견을 냈다. 하나의 큰 관문을 넘은 것이다. “김선식 대표님이 ‘작가를 데려와야 한다’며 키건의 다른 작품도 들여오라고 하셨어요. 독자들이 작가의 작품 세계를 알려면 한 권만으로는 안 된다면서요. 그렇게 해서 낸 게 중편 소설 ‘맡겨진 소녀’예요.”‘맡겨진 소녀’(허진 옮김)는 아이가 많은 가난한 집의 소녀가 엄마의 출산을 앞두고 여름 동안 먼 친척 부부 집에서 지내는 이야기를 그렸다. 소녀가 한 번도 받지 못했던 보살핌을 받으며 사랑과 다정함을 서서히 느끼는 과정이 맑은 수채화처럼 펼쳐진다.한데 해외 출판사와 최종 계약을 완료하기까지 1년이나 걸렸다. “별다른 문제는 없었는데 해외 출판사에서 업무를 처리하는 게 더뎠어요. 그러는 동안 2022년 ‘이처럼 사소한 것들’이 부커상 최종후보에 오르자 조바심이 나더라고요.”‘이처럼 사소한 것들’의 번역을 진행하는 사이, 영화로 만들어진 ‘맡겨진 소녀’가 2023년 국내에서 개봉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에 ‘맡겨진 소녀’를 지난해 4월 먼저 출간했다.“영화 제목은 ‘말없는 소녀’였어요. 지난해 5월 개봉했는데 당시 블록버스터인 ‘범죄도시3’가 스크린을 휩쓸면서 ‘말 없는 소녀’는 별로 상영되진 못했어요.”지난해 11월 ‘이처럼 사소한 것들’이 나오자마자 뜨거운 반응을 얻으면서 ‘맡겨진 소녀’도 함께 주목받았다. ‘맡겨진 소녀’ 역시 판매량이 치솟으며 지난달까지 1년간 총 4만 2000권이 나갔다. 지금도 매달 7000권 가량 판매되고 있다.(기자도 지인에게 ‘이처럼 사소한 것들’을 선물한 후 그에게서 “책을 다 읽고 곧바로 ‘맡겨진 소녀’를 사서 봤다”는 말을 들었다.) “작품에 대한 평이 좋을 거라고는 예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요. 키건의 작품은 ‘얻어 걸린’ 측면도 있지만, 정말 짜릿했죠.(웃음) 독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난 게 주효했어요. 김지운 감독이 자신의 소셜미디어에서 ‘이처럼 사소한 것들’을 추천했고요.”예리하게 벼려낸 문장은 담담한 서사 속에 주인공 펄롱의 심리를 치밀하게 짚어낸다. 애써 가정과 일터를 일궈온 펄롱이 부조리한 거대한 힘 앞에서 깊이 고민하는 과정은 인간 본연의 심성을 들여다보게 한다. “작품의 힘이 크다고 봐요. 키건은 24년간 단 4권의 책만 냈을 정도로 글의 정수만을 뽑아 쓰는 작가예요. 일정 규모의 사람들이 ‘어떻게든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작품’이 반향을 일으키는데 키건이 그런 글을 써요. 이런 작가가 진짜 저력 있는 ‘무서운’ 작가라고 생각해요.” 중편 소설로 길이가 짧은데다 난해하지 않아 읽기 쉬운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이 팀장은 분석했다. 독자들에게 단시간에 책 한 권을 읽었다는 ‘정신적 포만감’을 줬다는 것. 읽기는 수월하지만 거듭 읽을수록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게 만드는 재미도 크다. 이는 키건이 치밀하게 구상해 심어 놓은 장치다.“키건은 풍경 등을 묘사한 장면이나 여러 대목마다 각각 의미를 담았어요. 홍한별 번역가가 ‘펄롱이 수녀원장과 차를 마시는 방의 구조가 궁금하다’고 물어보자 키건은 직접 방 그림을 그려서 보내줬다고 해요. 다만 키건은 ‘독자의 지성을 신뢰해야 한다’고 강조하기에 각주는 한국 독자가 알기 어려운 1985년 아일랜드 상황을 설명하는 정도로 최소화해 달았어요.”추천사는 독자들에게 신뢰가 높은 신형철 문학평론가에게 요청해 작품성이 돋보일 수 있게 했다. 은유 르포작가의 추천사도 함께 받아 사회적 의미를 짚어냈다. 이 팀장은 “책 표지를 양장으로 만든 건 130여 페이지로 분량이 적어 ‘좀 있어보이게’ 하려 한 것”이라며 웃었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킬리언 머피 주연의 영화로 나올 예정이다. (킬리언 머피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기차에서 ‘맡겨진 소녀’를 읽다가 너무 우는 바람에 후드를 뒤집어써야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맡겨진 소녀’는 소녀가 처음 사랑과 다정함을 느끼는 과정을 담백하면서도 세밀하게 묘사해 아련한 감정을 남긴다.) 