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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손효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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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손효림]출발선 떠났다면 일단 나아가라“후회는 없어요. 제 운명이라고 생각하니까요.” 전화기 너머로 밝은 목소리가 명랑하게 들려왔다. ‘신이 숨겨 놓은 직장’이라 불리는 알짜 공기업을 지난해 그만둔 최유안 소설가(38)였다. 201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그는 올해 1월 출간한 첫 장편소설 ‘백 오피스’를 쓰기 위해 사표를 냈다고 했다. 결단력이 놀라웠지만 마냥 축하를 건넬 수는 없었다. 그 역시 오랜 시간 고민했다고 한다. “큰 프로젝트가 이어져 소설을 쓸 시간이 없었어요. 글을 써야 한다는 압박감에 짓눌리다 내 갈 길을 가자고 결심했죠.” 그가 신춘문예에 당선된 후 했던 말이 떠올랐다. 평소 딸을 묵묵히 지켜보던 어머니는 업무에 지친 몸으로 꾸역꾸역 글을 쓰는 딸에게 처음으로 물었다. “소설이 너에게 뭐니?” 그는 말했다. “난 소설가로 죽고 싶어.” 그 순간 거짓말처럼 당선 전화가 왔고 그는 참았던 울음을 토해냈다. 눈을 감는 순간 자신의 정체성이 소설가이길 원하는 게 어떤 마음인지 쉽사리 짐작되지는 않았다. 다만 그 정도로 간절하기에 이런 결정을 내렸으리라 생각해 볼 뿐이다. ‘백 오피스’는 단숨에 읽혔다. 호텔리어 강혜원, 행사 기획사 직원 임강이, 대기업 대리 홍지영이 호텔에서 개최하는 대형 행사를 둘러싸고 분투하는 이야기다. 세 여성이 업무를 추진하는 과정, 동료와 벌이는 복잡하고도 팽팽한 신경전, 가차 없는 조직의 논리가 사실적이면서도 속도감 있게 그려졌다. 현실적이고 밀도 높은 ‘오피스 소설’이 탄생했다는 반가움과 함께 왠지 모를 안도감이 들었다. 새로운 무언가를 하는 이들이 많은 때다. 지난달 열린 청강문화산업대 졸업식에서 용접노동자 천현우 씨(32)가 한 축사가 화제가 됐다. 그는 “살다 살다 졸업 축사를 하게 될 줄은 몰랐다”며 자신의 삶을 솔직하게 풀어 놓았다. 한때 용접하는 자신이 패배자 같아 부끄러웠고, 잘못한 것 없이 열심히 일하는데도 사람들의 시선에 위축되는 게 억울했다고. 고민 끝에 그가 도달한 결론은 이랬다. “나는 용접을 좋아한다는 것과, 내가 좋아서 하는 일에 타인의 평가를 의식할 필요가 없다는 것.” 그는 당부했다. “쇠와 매연, 공장과 작업복의 회색지대가 저의 세계였듯, 여러분 역시 자신의 세계가 있을 거예요. 자신의 세계를 부끄러워하지 않길 바랍니다. 선명하게 그 세계를 완성해 나가길 바랍니다.” 이어 “까고 말해서 덕질하자는 거죠”라고 유쾌하게 덧붙였다. 자신의 결정으로 새로운 시작을 한 이들에게 말하고 싶다. 출발선을 떠났다면 일단 나아가라고. 혹여 지친다면 에너지를 뿜어내던 순간의 자신 혹은 그런 이들을 떠올려 보라고. 기자는 힘을 얻고 싶을 때면 수상자들의 당선 소감을 종종 읽곤 한다. 감사한 사람들의 이름을 끝없이 나열하는 소감이 아니라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온 이야기 말이다. 특히 연극상, 신춘문예를 포함한 문학상 수상자들의 소감이 그렇다. “아파도 슬퍼도 글을 썼던 순간의 감각이 지금도 제 몸을 관통하고 있습니다. 이를 기억하며 열심히 밥을 먹듯 시를 쓰겠습니다. 지쳐 쓰러지더라도 종이 위에 끈질기게 머무르겠습니다.” 2018년 본보 신춘문예에 시로 당선된 변선우 씨(29)의 소감이다. 계속 시를 부여잡고 있을 그에게 감사하며, 고되고 벅차도 자신이 택한 길을 가는 이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그 간절함, 그 열정이 조금이라도 전달되기를 바라며.손효림 문화부장 aryssong@donga.com}2022-03-02 03:00
[오늘과 내일/손효림]질주하는 당신, 무엇을 향하는가굽은 등, 절름거리는 다리, 뒤틀린 손을 지닌 사내. 조카들을 죽이고 정적을 숙청하며 왕좌에 올랐다. 왕권 유지에 조금이라도 걸림이 되는 존재는 가차 없이 제거한다. 현재 공연 중인 연극 ‘리차드 3세’에서 배우 황정민이 연기하는 실존 인물 리차드 3세다. 욕망을 채우기 위해 그는 폭풍처럼 내달린다. 4년 만에 같은 작품으로 무대에 오른 황정민은 피를 뿌리며 권력을 거머쥐는 리차드를 호소력 짙게 풀어낸다. 전장에서 큰 공을 세웠지만 불구라는 이유로 왕좌의 언저리조차 다가갈 수 없는 현실에 냉소를 던진 후 치밀한 계획으로 직접 왕좌에 오르는 리차드에게 빠져들게 만든다. 서재형 연출가는 “누구나 자신만의 왕관을 꿈꾼다. 리차드를 통해 왕관을 위해 맹목적으로 달렸던 우리의 모습을, 또 멈출 수 없이 내달리게 내모는 우리 사회를 반추해 보고자 한다”고 밝혔다. 악다구니를 하며 쉼 없이 달리는 이들이 넘쳐나는 계절이다. 그래서일까. 더 갖기 위해 몸부림치는 사람들에게 잠깐 멈춰서 보라고 말하는 작품들에 눈길이 간다. 서울 용산구 청파동에 자리한 편의점을 배경으로 소시민의 삶을 정겨우면서도 웃음이 쿡쿡 나게 그린 김호연 작가의 장편소설 ‘불편한 편의점’에서는 지친 이들이 나온다. 보험, 자동차, 의료기기 영업사원으로 입에서 단내가 나게 일했지만 하루 누릴 수 있는 호사는 소주에 컵라면, 삼각김밥까지 딱 5000원뿐인 40대 가장 ‘경만’이 그렇다. 