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효림

손효림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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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손효림 기자입니다.

aryssong@donga.com

취재분야

2024-03-21~2024-04-20
칼럼34%
문화 일반33%
경제일반10%
교육7%
연극7%
인사일반3%
여행3%
학술3%
  • [어린이 책]사랑받고 싶은데 아빤 내맘 알까?

    아빠와 같이 살지 않아 종종 아빠 집에 가는 잭. 타코, 밀크셰이크를 함께 만들고 이야기도 나눈다. 웃긴 이야기를 하는 걸 좋아하는 아빠는 얼마 전부터 그러지 않는다. 아빠 집은 너무나 조용하다. 어느 날, 초록색 앵무새 한 마리를 만났다. 폭풍이 지나간 후 현관 계단에 앉아 있어 아빠가 데려왔단다. 앵무새 지미 덕에 아빠는 다시 웃긴 이야기를 하고, 그릇을 부리로 옮겨 설거지도 돕는 지미를 칭찬한다. 활기가 돌지만 잭은 어쩐지 마음 한구석이 허전하다. 이야기를 나누고 칭찬도 받고 싶지만 그러지 못해 외로운 잭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 온다. 비 오는 날 아침, 사라진 지미를 찾아 나선 잭은 뒤따라 온 아빠에게서 뜻밖의 말을 듣는다. 지미가 아니라 너를 찾고 있었다고. 외로워하는 아이의 마음을 어루만지면서, 마음은 표현해야 알 수 있다고 어른에게 당부하는 작품이다. 아이가 관심받고 사랑받는 존재라고 느낄 수 있게 온 마음을 다해야 한다는 걸 깨닫게 만든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1-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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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누리카드로 ‘첫 연극 관람’… 새 세상 만났어요”

    “눈앞에 선 배우들의 몸짓과 숨소리, 관객들의 박수와 환호…. 처음 연극을 봤을 때 장면 하나하나와 소리, 감정, 냄새까지 잊을 수가 없어요. 완전히 새로운 세상을 만났어요.” 휠체어를 타는 주모 씨(32)는 2018년 처음 연극을 본 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전쟁에서 살아남는 법을 터득하는 쌍둥이의 이야기를 그린 ‘위대한 놀이’였다. 공연에 매료된 그는 꾸준히 공연장을 찾았고 연극 ‘서편제’, 뮤지컬 ‘당신만이’ 등을 봤다. 그는 “공연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생생함이 정말 좋다”며 “이제 공연 관람이 취미가 됐다”며 웃었다. 주 씨는 문화누리카드를 통해 티켓을 구입했다. 문화누리카드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가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 계층을 대상으로 문화생활에 쓸 수 있도록 발급하는 카드다. 2014년 도입돼 지난해까지 총 1100만 장이 발급됐다. 올해는 1인당 10만 원씩 177만 명에게 발급됐다. 책 구입, 영화·공연·전시 관람, 테마파크 이용 등에 사용할 수 있다. 이 카드로 결제하면 할인 혜택을 주는 곳도 많다. 대학교 1학년인 윤모 씨(19)는 중학교 3학년 때 학교에서 단체 관람으로 뮤지컬을 보고 무대의 강렬함에 사로잡혔다. 고등학생 때도 공연이 보고 싶었지만 티켓을 사기 어려운 형편이었다. 고민하다 선생님을 찾아가 이야기하자 선생님이 문화누리카드를 소개해줬다. 이후 시간 날 때마다 서울 대학로로 달려갔다. 그는 “2019년 시리아 내전, 한국의 민주화 운동을 다룬 연극 ‘더 헬멧’을 본 후 연극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어졌다. 학교 연극 동아리에 지원해 연출을 맡게 됐다”고 했다. 이공계로 진학하려 했던 그는 공연을 보며 문학에 관심을 갖게 돼 국문과를 선택했다. 윤 씨는 “주위 어른들이 ‘공연 볼 시간에 수학 문제 하나라도 더 풀어라’라고 했지만 국문과에 가고 싶어 더 열심히 공부했다”고 말했다. 가족과 추억을 만드는 이들도 있다. 홀로 초등학생 두 아들을 키우는 워킹맘 A 씨(33)는 문화누리카드로 전시나 공연을 보러 가는 날이 세 모자의 데이트 날이라고 했다. 그는 “아이들이 소감을 조잘조잘 이야기하고, 뮤지컬 배우의 춤과 노래를 따라하며 대결을 펼치는 모습에 웃음이 빵빵 터진다”고 말했다. “아이들에게 많은 분들 덕분에 좋은 경험을 하고 있으니 우리도 나누며 살자고 했어요. 대학 부설 과학영재교육원에 합격한 큰아이가 ‘재해로부터 사람들을 지키는 튼튼한 도구를 개발해 유엔에 기부하고 싶다’고 말한 사실을 교수님에게 들었어요. 아이들이 나눔의 가치를 알게 돼 기뻤습니다.” 문화누리카드는 매년 2월 1일부터 11월 말까지 발급돼 해당 연도 말까지 쓸 수 있다. 박종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은 “예술이 지닌 치유와 위로의 힘을 확인했다는 분들이 많다”며 “문화생활이 주는 기쁨을 더 많은 분들이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1-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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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카트니 전속 사진가 뒤엔… 대입 낙방, 美유학 좌절등 숱한 실패가

