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효림

손효림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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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손효림 기자입니다.

aryssong@donga.com

취재분야

2024-03-28~2024-04-27
문화 일반44%
칼럼17%
연극10%
경제일반10%
교육7%
문학/출판3%
미술3%
인사일반3%
여행3%
  • [어린이 책]등굣길이 막막해… 혹시 너도?

    오늘 지각하고 싶다. 1교시 전에 내야 하는 숙제를 안 했다. 결정적인 이유는 게임을 많이 한다고 어젯밤 엄마에게 휴대전화를 뺏겼기 때문이다. 지각하면 담임 선생님이 엄마에게 전화할 테고, 엄마는 내게 연락할 방법이 없어 휴대전화를 뺏은 걸 후회할 테니까. 놀이터 화장실에서 일을 보고 나자 밖에 인기척이 느껴진다. 가슴이 콩닥콩닥 뛰는데 그가 전화 통화하는 소리가 들린다. 학교에 가기 싫어 일부러 늦게 간단다. 선생님들도, 학생들도 마음에 안 들고 과학의 달이다 편지 쓰기 대회다 행사가 너무 많단다. 고등학생 형 같은데, 듣다 보니 내 마음과 똑같다! 현실감 있는 묘사로 “내 얘기잖아”라며 공감할 아이가 많을 것 같다. 깜짝 반전도 재미를 더한다. ‘엄마의 착한 아들’ ‘영혜에게 약간 불만이 있다’ 등 모두 5편의 이야기가 실렸다. 고개를 깊이 끄덕이다 어느새 다른 이의 마음도 헤아리게 된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1-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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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고양이가 안내하는 신비한 숲속 세계로

    고양이를 돌보게 된 소년과 할아버지. 놀고 먹이고 안아 주기만 하면 될 거라 여겼는데 웬걸, 생각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다. 고양이는 원숭이 인형, 장난감 자동차를 내밀어도 반응이 없다. 새우, 빵을 건네도 본 척도 하지 않는다. 벽난로에 불을 피우고 같이 자려고 하자 창문 너머로 도망쳐 버린다. 소년과 할아버지는 고양이를 찾아 숲속으로 달려가는데…. 일상이 이어지다 고양이를 따라 깊은 숲속으로 들어가자 동물들이 바이올린, 첼로, 기타, 피리를 연주하는 놀라운 세계가 펼쳐진다. 할아버지는 사자와 손잡고 춤추고, 소년은 고양이를 품에 안은 채 신나게 논다. 한바탕 꿈이었을까. 집으로 돌아온 후 신기하게도 고양이가 소년에게 얌전히 안긴다.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며 예상치 못한 짜릿한 모험의 세계를 선사하는 작품이다. ‘SNOW: 눈 오는 날의 기적’, ‘RAIN: 비 내리는 날의 기적’ 등 저자의 기적 시리즈 중 다섯 번째 그림책.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1-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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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손효림]코로나로 돌아보는 자아와 관계

    “어떻게 그동안 너를 잃지 않고 자랄 수 있었니!” 영화 ‘블랙 위도우’에서 성인이 된 나타샤(스칼릿 조핸슨)와 재회한 과학자 멜리나(레이철 바이스)는 놀라워하며 나직하게 탄식한다. 오래전 이들이 위장 가족으로 살 때 멜리나는 나타샤의 엄마 역할을 했다. 소녀들의 뇌를 조종하고 살인 병기로 만드는 ‘레드룸’이라는 끔찍한 프로그램 속에서 지냈음에도 나타샤는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주체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존재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나타샤는 답한다. “(어릴 적) 당신이 가르쳐 줬잖아요. 아플수록 강해지는 거라고.” 블랙 위도우는 코로나19로 극장가가 얼어붙은 가운데서도 25일 현재 관객수 240만 명을 넘기며 흥행몰이 중이다. 짜임새 있는 이야기에 화려한 액션 그리고 자매애가 어우러져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영화를 본 후 멜리나가 나타샤에게 건넨 대사가 기억에 남았다. 나 자신을 잃지 않는 것. 삶에서 기억하고 실천해야 할 중요한 명제지만, 코로나19로 다른 사람들과의 만남이 줄어들고 혼자만의 시간이 늘어난 요즘 이를 자주 곱씹어 보게 된다. 원하든 원치 않든 사람들은 점점 자신에게 집중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일단 휴가를 보내는 방식의 변화가 눈에 띈다. MZ세대 가운데는 골프, 서핑, 피트니스 등 자신이 하고 싶은 운동을 중심에 두고 휴가를 보내는 이들이 많다. 이른바 ‘스포츠케이션(Sports+Vacation)’이다. 휴가 때 서울 시내 호텔에 머물며 피트니스센터에서 운동한 30대 여성은 매우 만족스러웠다고 했다. 그는 “머리를 비우고 오직 몸에만 집중할 수 있어 좋았다. 운동에 몰입하다 보니 마치 명상하는 것 같았다. 내 몸과 마음을 돌보는 방식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수도권에서 오후 6시부터 3명 이상 모일 수 없게 되자 약속을 취소한 경우도 많지만 오랜만에 둘만의 모임을 가진 이들도 있다. 한 출판사 대표는 3명이 만나기로 했다가 인원을 2명으로 줄였다. 그는 “둘 다 술을 즐기지 않아 식사만 했다. 그리 가까운 사이가 아니었는데 술도 마시지 않고 3시간 가까이 이야기를 나눈 경험은 신선했다. 돌아보면 예전에는 어색한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술을 마신 것 같다”고 했다. 자연스레 관계의 깊이에 대해서도 짚어보게 된다. 발이 넓기로 유명한 한 기업인은 “일대일로 만날 수 없는 사이는 진정한 관계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여럿이 어울릴 수는 있지만 둘이 만나면 데면데면하고 할 말이 별로 없다면 깊이 있는 관계라고 할 수 없다는 것. 그의 말에 공감하며 둘이서 편하고 솔직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이들이 누구인지 꼽아봤다. 그리고 요즘, 다시 이를 떠올려 보고 있다. 코로나19는 큰 고통을 주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자신과 관계를 돌아보게 만들기도 한다. 이 시기가 지난 후 우리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머릿속으로 그려본다. 내면은 보다 단단해지길, 관계는 좀 더 깊어지길. 손효림 문화부 차장 aryssong@donga.com}