아들의 악기와 레슨비 마련을 위해 뇌물을 받다 경찰에서 해직된 후 흥신소를 차려 불법과 합법의 경계를 오가는 ‘곽’도 마찬가지다.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편의점 직원 ‘독고’는 노숙자로 살다 알코올성 치매로 자기 이름마저 잊어버리게 된 인물로, 이들에게 투박하면서도 독특한 방법으로 위로를 건넨다. 독고가 노숙자가 된 구체적인 이유는 스포일러라 밝히진 못하지만 오직 성공만을 추구했기 때문이었다.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는 프랑스 노르망디 전원 지역에 작업실을 마련한 뒤 코로나19 사태가 터졌다. 많은 손님이 찾아오고 여러 행사에 참여하던 분주한 일상이 자연스레 멈췄다. 호크니는 미술비평가 마틴 게이퍼드와 함께 쓴 ‘봄은 언제나 찾아온다’에서 노을 지는 하늘, 떨어지는 빗방울, 계절마다 달라지는 나무를 살펴보는 기쁨에 대해 밝혔다. “나무껍질에 비치는 빛의 잔물결을 볼 수 있는데 대단히 아름답습니다. 해가 서서히 지면서 나무 몸통에 햇살이 닿아 생겨난 것이죠. … 사과나무에는 아직 꽃이 피지 않았습니다. 아직 싹이 나지 않았지만 봉오리가 곧 움틀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 모두 놀랍기만 합니다.” 호크니는 자연에서 느낀 경이로움을 화폭에 담고 있다. 2019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데이비드 호크니전’에서 나무가 가득한 야외 풍경을 그린 대작 ‘와터 근처의 더 큰 나무들 또는 새로운 포스트-사진 시대를 위한 야외에서 그린 회화’(2007년)가 떠올랐다. 가로 12.2m, 세로 4.6m의 이 작품을 보자마자 탄성이 절로 나왔던 기억이 난다. 노르망디에서 눈을 반짝이며 자연 속 풍경 하나하나를 바라보는 그의 얼굴을 떠올려봤다. ‘봉쇄된 천국’이라 부른 그곳에서 거장이 빚어낸 작품은 우리에게 새로운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리차드 3세’에서 반기를 든 이들에 의해 최후를 맞는 리차드의 마지막 외침은 처연하다. “나는 진군한다. 아니, 나는 진군해야만 한다.” 끝을 모른 채, 혹은 알면서도 나아가려고만 하는 이들의 마음을 은유하는 듯하다. 발버둥치는 현재를 비추는 거울 같은 이 말은 그래서 더 묵직한 질문처럼 다가온다. 손효림 문화부장 aryssong@donga.com}2022-02-07 03:00
강석우 “3차접종 후 시력 나빠져 글 못읽어”…6년진행 라디오 하차배우 강석우(65)가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부작용을 겪다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하차한다고 27일 밝혔다. 강석우는 이날 방송된 CBS 음악FM ‘강석우의 아름다운 당신에게’를 통해 코로나19 백신 3차 접종을 한 후 한쪽 눈의 시력이 점점 나빠졌고 모니터의 글을 읽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강석우는 “이 방송을 그만두지만 제 목소리나 얼굴은 다른 매체를 통해 보실 수 있을 것이다. 6년이 넘는 시간동안 함께 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더 좋은 사람으로 살겠다”라고 말했다. 강석우는 자신의 인스타그램(SNS)에 마지막 방송 현장을 찍은 영상을 올렸다. “마지막 방송 마지막 멘트 마지막 곡 그리고 꼭 전하고 싶은 말 ‘애청자 여러분 고맙습니다’”라는 글도 함께 썼다. 영상에서 방송을 끝낸 강석우는 “3, 4개월 정도 무념무상으로 쉬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강석우의 SNS를 비롯해 라디오 프로그램 게시판에는 아쉬움과 함께 그의 건강을 기원하는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강석우의 아름다운 당신에게’ 청취자 게시판에는 ‘꼭 다시 돌아오시리라 믿고 기다릴게요.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지 마세요’, ‘방송 내내 흐르는 눈물은 나만이 아닐 거라 봅니다. 쾌유하시길 바랍니다’, ‘우리나라에는 세계 최고의 의료진이 있어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2022-01-28 00:02
일상 이어가는 건 생명을 품는 것[오늘과 내일/손효림]“아버지가 주목한 건 영웅이 아니었습니다. 식민 지배, 6·25전쟁, 정치적 소용돌이에도 아이를 키우고 살림을 하고 행상에 나선 이들이었지요. 역사의 고비마다 상처를 입었지만 묵묵히 일상을 살아간 이들이 생명을 품고 이어지게 한 존재였으니까요.” 화가 박수근(1914∼1965)의 장남 박성남 화백(75)은 아버지의 작품 세계는 ‘상처의 미학’으로 볼 수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3월 1일까지 열리는 특별전 ‘박수근: 봄을 기다리는 나목’에 대해 최근 그와 이야기를 나눴다. 박수근 화백의 작품은 자주 봤지만 팬데믹으로 사람의 온기가 그리운 시기에 열린 이번 전시는 더 반가웠다. 절구질하는 아낙, 아기 업은 소녀, 빨래하는 여인들…. 척박한 현실을 견디는 이들을 바라보는 화가의 시선은 맑고 따뜻하다. 물감을 여러 번 덧칠해 화강암 표면처럼 울퉁불퉁한 특유의 질감을 지닌 작품들. 