이 팀장은 올해 7월 키건의 단편집 ‘푸른 들판을 걷다’를 낼 예정이다. “반짝이는 작품을 캐내는 과정이 재밌어요. ‘문학은 안 된다’는 ‘문학 패배주의’를 깨는 것도 의미 있고요. 좋은 작품을 기다리는 분들에게 반길 수 있는 책을 계속 선사하고 싶습니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다산책방·2023년)은….18세기부터 20세기 말까지 아일랜드 정부의 협조 하에 가톨릭 수녀원이 운영하며 불법 행위를 저지른 ‘막달레나 세탁소’를 배경으로 한 중편 소설이다. 다섯 딸을 둔 가장인 펄롱이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수녀원에서 참혹한 몰골로 학대당하는 아이를 보고 도움을 줘야 할지 고뇌하는 과정을 정교하게 풀어냈다. 수녀원과 맞서는 순간 그는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 펄롱은 아버지가 누군지 모르지만 자신을 임신한 가사 일꾼인 어머니를 해고하지 않은 미시즈 윌슨의 보살핌을 받으며 자란 삶을 떠올린다. 안전한 침묵과 파국이 예고된 용기의 갈림길 앞에서 번뇌에 휩싸이는 펄롱의 내면을 깊이 파고든다. 인간 본연의 심성에 대해서도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1985년 아일랜드 한 도시의 풍경과 소시민의 일상을 세밀화처럼 그렸다. 삶의 단면을 예리하게 포착한 문장은 공감을 자아낸다. 석탄 야적장을 운영하는 펄롱의 일과를 묘사하며 ‘야적장 정문에 도착했는데 자물쇠가 성에로 덮여 꿈쩍 않는 걸 보고는 삶이 고달프다는 생각이 들었고 지금 침대 속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 같은 문장이 그 중 하나다. 담담하게 묘사된 장면에도 하나하나 의미를 담아 읽을 때마다 새로움을 발견하게 만든다. 파주=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4-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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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밥 굶던 20살 청년, 대한민국 상위 1% 자산가 된 비결 담은 ‘이 책’ [손효림의 베스트셀러 레시피]

    [손효림의 베스트셀러 레시피]많은 사람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는 베스트셀러. 창작자들은 자신이 만든 콘텐츠가 베스트셀러가 되길 꿈꾸지만, 실제로 실현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이 희귀한 확률을 뚫고 베스트셀러가 된 콘텐츠가 탄생한 과정을 들여다본다. 창작자의 노하우를 비롯해 이 시대 사람들의 욕망, 사회 트렌드 등을 확인할 수 있다.어머니와 지하 단칸방에 살던 소년은 집에 따뜻한 물이 나오지 않아 아침마다 냄비에 끓인 물에 찬물을 섞어 세수하고 머리를 감았다. 스무 살 때는 밥값이 없어 점심과 저녁을 굶었다. 의사가 된 그는 서울 강남에 병원을 여느라 35세에 10억 원의 빚을 졌다. 40대인 지금, 그는 강남 건물주가 됐다. ‘나는 나의 스무 살을 가장 존중한다’(토네이도)를 쓴 이하영 원장(48)의 이야기다. 그가 가난을 딛고 대한민국 상위 1% 자산가가 된 비결을 담은 이 책은 올해 2월 말 출간된 후 두 달 만에 3만 권 넘게 판매됐다.(국내 출판계의 베스트셀러 기준은 책 판매량 1만 권이다.) 책 판매 속도는 지금도 비슷하게 유지되고 있다. 이 원장을 7일 전화로 인터뷰하고, 책 편집자인 박수진 토네이도미디어그룹 기획편집부 차장(41)을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이 원장은 “이렇게 관심이 높을 줄 몰랐다. 