    • 2021-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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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다 같은색 줄무늬? 달라서 더 멋진걸

    엄마, 아빠, 친구 렉스, 옆집 할머니, 빵집 아저씨, 코흘리개 콜리…. 한 마을에 사는 고양이들은 모두 노란색 줄무늬를 가졌다. 하얀 고양이인 나는 붓으로 온 몸에 노란 줄무늬를 그린다. 이건 특급 비밀이다. 사실이 드러나면 다들 비웃고 놀아주지 않을 테니까. 늘 조심 또 조심한다. 어느 날, 갑자기 비가 후드득 내려 노란색 물감이 지워졌다. 하얀 몸이 드러난 나…. 이제 어떡하지? 친구들은 더 이상 나와 놀지 않을까. 알고 보니 렉스는 빨간색 얼룩무늬를, 수지는 보라색 무늬를 가졌다. 빅터와 조이는 온 몸이 갈색이다. 다들 노란 줄무늬가 없었다! 모두 진짜 무늬를 드러내며 당당하게 지낸다. 남들과 같은 모습으로 살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를 앙증맞은 그림과 함께 흥미진진하게 들려준다. 나만이 지닌 특징은 그 자체로 소중하다. 개성 있는 고양이들의 모습과 다채로운 표정을 하나하나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1-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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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스마트폰 화면 밖 넓은 세상을 보렴

    “이거 내 얘기잖아!” 책을 펼친 아이들 상당수는 이렇게 말할 것 같다. 주인공은 스마트폰을 뚫어지게 보며 걸어가는 한 소녀. 강아지들이 우르르 따라와도, 코끼리가 물을 뿌려도, 돌고래들이 신나게 노래를 불러도 아이는 모른다. 아파서 누워 있을 때조차 눈을 스마트폰에서 떼지 않는다. 스마트폰 속 세상이 재미있지만, 고개를 들어 주위를 돌아보면 놀랍고 즐거운 진짜 세상이 있다는 걸 속삭이듯 들려준다. 스마트폰이 떨어져 부서지자 슬퍼하는 아이. 하지만 이내 얼굴이 환해진다. 강아지, 돌고래, 곰, 기린…. 아이가 못 보고 지나친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 눈을 맞추고 마음을 나누는 건 신나고 가슴 뛰는 일이다. 소녀는 더 넓은 세상에서 더 멀리 볼 수 있다. 그리고 더 많은 걸 느낄 것이다. 스마트폰 때문에 아이와 실랑이를 벌이다 지친 이들이라면 아이 곁에 슬쩍 책을 놓아두면 어떨까. 저자 역시 같은 고민을 하다 그림책을 냈다고 한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1-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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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겁 많은 토끼의 모험 “달님에게 꼭 갈테야”