박성남 화백은 “그림 표면은 오돌토돌 튀어나왔지만 아버지가 그린 이들은 오목하게 팬 듯한 존재”라고 했다. 아래로 움푹 들어간 곳이어야 흙이 담기고 물이 고이며 빛이 스며들어 비로소 생명이 움틀 수 있다는 것. 그래서일까. 박수근 화백의 작품은 전염병으로 어지러운 세상에서 말없이 자기 몫을 다하는 이들에게 바치는 헌사로 다가온다. ‘오징어게임’의 황동혁 감독(51)도 일상 속 풍경을 눈여겨봤다. 어릴 적 골목에서 놀다 보면 “밥 먹으러 와라”고 하던 엄마의 말은 ‘오징어게임’에서 상우(박해수)가 숨을 거두기 전, 기훈(이정재)에게 남긴 말에 애잔하게 녹였다. “어릴 때, 형이랑 이러고 놀다 보면 꼭 엄마가 밥 먹으라고 불렀는데…. 이제는 아무도 안 부르네.” 시골집에 도착하자마자 산으로 들로 달려 나갈 때면 당부하던 할머니의 말도 영화 ‘남한산성’의 마지막에 활용했다. 고아가 된 소녀 나루를 키우는 대장장이 날쇠(고수)가 놀러 나가는 나루에게 “너무 멀리 가지 마라”고 한 것. 나루가 ‘초경을 흘리는’ 것으로 원작 소설 ‘남한산성’을 마무리했던 김훈 작가(74)는 이 대사를 듣고 무릎을 쳤다. 김 작가는 생명성을 소설 마지막에 어떻게 표현할지 오래 고민했다고 한다. 김 작가는 “툭 던지는 것 같지만 애정이 담긴 이 말은 피비린내 나는 전쟁 후에도 삶은 도도하게 흐르고 있음을 은근하게 보여 준다”고 감탄했다. 지난해 교보문고가 발표한 ‘소설가 50인이 뽑은 올해의 소설’ 1위에 오른 윤성희 작가(49)의 단편소설집 ‘날마다 만우절’에는 각각의 방법으로 ‘가슴속 구멍’을 발랄하게 메우는 평범한 이들이 나온다. 욕설이 늘어나고 점점 지질해지는 남편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할머니는 밤에 킥보드를 타기 시작한다. 오빠들 이름을 따라 돌림자를 붙여 ‘병자’라는 이름을 가진 데다 아픈 어머니를 홀로 돌봤던 여성은 50대에 퇴직하자마자 이름을 ‘지원’으로 바꾸고 공원 분수대에서 옷이 흠뻑 젖도록 논다. 이들이 상처를 치유하는 방식은 때로 엉뚱하지만 유쾌하다. 박성남 화백은 아버지를 생각하면 늘 하얀 셔츠를 입은 모습이 떠오른다고 했다. “아버지는 말씀이 거의 없으셨어요. 하지만 작품을 통해, 또 가장으로서 최선을 다하는 방식으로 큰 사랑을 주셨습니다. 비싼 작품이 아니라 사랑을 남겨주셔서 참 감사합니다.” 박수근 화백이 사랑을 보낸 대상은 가족뿐 아니라 삶을 견디는 필부필부(匹夫匹婦) 모두가 아닐까. 황 감독과 윤 작가가 바라본 이들 역시도. 평범한 우리를 보듬어 주는 예술이 있어 다행이다. 손효림 문화부장 aryssong@donga.com}2022-01-10 03:00
“유산기부는 ‘자산’ 아닌 후원자의 ‘삶’을 기부하는 일”최근 밀알복지재단에는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의 유산 기부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주로 유산 기부자인 부모가 세상을 떠난 뒤 홀로 남겨진 자녀를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여부다. 재단의 유산기부센터는 중증장애로 평생 돌봄이 필요한 장애인 자녀를 둔 유산 기부자들을 위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자녀의 장애유형 등을 고려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장애인 신탁, 후견 등 재산 관리와 돌봄 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수십 년간 장애인 복지 사업을 전개하며 장애아동부터 노인까지 아우르는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사업을 완성한 밀알복지재단은 재단이 가진 전문성을 바탕으로 장애 자녀가 있는 유산 기부자들에게 해법을 제시한다. 유산기부센터는 상조 전문업체와 함께 1인 가구와 무연고 유산 기부자를 위한 장례 서비스도 시작했다. 초고령 사회 진입과 1인 가구 확산으로 고독사가 증가하면서 기부 후 자신의 장례를 걱정하는 기부자들을 위해서다. 또 노년에 안전한 신상보호와 재산관리가 필요한 이들을 위한 임의 후견신탁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유산 기부자들을 위한 1 대 1 맞춤형 서비스는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기부자 예우 서비스뿐 아니라 전담인력을 배치해 회계와 법률, 세무,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원스톱 맞춤형 종합 솔루션’도 제공한다. 유산 기부는 소액도 가능하며 유산의 일부만 기부해도 된다. 현금뿐만 아니라 예금, 부동산, 전세금, 보험금도 기부할 수 있다. 기부 시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위원들이 기부할 유산의 법률적 검토부터 유언장 작성, 공증, 사후 유언 집행까지 돕는다. 기부금은 밀알복지재단에서 진행 중인 복지사업에 사용되며 기부자가 원하는 특정 지원 대상이나 희망 분야에 대한 새로운 나눔 사업 추진도 가능하다. 김호경 유산기부센터 팀장은 “수많은 후원자와의 상담을 통해 유산기부란 후원자의 ‘자산’이 아닌 ‘당신 자신’을 주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며 “평생 일궈온 소중한 자산과 후원자의 삶, 철학이 잘 어우러져 후대에도 전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산기부센터를 운영 중인 밀알복지재단도 유산 기부로 설립된 단체로 ‘밀알학교’, 장애청년들을 위한 일터 ‘굿윌스토어’ 등을 운영하고 있다. 재단은 지금도 삶의 발자취를 더 의미 있게 남기고 싶은 이들을 기다리고 있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2021-12-23 03:00
