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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효림의 베스트셀러 레시피]많은 사람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는 베스트셀러. 창작자들은 자신이 만든 콘텐츠가 베스트셀러가 되길 꿈꾸지만, 실제로 실현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이 희귀한 확률을 뚫고 베스트셀러가 된 콘텐츠가 탄생한 과정을 들여다본다. 창작자의 노하우를 비롯해 이 시대 사람들의 욕망, 사회 트렌드 등을 확인할 수 있다.10년 넘는 혹독한 수련 기간이 지나 신경외과 레지던트 생활은 이제 15개월 남았다. 여러 명문대에서 교수 자리를 제안했다. 내과 의사인 아내, 앞으로 태어날 아이들과 보트를 타고 휴가를 보낼 꿈에 부풀었다. ‘약속의 땅’이 눈앞에 보였지만 닿을 순 없었다. 폐암 말기 진단을 받은 것. 그의 나이 서른 여섯이었다.성공의 정점을 향해 가다 폐암 진단을 받고 2년 후 눈을 감을 때까지 쓴 에세이 ‘숨결이 바람 될 때’(흐름출판)의 저자 폴 칼라니티(1977~2015)의 이야기다. 작가를 꿈꾸며 스탠퍼드대에서 영문학, 생물학을 전공하고 영문학 석사 학위를 받은 그는 인간을 영적·생리적 측면에서 이해하기 위해 의사가 되기로 마음먹는다. 예일대 의과대학원을 마친 후 스탠퍼드대병원에서 레지던트로 근무한다. 암 진단을 받은 그는 삶이 석 달 남았다면 가족과 함께 지내고 1년이 남았다면 책을 쓰고 10년이 남았다면 사람들을 치료하는 생활로 복귀하고 싶다고 말한다. 하지만 남은 시간이 얼마인지 가늠할 수 없었다. 그는 죽음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일상을 이어간다. 아내와 상의해 아이를 갖고, 암 치료를 받으며 통증이 줄어들자 다시 환자를 돌본다. “내가 죽어가고 있더라도 실제로 죽기 전까지는 나는 여전히 살아 있다”며.매일 14시간 환자를 돌보고 36시간 동안 이어지는 수술을 하면서 저자는 단순히 사람을 살리느냐 여부를 넘어 환자에게 살 만한 가치가 있는 삶을 고민했다. 몇 달 더 살 수 있지만 말을 못하게 된다면, 치명적인 뇌출혈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시력 손상을 감수해야 한다면, 발작을 멈추게 하려다 오른손을 못 쓰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환자가 된 후 그는 “의사의 의무는 죽음을 늦추거나 환자에게 예전의 삶을 돌려주는 것이 아니라, 삶이 무너져버린 환자와 그 가족을 가슴에 품고 그들이 다시 일어나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돕는 것임을 깨달았다”고 고백한다. 2016년 국내 출간된 이 책은 삶에 대한 묵직하고 섬세한 성찰이 빚어낸 울림으로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책은 100쇄를 찍으며 판매량 30만 권을 돌파했다.(국내 출판계의 베스트셀러 기준은 책 판매량 1만 권이다.) 지난해 11월 100쇄 기념판이 출간됐다. 기념판 5000권은 대부분 판매된 상태다. ‘숨결이 바람 될 때’를 낸 흐름출판의 유정연 대표와 조현주 부장을 6일 서울 마포구 흐름출판에서 만났다. 유 대표가 출간을 검토한 건 미국에서 2016년 책이 나오기 전이었다. “에이전시에서 보낸 샘플 원고를 보니 글이 정말 좋았어요. 저자가 암 진단을 받고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글 ‘시간은 얼마나 남았는가(How Long Have I Got Left?)’가 당시 미국에서 화제가 됐죠. 유명인도 아닌데다 그의 처음이자 마지막 책이지만 글이 워낙 뛰어나서 출간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유 대표) 국내 몇몇 출판사들도 관심을 보였지만 경쟁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한다. 그래서 높지 않은 가격에 판권을 구입할 수 있었다. 이종인 번역가는 원제 ‘When Breath Becomes Air’의 우리말 제목으로 ‘숨결이 바람 될 때’를 제안했다. 유 대표는 “글의 결에 꼭 맞는 표현이었다”고 했다. 관건은 부제였다. 큰 제목만으로는 내용을 알리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젊은 의사가 죽음을 앞두고 쓴 글이라는 걸 압축해서 부제에 담아야 했습니다. 편집자, 마케터 등과 함께 여러 단어들을 풀어놓은 채 머리를 싸맸습니다. 고민을 거듭하다 핵심 단어를 추려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순간’이라는 부제를 뽑았죠.”(유 대표) 책 표지는 원서와 동일하게 만들었다. 책은 출간되자마자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독자들은 ‘죽음을 대면하는 상황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강인한 정신력에 울컥했다’, ‘삶을 되돌아보게 됐다’, ‘마음 속 깊이 여운이 남는다’는 리뷰를 올렸다. 도서관에서 대여해 읽다 소장하고 싶어 구입했다는 이들도 많다. ‘의대생이 꼭 읽어야 하는 책’이라는 말도 나왔다. 2016년부터 현재까지, 다양한 나이의 남녀로 독자층이 확대되고 있다. 옥택연 손태영 최은경 김지수 전노민 등 책을 좋아하는 연예인들도 추천을 이어갔다. 유 대표는 “연예인을 대상으로 마케팅하진 않았다. (저자의) 글이 모든 걸 해냈다”고 말했다. 100쇄 기념판 표지는 무광택의 새하얀 바탕에 쨍한 파란색으로 새가 날아가는 형상을 넣었다. 새를 표현한 앙리 마티스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한 것. 영어 원제와 한글 제목 모두 같은 색으로 처리해 청명한 느낌을 준다. 제목 중 ‘바람’은 글씨가 점점이 흩어지게 해 바람에 날리는 느낌을 살렸다. 조 부장은 “지난해 초부터 100쇄 기념판 디자인을 고민했다”고 말했다.“삶의 비극을 대하는 저자의 단단하고 아름다운 태도를 표현하고 싶었어요. 표지는 동판을 만들어 판화처럼 찍어냈는데요, 종이별로 색깔이 다르게 나와 100개 종류의 종이에 하나하나 찍어서 비교했어요. 계속 살피다 보니 나중에는 다들 비슷하게 보일 지경이었죠.(웃음) 찍어내는 작업은 시간이 많이 걸리고 실패율도 높아 비용이 많이 들지만 공들여 만들고 싶었습니다.”(조 부장)띠지 없이 책은 투명한 비닐로 포장했다. 띠지 두르기와 마찬가지로 비닐 포장 역시 기계로 할 수 없어 사람이 일일이 손으로 작업했다. “홍보 문구를 넣는 띠지는 강력한 마케팅 수단이에요. 하지만 기념판은 홍보 문구를 더하지 않아도 사랑받을 거라 확신했습니다. 비닐 포장은 책을 보호하고 돋보이게 하는 동시에 정성스러운 느낌을 전할 수 있고요.”(조 부장)조 부장은 소설가인 대학 은사로부터 “‘숨결이 바람 될 때’를 스무 권 사서 지인들에게 선물했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조 부장은 “독자들이 선물용으로 책을 구입했다는 얘기를 많이 듣긴 했는데, 은사님 말씀을 들으며 피부로 실감했다”고 말했다.기념판이 완전히 소진되면 원래 표지의 책을 판매할 예정이다. 조 부장은 “6월에 열리는 서울국제도서전에 참석하는 독자들을 위해 기념판은 200권만 따로 남겨뒀다”고 했다. 저자가 원고를 완성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후 이를 마무리한 아내 루시는 출간 전 두려웠다고 밝힌 바 있다. 저작권 대리인에게 책에 대한 반응이 좋을지 묻자 “글쎄요. 독자들이 최근에 죽은 남자의 회고록을 읽고 싶어 하는지에 달렸겠죠”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지금까지도 한국은 물론 미국 등 세계 곳곳에서 독자들과 만나고 있다. “저자는 가장 빛나는 순간 맨 밑바닥으로 떨어졌지만 눈부시게 살아갔습니다. 넘어졌을지언정 주저앉지 않고 계속 나아갔죠. 상처 입거나 좌절의 순간에 있는 분들이 꼭 읽었으면 좋겠습니다.”(조 부장)■‘숨결이 바람 될 때: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순간’(2016년·흐름출판)은….미국 스탠퍼드대병원 신경외과 레지던트 폴 칼라니티(1977~2015)가 폐암 진단을 받고 2년 뒤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쓴 에세이다. 그는 죽음을 직시하며 일상을 뚜벅뚜벅 걸어 나갔다. 부모님이 인도 출신으로, 아버지가 의사였던 저자는 자신이 의사가 되리라곤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작가가 되길 희망하며 스탠퍼드대에서 영문학, 생물학을 전공하고 영문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인간에 대해 탐구하던 그는 의사가 되기로 결심한다. 육체적 쇠락과 죽음 앞에서도 삶을 의미 있게 만들어주는 것은 무엇인지 고민하다 의학에서 길을 찾은 것. 예일대 의과대학원을 마친 후 스탠퍼드대병원에서 레지던트로 근무한다.10년이 넘는 수련 기간을 마치고 레지던트 생활이 15개월 남았을 때 그는 마침내 꿈꾸던 삶이 다가왔다고 여겼다. 여러 명문대에서 교수 자리를 제안 받았고 내과 의사인 아내 루시, 앞으로 태어날 아이들과 주말을 보낼 수 있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극심한 요통에 시달리던 그는 폐암 진단을 받았다. 얼마나 살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그는 암 치료를 받으며 통증이 줄어들자 환자를 돌보고 수술하며 일상을 이어간다. 그는 말한다. “난 그렇게 할 수 있으니까. 그게 바로 나니까.” 아내와 상의해 아이도 갖기로 한다. “아기와 헤어져야 한다면 죽음이 더 고통스럽지 않을까?”라는 아내의 우려에 그는 답한다. “그렇다 해도 아기는 멋진 선물 아니겠어?” 이에 암 치료를 받기 전 정자은행에 정자를 보관하고, 딸 케이디를 얻는다.저자는 환자를 처리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각각의 역사를 가진 한 명의 ‘인간’으로 바라보려 애썼다. 해부용 시신의 위에 남아 있는 모르핀 두 알을 보며 고통 속에 약병을 더듬었을 고인의 생전 모습을 떠올린다. 뇌출혈, 발작 등 심각한 병을 고치기 위해 한 뇌수술로 시력을 잃거나 한쪽 손을 못 쓰게 될 경우 환자가 겪어야 하는 삶에 대해 고민한다. 그럼에도 자신이 환자가 된 후에는 그 동안 의사로서 오만했다고 고백한다. 너무나 일찍 다가온 죽음 앞에서 그를 버티게 해 준 건 문학이었다. 아침에 눈을 떠 통증에 시달리던 그는 불현듯 떠오른 문장을 반복해 읊조리며 힘겹게 침대 밖으로 나간다. “나는 계속 나아갈 수 없어. 그래도 계속 나아갈거야.(I can‘t go on. I’ll go on.)“ 사뮈엘 베케트의 소설 ‘이름 붙일 수 없는 자’에 나오는 대목이다. 솔제니친의 ‘암 병동’,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비롯해 카프카, 몽테뉴, 프로스트의 작품과 암 환자들의 회고록을 읽으며 삶과 죽음을 곱씹는다.두려운 현실 앞에선 절망하고 눈물도 흘린다. 그럼에도 밝은 면을 보려 했다. 손가락 끝이 갈라져 극심한 통증을 겪으면서도 글을 썼다. 딸 케이디와 8개월을 보낸 그는 딸에게 이 말을 남긴다. “(너는) 아빠가 평생 느껴보지 못한 기쁨이었고, 그로 인해 아빠는 이제 더 많은 것을 바라지 않고 만족하며 편히 쉴 수 있게 되었단다. 지금 이 순간, 그건 내게 정말로 엄청난 일이란다.”길지 않은 시간, 충만하게 삶을 꽉 채워 나간 이의 놀라운 여정이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서강대 제17대 총장으로 연임된 심종혁 총장의 취임식이 13일 오전 10시 반 서강대 성이냐시오관 성당에서 열린다. 취임미사는 서강대 이사장인 우재명 신부의 주례로 진행된다. 마태오관에서 열리는 리셉션에는 김용수 예수회한국관구장, 김광호 총동문회장 등이 참석한다. 심 총장은 서강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물리학과 석사 과정을 마쳤다. 미국 웨스턴신학교에서 신학과 사목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이탈리아 그레고리안대에서 교의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2년부터 서강대 교수로 재직하며 총무처장, 기획처장, 대외협력처장, 도서관장, 교학부총장, 대학원장을 지냈다. 2020년 제16대 총장으로 선임된 후 연구 및 교육 혁신을 이끌었고 지난해 말 제17대 총장으로 재선임됐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손효림의 베스트셀러 레시피]많은 사람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는 베스트셀러. 창작자들은 자신이 만든 콘텐츠가 베스트셀러가 되길 꿈꾸지만, 실제로 실현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이 희귀한 확률을 뚫고 베스트셀러가 된 콘텐츠가 탄생한 과정을 들여다본다. 창작자의 노하우를 비롯해 이 시대 사람들의 욕망, 사회 트렌드 등을 확인할 수 있다.“싫어. 내가 왜?” 함부로 나를 부려먹는 친구에게 이렇게 말한다. 친구가 제멋대로 나를 조종하면 “내가 알아서 할게”라고 한다. 부담되는 요구를 하면 “내가 지금은 바빠서 안 될 것 같아”라고 말한다. “내가 늘 그렇지 뭐”라고 나를 무시하는 생각은 금물이다. 실수하면 “그럴 수 있지”라고 스스로에게 말해준다. 초등학교 교사인 김지훤 교사(28)가 ‘내가 나라서 정말 좋아: 단단한 마음을 만드는 다정한 말’(길벗)에서 당부한 내용이다. 친구가 서운해할까봐, 혹은 표현 방법을 몰라 혼자 끙끙 앓는 아이들을 위해 책을 냈다. 