    버려진 우체통 안에 사는 겁 많은 토끼 윌로우. 어느 날 우체통으로 편지 한 통이 날아든다. 테오가 달님에게 보낸 편지다. 엄마 생일인 오늘, 밤에 찾아와 달라고. 달님에게 편지를 전해야 한다는 생각에 윌로우의 가슴이 콩닥콩닥 뛴다. 밖에 나가기 겁났지만 열두 시가 되기 전 해내야 하기에 길을 나선다. 산꼭대기에 오르지만 달님은 너무 멀리 있다. 새 등에 올라타지만 이내 쿵 떨어진다. 윌로우는 포기했을까. 천만의 말씀. 커다란 풍선을 만들어 이를 잡고 둥실 떠올라 마침내 달님을 만난다. 테오네 집에 가 빛을 뿜어내는 달님. 두 페이지를 꽉 채운 환한 달님은 감탄이 나올 만큼 어여쁘다. 테오와 엄마의 얼굴엔 큰 웃음이 핀다. 연달아 실패하고도 끝내 방법을 찾아내 멋지게 성공한 윌로우에게 짝짝짝 박수를 보낸다. 앞 면지에 윌로우가 그린 그림은 검은색이지만 뒤 면지의 그림은 알록달록한 색깔로 채워져 있다. 모험을 하기 전과 후의 윌로우 마음을 보여준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1-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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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건희 기증관’ 서울에… 용산-송현동 후보 압축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기증한 문화재와 미술작품 등을 전시하는 ‘이건희 기증관’이 이르면 2027년 서울에 들어선다. 문화체육관광부는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 ‘이건희 컬렉션’ 2만3181점을 한곳에 모은 이건희 기증관이 들어설 후보지는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 또는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부지라고 밝혔다. 정부는 올해 안에 최종 부지를 결정해 2027년 또는 2028년까지 완공할 예정이다. 올해 4월 이 회장 유족은 정부에 문화재와 근현대 회화 등 2만3181점을 조건 없이 기부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이건희 컬렉션’을 위한 별도 미술관을 설립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대구와 부산을 비롯한 각 지방자치단체가 삼성과의 인연, 지역균형발전 등을 내세워 치열한 유치전을 벌였다. 그러나 문체부는 전문가 논의 등을 거쳐 서울 도심지를 낙점했다. 황희 문체부 장관은 “40여 개 지자체가 유치 의사를 밝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후보지를 검토했다. 국민의 문화 향유를 가장 중요한 가치로 두고 고민한 결과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시관 이름은 기증자의 이름을 넣어 ‘이건희 기증관’으로 쓸 예정”이라고 덧붙였다.문체부 “많은 사람 볼수 있게”… 이건희 기증관, 서울 도심에 후보지, 용산-송현동 압축문화체육관광부와 전문가들이 이건희 기증관 후보지 선정에 특히 고려한 부분은 연구·보존 전문 인력, 관람객의 접근성, 기증자의 철학이다. 문화재, 미술 전문가들로 구성된 ‘국가기증 이건희 소장품 활용위원회’의 김영나 위원장은 “유화, 도자기, 고문서와 서적 등 다양한 작품이 망라된 이건희 컬렉션을 연구하고 관리하려면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뿐만 아니라 국립중앙도서관 등 여러 기관 전문가들의 협업이 필요하기에 서울이 적합하다”며 “한국인은 물론 외국인도 수월하게 관람하려면 서울에서도 도심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공터인 송현동 부지는 대한항공으로부터 소유권을 넘겨받는 중인 서울시가 이건희 기증관 건립을 위해 무상 제공하겠다는 입장이고, 용산 부지는 문체부 소유여서 부지 매입 비용은 들지 않는다. 건물 건립에는 1000억 원 이상이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개인 의견이라고 전제하며 “용산 부지는 진입로를 만들어야 하지만 송현동 부지는 걸어서 바로 갈 수 있어 더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 지역 두 곳이 후보지로 발표되자 그간 유치전을 벌였던 지자체들은 강력 반발하며 재선정을 요구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지역 국민은 거들떠도 보지 않는 지역 무시와 오만 행정의 극치”라고 올렸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비수도권을 대상으로 공정한 절차에 따라 대상지를 다시 선정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문체부는 후보지 변경이나 재선정은 없다는 단호한 입장이다. 이건희 기증관이 완공되는 2027∼2028년부터는 한 자리에서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제216호), 금동보살입상(통일신라시대·국보 129호), 이중섭의 ‘황소’(1950년대), 살바도르 달리의 ‘켄타우로스 가족’(1940년) 등 국내외 명작을 모두 만날 수 있다. 김 위원장은 “기증품은 한 자리에 전시해야 작품을 수집한 기증자의 철학을 잘 구현할 수 있고 기증 문화도 활성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 유족이 광주시립미술관(30점), 전남 광양시 전남도립미술관(21점), 대구미술관(21점), 강원 양구군 박수근미술관(18점), 제주 이중섭미술관(12점)에 기증한 작품은 이건희 기증관에 들어가지 않는다. 기증관이 마련되기 전에도 이건희 컬렉션은 다양한 형태로 대중과 만난다. 이달 21일 국립중앙박물관은 ‘위대한 문화유산을 함께 누리다―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 명품전’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 명작’을 열어 주요 작품을 공개한다. 기증 1주년인 내년 4월에는 특별전을 개최할 예정이다. 이때 리움과 지방박물관·미술관의 소장품을 함께 전시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내년 하반기부터는 연 3회 이상 지역별 대표 박물관, 미술관을 돌며 전시를 할 예정이다. 이건희 컬렉션의 작품별로 고유번호를 부여하고 사진 촬영을 해 등록하는 작업은 2023년까지 마무리될 예정이다. 등록 및 조사·연구가 완료된 작품은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e뮤지엄(전국 박물관·미술관 소장품을 볼 수 있는 플랫폼)을 통해 공개한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1-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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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건희 기증관’ 서울에 건립 이유는…종로 송현동·용산 중 연내 결정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기증한 문화재와 근현대 회화 등을 전시하는 ‘이건희 기증관’의 설립 지역으로 서울이 결정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7일 서울정부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 ‘이건희 컬렉션’ 2만 3181점을 한 곳에 모은 이건희 기증관이 들어설 후보지는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 또는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부지라고 밝혔다. 최종 부지는 올해 안에 결정한다. 황희 문체부 장관은 “국민의 문화 향유를 가장 중요한 가치로 두고 후보지를 선정했다. 동서양은 물론 여러 장르와 시대를 아우르는 작품들을 수집해 기증한 이건희 회장의 철학을 반영하려면 ‘이건희 컬렉션’은 한 곳에서 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작품을 연구하고 보존·관리하는 전문 인력이 필요한데다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작품을 감상하려면 서울 도심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황 장관은 “전시관 이름은 ‘이건희 기증관’이며 2027년이나 2028년에 완공될 예정이다”고 말했다. 올해 4월 이 회장 유족은 정부에 문화재와 근현대 회화 등 2만3181점을 조건 없이 기부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이건희 컬렉션을 위한 별도 미술관을 설립하라고 지시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1-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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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흥민, 한국관광 명예홍보대사 됐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에서 활약하는 세계적인 축구선수 손흥민(29·사진)이 한국관광 명예홍보대사가 됐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한국을 세계에 널리 알리기 위해 6일 손흥민을 한국관광 명예홍보대사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한국을 닮은 손흥민, 이번엔 한국과 너의 닮은 점도 찾아봐(This is my Korea, What’s yours?)’를 주제로, 빠르고 열정적이고 영리한 손흥민의 특징과 한국관광의 매력을 연계한 홍보영상도 제작할 예정이다. 손흥민은 1분 30초 분량의 이 영상에 출연해 한국의 다양한 매력을 전한다. 영상은 관광공사가 운영하는 ‘Imagine your Korea’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을 통해 올해 9월 공개할 예정이다. 손흥민의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도 올릴 계획이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1-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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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손효림] ‘슬의생’이 그리는 판타지, 현실에서도 가능하려면