‘서귀포 치유의 숲’ 등 4곳 한국관광의 별 본상제주 서귀포 치유의 숲, 경기 수원화성 야간관광, 전남 신안 퍼플섬, 강원 춘천시 킹카누 나루터가 21일 열린 ‘2021 한국관광의 별’ 시상식에서 본상을 수상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하는 ‘한국관광의 별’은 국내 관광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한국 관광 발전에 기여한 개인과 단체에 수여하는 상이다. 서귀포 치유의 숲에는 야외 치유 공간, 힐링 센터가 있고 휴양 프로그램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수원화성은 미디어아트, 성곽길에 조성된 빛의 산책로를 통해 많은 이들이 야간 관광을 즐길 수 있게 했다. 신안 퍼플섬은 섬에서 자생하는 보라색 도라지 군락지와 꿀풀을 활용해 ‘사계절 보라색 꽃이 피는 섬’을 콘셉트로 내세워 이색적인 풍경을 선사한다. 기존 다리와 건물도 보라색으로 칠했다. 춘천 의암호에 있는 킹카누 나루터는 장애인, 고령자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특수 제작한 카누를 비치해 휠체어를 타는 이도 카누를 즐길 수 있다. 특별상은 스포츠와 게임을 결합해 레이싱 체험을 할 수 있는 테마파크인 제주 9.81파크가 받았다. 특별상 중 공로상은 드라마 ‘오징어게임’을 연출한 황동혁 감독, 충남 서산시 오지 어촌계가 각각 수상했다. 황 감독은 오징어게임을 통해 한국의 놀이 문화를 널리 알리고 관련된 체험 관광이 활성화되는 데 기여했다. 서산시 오지 어촌계는 한국관광 홍보영상 ‘Feel the Rhythm of Korea’ 시즌2의 머드맥스 편에 출연해 갯벌에서 바지락을 캐는 현장을 역동감 있게 보여줬다. 특별상 중 지속가능상은 경남 하동군의 하동주민공정여행 놀루와 협동조합이 수상했다. 놀루와는 지리산, 섬진강, 차 문화를 활용해 여행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2021-12-22 03:00
부족한 과거 밝히는 용기, 타인 위한 것일 때 더 빛나 [광화문에서/손효림]‘책을 많이 읽는 듯하나 이해력이 떨어지고, 외모에 무지 신경을 씀.’ 고등학교 2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성적표에 써 준 글이다. 공부를 못했고 초중고교 시절을 통틀어 글짓기상은 단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다. 오락부장을 도맡아 소풍, 수학여행을 가면 먼저 나가 노래하고 춤췄다. 소원을 들어주는 떡 이야기를 그린 동화 ‘만복이네 떡집’ 시리즈를 쓴 김리리 작가(47)의 학창 시절 모습이다. 지금까지 총 5권이 나온 이 시리즈의 누적 판매부수는 85만 권이 넘었다. 초등학교 3학년 국어 교과서에 실린 ‘만복이네 떡집’은 올해 뮤지컬로도 만들어졌다. 온라인 서점에 게시된 ‘만복이네 떡집’ 작가 소개는 그가 고교 2학년 성적표에 받은 글귀로 시작한다. 이런 작가 소개글은 처음 봤다. 웃음이 터졌다. 그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이렇게 답했다. “작가가 되려면 공부 잘하고 똑똑해야 한다고 생각하잖아요. 아이들에게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말해주고 싶었어요. 공부 못하고 좋은 평가를 못 받아도 미래의 내 모습을 마음껏 꿈꿀 수 있다고요.” 아이들의 고민을 명랑하게 풀어내는 이 시리즈처럼 김 작가는 밝고 쾌활하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어릴 때부터 각종 돈 버는 일을 하며 자랐으리라고는 짐작되지 않았다. “5남매인데, 식구들이 하루 종일 오락기 조립 등을 해 7000원을 벌었어요. 낚싯바늘을 눌러 납작하게 만드는 일은 어깨가 너무 아파 특히 힘들었던 기억이 나요. 초등학교 6학년 겨울방학 때는 공장에서 두 달 꼬박 일해 10만 원을 벌었고요.” 작가가 되겠다고 생각한 건 초등학교 4학년 때였다. “책을 읽으면 공부를 잘하게 된다는 말을 듣고 책을 읽기 시작했어요. 참 재미있더라고요. ‘그래, 이렇게 재미난 이야기를 쓰자’고 결심했죠.” 매일 일기를 쓰고, 이야기도 자주 지어 써서 6학년 때 쓴 일기장이 15권이나 된다. 하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게 현실적인 목표일 정도로 삶이 고됐다. 1999년 등단해 작가가 되자 스스로 너무 놀랐단다. 드러내고 싶지 않은 ‘지난 여름날’을 먼저 밝히는 데는 용기가 필요하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이들 가운데는 부족했던 과거를 털어놓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고난이 짙을수록 성공은 눈부시다. 한데 때론 현재의 자신을 돋보이게 하려고 과거를 강조한다는 인상을 받기도 한다. 김 작가는 좀 다른 것 같다. 그는 “아이들이 너무 빨리 좌절하거나 꿈꾸기를 포기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나의 모자란 어린 시절을 얘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담임선생님의 평가를 앞세웠던 그의 소개글은 이렇게 이어진다. ‘그 당시에 나는 책을 읽으며 공상하는 걸 좋아하고, 예쁜 것에 관심이 많은 학생이었다. 지금도 나는 다른 사람들의 평가에 기죽지 않고 신나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유쾌한 그 고백은 아이들을 향해 있다. 자신이 아닌 다른 이를 위해 기꺼이 부족함을 드러내는 그의 용기가 더 빛나게 느껴지는 이유다.손효림 문화부 차장 aryssong@donga.com}2021-12-20 03:00