얼떨떨하다”고 했다. 책이 나오게 된 건 이 원장이 지난해 1월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한 게 계기가 됐다. 그가 사는 서울 성동구의 고급 아파트를 촬영하다 살아온 이야기를 하게 됐는데, 조회수가 100만 회를 훌쩍 넘으며 화제가 된 것. 그가 추천한 책 ‘우리는 모두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웨인 다이어 지음·정지현 옮김)는 순식간에 판매량이 급증해 한 온라인 서점에서 자기계발 분야 1위에 올랐다. 2019년 토네이도에서 낸 이 책의 순위가 역주행하자 박 차장은 이 원장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그리고 출간을 제안했다. 소위 ‘대박’이 난 유튜브 영상과 그 주인공들을 숱하게 봐 온 박 차장이 이 원장에게 책을 내자고 한 이유는 뭘까. “원장님의 말에 마음이 움직였어요. 스무 살 때 고시원에서 살며 새벽까지 공부한 이야기를 하며 ‘나는 나의 스무 살을 가장 존중한다’고 한 걸 보고 도대체 그 시간을 어떻게 보냈기에 이렇게 말할 수 있는지 궁금해졌어요. 보통 스무 살 때는 후회와 ‘이불킥’으로 가득한 순간이 대부분이지 않나요?”이 원장은 망설였다. “물질적인 성공과 소유를 위한 방향으로만 글을 써야 하는 건가 싶어 고민이 됐어요. 지금의 저를 만든 건 스스로에 대한 확신과 긍정, 마음공부였기에 이를 알리고 싶었거든요.” 빨리 책을 내고 싶어 마음이 급했던 박 차장은 설득에 나섰다. “현실은 마음이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강조하시는 만큼 이를 실생활에 접목할 수 있도록 쉽게 쓰시면 된다고 했어요. 원장님이 추천한 책이 이렇게 반응이 뜨거울 정도면 직접 쓴 책은 더 많은 분들이 좋아하실 거라는 확신이 들었거든요.”이 원장은 결국 수락했다. 책에는 오늘날의 그를 있게 해 준 사고방식, 마음공부 방법과 함께 그의 인생도 자세하게 담았다. 박 차장은 “삶의 궤적을 풀면서 원장님이 지닌 매력을 부각하면 책에 담긴 메시지가 더 설득력을 지닐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6살 때 부모님이 이혼한 후 어머니와 살았다. 배를 탔던 아버지는 아침부터 술을 마시고 폭언을 했다. 어머니와 함께 지낸 지하 단칸방은 곰팡이 슨 벽지가 군데군데 벗겨져 시멘트가 드러났다. 바퀴벌레, 날파리와 ‘공생’했고 천장에서는 쥐 소리가 났다. 따뜻한 물이 나오지 않아 세수하고 머리를 감기 위해 아침마다 냄비에 물을 끓여야 했다. 물 온도를 잘못 맞춰 머리에 종종 화상을 입었다. 방이 너무 작아 그가 자라면서 아침에 일어나다 식탁, 장롱에 머리나 다리를 부딪치기 일쑤였다. “이런 데서 못 살겠다”고 엉엉 울던 그에게 어머니는 눈물을 참으며 말했다. “네가 너무 큰 사람이 되려고 그래”라고. 어머니의 말은 그에게 강렬하게 각인됐고, 그는 이를 굳게 믿었다.대학은 포항공대(포스텍)에 진학했다. 학비가 거의 들지 않고 기숙사비도 저렴했기 때문이다. 우연히 들어간 연극 동아리에서 의사 역을 맡은 그는 그 느낌이 좋아 의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1학기가 끝난 후 재수를 시작했다. 어머니에게는 알리지 않았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과외를 하며 고시원에서 살았다. 식사는 고시원에서 먹는 아침밥이 유일했다. 저녁 때 과외를 하러 간 집에서 간식으로 내 온 샌드위치로 허기를 달랬다. 그 집 식탁에 차려진 불고기와 나물 반찬이 풍기는 냄새를 뒤로 하고 나와야 했다. 독서실에서 공부할 때 그는 의사 수술복을 입었다. 부산 국제시장에서 빛바랜 청록색 의사 수술복 두 벌을 사서 ‘의사 이하영’이라는 글씨를 주머니에 새겨 넣었다. 사람들은 그를 전문의 시험 준비를 하는 이로 여겼다. 실제 전문의 시험 준비를 해도 수술복을 입고 공부하지는 않을 텐데,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럽지 않았을까. 