    ‘때때로 불행한 일이 좋은 사람들에게 생길 수 있다.’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이하 슬의생)에서 양석형 산부인과 교수(김대명)가 시험관 시술 세 번 만에 얻은 아이를 유산한 산모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다. ‘눈치 없는 곰탱이’로 불릴 정도로 감정 표현에 서툰 그가 환자와 개인적으로 연락하지 않는다는 자신의 원칙을 깨고 건넨 위로였다. 산과 교과서 첫 장의 첫 문장이라고 한다. 지난달 17일 첫 방송부터 시청률 10%를 넘기며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슬의생’은 진한 위안을 준다. 온 가족이 모여 ‘본방 사수’를 한다는 집도 많다. 슬의생 등장인물들이 보여주는 배려는 친절을 넘어 상대의 입장을 헤아리고 거기서 몇 걸음 더 나아가 고민한 끝에 나온 것이기에 감동을 준다. 시청자 댓글에는 ‘현실에는 이런 의사들 없음’이라는 글이 적지 않다. ‘슬의생은 판타지’라는 말까지 나온다. 그렇다. 현실에서 이런 일이 없는 건 아니지만 상당히 드물다. ‘드라마니까’라고 하면 그만이지만, 실제 삶에서 감동까지는 아니더라도 작은 친절을 기대하는 건 불가능할까. 일단 개인의 인성이 일차적으로 중요하겠지만 전적으로 이에 기댈 수만은 없다. 필요한 건 타인을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만드는 사회 구조다. 전날 당직을 하고 다음 날 저녁까지 외래 진료를 하면서도 마지막 환자의 불안까지 잠재워주는 이익준 간담췌외과 교수(조정석)의 강철 체력과 정신력을 모든 의사가 지닐 수는 없다. 병원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 아기가 세상을 떠난 후 자신을 ‘연우 엄마’라고 부르는 유일한 존재인 의료진을 만나러 수시로 병원을 찾는 이와 커피를 마시며 “연우 생각이 나면 언제든 오시라”고 말하는 외과 레지던트 장겨울(신현빈). 잠잘 시간도 부족한 레지던트 중 이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기자는 한 대학병원에서 오후 늦게 마지막 외래 환자로 진료를 받은 적이 있다. 한눈에 봐도 피로에 찌든 의사의 목소리는 힘겨웠다. 차트에 기록하던 그는 양손을 계속 주무르더니 결국 양해를 구했다. “오늘 너무 많은 환자를 진료해 손이 저리고 떨린다”고. 기자는 처방전을 받아가란 말을 듣고 진료실을 나왔다. 증상에 대해 자세히 물어볼 수가 없었다. 김범석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에세이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에서 휴가를 간다고 했다가 환자 보호자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은 경험을 썼다. 아픈 환자를 두고 어떻게 휴가를 가느냐고. 5년간 가족과 제대로 시간을 못 보낸 그는 속상한 마음으로 휴가를 갔지만 푹 쉬고 나니 치료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고 환자와의 관계도 더 좋아졌다고 한다. 친절은 편안한 몸과 마음에서 나온다. 이는 사회 모든 조직과 구성원에게 해당된다. 쉴 틈 없이 몰아치며 쫓기듯 일하는 이에게 배려를 기대할 순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우리 사회는 서로를 보듬는 여유라는 완충 장치를 지니게 하는가. 슬의생을 보며 떠올린 질문이다. 손효림 문화부 차장 aryssong@donga.com}