강원 춘천시 후평초등학교에 근무하는 김 교사는 매일 아침 조회 시간마다 거절하기, 사과하기 및 사과 받기, 자신감 키우기 등 주제를 정해 설명하고 말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아이들에게 말하기 연습도 시킨다. 그 가운데 40개 주제를 담은 이 책은 올해 1월 출간된 후 단 한 달여 만에 2만 권이 판매되며 주목받고 있다.(국내 출판계의 베스트셀러 기준은 책 판매량 1만 권이다.) 김 교사가 조회 때의 모습을 촬영해 자신의 소셜미디어에서 올린 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책 출간으로 이어졌다. 이들 영상은 누적 조회수 5800만 회가 넘는다. 팔로어는 24만 명 이상이다. 독자들은 “친구 관계로 고민하던 아이와 함께 읽었다”며 반겼다. “이 말을 어렸을 때 들었더라면 삶이 달라졌을 것 같다”는 어른도 적지 않다. “나 자신에게 선물하고 싶어 샀다”는 리뷰도 있다. 김 교사와 이 책의 편집자인 이미현 길벗 자녀교육서팀 에디터(38)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19일 만났다. 김 교사는 “마음을 잘 드러내지 못해 고민하는 아이들이 많아 표현법을 알려줬는데 이렇게 관심을 받고 책까지 내게 돼 놀랍고 신기하다”며 웃었다.김 교사가 영상을 올리게 된 건 지난해 3월 신입생을 위해 학교를 소개하는 영상을 찍은 게 계기가 됐다. 동료 교사들이 재미있다며 다른 영상도 만들어 보라고 권한 것. “조회 영상 몇 개를 찍어 교감 선생님께 보여드렸어요. 원맨쇼 같아 부끄러웠는데 교감 선생님이 ‘올려 보라’며 지지해 주셔서 용기를 냈습니다. 영상을 보신 교장 선생님도 ‘진짜 잘하고 있다’고 격려해 주셨고요.”(김 교사)김 교사만 나오는 영상은 생동감이 넘친다.(아이들은 목소리만 들린다) 김 교사는 스스로를 칭찬할 때는 생글생글 웃으며 다정하게 말하고, 거절할 때는 단호하게 말하는 법을 보여준다. 자녀교육 콘텐츠를 찾던 이 에디터는 “처음에는 배우가 교사 연기를 하는 줄 알았다”며 웃었다. 진짜 교사의 영상이란 걸 확인하고는 “이거다!”라고 확신했다.“지난해 5월경 영상을 보고 빨리 선생님을 만나야겠다는 생각뿐이었어요. 금요일에 연락해 그 다음주에 만나기로 했는데, 팔로어가 주말 사이 5만 명을 넘자 마음이 급해졌습니다.”(이 에디터)화제가 된 영상을 책으로 만들어도 성공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영상을 보며 제가 위로를 많이 받았어요. 부모님이 엄하셔서 하고 싶은 말을 잘 못했거든요. 성인이 된 후에도 힘들었고요. 초등학생인 조카가 순하고 표현을 잘 못해 늘 안쓰러웠는데 선생님 말씀을 책으로 전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어요. 팬데믹 이후 친구 관계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이 더 많다는 점도 고려했고요. 거절하는 법이나 사과 받는 법은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는데 선생님이 콕콕 짚어 주셔서 확장성이 크다고 판단했습니다. 부정적인 댓글이 없다는 것도 확신을 더해줬습니다.”(이 에디터) 김 교사는 흔쾌히 출간을 수락했다. 도전할 때 “그냥 나를 던져!”라고 당부한 것을 스스로 실천한 셈이다. ‘나를 사랑하는 방법’,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 ‘거절하고 싶을 때’, ‘사과 받는 방법’ 등 호응이 큰 주제를 추렸다. 제목 ‘내가 나라서 정말 좋아’는 마지막 장 소제목에서 따왔다. 이 에디터는 “아이를 김 선생님 같은 사람으로 키우고 싶다는 댓글이 많아 선생님의 캐릭터가 부각된 제목을 정했다”고 말했다. 하꼬방 작가가 그린 아기자기한 그림을 배치해 그림책 같은 느낌을 준다. 오디오북도 김 교사가 직접 낭독해 제작했다. 김 교사는 “‘50살이 되어서 이런 표현을 배운다’, ‘이걸 알았으면 아프지 않았을 텐데’라는 독자 반응을 보며 놀랐다”고 했다. 이 에디터는 “북토크에서 아이와 어머니가 따로따로 선생님에게 사인을 받고 사진도 찍을 정도로 성인 독자팬이 많다”고 했다. 김 교사는 수업 시간은 물론 쉬는 시간에도 학생들을 유심히 지켜보면서 당부하고 싶은 이야기를 찾아냈다. “아이들이 실제 겪으며 고민하는 내용을 다루려 애썼어요. 한 번 들어두면 살아가면서 고민을 덜 할 수 있는 이야기도 해주려 했고요.”(김 교사) 김 교사는 아이돌 가수처럼 현란하게(?) 춤추고, 어린이날에는 외계인 복장을 한 채 교실에 등장해 깜짝 선물을 주는 등 학생들과 친밀하게 지낸다. 하지만 잘못된 행동을 하면 단호하게 지적한다. 그는 “아이들에게 넓은 범위를 허용하지만 그 선을 넘는 건 안 된다고 가르친다”고 했다.거침없이 자신을 드러내는 게 교사로서 부담은 없을까. 김 교사는 당차게 말했다.“도덕적으로 어긋나는 게 아니고 제 색깔을 내는 거잖아요. 다른 사람에게 피해주는 게 아닌 이상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눈치 보지 않고 합니다.” 책에는 에세이 세 편도 실었다. 김 교사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왕따를 당했다고 털어놓는다. 너무나 고통스러웠지만 그로 인해 아픈 사람의 마음을 알게 됐다. 그가 밝은 에너지를 지니고 삶과 관계에 대해 여러 각도에서 깊이 생각할 수 있게 된 건 부모님의 영향이 크다고 한다.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셔서 바쁘셨지만 차근차근 풀어서 얘기해 주셨어요. 엄마와 자주 등산했는데요, 엄마는 ‘산 아래에서 안 보이던 게 꼭대기에 올라오니까 많이 보이지? 공부도 안 보이던 걸 볼 수 있게 해줘’라고 하셨어요. 책 첫 장에 ‘나는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귀한 사람이에요’ 썼는데요, 자랄 때 엄마가 제게 해 준 말이에요.”전북 전주에서 자란 그는 유치원에 다닐 때와 초등학교 1학년 때 어머니와 교환일기를 썼다. “오빠, 언니가 있고 제가 막내예요. 엄마와 삼남매가 각각 교환일기를 썼어요. 유치원에서 개구리알 만든 걸 칭찬해 주신 게 기억에 남아요. 그 후에는 화이트 보드에 저희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적어 놓으셨고요.”아이돌 가수, 피아니스트를 꿈꿨던 그가 교사가 된 건 오빠의 영향이 컸다. “오빠가 춘천교대 음악교육과를 나왔는데요, 대학생 때 과제라며 춤을 추더라고요. ‘우와, 저렇게 재미있는 숙제가 있구나’ 싶어 교사가 되기로 결심했어요.(웃음) 노래도 잘하고 춤도 잘 추던 오빠는 제 롤모델이었거든요.”진주교대 음악교육과를 나온 김 교사가 춘천에서 근무하는 것도 춘천에서 교사 생활하는 오빠와 함께 지내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힘들 때도 수업을 하면 기운이 나요. 아이들의 생각과 언어는 언제나 새롭거든요. 제 안에 있던 씨앗에서 싹이 트는 것 같고요.” 올해 4, 5월경에는 필사책도 낼 예정이다. 이 에디터는 “선생님의 조회 영상을 볼 수 있게 QR코드도 넣을 계획”이라고 했다. 2011년부터 편집자로 일한 이 에디터는 청소년 소설을 시작으로 자기계발서, 교양서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만들었다.“새로운 일을 하는 걸 좋아합니다. 김 선생님의 책을 제작하는 것도 모험이어서 재미있었어요. 독자의 마음을 어루만지면서 성장하게 하는 책을 계속 만들고 싶습니다.”(이 에디터)“나이가 들어도 유쾌한 사람, 학생들과 얘기가 잘 통하는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지치지 않고 에너지를 뿜어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김 교사) ■‘내가 나라서 정말 좋아: 단단한 마음을 만드는 다정한 말’(2025년·길벗)은….초등학교 교사인 김지훤 교사가 살아가는 순간순간 나에게 필요한 말을 40개 주제로 정리했다. 강원 춘천시 후평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김 교사가 아침 조회마다 학생들에게 당부했던 내용을 촬영해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리면서 큰 호응을 얻은 게 계기가 됐다.김 교사가 이야기를 들려주듯 구어체로 정리했다. “나를 사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사랑이에요”라고 강조하며 그 방법으로 운동하기, 책 읽기, 골고루 먹기를 제안한다. 시험이나 발표를 앞두고 있을 때 심장이 벌렁벌렁 거려도 이렇게 생각하라고 말한다. “에잇 모르겠다, 그냥 나를 던져!” 롤러코스터에 타면 알아서 운행해주듯 인생의 롤러코스터에 나를 던지면 어느새 도착해 있을 것이라며. 잘하거나 완벽하지 않아도 힘 빼고 편안하게 가보라고 격려한다. 그리고 말한다. “골인! 완주한 것 자체로 정말 멋져!”어떤 일의 결과가 아쉬우면 “괜찮아, 충분히 잘 했어!”라고 하고, 실수하면 “그럴 수 있지!”라고 스스로를 토닥여주라고 한다. 친구가 제멋대로 조종하면 “내가 알아서 할게”라고 단호하게 말해야 한다. 친구의 제안이 내키지 않으면 “아냐, 괜찮아”라고 부드럽게 거절하면 된다. 나를 함부로 부려먹을 때는 친구를 똑바로 보고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싫어. 내가 왜?”라고 말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거절은 나쁜 게 아니며 나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생각과 감정을 정확하게 표현함으로써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한걸음씩 나아갈 수 있게 해준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삼성증권(사장 박종문)은 중개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수가 120만 개를 넘었다고 밝혔다. 잔고는 4조 원 이상으로 늘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중개형 ISA 가입고객을 분석한 결과 2024년 한 해 동안 20, 30대의 신규 유입이 많았다. 20, 30대의 계좌수는 2023년 말 33만여 건에서 올해 1월 말 43만여 건으로 증가했다. 약 1년 동안 10만 개의 계좌가 새로 개설된 것이다. 이 기간 20대는 계좌수가 45.8% 늘어 전 연령층 가운데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30대(25.1%)가 뒤를 이었다. 삼성증권은 “ISA 계좌를 통해 절세 혜택을 받으려면 3년 이상 의무납입해야 해 젊은층을 중심으로 ISA에 빠르게 가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올해 1월 말 현재 삼성증권 중개형 ISA에 가입한 고객의 자산 중 평가금 기준으로 가장 많은 자금은 해외 상장지수펀드(ETF) 투자금이었다. ETF 투자금은 33%를 차지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나스닥 지수 등 지수를 추종하는 미국 ETF의 비중이 높았다. 삼성증권은 “중개형 ISA 계좌를 통해 국내에 상장된 해외주식 ETF에 투자할 경우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이를 활용하는 투자자가 늘었다”고 분석했다. 삼성증권은 중개형 ISA를 활용한 재테크를 위해 투자자에게 ‘절세 계산기’와 ‘고수 PICK’, ‘ISA 상담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절세 계산기는 금융상품을 일반계좌와 ISA 계좌에서 각각 투자할 경우 절세되는 금액을 비교해서 알려준다. 고수 PICK은 ISA에서 투자하면 좋을 종목을 추천하는 서비스다. 초보 투자자를 위해 마련했다. 시장 전망을 비롯해 삼성증권 ISA 고객 가운데 전달 투자 성과 기준으로 상위 1000명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을 순위별로 알려준다. 함께 챙겨보면 좋은 투자 방법도 제공한다. 삼성증권은 “고수 PICK 서비스 이용자는 1월 말 기준으로 전달보다 46.6% 증가했다”고 밝혔다. ISA 상담소는 ISA 전담 프라이빗뱅커(PB)와 ISA 계좌에 대해 곧바로 상담할 수 있는 유선 상담 서비스다. 삼성증권 ISA 상담소(02-1599-7373)를 이용하면 된다. 삼성증권은 “중개형 ISA가 단순히 절세 도구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자산을 형성하는 주요 방법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다양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증권은 중개형 ISA 계좌를 보유한 고객을 대상으로 최대 30만 원 상당의 상품권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2월 말까지 실시한다. 이벤트는 △Welcome 이벤트 △Start-up 이벤트 △level-up 이벤트 △Boom-up 이벤트까지, 4가지로 진행한다. 이벤트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삼성증권 홈페이지나 모바일앱 ‘엠팝(mPOP)’, 패밀리 센터를 이용하면 된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인생엔 어떤 길이 펼쳐질지 모른다. 시원스레 웃는 날이 있고 고통에 몸부림치는 시간도 피할 수 없다. 삶은 그렇게 여러 색깔로 채워진다. 웃음과 아픔으로 대비되는 연극과 뮤지컬을 살펴본다.》 연극 ‘꽃의 비밀’쉴 새 없이 터지는 웃음의 향연복잡한 생각은 접어두고 마냥 깔깔 웃고 싶은가. 