우즈베크, 韓 신북방 진출의 교두보로… 양국 무역협정 추진우라늄, 금, 구리, 몰리브덴, 텅스텐…. 첨단 산업에 필요한 희소금속이다. 우즈베키스탄은 매장량 기준으로 텅스텐 세계 7위, 우라늄과 금 10위, 몰리브덴 12위 등 풍부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은 우즈베키스탄과 손잡고 2019년 수도 타슈켄트의 북서부에 있는 도시 치르치크에 ‘한-우즈베크 희소금속센터’를 설립했다. 지난해에는 의료 협력을 통해 ‘우즈베키스탄국립아동병원’이 타슈켄트에 문을 열었다. 양국은 자원, 의료, 보건을 비롯해 정보통신기술(ICT), 문화까지 다방면에서 활발하게 교류하고 있다. 양국 수교 30주년(2022년 1월 29일)을 앞두고 샵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이 16일 한국을 방문했다. 양국 정상회담은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네 번째다. ○ 우즈베키스탄, 신북방 진출 교두보 한국은 러시아 몽골 카자흐스탄 등 유라시아의 신북방 정책 대상국(14개국) 가운데 처음으로 우즈베키스탄과 무역협정 협상을 하고 있다. 협정이 체결되면 한국은 자동차, 농기계, 섬유 등의 수출 기회가 확대된다. 우즈베키스탄이 신북방 진출을 위한 교두보가 되는 셈이다. 앞서 양국 관계는 2019년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됐다. 한국의 190개 수교국 가운데 인도 인도네시아 아랍에미리트에 이어 네 번째다. 6억 달러 규모의 무바레크 발전소 현대화 사업 같은 대규모 에너지 인프라 사업에 한국 기업이 참여하는 방안도 논의할 예정이다. 한-우즈베크 희소금속센터에서는 산업 현장에서 곧바로 사용할 수 있는 고품질 희소금속 소재를 만드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한국은 희소금속 공급망을 다각화하고 우즈베키스탄은 산업 발전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양국 기업이 4조4735억 원을 들여 2015년 설립한 우즈베키스탄 가스전 화학단지(수르길 단지)는 천연가스를 비롯해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 등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수르길 단지는 한국이 중앙아시아는 물론 유럽과 아프리카 시장으로 진출하는 전진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양국 교역 규모는 2016년 9억4900만 달러(약 1조1200억 원)에서 지난해 17억2200만 달러(약 2조320억 원)로 늘었다.○ “성실한 고려인, 한국에 대한 신뢰 높여” 양국은 실크로드를 통해 1400여 년간 교류를 이어왔다. 사마르칸트의 7세기 아프라시아브 벽화에는 고구려 사신이 묘사돼 있다. 소련이 1937년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시킨 극동 지역 한인 17만여 명 가운데 7만6000여 명이 우즈베키스탄에 정착했다. 대기근 직후였지만 현지 주민들은 한인의 정착을 도왔고, 현재 고려인 18만여 명이 우즈베키스탄에 살고 있다. 고려인 가운데 신 아그리피나 유아교육부 장관, 박 빅토르 하원의원, 엠마 아슬로노바 하원의원, 편 비탈리 주한대사, 리 드미트리 국가프로젝트관리청장이 활약하고 있다. 양국 정상은 올 1월 화상 정상회담에서도 우호와 신뢰를 확인한 바 있다.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은 당시 “고려인의 성실함을 보며 자랐기에 한국을 특별히 신뢰한다. 한국은 경제 등 다방면의 핵심 파트너로, 한국의 신북방 정책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우즈베키스탄은 포용의 힘으로 18만 고려인을 품어준 고마운 나라”라며 “경험을 공유하고 협력하면 두 나라가 함께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공동기획 : 동아일보 문화체육관광부 외교부}2021-12-17 03:00