이 원장은 “어차피 입을 옷이 없어 뭐든 사야 했다. 재수생을 상징하는 추리닝은 싫었다. 10년 뒤 펼쳐질 의사의 삶을 상상했고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공부하다 시계를 보면 새벽 1시가 넘었고 독서실에는 아무도 없었다”고 했다.부산대 의대에 합격했다. 의대를 졸업한 그는 홀로 서울로 올라와 삼성서울병원에서 인턴, 레지던트를 했다. 이 병원의 연봉이 가장 높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공중보건의사를 한 뒤 1년 간 페이닥터로 지냈다. 35세에 10억 원의 빚을 내 강남에 개원했고, 지금까지 얼굴 살 관리를 하고 있다. 그는 “치열하게 살았던 스무 살의 내가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존재할 수 있다. 스무 살의 내가 정말 고맙다. 그 때의 나를 가장 존중한다”고 했다. 다만, 이 원장은 처절했던 가난이 오늘날의 성공을 더 돋보이게 하는 일종의 ‘장치’처럼 보이는 것을 경계했다. 그는 “실제 겪은 가난은 정말 잔인하다”고 했다. 숨 가쁘다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로 뜨겁게 그리고 세차게 달려온 그의 삶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그는 “나의 미래에 대해 확신을 갖고 마음공부를 하며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살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렇게 살기 위해 독서, 운동, 명상을 통해 ‘기본기’를 다졌다. 그는 “책을 읽을 때 내용을 무조건 받아들이지 않고 저자와 대화하듯 하나하나 짚어보고 의문을 가진다. 책 여백에 내 생각을 많이 쓴다. 그래야 나만의 생각과 시각을 가지게 된다”고 했다. 이어 “제 책을 읽는 독자들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어려움이 닥쳤을 때 운동을 하는 그 순간만큼은 모든 걸 잊게 된다. 이를 통해 힘을 낼 수 있다. 명상은 온갖 생각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나에게서 벗어나 또 다른 나를 만나게 한다. 나의 수호천사인 또 다른 내가 만드는 세상에 나를 맡길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의 삶을 바꾸고 싶다면 시간, 공간, 인간을 리셋하라고 당부한다. 그는 “발전할 수 있는 공간에 가서 이를 위한 시간을 보내고, 긍정적인 기운을 주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고 했다. 이 원장은 집필 초반에는 이런 내용을 풀어내기가 어려웠다고 토로했다.“사람들이 관심 많은 물질적 성공, 좋은 인간관계 등을 제가 마음공부를 하며 얻은 깨달음과 어떻게 연결지어 저만의 언어로 쓸 지 고민했어요. 마음으로 현실을 만드는 방법을 담아내려 애썼습니다.”이 원장이 지금의 자리에 선 건 부단한 노력 덕분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초긍정 DNA’와 뛰어난 두뇌도 한 몫 한 게 아닐까. 이에 대해 그는 초긍정 DNA는 수긍하면서도 “공부 머리는 여러 재능 중 하나”라고 했다. “사람마다 재능이 다르잖아요. 저는 같은 책을 100번 볼 수 있는 참을성이 있습니다. 학창 시절 학원이나 과외는 꿈도 꿀 수 없었어요. 그래서 ‘수학의 정석’ 해답지를 말 그대로 100번 정도 봤어요. 그렇게 보니까 외워지게 됐고, 수학을 잘하게 된 거예요.”책에는 이 원장이 자산을 형성한 구체적인 방법은 나오지 않는다. 이 원장은 “재테크 방법은 부동산, 주식 등 분야별로 책이 많은데다 ‘일타 강사’도 엄청나게 많다”며 “팁보다는 자기 스스로를 들여다보면서 삶의 레벨을 끌어올리는 원리를 설명하는데 집중했다”고 말했다.