억지스럽지 않으면서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야기에 빠져들고 싶은가. 이런 이들에게 딱 맞는 작품이다. 이탈리아 북서부의 작은 시골 마을 빌라페로사. 남편들은 축구 경기를 보러 떠나고 여자들은 맏언니 격인 소피아 집에 모여 즐기려 한다. 늘 술에 취해 고래고래 노래 부르는 자스민, 대학에서 연기를 전공해 스타 배우를 꿈꿨던 모니카, 공대를 나와 기계 다루는데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지나. 이들은 수다 떨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려 했건만 지나의 폭탄 선언에 얼어붙는다. 혼란스러워하던 네 여자는 거액의 보험금을 받기 위해 하루 동안 각자의 남편으로 변장해 연기하기로 한다. 한데 예상치 못한 변수가 자꾸 튀어나오는데…. 장진 씨가 극본을 쓰고 연출을 맡았다. 2015년 초연돼 올해 10주년을 맞았다. 창작 연극이지만 배경을 이탈리아로 한 건 해외 진출을 염두에 뒀기 때문. 실제 작품은 일본과 중국에 수출됐다. 무대에서 특히 강한 장진의 코미디가 활짝 피어나 두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예측 불허의 갖가지 상황에 대처하는 독특한(?) 방법은 점점 더 속도를 높이며 관객들을 웃음으로 몰아간다. 집안일에 관심 없고 자주 상처 주는 남편들로 인해 속을 끓이고 고된 농사로 지친 서로를 보듬어주는 네 여자의 모습은 온기를 자아낸다. 배우들의 노련한 연기는 단단한 무대를 선사한다. 소피아 역은 박선옥 황정민 정영주가, 자스민 역은 장영남 이엘 조연진이 맡았다. 모니카는 이연희 안소희 공승연이, 지나는 김슬기 박지예가 연기한다. 보험공단 의사 카를로 역에는 조재윤 김대령 최영준이, 간호사 산드라 역에는 정서우 전윤민이 발탁됐다. 박선옥은 관록 있게 중심을 잡아가는 소피아를 자연스럽게 그렸다. 이엘은 “코미디에 처음 도전하는 ‘코알못’이라 떨린다”고 했지만 그의 연기는 빼어난 코미디 연기자가 탄생했음을 확신하게 만든다. 엉뚱하면서도 종종 핵심을 찌르고, 흥에 겨워 온 몸으로 리듬을 타며 거침없이 망가지는 그는 웃음 버튼 그 자체다. 좌충우돌하면서도 대학 시절 기억을 더듬어가며 연기 지도를 해나가는 이연희의 색다른 면모도 확인할 수 있다. 박지예는 소심한 듯하지만 예고 없이 급발진하는 지나를 자연스럽게 표현한다. 5월 11일까지. 서울 종로구 링크아트센터 벅스홀. 5만5000∼7만7000원. 뮤지컬 ‘베르테르’ 아름답고 절절한 사랑의 고통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바탕으로 만든 창작 뮤지컬로, 2000년 초연돼 올해 25주년을 맞았다. 서정적이면서도 차츰 긴장을 높여가는 이야기, 부드러우면서도 애틋한 음악, 수채화처럼 맑으면서도 세련된 무대 디자인으로 오랜 시간 사랑 받고 있다. 고선웅 작가가 극본을 쓰고 정민선 작곡가, 조광화 연출가가 함께 했다.베르테르는 꽃과 나무가 가득한 마을 발하임에서 자석산에 대한 인형극을 하며 즐거워하는 롯데를 보고 첫눈에 이끌린다. 롯데는 시에 대해 조예 깊은 베르테르와 시를 이야기하며 가까워진다. 롯데를 사랑하게 된 베르테르는 이를 고백하려 하지만 롯데에게 약혼자 알베르트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무너진다. 이에 발하임을 떠나지만 롯데를 잊을 수 없어 다시 돌아온다.사랑이라는 감정이 사람을, 삶을 어떻게 뒤흔들 수 있는지 깊숙이 파고든다. 짧은 기쁨을 선사한 후 길고도 치명적인 고통을 준 사랑을 고우면서도 격정적인 시처럼 그렸다. 베르테르가 부르는 넘버 ‘발길을 뗄 수 없으면’은 사랑의 애절함과 슬픔을 진하게 전한다. 원칙주의자로 자신의 세계를 단단하게 지키는 알베르트는 섬세하고 감성적인 베르테르의 캐릭터를 더 또렷하게 부각시킨다. 사랑으로 인해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른 정원사 카인즈를 베르테르가 변론하고 나서는 장면은 사랑에 대한 베르테르의 간절함을 보여준다. 끝내 비극을 향해가는 베르테르의 운명을 상징하는 해바라기꽃의 화사한 노란빛은 아픔을 고조시킨다. 후반부로 갈수록 객석 곳곳에는 눈물을 흘리는 관객이 많다. 베르테르 역은 엄기준 양요섭 김민석이 맡았다. 일곱 번째로 베르테르를 연기하는 엄기준은 깊고 섬세한 표현으로 몰입도를 높인다. 김민석은 순수한 열정을 지닌 베르테르를 호소력 있게 그린다. 롯데는 전미도 이지혜 류인아가 연기한다. 전미도는 해맑은 모습부터 혼란 속에 두려워하며 고뇌하는 모습까지 밀도있게 표현한다. 알베르트 역에는 박재윤 임정모가 발탁됐다. 펍 주인 오르카 역은 류수화 이영미가, 카인즈 역은 김이담 이봉준이 맡았다. 3월 16일까지. 서울 구로구 디큐브 링크아트센터. 7만∼16만 원.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봄이 다가오고 있다. 조금씩 따사로워지는 햇살과 보드라운 바람이 반갑다. 계절이 바뀔 때는 피부 관리에 좀 더 신경 쓸 필요가 있다. 급변하는 기온과 습도에 피부가 거칠어지거나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피부 관리에 도움이 되는 화장품에 대해 살펴보자. 피부 속부터 환하게 프리메라는 ‘나이아시카’ 라인을 선보이며 크림과 쿠션을 내놓았다. 프리메라는 “나이아시카 라인은 피부 투명도를 개선하는 나이아신아마이드와 피부 장벽을 진정시키는 시카 B5 성분을 조합한 제품”이라며 “피부 속부터 화사하게 해주고 피부를 보호하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나이아시카 수딩 글로우 워터리 크림’은 손상된 피부 장벽을 회복시켜주고 피부를 밝게 만들어준다. 빠르게 흡수되는 기능을 강화해 피부에 신속하고 촉촉하게 스며든다. ‘나이아시카 워터리 크림 쿠션’은 피부를 회복시켜주고 환하게 만들어주는 기능을 가진 메이크업 쿠션이다. 미세한 메시망을 거쳐 제형이 나오기 때문에 뭉치지 않고 매끈하게 바를 수 있다. 프리메라는 “두 제품 모두 여드름성 피부 적합성, 극민감 테스트 등 안정성 테스트를 통과해 민감한 피부에도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에이피 뷰티는 ‘듀얼 리페어 리프트 크림 마스크’를 새롭게 선보였다. 에이피 뷰피는 “새 제품은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듀얼 리페어 리프트 크림’보다 3배 높은 유효 성분을 담아 빠른 시간 내에 효과를 볼 수 있다. 피부 회복력을 높이고 리프팅 효과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라고 밝혔다. 새 제품은 피부 굴곡에 따라 마스크가 밀착되도록 디자인해 수분을 비롯한 각종 성분이 촘촘하게 흡수되도록 했다. 민감한 피부 빠르게 진정시켜줘 일리윤은 3세대 ‘세라마이드 아토’ 라인을 내놓았다. ‘세라마이드 아토’ 라인은 민감한 피부를 진정시키고 촉촉하게 만들어주는 라인으로 지속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3세대 ‘세라마이드 아토’ 라인은 더 순하고 기능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세라마이드 아토 로션’을 비롯해 얼굴에도 사용할 수 있는 크림과 수딩 젤, 속보습 스킨과 탑투토워시, 버블워시 앤 샴푸로 구성했다. 디자인도 새롭게 바꿨다. 세라마이드 아토 로션은 검은 콩에서 유래한 소이 세라마이드 성분이 피부 장벽을 개선시켜준다. 입자가 미세해 피부 깊숙이 스며들어 피수 속 보습을 강화해준다. 일리윤은 “고순도 마데카소사이드를 함유해 민감한 피부를 진정시키는 기능이 뛰어나다. 바르면 곧바로 끈적임 없이 흡수돼 수분량 측정에서 2.8배 향상된 보습력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더 순한 성분을 사용하고 향을 넣지 않아 피부가 약한 영유아도 사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에스트라는 ‘에이시카365 흔적진정세럼 pH4.5’를 선보였다. 기존 ‘에이시카365 흔적진정세럼’을 새롭게 만든 제품으로 붉은 기가 도는 민감한 피부를 개선할 수 있게 했다. 피부의 산성화와 알칼리성화를 나타내는 피부 pH도 적절한 수준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건강한 피부의 pH 수치는 4.5∼5.5로 알려져 있다. 에스트라는 “민감한 피부는 피부 pH 보호막 불균형에서 비롯되는 피부 장벽 기능 이상으로 외부 자극에 의한 붉은기가 자주 생기는 것에 주목했다. 에이시카365 흔적진정세럼 pH4.5는 진정 성분인 pH4.5CICATM을 함유해 민감해진 피부를 진정시킨다. 약산성 환경을 개선하는데 도움을 주고 손상된 피부 장벽 기능도 강화해 준다”고 밝혔다. 에이시카365 흔적진정세럼 pH4.5는 피부 표면의 pH를 12시간 유지해 주는 기술을 사용했다고 덧붙였다. 라네즈는 인기 제품인 ‘립 슬리핑 마스크’의 새로운 향 5개를 국내에서 선보였다. 잠자는 동안 입술을 가꿔주는 립 슬리핑 마스크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기존에는 4개 향(베리, 자몽, 애플라임, 민트초코)이 있었다. 이번에 바닐라, 망고, 거미베어, 스윗캔디, 피치아이스티까지 5개 향을 추가했다. 라네즈는 “새로운 향은 지난해 한정판으로 선보였다. 이를 사용해 본 고객들이 정식으로 출시해 달라는 요청을 많이 해서 기존 제품에 새로운 향 5개를 더해 내놓게 됐다”고 밝혔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인생엔 어떤 길이 펼쳐질지 모른다. 시원스레 웃는 날이 있고 고통에 몸부림치는 시간도 피할 수 없다. 삶은 그렇게 여러 색깔로 채워진다. 웃음과 아픔으로 대비되는 연극과 뮤지컬을 살펴본다. ●연극 ‘꽃의 비밀’쉴 새 없이 터지는 웃음의 향연 복잡한 생각은 접어두고 마냥 깔깔 웃고 싶은가. 억지스럽지 않으면서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야기에 빠져들고 싶은가. 이런 이들에게 딱 맞는 작품이다. 이탈리아 북서부의 작은 시골 마을 빌라페로사. 남편들은 축구 경기를 보러 떠나고 여자들은 맏언니 격인 소피아 집에 모여 즐기려 한다. 늘 술에 취해 고래고래 노래 부르는 자스민, 대학에서 연기를 전공해 스타 배우를 꿈꿨던 모니카, 공대를 나와 기계 다루는데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지나. 이들은 수다 떨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려 했건만 지나의 폭탄 선언에 얼어붙는다. 혼란스러워하던 네 여자는 거액의 보험금을 받기 위해 하루 동안 각자의 남편으로 변장해 연기하기로 한다. 한데 예상치 못한 변수가 자꾸 튀어나오는데…. 장진 씨가 극본을 쓰고 연출을 맡았다. 2015년 초연돼 올해 10주년을 맞았다. 창작 연극이지만 배경을 이탈리아로 한 건 해외 진출을 염두에 뒀기 때문. 실제 작품은 일본과 중국에 수출됐다. 무대에서 특히 강한 장진의 코미디가 활짝 피어나 두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예측 불허의 갖가지 상황에 대처하는 독특한(?) 방법은 점점 더 속도를 높이며 관객들을 웃음으로 몰아간다. 집안일에 관심 없고 자주 상처 주는 남편들로 인해 속을 끓이고 고된 농사로 지친 서로를 보듬어주는 네 여자의 모습은 온기를 자아낸다. 배우들의 노련한 연기는 단단한 무대를 선사한다. 소피아 역은 박선옥 황정민 정영주가, 자스민 역은 장영남 이엘 조연진이 맡았다. 모니카는 이연희 안소희 공승연이, 지나는 김슬기 박지예가 연기한다. 보험공단 의사 카를로 역에는 조재윤 김대령 최영준이, 간호사 산드라 역에는 정서우 전윤민이 발탁됐다. 박선옥은 관록 있게 중심을 잡아가는 소피아를 자연스럽게 그렸다. 이엘은 “코미디에 처음 도전하는 ‘코알못’이라 떨린다”고 했지만 그의 연기는 빼어난 코미디 연기자가 탄생했음을 확신하게 만든다. 엉뚱하면서도 종종 핵심을 찌르고, 흥에 겨워 온 몸으로 리듬을 타며 거침없이 망가지는 그는 웃음 버튼 그 자체다. 좌충우돌하면서도 대학 시절 기억을 더듬어가며 연기 지도를 해나가는 이연희의 색다른 면모도 확인할 수 있다. 박지예는 소심한 듯하지만 예고 없이 급발진하는 지나를 자연스럽게 표현한다. 5월 11일까지. 서울 종로구 링크아트센터 벅스홀. ●뮤지컬 ‘베르테르’아름답고 절절한 사랑의 고통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바탕으로 만든 창작 뮤지컬로, 2000년 초연돼 올해 25주년을 맞았다. 서정적이면서도 차츰 긴장을 높여가는 이야기, 부드러우면서도 애틋한 음악, 수채화처럼 맑으면서도 세련된 무대 디자인으로 오랜 시간 사랑 받고 있다. 고선웅 작가가 극본을 쓰고 정민선 작곡가, 조광화 연출가가 함께 했다.베르테르는 꽃과 나무가 가득한 마을 발하임에서 자석산에 대한 인형극을 하며 즐거워하는 롯데를 보고 첫눈에 이끌린다. 롯데는 시에 대해 조예 깊은 베르테르와 시를 이야기하며 가까워진다. 롯데를 사랑하게 된 베르테르는 이를 고백하려 하지만 롯데에게 약혼자 알베르트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무너진다. 이에 발하임을 떠나지만 롯데를 잊을 수 없어 다시 돌아온다.사랑이라는 감정이 사람을, 삶을 어떻게 뒤흔들 수 있는지 깊숙이 파고든다. 짧은 기쁨을 선사한 후 길고도 치명적인 고통을 준 사랑을 고우면서도 격정적인 시처럼 그렸다. 베르테르가 부르는 넘버 ‘발길을 뗄 수 없으면’은 사랑의 애절함과 슬픔을 진하게 전한다. 원칙주의자로 자신의 세계를 단단하게 지키는 알베르트는 섬세하고 감성적인 베르테르의 캐릭터를 더 또렷하게 부각시킨다. 사랑으로 인해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른 정원사 카인즈를 베르테르가 변론하고 나서는 장면은 사랑에 대한 베르테르의 간절함을 보여준다. 