    • 2021-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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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네가 내게 소중하듯 나도 네게 소중할까

    전학생 안리가 후코 옆자리에 앉게 됐다. 후코는 “뭐든 물어 봐”라고 말하고, 음악 시간이 되자 안리와 음악실에 간다. 이상하게 뭔가 치밀어 오른다. 후코는 나와 제일 친하고 음악실도 늘 같이 가는데…. 다음 날 체육 시간에 함께 있는 안리와 후코를 보니 왈칵 질투가 난다. 아, 이러지 않기로 했는데 마음이 제멋대로다. 소중한 누군가를 빼앗긴 것 같을 때 느끼는 서운함을 200% 공감하게 묘사했다. 엄마가 아기인 막내만 챙긴다며 우는 동생을 보고 그 심정을 온몸으로 이해하는 나. 인심 쓰듯 동생과 놀아주는 모습에 슬쩍 웃음이 나온다. 체육 시간에 다리를 다친 안리를 보건실에 데려다주며 얘기하다 보니 마음 문이 빼꼼 열린다. 마라톤에서 선두를 다투는 나를 응원하는 안리, 일등한 나를 자랑스러워하는 후코의 말에 마음이 스르르 풀린다. 그렇게 친구가 한 명 더 생겼다. 여러 관계 속에서 다채로운 빛깔의 감정을 느끼며 쑥쑥 자라는 아이들이 사랑스럽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1-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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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당신이 당신의 직장보다 우선이어야 하니까

    정규직 채용 공고를 하고 막상 고용계약서를 쓸 때는 계약직 서류를 내미는 회사, 폐쇄회로(CC)TV로 감시하며 업무 태도를 지적하는 상사, 화장실도 5분 내에 다녀와야 하는 세무법인에서 일하다 쓰러진 고교 3학년 현장실습생…. 노무사인 저자는 일터의 각종 갑질을 나열하며 일과 사람에 대해 성찰한다. 괴롭힘에 시달리고 건강이 망가질 정도로 과중한 업무에 신음하면서도 일터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급여, 소속감 등 회사가 많은 걸 제공하는 데다 일과 자신을 동일시하며 스스로를 뒷전으로 두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분석한다. 다른 직장을 못 구할 것이라는 두려움도 한몫한다. 갑질을 하는 사람이 떠나면 문제가 해결된다고 여긴다. 하지만 저자는 잘라 말한다. 이 모든 걸 방관한 회사 그 자체가 문제라고. 갑질을 당하면 자기 탓을 하지 말고 이의 제기를 해야 한다. 아프면 병원에서 치료받아야 한다. 산재를 신청할 수 있는 기간은 병원 치료를 받은 날로부터 3년이다. 막말하는 상사와 눈 마주치지 않기, 소리 지르는 상사에게 대답 안 하기, 성차별적 농담에 웃지 않기처럼 작게나마 항변하는 것도 방법이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자신이 몸담은 조직이 어떤지, 문제는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하게 된다. 퇴직급여 받는 방법, 임금 체불 대비법 등을 부록으로 담았지만 구체적인 지침서라기보다 직장과 사람의 관계, 일과 사람의 가치에 대한 생각을 담은 에세이로 느껴진다. 저자는 당부한다. 과도한 노동 끝에는 번아웃이 있기에 무너지기 전에 퇴사하는 것이 자신을 지키는 일이라는 걸 잊지 말라고. 생각이 복잡해질수록 오로지 자신만을 우선순위에 둘 때 가장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다고. 이 순간도 번뇌하고 있는 직장인이라면 강력한 돌직구로 받아들일 것 같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1-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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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어디서 무얼 하든 곰아저씨와 함께

    소녀와 곰 아저씨는 늘 함께한다. 자전거 타기, 달리기 경기, 햇살을 붙잡기 위해 언덕에 올라가기. 바다 밑 세상을 탐험하고 겨울이면 눈 속에서 신나게 썰매를 탄다. 매일 함께 잠든다. 어느 날, 소녀는 새 친구들과 그림을 그리고 시소를 타기 시작한다. 소녀가 곰 아저씨를 잊은 건 아니다. 늘 생각하고 하루도 빠짐없이 곰 아저씨를 품에 안는다. 어, 그런데…. 곰 아저씨가 예전과 다르다. 많이 작아졌다. 소녀가 훌쩍 자랐기 때문일까. 애착 인형인 곰 인형과 함께한 소녀의 어린 시절과 성장한 모습이 동화처럼 펼쳐진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항상 곁에 있는 애착 인형이 있는 아이라면 고개를 깊게 끄덕이며 한순간 빠져들 것 같다. 이런 경험이 있는 어른에게는 어린 시절의 기억을 데려와 찡하면서도 마음에 따뜻한 물이 차오르는 느낌을 선사한다. 보드라운 그림은 소중하고 아스라한 감정을 포근하게 더한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1-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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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몽환적 분위기에 담아낸 ‘만남에 대한 염원’