재테크 과정이 안 나오니, 그가 개원한 후에는 무난하게 빚을 갚고 수월하게 자산을 늘려간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 원장은 단호하게 아니라고 했다. “저도 온갖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커피숍, 메디컬 스파, 사진 스튜디오를 열었다가 망했어요. 해당 업에 대해 잘 모르고 막연하게 잘 되는 업종이라 여기고 뛰어든 결과죠. 앎이 없는 상태에서 움직이니 그렇게 된 거예요.” 실제 생활에서 당면하는 고민에 대해서는 직설적으로 조언한다.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 중 뭘 선택해야 하느냐’라는 질문에 이 원장은 ‘돈 되는 것을 해야 한다. 그리고 그 돈 되는 것이 내가 잘하는 것인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한다. 이 원장은 “추상적인 내용보다는 피부에 와 닿는 구체적인 사례를 넣어달라는 편집자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며 웃었다. 책을 마케팅하는 데 주요한 요소 중 하나로 꼽히는 추천사가 이 책에는 없다. 박 차장은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목차를 원장님과 함께 구성한 뒤 원고를 받아 읽다보니 밑줄 칠 부분이 정말 많았어요. 저 스스로도 성장하는 게 느껴졌죠. 원장님이 지닌 색깔과 전하는 메시지를 알게 되면 경청하게 될 거라고 판단했어요. 그래서 추천사가 필요없다고 생각했죠.”이 원장은 종교는 없지만 각종 종교 서적을 많이 보고, 소설 시 에세이를 비롯해 철학 등 인문학 책을 자주 본다. 일주일에 두 번 서점에 가서 책을 직접 살펴보고 고른다. 그는 이 과정을 살아가는 기본기를 다지는 중요한 방법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원장님이 제안한 삶의 방식을 통해 마음의 온도가 올라가고, 조금 더 나아지며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박 차장) “스스로에 대한 앎과 미래에 대한 확신, 지혜를 통해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이런 마음이 독자들에게 가 닿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이 원장) ■‘나는 나의 스무 살을 가장 존중한다’(토네이도·2024년)은….따뜻한 물도 나오지 않는 지하 단칸방에서 살았던 소년이 대한민국 상위 1% 자산가가 된 비결을 담았다. 저자인 이하영 원장(48)은 포항공대(포스텍)에 입학해 우연히 들어간 연극 동아리에서 의사 역을 맡은 후 의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에 재수를 결심했다. 1학기가 끝난 후 과외로 생활비를 벌며 고시원에서 살았다. 고시원에서 먹는 아침밥 한 끼에, 과외하러 간 집에서 간식으로 내 온 샌드위치로 허기를 달래며 독서실에서 새벽까지 공부했다. 그리고 부산대 의대에 합격했다. 치열하게 살았던 스무 살 시절의 자신에게 늘 고마워한다. 혼자 서울로 올라와 삼성서울병원에서 인턴, 레지던트를 한 후 페이닥터로 1년 일했다. 35세에 10억 원의 빚을 내 강남에 병원을 개원했고, 지금까지 얼굴 살 관리를 하고 있다. 이 원장은 이런 삶이 가능했던 건 자신의 미래에 대해 확신을 갖고 마음공부를 하며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살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독서, 운동, 명상을 통해 삶의 ‘기본기’를 다졌다고 한다. 지금과 다르게 살길 원한다면 발전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아가 이를 위한 시간을 보내고, 긍정적인 기운을 주는 사람을 만나라고 당부한다. 친구가 성장에 허들이 될 때는 떨쳐내라고 말한다. 친구가 허들이 되는 건 자신이 이미 커 나가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덧붙인다. 이 원장이 미래 자신의 모습을 긍정적으로 그리고 확신을 가진 데는 어머니의 영향도 컸다. 