끝내 비극을 향해가는 베르테르의 운명을 상징하는 해바라기꽃의 화사한 노란빛은 아픔을 고조시킨다. 후반부로 갈수록 객석 곳곳에는 눈물을 흘리는 관객이 많다. 베르테르 역은 엄기준 양요섭 김민석이 맡았다. 일곱 번째로 베르테르를 연기하는 엄기준은 깊고 섬세한 표현으로 몰입도를 높인다. 김민석은 순수한 열정을 지닌 베르테르를 호소력 있게 그린다. 롯데는 전미도 이지혜 류인아가 연기한다. 전미도는 해맑은 모습부터 혼란 속에 두려워하며 고뇌하는 모습까지 밀도있게 표현한다. 알베르트 역에는 박재윤 임정모가 발탁됐다. 펍 주인 오르카 역은 류수화 이영미가, 카인즈 역은 김이담 이봉준이 맡았다. 3월 16일까지. 서울 구로구 디큐브 링크아트센터.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손효림의 베스트셀러 레시피]많은 사람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는 베스트셀러. 창작자들은 자신이 만든 콘텐츠가 베스트셀러가 되길 꿈꾸지만, 실제로 실현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이 희귀한 확률을 뚫고 베스트셀러가 된 콘텐츠가 탄생한 과정을 들여다본다. 창작자의 노하우를 비롯해 이 시대 사람들의 욕망, 사회 트렌드 등을 확인할 수 있다.‘산책하는 길/경로를 바꿨다간/못 돌아온다’ ‘재활 치료 중/꼴찌는 면하려고/죽도록 노력’노년의 희로애락을 재치있게 그린 시들이다. 올해 1월 출간된 ‘그 때 뽑은 흰머리 지금 아쉬워’(포레스트북스)에 담겼다. 이 책은 나온 지 한 달 만에 1만 권이 판매됐다.(국내 출판계의 베스트셀러 기준은 책 판매량 1만 권이다.) 지난해 1월 출간돼 5만 권 넘게 판매된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에 이은 두 번째 책이다. 두 책 모두 시집으로는 이례적인 기록이다. ‘그 때 뽑은 흰머리 지금 아쉬워’는 일본 사단법인 전국유료실버타운협회에서 매년 열고 있는 ‘실버 센류’ 공모전에 당선된 최신작을 모았다. 제목도 수상작에서 뽑았다. 일본 정형시 중 하나인 센류(川柳)는 5-7-5의 총 17개 음으로 된 짧은 시로, 풍자와 익살을 담은 게 특징이다. 전국유료실버타운협회는 2001년부터 매년 나이 듦을 주제로 하는 ‘실버 센류’ 공모전을 열고 있다. 2023년 공모전에는 1만 1000수가 넘는 작품이 출품될 정도로 참여 열기가 뜨겁다. 수상작을 모아 낸 시집 시리즈는 일본에서 누적 판매부수가 100만 권을 넘어서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 책을 국내 출간한 서선행 포레스트북스 편집이사(48)를 서울 영등포구 포레스트북스에서 최근 만났다. 서 이사는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이 예상치도 못하게 큰 사랑을 받아 후속작을 냈다”고 했다. 번역도 첫 책과 마찬가지로 일본 문학 전문가인 이지수 번역가가 맡았다. “기다렸다가 책을 샀다는 독자들이 많아요. 첫 책에 비해 마케팅은 절반도 하지 않았는데 반응이 곧바로 왔어요. ‘책을 읽고 오랜만에 엄마와 한 시간 넘게 대화했다’는 분도 있어 뿌듯합니다.” 부모님이나 다른 어르신 선물용으로 샀다는 리뷰도 많다. 읽는데 부담이 없다는 것도 매력적인 요소로 꼽힌다.최신작인만큼 팬데믹으로 인한 변화, 인공지능(AI), 셀프 계산대에서 겪는 해프닝 등 최근 흐름을 담은 작품이 적지 않다. ‘코로나처럼/아내도 몇 번이나/변이했구나’, ‘AI에게/ 저세상 가는 길/물어본다’, ‘셀프 계단대 앞/얼어붙은 사람들/죄다 할배들’이 대표적이다. 노년의 일상을 발랄하게 담아 웃음 터지게 만드는 힘은 여전하다. ‘치매 예방차/구입한 그 책/벌써 세 권째’, , ‘자기소개 때/돌아가며 말한다/이름 고향 취미 지병’, ‘신경 쓰는 것/옛날에는 인맥/지금은 맥박’, ‘노래방에서/후렴구 열창 도중/빠져버린 틀니’가 그렇다.‘손주에게 외친다/“마음껏 쓸어 담아!”/다이소에서’, ‘보이스 피싱/당할 정도의 돈이/내 통장엔 없다’며 가벼워진 지갑 사정도 명랑하게 노래한다. 인생을 담담하게 관조하고(‘아 늙었네/하지만 괜찮아/다 늙었어’), 나이 듦에 관한 환상에 대해 일갈하기도 한다(‘나이 들면/둥글어진다는 말/어쩌면 거짓말’).서 이사는 “센류는 웃음과 슬픔이 닿아 있어 그 감성에 공감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고 했다. 장석주 시인은 추천사에서 “한바탕 웃고 나니 차가운 심장은 더워지고 공허한 마음은 감동으로 충만해진다”고 했다. 오은 시인은 “늙음을 한탄할 때조차 다 늙어서 괜찮다는 긍정을 잃지 않고 지병과 먹는 약이 없으면 대화가 불가능함을 인정하는 해학이 가득하다”고 평가했다. 나태주 시인은 “깨달음과 지혜를 간명한 문장으로 표현한 글”이라고 소개했다. 서 이사는 일본 서점에서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을 보고 매료된 후 끈질기게 애쓴 끝에 국내 출간을 성사시켰다. 두 번째 책도 성공해 시리즈로 안착됐다. 후속작도 준비하고 있다. “실버 센류 공모전 수상작을 모은 첫 책이 일본에서 2012년에 나온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이고 최신책이 2023년에 나온 이 책이에요. 일본에서는 수상작을 모아 꾸준히 책을 냈는데, 그 중에서 특히 반응이 좋은 시들만 따로 모은 이른바 베스트컬렉션이 있어요. ‘왕중왕’이라고 할까요. 이 책은 올해 연말이나 내년 초에 출간하려고 합니다.”그는 새로운 유형의 책을 선보이려 노력하고 있다. 작은 달력처럼 넘기며 하루 하나씩 우리말 단어를 익히는 ‘이은경쌤의 초등어휘일력 365’(2022년)가 대표적이다. “아들이 어느 날 ‘책에 오타가 있다’고 가져왔어요. ‘볼 멘 소리를 한다’는 문장을 가리키며 ‘볼펜 소리를 한다’를 잘 못 쓴 거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거예요. 깔깔 웃다가 떠올렸어요. 매일 단어를 익히게 해야겠다고요. 책을 많이 읽으라고 아이에게 아무리 얘기해도 잘 안 되는 게 현실이잖아요.”주위에서는 “영어 단어도 아닌데 판매가 되겠느냐”는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출간 후 20만 권 넘게 팔렸다. 역시 달력처럼 만든 ‘어른의 어휘일력 365’(2024년)도 2만 권 이상 판매됐다. “기존에 접하지 못한 콘텐츠나 색다른 형태의 책을 꾸준히 선보이며 독자층을 넓히고 싶어요.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를 살펴보고, 서점에서 책을 계속 사며 독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려 합니다. 여러 경험과 감각이 쌓여야 ‘제3의 지대’를 발견하는 눈이 생기니까요.” ■‘그 때 뽑은 흰머리 지금 아쉬워’(2025년·포레스트북스)는….일본 사단법인 전국유료실버타운협회가 2001년부터 매년 개최하고 있는 ‘실버 센류’ 공모전에 당선된 최신작을 모았다. 일본 정형시 중 하나인 센류(川柳)는 5-7-5의 총 17개 음으로 된 짧은 시로, 풍자와 익살을 담았다. 펜데믹과 셀프 계산대 확산으로 달라진 일상을 그린 작품이 적지 않다. ‘오래간만에/마스크를 벗으면/손주가 운다’, ‘할 줄 몰라요/가까이도 안 가요/셀프 계산대’가 그렇다. ‘아픈 데 찾으니/여기 저기 거기/어라 전부네’처럼 여러 질병을 갖게 되는 현실마저 유머러스하게 읊은 시도 상당수다. ‘동창회에서/이름 맞히기 놀이로/모두가 화기애애’, ‘몰래 건네받은/고위험 아르바이트/손주의 숙제’, ‘뜨는 해보다/우는 닭보다/빠른 내 아침’은 웃음과 공감을 자아낸다. 다가오는 죽음 앞에서도 여유를 잃지 않는다. ‘자식이 내 사진/찍으니 걱정된다/여기 병실인데’, ‘마음껏 보정했더니/퇴짜 맞아버린/내 영정 사진’, ‘물건 정리/하려다가 시작된/유품 나눔 행사’가 그렇다. ‘우리 마누라/옛날엔 미녀/지금은 마녀’, ‘저승에서는/말도 걸지 말라는/아내의 엄명’처럼 아내 앞에서 작아지는 스스로를 해학적으로 그린다. 노년의 삶에 대한 예리한 관찰과 절묘한 표현에 무릎을 치게 된다. 유쾌하면서도 묵직한 내공은 진한 여운을 남긴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손효림의 베스트셀러 레시피]많은 사람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는 베스트셀러. 창작자들은 자신이 만든 콘텐츠가 베스트셀러가 되길 꿈꾸지만, 실제로 실현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이 희귀한 확률을 뚫고 베스트셀러가 된 콘텐츠가 탄생한 과정을 들여다본다. 창작자의 노하우를 비롯해 이 시대 사람들의 욕망, 사회 트렌드 등을 확인할 수 있다.“일을 하다보면 힘에 부치는 순간들이 분명 오는데 그럴 때 이 책 몇 소절을 다시 읽으면 세상에 화낼 일이 없어요. 화가 날 때 집에 가서 이 책을 읽으면 화를 가라앉히고 내일을 시작할 수 있는 힘이 돼요.”걸그룹 아이브의 장원영이 15일 방송된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록’에서 한 말이다.장원영이 읽은 책은 ‘초역 부처의 말’(코이케 류노스케 지음·박재현 옮김·포레스트북스)로, 부처의 말을 현대어로 이해하기 쉽게 풀이했다. 장원영은 “(책에) ‘집착하지 마라. 세상만사에 집착하지 않으면 문제될 게 없는데 집착하는 순간 고통을 낳아서 힘들어진다. 마음의 불씨를 꺼트려라’는 내용이 나온다. 되게 인상 깊게 읽었다. 너무나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방송 직후 책 판매량은 급증했다. 교보문고는 방송 후 일주일간 책 판매량이 전주에 비해 76배 늘었고, 예스24는 51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교보문고 광화문점을 비롯해 오프라인 서점에서는 품절 사태가 벌어졌다. 이 책을 만든 서선행 포레스트북스 편집이사(48)를 서울 영등포구 포레스트북스 출판사에서 23일 만났다. 서 이사는 “큰 새해 선물을 받았다. 감사한 마음을 어떻게 전해야 할지 모르겠다. 앨범을 사고 평생 팬이 돼 응원하겠다”며 웃었다. 유명인, 특히 아이돌 스타가 언급한 책은 폭발적인 반응을 얻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방송 후 2주일도 안 돼 3만 권이 나갈 정도로 판매량이 급증한 건 이례적이다. 지난해 5월 출간된 이 책은 연말까지 7만 권이 판매됐고, ‘장원영 효과’가 더해져 10만 권을 넘겼다.(국내 출판계의 베스트셀러 기준은 책 판매량 1만 권이다.) “유명인이 책 내용 중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을 언급하면 파급력이 커지는 것 같아요. 장원영 씨가 ‘집착이 고통을 낳는다, 마음의 불씨를 꺼트려라’는 내용을 짚으며 힘을 얻는다고 말한 게 많은 분들의 마음에 닿았다고 생각해요. 제가 무슨 책을 만드는지 관심 없던 중학생 아들이 ‘장원영님이 읽은 책을 엄마가 만들었어?’라고 묻더군요. 장원영 씨의 영향력을 또 한번 실감했습니다.(웃음)”포레스트북스는 마케팅을 잘하는 출판사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장원영 씨가 책을 언급한 게 고도의 마케팅이냐’는 질문도 꽤 받았어요. 전혀 아닙니다. 연락처는 물론이고 책을 보낼 주소도 몰라요. 집에서 ‘유 퀴즈…’를 TV로 보면서 MC 유재석 씨가 요즘 읽고 있는 책을 묻는 걸 보고 ‘어느 출판사 잭팟 터지겠네’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장원영 씨가 ‘초역 부처의 말’이라고 해서 깜짝 놀랐어요.”서 이사는 초긍정 마인드를 뜻하는 ‘원영적 사고’라는 말을 탄생시킨 장원영이기에 영향력이 더 큰 것 같다고 했다. 장원영은 “완전 럭키비키잖아”라는 말도 유행시켰다. 공연을 하러 스페인에 갔을 때 유명 빵집에서 줄을 섰는데 그의 순서 앞에서 빵이 다 팔렸다. 새 빵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 장원영은 “갓 나온 빵을 먹을 수 있게 됐네. 완전 럭키비키잖아”라고 했다. 자신의 영어 이름 ‘비키’ 앞에 행운을 뜻하는 ‘럭키’를 붙인 것. 낙담하거나 짜증내지 않고 창의적인 긍정성을 발휘하는 그의 태도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초역 부처의 말’은 서 이사가 발굴했다. 그는 쇼펜하우어 이후 독자들이 어떤 주제에 관심을 가질지 고민했다.(쇼펜하우어 열풍을 일으킨 책 중 하나로, 18만 권이 판매된 ‘쇼펜하우어 아포리즘: 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2023년)도 그가 만들었다.) “쇼펜하우어의 철학은 동양 철학과도 연결되기에 동양 철학이 부상하겠다고 예상했습니다. 동양 철학의 끝판왕은 부처라고 생각했죠. 쇼펜하우어가 부처의 말에 심취했다는 점도 떠올렸고요.” 그는 국내외에서 부처에 대해 쓴 책을 찾기 시작했다. “책은 나라별로 매우 많았어요. 하지만 저자가 불경을 제대로 공부한 사람이어야 했습니다.” 그렇게 찾아낸 이가 일본 작가 코이케 류노스케였다. 한국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된 ‘생각 버리기 연습’, ‘화내지 않는 연습’ 등을 쓴 그는 한 때 승려로 지냈다. ‘초역 부처의 말’은 2011년 일본에서 출간돼 30만 권이나 팔렸다. “저자가 ‘생각 버리기 연습’을 썼다는 것과 연결짓지 않고 책 내용만 봤습니다. 아주 쉽게 써서 이해하기 수월했어요. 현대어로 풀어 쓰려면 불경에 대해 잘 알아야 하고 잘못 해석하면 안 되는데, 이 책은 그걸 다 갖췄어요. 깊이도 있고요. 일본에서 10여 년 전에 나왔지만 메시지가 한국 독자에게 충분히 다가갈 수 있다고 봤습니다.”이 책은 국내 한 출판사에서 과거 출간했지만 그리 주목받지 못했다고 한다. 판권은 높지 않은 가격에 구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출판사 내부에서 “종교적 색채가 강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서 이사는 “종교가 아니라 철학으로 봐야 한다. 