“떡엔 나눔 의미 담겨… 아이들 마음 다독이고파”걸핏하면 친구와 싸워 욕쟁이, 심술쟁이로 불리는 만복이. 마음과 달리 고약한 말과 행동이 튀어나와 고민이다. 어느 날 신비한 떡을 먹은 후 친구들을 배려하는 아이가 된다. ‘만복이네 떡집’(비룡소) 이야기다. 2010년 출간된 후 ‘장군이네 떡집’, ‘소원 떡집’, ‘양순이네 떡집’에 이어 이달 2일 다섯 번째로 ‘달콩이네 떡집’이 나왔다. 이 시리즈는 85만 권 넘게 판매됐고 ‘만복이네 떡집’은 초등학교 3학년 국어 교과서에 실렸다. 서울 강남구 비룡소 사무실에서 9일 만난 김리리 작가(47)는 “모든 게 기적 같다”며 “떡이 만복이, 장군이의 소원뿐 아니라 내 소원도 들어줬다”며 웃었다. 출간 일주일 만에 5만 권이 판매된 ‘달콩이네 떡집’은 아무데나 똥을 싸고 사람을 무는 유기견 달콩이 때문에 속상해하던 봉구가 떡을 먹고 달콩이의 마음을 알게 돼 가까워지는 과정을 그렸다. 새 책에도 ‘달콩이로 빙빙 빙의되는 빙떡’, ‘달콩이와 환상의 찰떡궁합이 되는 찰떡’처럼 다양한 떡이 나온다. “오남매 중 셋째예요. 먹을 걸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며 커서 음식에 관심이 많아요.(웃음) 어릴 적 시골 할아버지 댁에서 자랐는데 생일이나 고사를 지낼 때 떡을 나눠 먹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떡에는 좋은 뜻, 특히 나눔의 의미가 담겨 있고요.” 시리즈에는 친구 앞에 서면 말문이 막히는 양순이, 변비가 심해 똥장군이라 불리는 장군이가 나온다. 김 작가는 자신도 고민이 많은 아이였다고 했다. “집이 어려워 어릴 때 오락기 조립, 낚싯바늘 만들기 같은 일을 식구들과 끊임없이 해야 했어요. 깡마르고 얼굴이 까매서 놀림도 많이 받았고요.” ‘소원 떡집’에서 앞니가 작은 쥐로 태어나 슬퍼하다 사람이 되는 소원을 이룬 꼬랑지는 자신을 투영한 캐릭터다.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취직해 학비를 마련한 뒤 중앙대 아동복지학과에 진학했다. 공주교대 대학원에서는 아동문학을 전공했다. 1999년 작가가 된 그는 리듬감이 느껴지는 구어체로 이야기를 들려주듯 신명나게 쓴다. 묘사도 익살맞다. 그는 “가족들이 입담이 좋아 모이면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고 했다. 초중고교 시절 글짓기 상을 단 한 번도 못 받았지만 글쓰기를 좋아했던 그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일기를 열심히 썼어요. 동화도 쓰면서 계속 상상했죠. 꿈꾸지 않았으면 고된 그 시기를 버텨내지 못했을 거예요.” 당초 그는 시리즈를 쓸 생각이 없었다. ‘만복이네 떡집’ 마지막에 장군이네 떡집을 등장시킨 건 열린 결말을 통해 마음껏 상상하라는 의미로 만든 장치였다. 한데 후속 책을 내 달라는 독자들의 요구가 빗발쳤다. 그가 강연한 초등학교에서는 아이들이 “다음 책을 쓴다고 약속할 때까지 강당에서 못 나가신다”고 귀엽게 협박(?)하는 통에 그러겠다고 답하고 말았다. “시리즈가 탄생하게 된 건 모두 독자들 덕분이에요. 글에 대해 수시로 이야기를 나누는 동화작가인 언니(김리라 작가)도 큰 도움을 줬고요. 아이들 마음을 다독여주고 기운을 북돋워주는 작가로 기억된다면 정말 영광일 거예요.”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2021-12-16 03:00
[광화문에서/손효림]신춘문예 도전하는 이들, 간절함 담은 글쓰기 응원“제 원고가 잘 접수됐는지 확인해주실 수 있나요? 단편소설 부문에 응모했고 제 이름은 ○○○입니다.” 신춘문예 접수 마감일이 다가오면 문화부에는 이런 전화가 이어진다. 신춘문예 원고는 우편 접수가 원칙이고 마감 당일 우편 소인이 찍힌 응모작까지 유효하다. 마감일이 임박해서 원고를 부친 이들이 원고가 제대로 도착했는지 걱정스러운 마음에 문의하는 것이다. “글을 계속 고치다 보니 이렇게 됐어요. 이 정도로 늦어질 줄은 몰랐는데…. 아, 좀 더 서둘러야 했어요. 제 원고, 받으신 거 맞죠?” 원고가 늦어진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이들도 종종 있다. 간혹 떨리는 목소리를 애써 누르며 접수 확인을 요청하기도 한다. 이들의 목소리에는 절박함이 담겨 있다. 이런 전화를 받을 때마다 여러 생각이 교차한다. 마지막 순간까지 원고를 붙잡고 씨름하는 마음은 어떤 것일까. 기자도 글쓰기를 업으로 하고 있지만, 이들의 전화는 글쓰기의 의미에 대한 커다란 물음표처럼 다가온다. 기자는 글, 특히 문학 작품을 쓰는 이들을 만나면 그 이유를 물어본다. 작가를 꿈꾸며 소설을 쓰는 30대 남성은 “가슴속에서 이야기가 꿈틀거린다. 이를 쏟아내고 싶은 마음이 강렬하게 든다”고 말했다. 60대 사업가는 “밤에 홀로 앉아 시를 쓰면 마음이 정화되고 큰 위로를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판결문에 시, 아포리즘 등을 종종 인용하는 박주영 판사(53)는 최근 출간한 에세이 ‘법정의 얼굴들’에서 “마음을 움직여야 피고인이 진정으로 참회하고 속죄하며, 피해자가 위안받고 치유될 수 있다. 그래서 그런 표현을 썼다”고 밝혔다. 그는 “감성적 언어나 비유가 더 적절하며 이해하기 쉽다”고 덧붙였다. 미처 몰랐던 자신의 내면은 물론 타인을 이해하게 만드는 것. 그래서 스스로와 다른 이를 보듬을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 문학이 가진 힘이 아닐까. 동아일보가 1925년 국내 최초로 신춘문예를 시작한 후 수많은 이들이 투고했다. 1995년 중편소설 부문에 ‘이중주’로 당선된 은희경 작가(62)는 신춘문예에 대해 “아무 인맥도 없는 사람이 무턱대고 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당시 은 작가는 ‘사막의 달’을 쓴 전경린 작가(59)와 공동으로 당선됐다. 1985년 시 ‘안개’로 당선된 기형도 시인(1960∼1989)은 당선 인터뷰에서 “어둡고 길었던 습작 시절이 한꺼번에 내 의식 속을 비집고 들어왔다. 