    유재연 작가(33)의 개인전 ‘Great to see you’가 서울 종로구 갤러리룩스에서 7월 2일까지 열리고 있다. 전시 제목과 같은 작품 ‘Great to see you’(사진)는 꽃을 든 소년이 새를 닮은 생명체와 마주하는 장면을 그렸다. 만남에 대한 염원을 담은 것처럼 느껴진다. 소년은 무언가를 응시하며 혼자 앉아 있거나(‘Night Train’), 새 같은 생명체를 품에 꼭 안고 있다(‘Two in the wetland’). 숲속에서 소녀가 휴대전화 화면을 보는 모습을 동물들이 가만히 지켜본다(‘Screaming dreams’). 동화 속 장면처럼 느껴지는 작품들은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누군가와 함께하기도 하지만 결국 혼자 생각하고 감내해야 하는 삶의 본질에 대해 고민한 흔적이 엿보인다. 작가는 일과 쉼, 가정과 사회 등 우리 세계를 나누는 밤이라는 시간에 주목한 작품을 꾸준히 선보였다. 무료.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1-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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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손효림]일상에서 재능 나누는 이들, 베풀 것 찾아보게 만들어

    에세이 ‘지란지교를 꿈꾸며’, 시집 ‘다보탑을 줍다’로 유명한 유안진 시인(80)은 요즘 작은 시 교실을 열고 있다. 학생들은 은행을 다니다가 은퇴한 이 등 3명. 코로나19로 카페에서 5명 이상 모일 수 없기 때문이다. 수강료는 돌아가면서 찻값 내기. 그 이상 뭔가 하는 건 절대 금지다. 유 시인이 시를 가르치게 된 건 신부님의 아이디어였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유 시인이 신부님에게 물었다. “저는 몸이 약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해 줄 게 별로 없어요. 제가 뭘 할 수 있을까요?” 신부님이 골똘히 생각하다가 답했다. “클라라 자매님, 시를 가르쳐 주시면 어떨까요? 은퇴하신 분 중에 시를 배우고 싶어하는 분들이 계시거든요.” 이렇게 시 교실이 꾸려졌다. 수강생은 시를 쓴 후 4장씩 출력해 온다. 이름은 쓰지 않는다. 유 시인과 수강생들은 누가 쓴 건지 모른 채 시를 읽은 후 돌아가며 감상을 이야기한다. 가르치는 이도, 배우는 이도 서로 민망하지 않게 배려한 방식이다. 유 시인은 “글쓰기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온 분들이어서 그런지,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시를 쓴다”며 “때로 낯설기도 하지만 글에 대한 열정이 느껴져 신선하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이를 위해 할 수 있는 게 내게도 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기쁘다”고 덧붙였다. 강렬한 색상에 거친 듯 힘 있는 붓질로 동물, 풍경을 담는 사석원 화가(61)는 푸르메재단에 매년 작품을 기부하기로 했다. 앞서 그는 2016년 어린이 전문 재활병원인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에 회화 ‘경복궁 향원정의 십장생’, ‘동물들의 합창’을 전달했다.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이사가 무작정 찾아와 “아이들이 병원에 오는 걸 무서워한다. 병원에 대한 두려움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게 도와 달라”고 요청한 게 시작이었다. 실제 긴장한 채 병원에 온 아이들은 호랑이 소 돼지 등을 유쾌하게 그린 ‘동물들의 합창’을 보면 얼굴이 밝아진다고 한다. 사 작가는 지난해 ‘노래하는 호랑이’ 회화와 동명의 조형물도 푸르메재단에 각각 1점씩 전달했다. 그가 해마다 기부하는 작품들은 장애어린이 재활 치료와 장애청년 자립 사업을 위한 기금을 마련하는 데 사용될 예정이라고 한다. 그는 “내가 할 수 있는 게 작품을 만드는 것이다. 이를 통해 다른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 시인과 사 작가는 자신의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이들이다. 누군가는 빼어난 재능을 가졌기에 나눌 수 있다고 여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다른 이를 도울 수 있는 작은 능력을 자신에게서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당장 나서지 않아도 좋다. 중요한 건 실천하려는 의지다. 유 시인과 사 작가를 보며 생각한다. 이런 이들이 있기에 세상이 조금은 덜 팍팍해지는 게 아닐까. 기자도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내가 나눌 수 있는 건 뭐가 있을까. 손효림 문화부 차장 aryssong@donga.com}

    • 2021-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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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슬픔이 찾아왔을땐 맘껏 울어도 괜찮아