오랫동안 이어져 내려온 증명된 내용이다”라고 설득했다. 출간이 확정된 후 책 띠지에 ‘인지과학이자 심리학이자 마음의 훈련 방법’이라고 쓴 것도 이 때문이다. 천주교 신자인 서 이사는 “모태 신앙으로, 결혼식도 성당에서 했다. 종교와 관계없이 부처의 말을 좋아한다”고 했다. 책은 출간 후 바로 베스트셀러가 됐다. 특히 20, 30대에서 관심이 높았다. “불교가 젊은층에게 힙하게 인식되고 있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 같아요. 뉴진 스님(개그맨 윤성호)도 큰 인기를 얻고 있고요. ‘유 퀴즈…’ 방송 후 출판 에이전시에서 ‘장원영 씨가 일본에서 인기가 많아 일본 독자들도 다시 책에 관심을 가질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서 이사는 독자들의 관심사를 파악하기 위해 예능, 드라마,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유튜브 등을 꾸준히 본다. “화제가 되는 콘텐츠는 장르에 상관없이 봅니다. 사람들이 왜 좋아하는지 생각하면서요. 사람들이 책을 안 읽는다는 건 기본값으로 두고 책을 만들고 있어요. 영상이 보기 쉽고 편한 건 사실이니까요. 그럼에도 활자를 선택하게 만드는 책을 다양하게 선보이고 싶습니다.” ■‘초역 부처의 말’(2024년·포레스트북스)은….도쿄대에서 서양철학을 공부하고 승려로 지내기도 했던 일본 작가 코이케 류노스케가 불경을 현대어로 쉽게 풀어 썼다. 저자가 ‘들어가는 글’에서 “학문적인 의의나 심오함, 공부에 목적을 두고 읽는다면 실망할지 모른다”고 밝혔듯이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을 중심으로 정리했다. 불경에서 190개 구절을 뽑아, 화를 잠재우고 세상의 잣대에 흔들리지 않는 방법 등을 담았다. 12개 주제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다 △비교하지 않는다 △바라지 않는다 △선한 업을 쌓는다 △친구를 선택한다 △행복을 안다 △자신을 안다 △몸을 바라본다 △자유로워진다 △자비를 배운다 △깨닫는다 △죽음과 마주한다로 구성했다.자신에 대한 험담을 듣고 상처받았다면, 험담은 옛날부터 쭉 있었고 세상에서 험담을 듣지 않는 이가 없다는 걸 떠올리며 흘려버리라고 말한다. 누군가와 다툼이 생길 것 같으면 자신도 상대방도 결국은 다 사라진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게 좋다. 자신이 대단한 사람이라는 교만함을 내려놓으면 생각과 다른 현실에 직면할 때마다 화낼 이유가 없어진다. 성과, 음식, 자식 등에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무언가에 집착하는 순간 불안하고 고통스러워지기 때문이다. 인간의 오감과 의식은 욕망과 화라는 불길에 활활 타오른다. 좌선으로 이 불길을 끄면 마음과 몸의 평온함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손에 상처가 없으면 독이 침투할 수 없는 것처럼 마음에 악업이라는 상처가 없는 사람에게는 비난, 중상 등이 침투할 수 없다. 자신보다 성격 좋은 친구를 사귀되, 그런 사람이 없다면 혼자 지내는 게 낫다고 조언한다. 게으름을 피우고 싶거나 불안을 느끼는 등 자신의 내면이 어떤 상태인지 늘 의식하고 알아차리면 혼란한 마음을 정리할 수 있다. 세상살이에 지치고 상처받는 이들에게 평안을 찾는 방법을 무겁지 않게 알려줘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최명란 시인이 동시집 ‘보라’(초록달팽이)를 최근 출간했다. 책에는 62편의 동시가 실렸다. 김순영 작가가 그림을 그렸다. 최 시인은 “보라는 내 마음 속 남자아이가 좋아하는 여자아이 이름”이라고 밝혔다. ‘갈치 이빨이 몇 개인지 모르고요/장어 뼈마디가 있는지도 몰라요/그리고 그런데 궁금해요/보라 마음이 몇 개일까요?’(‘그래도 숫자’)는 보라에 대한 궁금함을 그렸다.삶의 풍경을 재미있게 포착한 작품도 많다. ‘하진이 뒷모습이 해처럼 빨갛다/서연이 뒷모습이 달처럼 노랗다/지원이 뒷모습이 바다처럼 파랗다//모두 다른 가방!/모두 다른 색깔!’(‘소풍 가는 날’), ‘발바닥으로 걷는 거니?/손바닥으로 걷는 거니?//어라? 손바닥으로 걷는 거라?/하~그럼 날마다/물구나무서서 걷는 거니?’(‘닭’)가 대표적이다.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상황도 기발한 상상력으로 담아냈다. ‘유리창이 나 대신 울었네//어제 내가 혼나는 소리/창문이 다 들었거든/살짝살짝 조금씩 흔들렸거든’(‘아침 성에’), ‘하얀 코를 흘리네?//코감기 걸렸나?나처럼?’(‘샴푸 병’)은 빙그레 웃음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서울신라호텔이 설 연휴에 모든 연령층이 함께 공연을 즐길 수 있는 패키지 상품을 선보였다. 이달 26일부터 29일까지 싱어송라이터 이상은의 공연 및 재즈 피아니스트 성기문을 중심으로 구성된 ‘성기문 트리오 & 보컬리스트 박재홍’ 공연을 보고 숙박할 수 있다. ‘성기문 트리오 & 보컬리스트 박재홍’은 26, 28일 만날 수 있다. 이상은은 27, 29일 무대에 선다. 공연이 열리는 다이너스티홀은 설 명절 분위기를 즐길 수 있게 꾸밀 예정이다. 서울신라호텔은 “전체적으로 아이보리, 흰색 계열로 단장하고 종이등 장식과 꽃으로 꾸민다. 은은한 조명 속에서 환상적인 파티에 온 듯한 느낌을 받도록 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라이브 공연이 포함된 서울신라호텔 ‘타임리스 튠스 파트 1, 2’ 패키지는 26일부터 29일까지 이용할 수 있다. 패키지는 △객실(1박), △타임리스 튠스 라이브 콘서트(26, 28일 성기문 트리오 & 보컬리스트 박재홍/ 27, 29일 이상은) 입장(2인), △스페셜 디너 뷔페(2인)로 구성된다. 타임리스 튠스 파트 1은 저녁 식사 후 공연을 관람한다. 타임리스 튠스 파트2는 공연을 본 후 저녁 식사를 한다. 이상은은 1988년 MBC 강변가요제에서 ‘담다디’로 대상을 수상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이후 일본을 거쳐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미술 공부를 했다. 영국에서도 공부했다. 앨범 ‘더딘 하루’, ‘begin’, ‘언젠가는’, ‘공무도하가’, ‘외롭고 웃긴 가게’ 등을 발표하며 자기만의 색채가 또렷한 음악 세계를 구축했다. 일본에서도 활동했다. 대표곡으로 ‘사랑해 사랑해’, ‘사랑할거야’, ‘그대 떠난 후’를 비롯해 ‘언젠가는’, ‘길’, ‘벽’, ‘어기여 디어라’, ‘공무도하가’, ‘새’, ‘비밀의 화원’ 등이 있다. 성기문은 10대 때 혼자 피아노를 익혔고 서울로 올라와 재즈 피아니스트의 길을 걸었다. ‘이정식 밴드’를 비롯해 나윤선 윤복희 이광조 등과 함께 공연했다. 박재홍은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각종 재즈 페스티벌을 비롯해 다양한 무대에 서고 있다. 재즈 듀오로 활동하는 성기문과 박재홍은 ‘반달’, ‘오빠생각’, ‘섬집아기’, ‘나뭇잎배’ 등 동요 10곡을 재즈 스타일로 담은 앨범 ‘소곡집’을 지난해 발표하기도 했다. 서울신라호텔은 “매년 명절마다 다양한 공연을 열어왔다. 모든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해 색다른 명절 보낼 수 있다”고 밝혔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반려동물과 함께 갈 수 있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고 가까운 곳에서 추억을 만들 수 있다. 서울의 호텔에서 즐기는 방법도 있다.조선호텔앤리조트의 부티크 호텔 레스케이프가 동물피부클리닉 라퓨클레르와 협업해 반려견과 함께 휴식을 즐길 수 있는 ‘비 러브드 프렌즈’ 패키지를 선보이고 있다. 펫 전용 객실을 운영하고 있는 레스케이프는 여러 브랜드와 협업해 다양한 형태의 비 러브드 프렌즈 패키지를 내놓고 있다. 새해를 맞아 출시한 이번 패키지는 호텔에 투숙하는 고객에게 라퓨클레르의 반려견 전용 피부 관리 제품을 제공한다. 프랑스어로 ‘깨끗한 피부’를 뜻하는 라퓨클레르는 동물피부클리닉의 수의사가 개발한 반려동물 피부 관리 브랜드다. 디럭스와 그랜드 디럭스 객실에 투숙하는 고객에게는 반려동물 발바닥 관리 및 피부 보습, 털 관리를 위한 모이스처 크림 1개를 제공한다. 스위트 객실에 투숙하는 고객에게는 모이스처 크림과 안심 라운드 눈꼽빗, 동물전용 귀 세정제 1개를 제공한다. 레스케이프의 펫 전용 객실은 반려견과 쾌적하게 휴식을 즐길 수 있도록 나무 바닥으로 꾸몄다. 펫 침대를 비롯해 아이스크림 브랜드 벤앤제리스와 협업해 한정판으로 제작한 미니컵 아이스크림 모양의 노즈워크 장난감도 있다. 반려동물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리카리카의 ‘커브형 논슬립 계단’과 ‘릴렉싱 더블 방석’, ‘르쿠르제 펫 전용 식기’도 있다. 다이슨 공기청정기, 무선청소기, 드라이어, 스트레이트너도 있다. 유모차 브랜드 에어버기의 반려견 유모차를 대여해주는 서비스도 운영하고 있다. 이 패키지의 예약 및 투숙 기간은 6월 30일까지이며 반려견 1마리를 무료로 동반할 수 있다. 가격은 25만 원(디럭스 기준, 세금 별도)부터다. 반려동물을 위한 별도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레스케이프는 반려동물의 피부 건강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 ‘살롱 드 레스케이프’를 1월 24일 진행한다. 청담 라퓨클레르 동물피부클리닉의 이태현 원장이 진행하는 이 프로그램에서는 반려견의 피부 고민 해결 방안에 대해 알아본다. 반려동물도 함께 참여할 수 있다. 살롱 드 레스케이프는 문화 예술과 미식 등을 즐기는 고객을 위해 호텔이 직접 프로그램을 구성한다. 레스케이프는 “재방문율이 높은 반려견 동반 고객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기획해 선보이게 됐다”고 밝혔다. 참가비는 1인당 2만 원이며 레스케이프 홈페이지에서 신청하면 된다. 레스케이프는 “새해를 맞아 반려견과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는 호캉스를 즐길 수 있도록 시그니처 펫 패키지를 새로 단장해 내놓았다. 더불어 살롱 드 레스케이프를 통해 반려견과 함께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고 밝혔다. 손효림 aryssong@donga.com}
《운명은 인간을 주저앉힌다. 그럼에도 일어서서 나아가는 이들이 있다. 모험에 뛰어들기도 하고 먼 길을 돌고 돌다 자신의 마음을 직시한 후 방향을 찾기도 한다. 운명과 삶을 다채로운 결로 풀어낸 뮤지컬을 소개한다.》뮤지컬 ‘알라딘’황홀함과 놀라움으로 꽉 찬 여정아그라바 왕국에서 도둑질하며 살던 알라딘이 요술 램프를 갖게 되면서 펼쳐지는 모험과 사랑을 화려한 볼거리와 감미로운 노래로 버무렸다. 뮤지컬이 보여줄 수 있는 미덕들을 최대치로 응집시킨 작품이다. 1992년 개봉한 디즈니 원작의 동명 애니메이션 영화를 무대로 옮겼고, 한국에서 초연 중이다. 2014년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처음 선보인 후 10년 넘게 공연되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온통 황금색으로 번쩍이는 동굴, 램프 요정 지니의 손짓 하나하나에 순식간에 펼쳐지는 현란한 쇼에 탄성이 터져 나온다. 탭 댄스, 밸리 댄스, 스틱 댄스도 이어진다. 색색으로 가득한 입체 동화 같은 무대에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다. 알라딘과 자스민 공주가 마법 양탄자를 타고 밤하늘을 날며 ‘A Whole New World’를 부르는 장면은 영리한 연출이 돋보인다. 무대 바깥 벽면까지 별빛 조명을 쏘아 시야를 확장시키고 알라딘과 자스민만 드러나게 한 것. 양탄자는 보이지 않게 처리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몰입도를 높였다. 알라딘 역은 김준수 서경수 박강현이 맡았다. 지니는 정성화 정원영 강홍석이 연기한다. 자스민 역에는 이성경 민경아 최지혜가 발탁됐다. 이성경은 이번에 뮤지컬에 데뷔했다. 서경수는 호기심 많고 새로운 세계로 거침없이 뛰어드는 알라딘을 매끄럽게 연기한다. 정성화는 어마어마한 능력을 지닌 채 자유를 갈망하는 재간둥이 지니 그 자체다. 압도적인 성량, 유연한 몸놀림에 특유의 입담으로 웃음을 빵빵 터지게 만든다. 최지혜는 맑고 시원한 목소리로 운명을 개척하는 자스민을 강단 있게 표현했다. 6월 22일까지.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 9만∼19만 원.7월 부산 남구 드림씨어터 개막 예정. 뮤지컬 ‘웃는 남자’인간 존엄성-탐욕 비추는 압도적인 무대 입 양쪽이 찢어져 늘 웃는 것처럼 보이는 그윈플렌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 대해 묻고 부조리한 사회 구조를 고발한다. 빅토르 위고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창작했다. 2018년 초연된 후 네 번째 공연이다. 뮤지컬 ‘레베카’, ‘엘리자벳’, ‘팬텀’의 연출가 로버트 요한슨이 대본을 쓰고 연출했다.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이 함께 했다. 17세기 영국, 아이들을 납치해 기형적인 모습으로 만든 뒤 귀족들의 유흥거리로 팔던 인신 매매단이 그윈플렌의 얼굴을 기이하게 만들었다. 