기쁨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모든 사물들이 무겁게 보인다”고 했다. 시인 특유의 허무주의적 색채가 녹아 있다. 그러면서도 그는 “좀처럼 열릴 것 같지 않던 문의 열쇠를 쥐여줘 감사하다”고 밝혔다. 2022년도 신춘문예 원고 마감일(12월 1일)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올해도 어김없이 막바지에 원고가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열릴 것 같지 않던 문’을 두드리는 이들의 용기에, 간절함을 담아 한 자 한 자 써내려간 노고에 온 힘을 다해 박수를 보낸다. 손효림 문화부 차장 aryssong@donga.com}2021-11-29 03:00
[책의 향기]서울서 독립운동 이끌던 김가진… 상하이로 망명해 임시정부 활동대한제국에서 농상공부대신, 외부·법부대신 서리를 지냈고 고종 서거 후 지하 독립운동단체인 조선민족대동단 총재가 됐다. 중국 상하이로 망명해 대한민국임시정부 및 김좌진이 이끈 북로군정서 고문을 지냈다. 그의 아들과 며느리, 대동단원 80여 명은 독립운동가로 서훈을 받았지만 그에 대한 서훈은 7차례나 거부됐다. 의병을 탄압하고, 일제가 주는 남작 작위와 돈을 받는 등 친일 행위를 했다는 이유에서다. 동농(東農) 김가진(1846∼1922)의 이야기다. 조선민족대동단기념사업회장인 저자 장명국 내일신문 대표는 동농이 고종에게 하사받은 땅 1만여 평을 일제에 빼앗기고 대례복을 팔 정도로 가난했던 데다, 대한제국 대신 중 유일하게 망명해 임시정부에 몸담은 행적을 하나하나 확인한다. 그리고 동농은 친일 행위를 한 게 아니라고 말한다. 일본어, 중국어는 물론 영어에도 능통했던 동농은 고종의 최측근이었다. 중국 천진 종사관, 주일 공사를 지낸 그는 세계의 흐름을 폭넓게 읽었고 고종의 ‘대일본 창구’ 역할을 했다. 1905년 을사늑약과 1910년 한일강제병합을 반대했고, 대한협회 회장으로서 일진회를 규탄했다. 1906년 충청남도 관찰사였던 동농은 의병을 진압하라는 고종의 명령을 받았지만 의병을 돕다 일본군에게 붙잡힌 이남규 부자(父子)를 한 달 뒤 풀어줬다. 이후 일본군에게 다시 체포된 이남규 부자는 1907년 9월 26일 일본군에게 학살당했다. 사건이 벌어지기 4개월 전, 동농은 충청남도 관찰사에서 해임돼 이곳을 떠났다. 저자는 “승정원일기에 동농의 부임 및 해임 시기가 기록돼 있다. 이남규 부자의 순국과 동농은 관계가 없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저자는 일제가 당시 모든 대신에게 작위를 내렸고, 동농은 고종을 보필하러 조정에 있어야 해 이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분석한다. 또 동농이 일제의 ‘은사금’을 받은 증거가 없다고 한다. 일제는 현재 가치로 수억 원에 이르는 은사금을 연간 두 번 지급했고 이를 받을 때마다 당사자는 인장을 찍었다. 저자는 “동농이 은사금을 수령한 증거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동농의 집사로 인해 종로구 청운동 1만 평 땅이 동양척식주식회사에 헐값에 넘어간 건 일제와 가까운 사람에게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이다. 동농과 일본의 관계가 좋지 않았음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 동농은 고종을 퇴위시킨 이토 히로부미를 찬양하는 시를 지었다고 비판받았다. 하지만 저자는 “시를 지은 바로 다음 해 동농이 일본 잡지 ‘신공론’에 일본의 병탄 야욕을 꾸짖는 글을 기고한 사실이 확인됐다. 해당 시는 웃음 뒤에 칼을 숨기고 이토 히로부미를 비꼬며 침탈을 경고하는 의미로 해석하는 게 적합할 것”이라고 했다. 동농이 상하이에서 눈을 감자 임시정부는 독립신문 1면에 부고를 싣고 3면 톱기사로 애도했다. 장례식에서는 임시정부 주석 홍진이 개식사를 하고 안창호가 추도사를 올렸다. 김구 부부도 문상을 왔다. 장명국 대표는 “동농의 장례식은 임시정부장, 사실상 국장으로 치러졌다. 그는 단칸방에서 살았고 굶주림과 병에 시달리다 숨졌다. 그의 행적을 면밀히 살펴볼수록 친일과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그는 “역사적 사실을 세밀하게 확인해 동농에 대한 평가를 다시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2021-11-20 03:00
바다 위 떠다닌 나무로 조명등 만들고 다리 부러진 의자 수리해 무료 나눔바다 위를 떠다닌 나무로 조명등을 만들고, 다리가 부러진 채 버려진 의자를 수리한 뒤 중고장터에 무료로 올린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17개 지역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가 함께 하는 예술교육프로그램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중 환경을 주제로 진행된 프로젝트다. 지역별로 특색을 살린 수업이 열리고 있다. 부산에서는 올해 4월부터 주말마다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바다’ 수업이 진행됐다. 첫 수업은 광안리 바닷가에서 쓰레기를 줍는 것으로 시작했다. 