    어느 날 슬픔이 찾아오자 나는 슬픔이를 위한 집을 짓는다. 이곳에서 슬픔이는 원하는 만큼 커질 수 있고 큰소리로 떠들어도 된다. 창문을 열어 새소리를 듣거나 커튼을 닫고 깜깜하게 지낼 수 있다. 뭐든 할 수 있고 뭘 느껴도 괜찮다. 집은 눈보라가 몰아쳐도 끄덕 없이 튼튼하고 정원에서는 장미가 핀다. 나는 슬픔이를 찾아간다. 가끔, 어쩌면 매일, 필요하다면 매시간…. 서로 껴안고 울거나 이야기할 수 있다. 말없이 나란히 앉아 있기만 할지도 모른다. 슬픔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슬픔과 함께 하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걸 시를 읊듯 나직하게 들려준다. 동그란 아이처럼 생긴 슬픔이, 창이 있는 자그마한 집, 계절에 따른 정원의 변화를 담은 서정적인 그림은 마음을 다독인다. 슬픔을 꾹꾹 눌러야만 했던 경험이 있다면, 만약 지금 그러고 있다면 울컥 하는 감정과 함께 뭔가 스르르 풀어지는 걸 느낄지도 모르겠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1-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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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맑고 편안하게… 소년, 위안을 건네다

    맑고 편안하다. 즐거운 기운을 불어넣는다. 밝은 색채로 정물, 인물, 풍경을 그린 류제비 작가(50)의 그림은 그렇다. 서울 마포구 ‘스페이스 자모’에서 20일까지 열리고 있는 류 작가의 개인전 ‘별과 바람 그리고 소년’에서 그의 회화 26점을 만날 수 있다.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일민미술관 등에서 그룹전을 열었고 수차례 개인전을 개최한 류 작가는 탄탄한 팬층을 보유하고 있다. 영남대 서양화과를 졸업한 류 작가는 미술에서 가장 기본으로 여기는 정물화, 인물화, 풍경화에 집중해 작업하고 있다. 4일 만난 류 작가는 “늘 보던 화병에 담긴 꽃이 어느 날 완전히 새롭게 보이는 강렬한 순간을 경험했다. 내 마음이 달라진 것이다. 그 후 주변의 대상 하나하나가 신비롭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작품이 ‘별을 보는 소년’이다. 꿈꾸는 것 같은 소년의 커다란 눈동자에는 별, 나무가 비친다. 자연 속에서 이를 응시하고 있는 것. ‘생각하는 소년’ 속 소년은 눈을 감고 있는데 유독 귀가 크다. 작가는 “눈을 감으면 더 많은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걸 표현했다”고 말했다. ‘바람이 시작되는 곳’은 초록빛 언덕에 하얀 집이 자그마하게 서 있다. 같은 제목의 또 다른 그림에는 오렌지색 땅 위에 알록달록한 집들이 짙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모여 있다. 특정한 지역이 아니라 상상 속 풍경을 그린 것. 파란색 화병은 녹색 그림자를, 베이지색 화병은 보라색 그림자를 드리워 몽환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의 작품은 대상을 간결하게 묘사하고 밝은 색감으로 표현해 동화 속 세상 같은 느낌을 준다. 특유의 쨍한 색을 내기 위해 아크릴 물감으로 칠한 뒤 마르기를 기다렸다가 다시 칠하는 작업을 스무 번 이상 한다. 그림 속 화병도 직접 도자기로 빚고 구워내 색칠했다. 원하는 모양과 색깔을 구현해내기 위해서다.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대구 팔공산 자락에 있는 작업실에서 온종일 그림을 그린다. 작업 과정 자체가 수행과 비슷하다고 하자 그는 빙그레 미소 지으며 말했다. “종교는 없지만 명상하듯 마음을 들여다보려고 해요. 슬픔과 기쁨은 종이 한 장 차이인 것 같아요.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감정의 빛깔이 순식간에 달라지니까요.” 그의 작품을 본 이들은 “위안을 받았다”는 말을 많이 한다. 류 작가는 작업할 때 대략적인 구도는 생각하지만 색깔이나 배열은 감정에 따라 그때그때 결정한다. 최종적으로 어떤 작품이 나올지는 그 자신도 모른다. 그의 성격이 작품에 투영된다는 분석도 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류병학 큐레이터는 “류 작가는 엉뚱하고 발랄하다. 개구쟁이 같으면서도 맑다. 그 심성이 작품에 나타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류 작가의 이름은 시인인 어머니가 제비와 관련된 태몽을 꾸고 지은 본명이다. 그는 서명도 한자 ‘제비 을(‘)’을 쓴다. 어릴 때 이름 때문에 놀림을 너무 많이 받아 여러 차례 개명을 시도했지만 결국 바꾸지 못했단다. 그는 “작가가 되고 보니 개성 있는 이름인 데다 많은 분들이 쉽게 기억해 주셔서 좋다. 어머니가 먼 미래를 내다보신 것 같다”며 웃었다. 수∼일요일 오후 1∼6시. 무료.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1-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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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30회 대통령상타기 전국고전읽기백일장대회 개최

    사단법인 국민독서문화진흥회(회장 김을호)와 경기 시흥시(시장 임병택)는 제30회 대통령상타기 전국고전읽기백일장대회를 10월 16일 공동 주최한다. 올해 30회를 맞는 백일장대회는 우리 고전을 쉽고 재미있게 읽고 널리 알리기 위해 마련했다. 초등학생 이상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신청서와 함께 예선 원고를 진흥회 사무실(서울 성북구 동소문로 269, 601호)로 9월 10일까지(우체국 소인 기준) 보내면 된다. 예선 결과는 9월 28일 진흥회 홈페이지에서 발표한다. 본선은 10월 16일 열린다. 우수 개인과 지도교사 및 학교에는 대통령상(상금 200만 원)을 비롯해 국무총리상(100만 원),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50만원) 등을 수여한다. 진흥회는 제18회 전국청소년독서감상문발표대회, 제4회 아동·청소년가족사랑독서감상문대회도 개최한다. 대회 관련 자세한 내용은 진흥회로 문의하면 된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1-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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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밑줄 좍, 메모 한 줄 하나뿐인 책이 됐네