눈보라 속에 버려진 어린 그윈플렌은 죽은 여자의 품에서 아기를 발견하곤 데아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떠돌이 약장수 우르수스는 그륀플렌과 데아를 키우고, 그윈플렌의 기이한 미소와 눈 먼 데아의 이야기로 유랑극단을 꾸린다. 앤 여왕의 이복동생 조시아나 공작부인은 그윈플렌의 공연을 보고 그에게 빠져듣다. 이에 흔들리던 윈플렌은 고문소로 끌려가고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는데…. 서정적이면서도 강렬한 넘버와 압도적인 무대 연출,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는 묵직한 주제를 완성도 있게 드러낸다. 폭풍우에 배가 침몰하는 광경, 층층이 위압적으로 구현한 상원 의회, 성대한 가든파티 등 볼거리가 이어진다. 그윈플렌 역은 박은태 이석훈 규현 도영이 맡았다. 우르수스는 서범석 민영기가 연기한다. 데아 역에는 이수빈 장혜린이, 조시아나 역에는 김소향 리사가 각각 발탁됐다. 규현은 귀족들에게 가난한 이들을 보라며 외치고, 마침내 데아를 향한 사랑을 받아들이는 등 회오리치는 여러 감정을 절절하게 연기한다. 이수빈은 순수한 영혼을 지닌 데아를 맑게 그려낸다. 김소향은 모든 것을 가졌지만 공허함을 느끼는 조시아나를 설득력 있게 연기한다. 3월 9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8만∼17만 원. 뮤지컬 ‘시지프스’강렬하게 파고드는 삶의 의미전염병과 전쟁으로 황폐해진 미래의 어느 세상. 네 명의 배우 언노운, 포엣, 클라운, 아스트로가 모였다. 이들은 폐허 속에서 제안한다. 시지프스처럼 돌을 굴려보자고. 배우에게 돌은 이야기를 의미한다. 포엣이 바닥에서 알베르 카뮈의 소설 ‘이방인’을 주워들고, 이들은 연기하기 시작한다. 어머니의 죽음에도 눈물 흘리지 않고,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사람을 총으로 쏘아 죽인 뫼르소의 이야기를.추정화 연출가와 허수현 음악감독, 김병진 안무감독이 손잡고 만든 창작 뮤지컬로 초연 중이다. 카뮈가 1942년 ‘이방인’과 에세이 ‘시지프 신화’를 함께 발표한 것을 연결지어 생각하게 한다. 네 배우는 뫼르소와 주변 인물들을 각각 연기하며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파고든다. 산 정상으로 굴려 올려도 이내 아래로 떨어지는 돌처럼 배우들이 펼치는 공연도 이야기가 끝나면 사라진다. 그럼에도 이들은 삶을, 공연을 이어간다. 배우들은 강렬한 음악과 안무를 짜임새 있게 소화한다. 쉽지 않은 소재를 매끄럽게 결합시키고 위트를 더해, 무겁지 않으면서 몰입도 있는 무대를 선사한다. 언노운 역은 이형훈 송유택 조환지가 맡았다. 포엣은 정다희 박선영 윤지우가, 클라운은 정민 임강성 김대곤이 각각 연기한다. 아스트로 역에는 이후림 김태오 이선우가 발탁됐다. 네 배우의 단단한 합이 뿜어내는 에너지가 인상적이다. 3월 2일까지. 서울 종로구 예스24스테이지 2관. 5만∼7만 원.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메이크온, 피부 상태 진단하고 관리법 알려주는 신제품 공개아모레퍼시픽이 맞춤형 화장법을 제안하고 이를 가상 체험하는 ‘워너-뷰티 AI’ 기술로 CES 2025 혁신상을 받았다. 아모레퍼시픽은 이로써 6년 연속 CES 혁신상을 수상하게 됐다. CES는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7일(현지 시간)부터 10일까지 열린 올해 CES에서 아모레퍼시픽은 이 기술을 비롯해 피부에 맞는 제품 및 관리법을 알려주는 기술을 적용한 메이크온 신제품을 공개했다. 워너-뷰티 AI는 고객에게 맞는 화장법을 찾아주고 맞춤형 가상 체험을 제공하는 음성 챗봇 기반 기술이다. 고객의 사진을 통해 피부색과 얼굴 형태 및 비율을 분석한 뒤 메이크업 전문가의 기량을 학습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화장법을 추천하고 가상 화장 체험을 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의 화장을 본인 얼굴에 적용해 보고 대화하며 상담을 받는다. 이 기술은 CES 2025 기간에 ‘베네치안 엑스포’ 혁신상 쇼케이스에서 전시됐다. 워너-뷰티 AI에는 아모레퍼시픽의 이미지 진단 기술, 카이스트(KAIST)와 공동 개발한 이미지 생성 AI 기술 등이 적용됐다. ‘AI 피부 분석 및 케어 솔루션’은 삼성전자의 ‘마이크로 LED 뷰티 미러’에 탑재해 선보였다. 이 기술은 피부를 광학적으로 분석하는 기술과 접촉식으로 진단하는 기술을 결합한 것이다. ‘삼성전자 퍼스트 룩’ 부스를 방문한 고객에게 피부 상태를 분석해 적합한 제품을 추천하고 피부를 관리하는 방법을 알려줬다. 이 부스에서는 메이크온 신제품 ‘스킨 라이트 테라피 3S’도 처음 선보였다. 메이크온은 해당 기기를 AI 피부 분석 및 케어 솔루션을 탑재한 전용 애플리케이션과 함께 올해 3월 정식 출시할 계획이다.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은 올해 CES를 현장에서 참관했다. 워너-뷰티 AI 전시장과 삼성전자 협업 부스를 비롯해 여러 산업 분야의 최첨단 기술을 살펴봤다.아모레퍼시픽은 다양한 고객 맞춤형 기술을 개발해 2020년부터 연속으로 CES 혁신상을 받았다. CES 2020 혁신상을 수상한 기술은 ‘3D 프린팅 마스크팩 제조 기술’이다. 기존 마스크팩이 사람마다 각각 다른 얼굴 크기와 이목구비 위치, 피부색, 피부 영역별 결점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점에 착안해 개발한 기술이다. 애플리케이션으로 얼굴 이미지를 촬영해 눈, 코, 입 위치와 이마, 볼, 턱 등의 면적을 측정한 다음 2D 마스크 도안을 디자인한다. 이후 피부 상태에 적합한 기능성 성분을 포함하는 하이드로겔을 선택하고 이를 고속 3D 프린터가 출력해 맞춤형 마스크팩을 실시간으로 만든다. 2021년에는 AI를 활용해 고객의 피부색에 맞는 립 제품 색상을 추천하고 현장에서 바로 립 제품을 제조해주는 ‘립 팩토리 바이 컬러 테일러’ 기술로 혁신상을 받았다. 다양한 색소를 정밀하게 조합하고 관리하는 기술로 2000여개 색상의 제품을 실시간으로 만들 수 있다. ‘포뮬라리티 토너 패드 메이커’ 장비는 CES 2021 헬스&웰니스 부문 혁신상을 받았다. 이 장비는 피부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앰플로 토너를 곧바로 만든다. 이를 화장솜에 흡수시켜 피부에 적합한 온도로 제공한다. 여러 성분이 담긴 앰플을 활용해 얼굴 부위에 맞게 피부를 관리할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매번 사용할 때마다 즉석에서 토너를 만들어 사용하는 방식이어서 위생적이다”라고 밝혔다. 2022년에는 뇌파로 사람의 감정을 분석해 이를 반영한 향과 색의 입욕제를 즉석에서 로봇이 만들어주는 ‘마인드 링크드 배스봇’으로 상을 받았다. 마인드링크드 배스봇은 사용자가 8개 센서가 달린 헤드셋을 착용하면 뇌파를 측정하고 해당 데이터를 분석해 개인에게 맞는 향과 색을 찾아준다. 이를 바탕으로 로봇이 현장에서 1분 만에 맞춤형 입욕제를 만드는 과정을 볼 수 있다.매일 피부 상태를 측정하고 맞춤 관리법을 제공한 후 피부 개선 효과를 확인하는 플랫폼인 ‘마이스킨 리커버리 플랫폼’도 상을 받았다. 사용자가 자신의 휴대전화 카메라와 조명 거울로 피부 표면을 진단하면 소형 센서가 피부 속 수분과 탄력을 측정한다. 피부에 대한 정보와 화장품 처방을 AI로 분석하고 지속적으로 피부 개선 방법을 제공한다. 2023년에는 AI와 로봇팔 기반의 맞춤형 메이크업 제조 시스템인 ‘톤워크’로 수상을 했다. AI로 얼굴 색상을 측정하고 로봇팔로 맞춤형 파운데이션과 쿠션, 립 제품을 제조할 수 있다. 안면인식 기술과 색채학 연구를 활용해 가장 적합한 색상을 제안한다. 효능 성분이 들어있는 액티브칩을 꽂아 맞춤형 스킨케어 화장품을 만드는 기기인 ‘코스메칩’도 수상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아모레퍼시픽이 개발한 미세 유체 채널 기술을 활용해 소량의 물과 효능 성분을 균일하게 조합한다. 고객은 바뀌는 피부 상태에 맞춰 곧바로 대처할 수 있다. 액티브칩에는 다양한 피부 효능 성분을 무수(無水) 처방해 장기간 보관할 수 있다. 2024년에는 하나의 기기로 입술 진단과 관리, 화장이 모두 가능한 장비인 ‘립큐어빔’으로 상을 받았다. 기기의 뚜껑 윗부분에 입술 상태를 진단할 수 있는 정밀 센서가 내장돼 있다. 고객이 입술에 기기를 대면 곧바로 입술 수분 상태를 감지해 진단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뚜껑과 용기를 분리하면 화장 도구가 나온다. 입술 상태를 측정한 결과를 바탕으로 솔대 형태의 화장품 도포 장치에서 고객에게 맞는 가시광선이 나와 입술을 관리해준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운명은 인간을 주저앉힌다. 그럼에도 일어서서 나아가는 이들이 있다. 모험에 뛰어들기도 하고 먼 길을 돌고 돌다 자신의 마음을 직시한 후 방향을 찾기도 한다. 운명과 삶을 다채로운 결로 풀어낸 뮤지컬을 소개한다. ● 뮤지컬 ‘알라딘’황홀함과 놀라움으로 꽉 찬 여정아그라바 왕국에서 도둑질하며 살던 알라딘이 요술 램프를 갖게 되면서 펼쳐지는 모험과 사랑을 화려한 볼거리와 감미로운 노래로 버무렸다. 뮤지컬이 보여줄 수 있는 미덕들을 최대치로 응집시킨 작품이다. 1992년 개봉한 디즈니 원작의 동명 애니메이션 영화를 무대로 옮겼고, 한국에서 초연 중이다. 2014년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처음 선보인 후 10년 넘게 공연되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온통 황금색으로 번쩍이는 동굴, 램프 요정 지니의 손짓 하나하나에 순식간에 펼쳐지는 현란한 쇼에 탄성이 터져 나온다. 탭 댄스, 밸리 댄스, 스틱 댄스도 이어진다. 색색으로 가득한 입체 동화 같은 무대에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다. 알라딘과 자스민 공주가 마법 양탄자를 타고 밤하늘을 날며 ‘A Whole New World‘를 부르는 장면은 영리한 연출이 돋보인다. 무대 바깥 벽면까지 별빛 조명을 쏘아 시야를 확장시키고 알라딘과 자스민만 드러나게 한 것. 양탄자는 보이지 않게 처리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몰입도를 높였다. 알라딘 역은 김준수 서경수 박강현이 맡았다. 지니는 정성화 정원영 강홍석이 연기한다. 자스민 역에는 이성경 민경아 최지혜가 발탁됐다. 이성경은 이번에 뮤지컬에 데뷔했다. 서경수는 호기심 많고 새로운 세계로 거침없이 뛰어드는 알라딘을 매끄럽게 연기한다. 정성화는 어마어마한 능력을 지닌 채 자유를 갈망하는 재간둥이 지니 그 자체다. 압도적인 성량, 유연한 몸놀림에 특유의 입담으로 웃음을 빵빵 터지게 만든다. 최지혜는 맑고 시원한 목소리로 운명을 개척하는 자스민을 강단 있게 표현했다. 6월 22일까지.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 7월 부산 남구 드림씨어터 개막 예정. ● 뮤지컬 ‘웃는 남자’ 인간 존엄성-탐욕 비추는 압도적인 무대 입 양쪽이 찢어져 늘 웃는 것처럼 보이는 그윈플렌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 대해 묻고 부조리한 사회 구조를 고발한다. 빅토르 위고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창작했다. 2018년 초연된 후 네 번째 공연이다. 뮤지컬 ‘레베카’, ‘엘리자벳’, ‘팬텀’의 연출가 로버트 요한슨이 대본을 쓰고 연출했다.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이 함께 했다. 17세기 영국, 아이들을 납치해 기형적인 모습으로 만든 뒤 귀족들의 유흥거리로 팔던 인신 매매단이 그윈플렌의 얼굴을 기이하게 만들었다. 눈보라 속에 버려진 어린 그윈플렌은 죽은 여자의 품에서 아기를 발견하곤 데아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떠돌이 약장수 우르수스는 그륀플렌과 데아를 키우고, 그윈플렌의 기이한 미소와 눈 먼 데아의 이야기로 유랑극단을 꾸린다. 앤 여왕의 이복동생 조시아나 공작부인은 그윈플렌의 공연을 보고 그에게 빠져듣다. 이에 흔들리던 윈플렌은 고문소로 끌려가고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는데….서정적이면서도 강렬한 넘버와 압도적인 무대 연출,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는 묵직한 주제를 완성도 있게 드러낸다. 폭풍우에 배가 침몰하는 광경, 층층이 위압적으로 구현한 상원 의회, 성대한 가든파티 등 볼거리가 이어진다. 그윈플렌 역은 박은태 이석훈 규현 도영이 맡았다. 우르수스는 서범석 민영기가 연기한다. 데아 역에는 이수빈 장혜린이, 조시아나 역에는 김소향 리사가 각각 발탁됐다. 규현은 귀족들에게 가난한 이들을 보라며 외치고, 마침내 데아를 향한 사랑을 받아들이는 등 회오리치는 여러 감정을 절절하게 연기한다. 이수빈은 순수한 영혼을 지닌 데아를 맑게 그려낸다. 김소향은 모든 것을 가졌지만 공허함을 느끼는 조시아나를 설득력 있게 연기한다. 3월 9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 뮤지컬 ‘시지프스’강렬하게 파고드는 삶의 의미전염병과 전쟁으로 황폐해진 미래의 어느 세상. 네 명의 배우 언노운, 포엣, 클라운, 아스트로가 모였다. 이들은 폐허 속에서 제안한다. 시지프스처럼 돌을 굴려보자고. 배우에게 돌은 이야기를 의미한다. 포엣이 바닥에서 알베르 카뮈의 소설 ‘이방인’을 주워들고, 이들은 연기하기 시작한다. 어머니의 죽음에도 눈물 흘리지 않고,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사람을 총으로 쏘아 죽인 뫼르소의 이야기를.