방이 좁아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장롱과 식탁에 머리와 다리를 부딪쳐 울던 그에게 “큰 사람이 되려고 그러는 것”이라고 한 어머니의 말을 굳게 믿었다. 부정적 생각, 불안, 두려움에 잠식될 때는 스스로를 관객의 눈으로 바라보고 생각을 흘려보내라고 당부한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힘들고 속상해 하던 그에게 “그렇구나, 그럴 수 있다, 그래라 그래”라며 한 말은 이를 가능하게 한 지혜라고 말한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4-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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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상 밖 전개-중독성 강한 멜로디의 강렬한 무대… 뮤지컬 ‘이프아이월유’(If I Were You)

    복수는 어떻게 완성될까. 예술가는 작품을 위해 어디까지 행할 수 있는가.초연 중인 2인극 창작 뮤지컬 ‘이프아이월유’(If I Were You)는 이런 질문을 던진다. 배경은 1945년 경성. 소설가 이수현은 실제 벌어진 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연작 소설을 써서 유명해졌다. 마지막인 열두 번째 작품으로 갈채를 받으며 마무리하고 싶지만 슬럼프에 빠진다. 소설을 게재할 신문사에 원고를 보내면 돌아오는 건 다시 쓰라는 혹평뿐이다. 점점 초조해지는 이수현 앞에 작가 지망생 강인호가 나타난다. 강인호는 자신의 아이디어로 소설을 쓰라며 솔깃한 제안을 한다. 세상을 뒤흔들 소설을 쓰고 싶은 욕망에 몸부림치는 이수현, 소중한 이를 잃은 강인호는 서로를 날카롭게 탐색하며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이들의 민낯이 서서히 드러날 것이라는 예상은, 빠르게 치고 나오는 이야기로 곧바로 빗나간다. 극이 시작된 지 얼마 안 돼 서로의 실제 모습과 목적을 알아낸 둘이 어떻게 이수현의 집이자 집필실이라는 한 공간에서 위태로운 공존을 해나가는지 궁금증을 갖고 지켜보게 만든다.극본을 쓴 정찬수 연출가는 “사람들은 범죄의 본질보다 자극적인 면을 보고 많은 것을 잊는다”며 “잊혀진 존재를 드러내고 죄의 본질을 탐색하려 했다”고 밝혔다. 다만, 살인 사건과 이를 다룬 소설을 소재로 한만큼 이수현의 민낯이 밝혀지는 과정이 좀 더 치밀하고 논리적으로 다져지면 좋을 듯 하다. 강인호가 이수현에게 제안한 새 소설의 아이디어도 보다 구체적이고 신선하면, 이수현이 강인호를 경계하면서도 결국 받아들이기로 한 결정에 힘이 실릴 것 같다. 복수의 과정은 개연성을 강화하면 작품에 대한 이해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두 배우가 뿜어내는 열기는 무대를 꽉 채운다. 이수현은 오종혁 정원영 백인태가 연기한다. 강인호 역은 황민수 원태민 조성태 차규민이 맡았다. 정원영은 초조하고 불안해하다 점점 광기에 휩싸이는 이수현을 맞춤으로 연기한다. 여러 작품에서 햇살 같은 미소를 보여준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원태민은 커다란 아픔을 지닌 채 복수를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지는 강인호를 절절하게 표현한다. “사건은 반드시 흔적을 남긴다” 등 주요 가사와 중독성 높은 멜로디는 공연장을 나온 후에도 계속 귓가를 울린다. 고풍스러운 무대와 조명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6월 1일까지 서울 대학로 예스24 스테이지 3관.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4-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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