색색의 유리병이 깨진 조각들이 특히 많았다. 김미숙 모이다아트협동조합 강사는 “가족 단위로 참여하는데, 쓰레기를 주우면서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환경 문제, 기후변화에 대해 경각심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떠다니는 나무인 유목과 조개껍데기 같은 자연 소재도 작품에 활용한다. 올해는 재사용을 통한 ‘순환’을 주제로 수업을 구성해 유목을 이용한 조명등 만들기를 했다. 유목은 오랜 시간 바다를 건너오기 때문에 나무가 매우 가볍다. 마르고 젖기를 반복하며 아주 바싹 마른 나무가 된다. 김 강사는 “조명등을 만들기 위해 사포질부터 시작하는데 시간이 꽤 걸린다. 가족이 다 같이 만든 조명등을 집에서 사용할 때마다 여러 활동을 떠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어린이들이 바다동물을 캐릭터로 노트, 머그잔, 텀블러도 만들었다. 작품들을 모아 이달 6일 전시회를 열고 수업을 마무리했다. 노트, 머그잔, 텀블러를 판매한 수익금은 환경단체에 기부할 예정이다. 서울에서는 이달 매주 주말 버려진 물품을 수리하는 ‘서울아까워캠프’가 열리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천근성 피스오브피스 대표는 “서울 시민을 대상으로 참가자를 모집한 결과 20대와 30대가 많았다”고 말했다. 첫날인 토요일에는 버려진 사물을 수리하기 위한 교육을 한다. 어떤 소재가 사용됐는지 재료를 파악하고, 공구 사용법을 배운다. 톱질, 시트지 붙이기, 실리콘 접착법 등을 익힌다. 일요일에는 각자 사는 동네에서 버려진 사물을 찾은 뒤 함께 이를 고친다. 한 부분이 긁힌 소파나 다리 하나가 부러진 책상처럼 즉석에서 수리가 가능한 물건을 선정한다. 천 대표는 “모든 과정을 하나의 퍼포먼스로 여기기에 ‘유기사물’을 마주하면 함께 묵념하고 ‘아까워송’을 부르며 세리머니를 한 뒤 수리한다. 재사용 스티커를 붙이고 온라인 중고장터의 무료나눔에 올려놓은 후 유기사물을 둔 곳에서 도주한다”고 했다. 그는 “재미있어야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작은 사물을 돌봄의 시선으로 보는 자세를 통해 세상에 대한 관점 자체를 바꿔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우리가 몸담고 있는 세상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창의적이고 즐겁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환경과 예술을 연계한 프로그램을 꾸준히 마련하겠다”고 밝혔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2021-11-16 03:00
‘이건희 기증관’ 송현동 확정… 2027년 개관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기증한 문화재와 미술작품을 전시하는 ‘이건희 기증관’이 건립될 부지가 서울 종로구 송현동으로 최종 확정됐다. 2027년 개관하는 이건희 기증관은 연면적 3만 m²(약 9075평) 규모로 지어져 ‘이건희 컬렉션’ 2만3181점이 모두 모이게 된다. 9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경복궁과 헌법재판소 사이에 있는 송현동 부지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등 박물관·미술관이 많은 인사동과 인접한 데다 사람들이 찾아오기 쉬운 것이 강점으로 꼽혀 최종 낙점됐다. 송현동 부지와 막판까지 경합을 벌였던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부지는 이건희 기증관을 설립하려면 별도 진입로를 만들어야 해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낮다는 평가를 받았다. 문체부는 내년 하반기부터 국제설계 공모를 진행해 2027년 이건희 기증관을 개관할 계획이다. 이건희 기증관이라는 이름도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확장성 있는 이름으로 변경할 예정이다. 이건희 기증관이 문을 열면 관람객은 한자리에서 이건희 컬렉션을 폭넓게 감상할 수 있다. 이건희 컬렉션은 현재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 나눠 기증돼 있다. 문체부는 “이건희 기증관이 동서양, 시대, 분야의 경계를 넘어서는 융·복합 문화 활동의 중심지가 되도록 하겠다”며 “지역별 순회 전시를 열어 각 지역에서도 이건희 컬렉션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이건희 기증관 건립을 위해 서울시로부터 송현동 부지 3만7141m² 중 9787m²를 부지 교환 방식으로 제공받는다. 문체부와 서울시는 이를 위한 업무협약을 10일 체결한다. 주한 미국대사관 직원 숙소로 사용되던 송현동 부지는 1997년 삼성생명, 2008년 대한항공이 각각 매입했지만 개발이 무산된 바 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2021-11-1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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