추정화 연출가와 허수현 음악감독, 김병진 안무감독이 손잡고 만든 창작 뮤지컬로 초연 중이다. 카뮈가 1942년 ‘이방인’과 에세이 ‘시지프 신화’를 함께 발표한 것을 연결지어 생각하게 한다. 네 배우는 뫼르소와 주변 인물들을 각각 연기하며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파고든다. 산 정상으로 굴려 올려도 이내 아래로 떨어지는 돌처럼 배우들이 펼치는 공연도 이야기가 끝나면 사라진다. 그럼에도 이들은 삶을, 공연을 이어간다. 배우들은 강렬한 음악과 안무를 짜임새 있게 소화한다. 쉽지 않은 소재를 매끄럽게 결합시키고 위트를 더해, 무겁지 않으면서 몰입도 있는 무대를 선사한다. 언노운 역은 이형훈 송유택 조환지가 맡았다. 포엣은 정다희 박선영 윤지우가, 클라운은 정민 임강성 김대곤이 각각 연기한다. 아스트로 역에는 이후림 김태오 이선우가 발탁됐다. 네 배우의 단단한 합이 뿜어내는 에너지가 인상적이다. 3월 2일까지. 서울 종로구 예스24스테이지 2관.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손효림의 베스트셀러 레시피]많은 사람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는 베스트셀러. 창작자들은 자신이 만든 콘텐츠가 베스트셀러가 되길 꿈꾸지만, 실제로 실현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이 희귀한 확률을 뚫고 베스트셀러가 된 콘텐츠가 탄생한 과정을 들여다본다. 창작자의 노하우를 비롯해 이 시대 사람들의 욕망, 사회 트렌드 등을 확인할 수 있다.배려심 많고 다른 이들의 감정을 살피며 편하게 해줘 무던하고 둥글둥글하다는 말을 듣는다. 한데 금방 기력이 소진되고 긴장감과 불안감이 높아진다. 그렇다면 당신은 예민한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뜻밖이라고? 통상 날카롭게 반응하고 좋고 싫은 걸 명확하게 표현하며 짜증을 자주 내는 사람을 예민하다고 여긴다. 이런 사람은 ‘예민하게 행동하는’ 사람이다. ‘성격이 예민한’ 사람은 감각 기관이 민감해 주변 자극을 빠르게 흡수한다. 자신의 감정은 물론 타인의 감정도 강하게 느낀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불편해지는 게 싫어서 참고, 부탁도 거절하지 못한다. 남보다 몇 배는 힘들지만 꾹꾹 누르다 에너지가 금방 바닥나는 것이다. 고개가 끄덕여지는가.‘나는 왜 남들보다 쉽게 지칠까’(서스테인)는 예민한 성격을 분석하고 이로 인한 어려움과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 HSP는 예민한 기질을 가진 사람(Highly Sensitive Person)을 뜻한다. 힘든 상황을 겪다 책을 통해 자신에 예민하다는 걸 알게 됐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지난해 7월 출간된 이 책은 입소문이 나면서 연말까지 5개월 만에 3만8000권이 판매됐다.(국내 출판계의 베스트셀러 기준은 책 판매량 1만 권이다.)책을 쓴 최재훈 작가(44)를 10일 전화 인터뷰하고 편집자인 정지은 서스테인 대표(42)를 이날 서울 마포구 서스테인 출판사에서 만났다. 성균관대에서 심리학를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사회심리이론 석사과정을 이수한 최 작가는 10년 넘게 블로그 ‘무명자의 심리학 광장’에 글을 올리고 있다. 심리코칭센터도 운영한다. 최 작가는 “제 자신이 매우 예민한 기질을 가져서 많이 힘들었다. 스스로를 이해하기 위해 심리학을 공부한 측면도 있어서 이 내용을 블로그에 꾸준히 올렸다”고 말했다. 정 대표도 심리학을 전공했다. 12년 동안 편집자로 일하다 2021년 1인 출판사 서스테인을 차렸다. 정 대표는 “심리학 책을 만들고 싶어 주제를 찾다 ‘무명자의 심리학 광장’을 보게 됐다. ‘남들은 내가 예민하다는 걸 모른다’는 꼭지를 보고 문장이 와 닿아서 책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최 작가에게 2023년 10월 연락했다. 최 작가는 선뜻 수락했다. 최 작가는 “예민한 행동을 하면 예민한 성격이라고 여기는 인식을 바로 잡고 싶었다. 예민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 자신을 더 잘 이해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예민하다면 도울 방법도 알리고 싶었다”고 했다. 이어 “예민한 사람은 육아가 더 힘든데, 상담자 중 모성애나 부성애가 부족해서 그런 게 아닌지 죄책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이런 분들에게 죄책감을 느끼지 말라고 꼭 말해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최 작가도 두 딸을 키우고 있다.이전에는 서로 몰랐던 최 작가와 정 대표는 책 구성 방식, 원고 내용 등에 대해 손발이 척척 맞아 작업이 빠르게 진행됐다. 정 대표는 제목을 정하는데 특히 고심했다. “차별화된 제목이 필요했어요. 예민함이라는 단어는 넣지 않으려 했고요. 많은 이들이 공감할 내용을 찾다 예민한 사람들은 에너지가 빨리 고갈된다는 점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부제 ‘무던해 보이지만 누구보다 예민한 HSP를 위한 심리학’을 통해 예민함을 다뤘다는 걸 설명했고요.” 표지는 편안함을 주는 녹색으로 디자인했다. 정 대표는 출간 후 카드 뉴스를 만들어 소셜 미디어에 꾸준히 올렸다. “사람들이 자신의 얘기라고 느끼게 하고 싶었어요. 책 뒷날개에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라고 쓰고 △내가 손해 보더라도 좋게 좋게 넘어가는 게 좋다 △상대의 부탁을 잘 거절하지 못한다 △하루하루가 너무 피곤하고 사는 게 버겁다 등 항목을 넣었는데 이를 소셜 미디어에 올리니 반응이 좋았습니다.”1차 타깃 독자는 자신이 예민하다는 걸 인지하고 있는 사람, 2차 타깃은 자기가 예민한지 모른 채 갈등이 싫어 희생하는 사람으로 잡았다.“문장마다 형광펜을 가득 칠한 사진을 올린 독자들이 많았어요. 책을 보고 비로소 자신이 예민한 사람인 줄 알았다는 반응도 적지 않아 뿌듯했습니다.”(정 대표) “나만 이런 게 아니었다”는 리뷰도 많다. 한 독자는 “나를 비롯해 독서모임 참가자 모두가 책 내용의 일정 부분이 자기 얘기라고 했다”고 썼다. 최 작가는 “우리나라는 개인보다는 집단과 관계를 중시해 조화와 갈등 줄이기를 강조하다보니 예민한 사람이 참게 만든다”고 했다. 그는 “예민한 사람은 자기 기질을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어려움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주변 사람들의 감정을 흡수하고 분위기에 영향을 받아 하루를 망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유를 모른 채 힘들어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스트레스를 받지만 꾹꾹 누르다 번아웃되거나 우울증을 겪기도 하고요. 원인, 즉 자신이 예민하다는 걸 알면 엉킨 실타래를 풀 수 있습니다.”책에는 예민한 기질을 진단하는 표가 있다. <나는 얼마나 예민한 사람일까?>1. 나는 주위에 있는 미묘한 것들을 인식하는 것 같다.2. 다른 사람들의 기분에 영향을 받는다.3. 통증에 매우 민감하다.4. 바쁘게 보낸 날은 침대나 어두운 방 또는 혼자 있을 수 있는 장소로 숨어 들어가 자극을 진정시킬 필요가 있다.5. 카페인에 특히 민감하다.6. 밝은 빛, 강한 냄새, 사이렌 소리 같은 것들에 의해 쉽게 피곤해진다.7. 풍요롭고 복잡한 내면 세계를 지니고 있다.8. 큰 소리에 불편해진다.9. 미술이나 음악에 깊은 감동을 받는다.10. 양심적이다.11. 깜짝깜짝 놀란다.12.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일을 해야 할 때 당황한다.13. 사람들이 불편해 할 때 어떻게 하면 좀 더 편안하게 해 줄 수 있는지 안다.14. 사람들이 한 번에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면 짜증이 난다.15. 실수를 저지르거나 뭔가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노력한다.16. 폭력적인 영화와 TV 장면을 애써 피한다.17. 주변에서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을 때 긴장을 한다.18. 배가 아주 고프면 강한 내부 반응이 일어나면서 주의 집중이 안 되고 기분 또한 저하된다.19. 생활의 변화에 의해 동요된다.20. 섬세하고 미묘한 향기, 맛, 소리, 예술작품을 감상하고 즐긴다.21. 내 생활을 정돈해서 소란스럽거나 당황하게 되는 상황을 피하는 것을 우선으로 한다. 22. 경쟁을 해야 한다거나 무슨 일을 할 때 누가 지켜보고 있으면 불안하거나 소심해져서 평소보다 훨씬 못한다.23. 어렸을 때 부모님과 선생님들은 내가 민감하거나 숫기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다, 아니다’ 중 ‘그렇다’가 13개 이상이면 매우 예민한 기질을 가진 사람일 확률이 높다. 최 작가는 “저는 23개 모두 해당한다”고 했다. HSP는 6명 중 1명꼴이라고 한다. 그는 “예민함은 이분법으로 나눌 수 있는 게 아니라 스펙트럼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누구나 예민함을 가지고 있지만 정도의 문제라고 보면 됩니다. 23개 항목으로 예민한 기질이 강한가 그렇지 않은가를 보는 거죠. ‘그렇다’고 답한 항목이 6, 7개라면 예민한 기질보다는 그렇지 않은 특성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예민한 사람은 자신을 힘들게 만드는 요소는 차단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혼자 있는 시간을 통해 에너지를 채워야 한다. “업무 등으로 꼭 만나야 하는 사람 외에는 인간 관계의 범위를 줄이고 불편함을 주는 장소에 가지 않는 게 좋습니다. 지뢰처럼 피해야 하는 게 많다보니 만나는 사람도 적어지고 활동 반경도 좁아집니다. 이를 좋다 나쁘다라고 보기보다는 자신에게 적합한 방식이라고 받아들이면 좋겠습니다. 움츠려 있고 재미없게 산다고 고민하는 분도 있는데요, 그게 성격에 맞는 삶의 방식이라고 말씀드립니다. 모든 사람이 같은 생활 방식을 고수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책이 호평을 받으며 강연과 북토크가 이어지고 있다. 극강의 예민함을 지닌 최 작가는 어떨까. “다소 버겁지만 필요한 건 해야죠.(웃음) 익숙해지니까 처음보다 힘들지는 않습니다. 다만 횟수는 조절하려 합니다. 제 생활을 지켜야 하니까요.” 정 대표는 “심리학 책을 꾸준히 내는 한편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 ‘우리는 언제나 다시 만나’처럼 어른을 위한 그림책도 만들고 싶다”고 했다.■‘나는 왜 남들보다 쉽게 지칠까’(서스테인·2024년)는….모두를 편하게 해주려 애쓰고, 배려심이 넘친다. 부탁을 받으면 거절하지 못하지만 정작 자신은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는 게 싫어 모든 걸 혼자 해결하려 한다. 그리고 금방 기진맥진해지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예민한 사람, HSP(Highly Sensitive Person)다. HSP의 특성을 분석해 이들이 겪는 어려움을 짚어주고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 예민한 사람은 작은 일에도 날카롭게 반응하고 호불호를 분명히 드러내며 예민하게 행동하는 사람과 다르다. 다른 사람에게 불편을 주지 않으려고 자기 감정을 표현하지 않는다. HSP는 △감각의 민감도가 매우 높은 ‘초감각’ △감정에 강하고 빠져들고 타인의 감정도 빠르게 흡수하는 ‘초감정’ △음악 그림 영화 책 등을 감상하거나 스스로 창작하며 영감을 느끼는 ‘심미안’을 지닌다. 나이도 영향을 미친다.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요인을 더 많이 알게 돼 이를 피하려 신경을 곤두세우기 때문. 나이가 들수록 더 예민해 지는 게 정상이다.예민한 사람은 갈등을 힘들어해 상대방에게 맞춰준다. 부정적인 자극을 크게 느끼지만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까봐 참는다. 운전대를 잡으면 쉽게 흥분하는 건 전후면 좌우방 등 차를 둘러싼 세부 상황에 온통 신경을 쓰게 돼 날카로워지기 때문이다. 예민한 사람은 자신을 힘들게 하는 사람, 환경과는 가급적 거리를 두는 것이 좋다. 피할 수 없을 때는 과몰입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자신이 처한 상황을 제3자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연습을 하면 도움이 된다.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으려는 욕구도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 참는데도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걸 기억하고, 좋아하는 일을 틈틈이 하며 에너지를 채우는 게 좋다. 자신이 어느 정도 예민함을 지녔는지 파악하고, 살면서 특히 힘든 이유는 무엇인지 살펴보게 한다. 자기에게 맞는 생활 방식과 마음가짐을 통해 좀 더 여유롭고 편안해지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이호준 사진작가가 기름때에 전 목장갑, 벽에 걸린 빨래집게 등 일상을 새로운 시선으로 포착한 흑백 사진과 글을 담은 포토에세이 ‘직조’(궁편책)를 최근 출간했다. 