    책 읽는 재미에 빠진 책방 주인 폰초. 마음에 드는 페이지의 모서리를 접고, 중요한 부분에 밑줄도 긋고 느낀 점까지 쓴다. 이런 책은 팔 수 없는데…. 한 소녀는 폰초가 표시를 잔뜩 해 놓은 책 한 권을 꺼낸다. 소녀는 “폰초가 즐거워한 부분을 알 수 있는 세상에 하나뿐인 책”이라고 한다. 소녀의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책방으로 몰려와 폰초가 표시해 둔 책을 찾는다. 어느 날 책방에 큰 불이 나 책이 모두 타버리는데…. 책의 좋아하는 부분에 표시하고 느낌을 쓰는 게 낙서가 아니라 ‘세상에 단 하나뿐인 책’이 되는 것이라는 발상이 신선하다. 책을 잃은 폰초에게 마을 사람들이 책을 한 아름 갖고 와, 읽고 표시를 한 ‘폰초의 책’을 팔라는 모습이 따스하다. 아기자기하면서도 사실감 넘치는 그림도 눈길을 끈다. 한글과 영어가 함께 표기돼 동화를 영어로도 익힐 수 있다. 작가는 현재 상영 중인 애니메이션 ‘굴뚝 마을의 푸펠’의 원작인 동명 동화를 썼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1-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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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 감고 시작하는 드로잉, 자유가 춤춘다

    자유롭게 유영하듯 선과 색이 일렁인다. 아이가 그린 듯 천진해 보이기도 한다.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MoMA), 휘트니미술관 등에 작품이 소장된 미국 유명 작가 엘리엇 헌들리(46)가 그린 드로잉은 한없는 자유분방함 그 자체로 눈길을 끈다. 서울 종로구 팔판길 백아트서울에서 19일까지 열리고 있는 헌들리의 개인전 ‘종이와 대화하면서’는 헌들리가 머릿속에 떠올린 이미지를 그린 드로잉 18점을 선보인다. 캔버스 콜라주 작품 2점도 만날 수 있다. 작가의 아시아 첫 전시다. 헌들리는 캔버스에 사진, 신문기사, 천 조각, 끈 등을 붙이고 핀을 꽂아 색칠하는 콜라주 작업을 주로 하는 작가다. 낮에는 캔버스 콜라주에 몰입하고 저녁에는 일기를 쓰듯 드로잉을 한다. 그는 드로잉을 할 때 눈을 감은 채 시작한다고 밝혔다. 기본 윤곽은 물론이고 작품의 크기조차 정하지 않고 그저 의식이 흘러가는 대로 맡긴다. 종이가 부족하면 추가로 종이를 덧대어 붙인 뒤 그린다. 헌들리는 “드로잉은 예술가가 마음속에 품고 있는 것의 본질이다. 드로잉 수집이야말로 가장 지성적인 것을 추구하는 행위다”라고 말했다. 드로잉은 그에게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일종의 명상 같은 의미이기도 하다. 그는 드로잉 작품 제목을 숫자로 표기했다. 숫자의 의미가 무엇인지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5.12.20.2’(2020년)는 타블로이드 신문을 노랑, 빨강, 초록색 물감으로 칠한 뒤 검은색으로 곡선의 형상을 그렸다. 진실과 거짓의 경계는 어디인지,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각종 이슈의 본질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다. 웃고 있는 사람을 묘사한 것 같은 ‘26.12.19.1’(2019년)은 얼핏 보면 아이가 그린 듯 해맑다. 밝은 기운과 에너지가 전해진다. ‘8.12.19.1’(2019년)은 노랑 파랑 빨강 주황색이 질주하듯 내달린다. 검은 테두리의 노란색 동그란 무늬들을 한가득 배치해 생각의 조각을 핀으로 눌러 고정한 듯한 느낌을 준다. 가는 붓으로 선을 정교하게 그려 수묵화를 떠올리게 만드는 작품도 여럿이다. 캔버스 콜라주 2점은 미술관 1층에서 관객을 맞는다. 가로 219cm, 세로 185cm의 ‘Babushka’(2021년)는 캔버스에 작은 사진, 천 등을 붙이고 수많은 핀을 꽂아 색칠한 작품이다. 손톱보다 작은 각종 재료를 하나하나 붙여 커다란 캔버스를 채웠다. 오랜 시간 공을 들인 흔적이 역력해 수행의 결과물처럼 다가온다. 작가의 내면과 무의식, 사유의 세계를 뚜렷한 개성으로 표현한 작품들은 흥미로움과 신선함을 함께 선사한다. 무료.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1-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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