책 제목은 기계나 베틀로 천을 짜는 일인 직조(織造)와 곧바로 비춘다는 뜻의 직조(直照)를 아우른 것으로, 빛과 그림자로 짜인 이 작가의 사진이 일상을 곧게 비춘다는 의미를 담았다. 책에는 서울 을지로의 한 벽에 걸린 낡은 빗자루와 대걸레,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재봉틀을 돌리는 주름진 손, 오래된 주택과 아파트가 공존하는 인천 산곡동, 오징어를 나란히 널어 말리는 제주 차귀도 등이 담겼다. 서울 북악산에서 이른 아침에 찍은 전망 사진은 고층 빌딩과 산이 겹겹의 층을 은은하게 만들어낸 풍경을 보여준다. 고요한 수묵화 같은 모습은 서울의 신선한 이면을 확인시켜준다. 서울 을지로 골목의 오토바이를 찍은 사진에 대해 우체국장인 이 작가는 “오토바이를 모는 집배원들을 생각하면 추워도 걱정, 더워도 걱정, 비가 와도 걱정, 눈이 와도 걱정이다”라고 썼다. 이 작가는 “좋은 사진이 꼭 유명한 장소에서 나오란 법은 없다”고 말한다. 책은 전시실처럼 구성해 각 장을 1전시실-점선, 2전시실-평행선 등 주제를 정해 전시를 관람하듯 만들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89세 남성이 지난 삶을 되짚으며 관계의 회복과 사랑을 그린 스웨덴 장편소설 ‘새들이 남쪽으로 가는 날’(리사 리드센 지음·손화수 옮김·북파머스)이 최근 출간됐다. 보는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의 향기를 보관하려고 스카프를 병 속에 넣어둔다. 하지만 병뚜껑을 열기도 어려워 요양보호사에게 부탁해야 한다. 뻣뻣하게 굳은 손가락, 여름이 가까워도 추위를 느끼는 몸, 잠자다 옷에 소변을 보기도 하지만 기저귀는 차고 싶지 않은 심정 등 나이 들어 겪는 상황을 세밀하게 묘사했다.보는 자신이 눈을 감기 전 반려견을 다른 곳으로 보내려는 아들에게 분노한다. 자연스레 아들이 어릴 때부터의 기억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자신이 어떤 아버지였는지 생각한다. 자신의 아버지와 등돌리며 살았던 보는 사이가 좋지 않은 아들과의 관계를 조금씩 회복해 나가려 애쓴다. 이야기는 보의 시선에서 펼쳐진다. 요양보호사가 작성한 보의 식단과 건강 상태 등이 사이사이 배치돼 상황을 객관적이면서도 구체적으로 바라보게 한다. 인생과 가족의 의미, 나이 들면서 겪는 몸과 마음의 변화, 존엄성을 지키며 마무리하는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저자 리사 리드센의 데뷔작으로, ‘2024 스웨덴 올해의 도서상’으로 선정됐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손효림의 베스트셀러 레시피]많은 사람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는 베스트셀러. 창작자들은 자신이 만든 콘텐츠가 베스트셀러가 되길 꿈꾸지만, 실제로 실현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이 희귀한 확률을 뚫고 베스트셀러가 된 콘텐츠가 탄생한 과정을 들여다본다. 창작자의 노하우를 비롯해 이 시대 사람들의 욕망, 사회 트렌드 등을 확인할 수 있다.말을 더듬는 소년은 학교 가는 게 두렵다. 발표를 해야 하는 날에는 더더욱. 가장 좋아하는 곳에 대해 이야기해야 하는데 입이 꼼짝도 안 한다. 소년을 데리러 온 아빠는 강가로 이끈다. 소년은 키득거리던 아이들이 떠올라 눈물이 날 것 같다. 아빠는 강물이 흘러가는 걸 가리키며 얘기한다. “너도 저 강물처럼 말한단다.” 물거품이 일고 소용돌이치며 굽이치다가 부딪치는 강물이 보인다. 강물도 매끄럽게 흐르지 않는다. 소년이 말을 더듬는 것처럼. 소년은 학교 발표 때 그 강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덧붙인다.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캐나다 유명 시인 조던 스콧(47)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책읽는곰)의 내용이다. 한 편의 시 같은 글에, 캐나다 그림 작가 시드니 스미스(45)의 서정적인 그림이 어우러져 뭉클한 여운을 선사한다. 2021년 1월 국내 출간된 이 그림책은 4년간 6만 4000권이 판매됐다.(국내 출판계의 베스트셀러 기준은 책 판매량 1만 권이다.)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가 선정한 ‘올해의 그림책’으로 뽑혔다. 시드니 스미스는 ‘어린이문학계의 노벨문학상’으로 불리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지난해 수상했다. 이 상은 이수지 작가가 2022년 한국인 최초로 수상한 바 있다.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 원화 그림은 서울 예술의전당 서울서예박물관에서 3월 2일까지 열리는 전시 ‘그림책이 참 좋아’에서 만날 수 있다. 이 전시는 최숙희 윤정주 김영진 등 국내 작가 20여 명과 시드니 스미스, 구도 노리코의 작품으로 구성됐다.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를 출간한 책읽는곰 우지영 주간(53)과 최아라 그림책팀장(35)을 서울 마포구 책읽는곰 출판사에서 지난해 12월 26일 만났다. 우 주간은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가 2020년 현지에서 출간된 지 얼마 안 돼 국내에 들여오기로 마음먹었다. 캐나다, 미국에서 큰 호평을 받기 전이었다. 우 주간은 “내가 읽고 싶고 다른 이에게도 읽히고 싶은 책이어서 놓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판매가 잘 될 거라고 예상하지는 않았다고 한다.“말을 더듬는 소년이 주인공이잖아요. 장애를 소재로 한 책은 현실적으로 많이 판매되진 않거든요. 하지만 너무 좋은 책이어서 꼭 내고 싶었어요. 손해를 감당해야 할 수 있다는 생각도 했습니다.”(우 주간)마음이 급했던 우 주간은 책 내용을 빨리 번역해 직원들과 공유했다. 모두 찬성했다. “압축적이고 상징적인 내용에, 선보다는 면을 활용해 그린 그림이 한 폭의 영화 같은 느낌을 줬어요. 조금 다른 아이, 나아가 자신이 지닌 어려움을 어떻게 마주할 지를 잔잔하게 보여주는 게 좋았습니다.”(최 팀장) 판권을 구입하려는 국내 다른 출판사들도 있어 경쟁해야 했다. 앞서 시드니 스미스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괜찮을 거야’가 좋은 반응을 얻은 것도 영향이 컸다. 책읽는곰은 ‘괜찮을 거야’를 2020년 국내 출간했다. 택시들이 빵빵거리고 사이렌이 울리는 등 소음이 가득한 도시에서 혼자 길을 나선 아이가 나온다. 거대하고 차가운 도시에는 어두운 골목, 으르렁거리는 개들도 있다. 눈까지 휘몰아친다. 아이는 잃어버린 고양이를 찾아 나선 것. 전단지를 붙이는 아이는 마음씨 좋은 주인이 있는 생선 가게, 성가대 노래가 들리는 교회를 보며 고양이가 의지해도 되는 곳이라 생각한다. 마지막 장면은 아이의 집 앞에 쌓인 눈 위에 찍힌 고양이 발자국. 안도감과 함께 미소를 짓게 된다.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 판권을 사오는데 비용이 꽤 들었어요. 저희가 제시한 금액과 함께 ‘괜찮을 거야’가 좋은 성적을 낸 게 함께 고려돼 판권을 가져올 수 있었다고 봅니다. 출간이 확정된 후 임선희 대표님이 ‘결과에 대해선 내가 감당하겠다’고 하셔서 든든했습니다.”(우 주간) 김지은 번역가는 원문의 맛을 살리면서도 의미를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고심했다. 30명으로 구성된 서평단을 운영하고 조던 스콧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소셜미디어로 이를 알렸다. 김 번역가가 참석한 북토크도 열었다. 최 팀장은 “나중에 후회하지 않으려고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고 말했다. 책은 큰 호평을 받으며 판매에 속도가 붙었고 지금도 꾸준히 나가고 있다. ‘아이가 좋아해 여러 번 봤다’는 리뷰와 함께 ‘아이에게 읽어주다 울컥했다’, ‘내가 어떤 부모인지, 나아가 어떤 어른인지 돌아보게 됐다’는 후기도 많다. ‘어른을 위한 그림책’이라며 ‘가족과 친구에게 선물했다’는 글도 적지 않다. 우 주간은 “‘김영하북클럽’ 선정 도서가 돼 그림책을 보지 않던 성인들이 그림책으로 눈을 돌리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급속도로 위축된 출판계에서 어린이책 출판사는 더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우 주간과 최 팀장은 어려움보다는 가능성을 보려 한다. ‘그림책이 참 좋아’ 전시장에는 ‘책의 여백 속에서 뛰놀며 자란 어린이만이 세상의 여백을 자신의 색으로 채울 수 있습니다’라는 문장이 있다. 이는 우 주간의 말이다. “태어나 처음 접하는 책인 어린이책을 만드는 출판사는 출판계의 최전방이자 최후의 보루예요. 어린이 인구가 줄고 있지만, 그 어린이들이 다 읽을 책을 만들자는 생각으로 일합니다.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책을 만들고 싶어요. ‘재밌다’는 말이 제일 좋습니다.”(우 주간)“좋은 책을 만들면 독자들이 알아보고, 책에서 받은 울림을 전해줄 때 가슴이 찡합니다.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가 그런 책이에요. 일할 용기를 줬죠. 이런 책을 계속 만들 수 있게 편집자로 오래 일하고 싶어요.”(최 팀장) ■그림책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책읽는곰·2021년)는….소년은 아침마다 자신을 둘러싼 낱말들의 소리를 들으며 깨어난다. 소나무 까마귀 달…. 하지만 어떤 것도 제대로 말할 수 없다. 소리들은 혀와 뒤엉키고, 목구멍 안쪽에 달라붙는 것 같다. 소년은 학교 가는 게 두렵다. 발표가 예정된 날에는 더욱 그렇다. 가장 좋아하는 곳에 대해 이야기해야 하는데 입이 꼼짝도 안 한다. 집에 가고만 싶다. 아빠가 소년을 데리러 왔다. 그리고 강가로 이끈다. 소년은 자신의 입을 보며 키득거리던 아이들이 떠올라 눈물이 날 것 같다. 아빠는 강물이 흘러가는 걸 가리키며 얘기한다. “너도 저 강물처럼 말한단다.” 소용돌이치고 굽이치며 부딪치는 강물이 보인다. 그렇다. 강물도 매끄럽게 흐르지 않는다. 소년이 말을 더듬는 것처럼. 소년은 학교 발표 시간에 그 강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덧붙인다.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캐나다 유명 시인 조던 스콧이 자전적 이야기를 글로 쓰고, 시드니 스미스가 그림을 그렸다. 어린 시절 말을 더듬었던 조던 스콧은 학교에서 발표를 하는 날이면 아버지가 자신을 데리러 왔다고 한다. 어느 날 강물을 보며 아버지는 말했다. “강물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보이지? 너도 저 강물처럼 말한단다.” 자연의 움직임 속에서도 자신과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는 걸 알게 된 그는 자신의 입이 바깥세상을 향해 움직이는 것을 즐겁게 지켜볼 수 있게 됐다고 고백한다. 시드니 스미스는 소년의 시선에서 바라본 세상과 소년의 내면, 강가 풍경을 서정적인 그림으로 표현했다. 어두운 색채와 흐릿하게 묘사된 그림은 소년의 외로움, 두려움을 직관적으로 전한다. 물거품이 일고 굽이치는 강물의 모습이 소년의 눈에 비친 광경은 하나하나 방점을 찍듯 담았다. 햇빛에 반짝이는 강으로 걸어들어가는 소년의 뒷모습을 네 페이지에 걸쳐 그린 광경은 소년이 꾹꾹 눌러온 감정을 고요하게 폭발시키는 듯하다. 글과 그림이 어우러진 그림책이 빚어낼 수 있는 놀라운 아름다움을 확인할 수 있다. 원제는 ‘I talk like a river‘.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이 새해 1월 돌아온다. 아서 밀러의 희곡으로 현대인의 꿈과 좌절, 가족의 의미를 성찰하게 하는 작품이다. 2023년 서울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공연 당시 연일 매진되며 큰 사랑을 받았다. 2025년에는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1월 7일부터 3월 3일까지 공연된다. ‘세일즈맨의 죽음’은 1949년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됐다. 30년 넘게 세일즈맨으로 일한 윌리 로먼이 대공황의 소용돌이 속에서 일자리와 가족을 잃어 가는 이야기를 그렸다. 세일즈맨이라는 한 길을 걸어온 윌리는 두 아들에게 빛나는 앞날이 펼쳐질 것이라 믿으며 아내와 단란하게 지낸다. 하지만 불황으로 윌리의 입지는 흔들리고 직업 없는 두 아들은 윌리를 실망시킨다. 현실에 점점 질식돼 가는 윌리는 행복했던 과거로 도피하는데…. 급격한 변화에 속절없이 무너지는 가정과 가족 구성원의 내면을 세밀하게 조명함으로써 삶과 가족의 가치를 묵직하게 짚는다. 퓰리처상, 토니상, 뉴욕 연극 비평가상을 받았다. 작품에는 설명이 필요 없는 명배우들이 대거 참여한다. 윌리 로먼 역은 박근형과 손병호가 맡았다. 윌리의 아내인 린다 로먼은 손숙, 예수정이 연기한다. 이들 배우는 자기만의 또렷한 색채와 내공으로 밀도 높은 무대를 선보인다. 윌리의 큰아들 비프 로먼 역은 이상윤과 박은석이 맡았다. 둘째 아들 해피 로먼 역에는 김보현과 고상호가 발탁됐다. 윌리의 형 벤 로먼 역은 박윤희와 박민관이 연기한다. 동아연극상 작품상, 희곡상을 받은 김재엽 연출가가 강렬하고 몰입감 있는 무대를 선사한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