    “다음 주 폴 경(Sir Paul)을 만나러 런던에 갑니다. 딸 스텔라 매카트니가 50세 생일 파티를 하거든요. 매년 6개월씩 얼굴을 보다 코로나19로 1년 반이나 못 봤더니 걱정되고, 보고 싶기도 해요.” 2008년부터 폴 매카트니(79)의 전속 사진작가를 맡고 있는 MJ KIM(본명 김명중·49)은 유쾌하게 말했다. 마이클 잭슨, 콜드 플레이, 푸 파이터스, 스팅, 비욘세, 조니 뎁, 내털리 포트먼, 에마 스톤 등 세계적인 스타들의 사진을 촬영한 그는 “재미있어서 푹 빠져 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며 수줍게 웃었다.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1일 그를 만났다. 그는 숱한 실패 덕분에 지금의 자리에 왔다고 했다. 대학 입시에 떨어지고 미국 유학을 가려 했지만 비자 발급이 거부됐다. 알고 보니 여대에 지원한 것. 그 정도로 영어를 못했단다. 영국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했지만 외환위기로 공부를 접어야 했다. 우연히 사진 아르바이트를 시작했고, 영국 언론사에 견습사원으로 들어가 기자가 됐다. 게티이미지 유럽지사 사진가로도 일했다. 자신감에 차 2007년 프리랜서가 됐지만 6개월간 아무 일도 들어오지 않았다. 아내는 둘째를 임신한 상태였다. 스파이스 걸스의 사진 촬영 제안을 받자 무조건 수락했다. 까다로운 다섯 멤버가 모두 만족하는 사진이 나오기까지 그는 찍고 또 찍었다. 스파이스 걸스를 ‘견뎌낸’ 그를 눈여겨본 이가 매카트니의 전속 작가로 추천했다. “절박함이 상대방의 호감을 사도록 애쓰게 만들었어요. 영어도 짧아 늘 웃으며 몸을 낮추고 최대한 좋은 사진을 찍으려 노력했죠.” 매카트니와의 작업이 순조롭기만 했던 건 아니다. 어느 날 매카트니는 “MJ, 네 사진이 더 이상 나를 감동시키지 않아”라고 말했다. 충격을 받은 그는 매너리즘에 빠진 스스로를 채찍질했고 매카트니는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기억나는 작품으로 2010년 매카트니가 미국 의회 도서관이 수여하는 거슈윈 대중음악상을 받으러 백악관에 초청됐을 때 찍은 사진을 꼽았다. 버락 오바마 당시 미 대통령과 매카트니가 나란히 앉았는데, 그의 자리는 뒤에 배치돼 뒤통수만 보였다. “공연 때는 어디든 자유롭게 다니지만 백악관은 지정한 자리에서만 촬영해야 했어요. 고민하고 있는데 공연을 위해 앞쪽에 둔 드럼이 보이더라고요. 드럼에 원격 카메라를 설치해 한 손으로 사진 촬영을 하고 다른 손으로는 원격 조종기를 계속 눌렀죠.” 오바마 대통령이 매카트니의 어깨에 다정하게 손을 올리고 활짝 웃는 명작은 그렇게 탄생했다. 매카트니는 “이건 백악관도 못 찍은 사진이잖아. 이게 바로 ‘록&롤’이야!”라고 외쳤다. 가장인 그는 매카트니와의 계약이 끝나면 생계를 어떻게 이어갈지 늘 불안했다고 한다. 코로나19로 매카트니의 모든 공연이 중단되면서 우려는 생각보다 더 일찍 현실이 됐다. 그런데 한국 기업으로부터 작업 제안이 들어왔다. “하나의 문이 닫히면 다른 문이 열린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단편 영화 ‘쥬시걸’도 찍게 됐고요. 지금은 ‘쥬시걸’을 장편영화로 만들고 있어요.” 지난해 그는 서울 을지로 일대 공업소 거리 사장 33명의 얼굴을 찍어 세종문화회관에서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많은 것을 이뤘지만 그는 아직도 얼떨떨한 게 적지 않다고 한다.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CICI)이 이날 마련한 ‘CCF2021문화소통포럼’에 참가한 그는 “국내외 명망 있는 분들이 참석하는 행사에 초청받은 게 신기하다”고 했다. 스타들의 무대 위 화려한 모습은 물론이고 인간으로서의 고뇌, 쓸쓸한 뒷모습까지 본 그는 삶이 진솔하게 담긴 얼굴을 찍는 게 참 좋다고 했다. “가장 잘 나온 사진은 진짜 삶, 진짜 감정이 나타난 사진이라고 생각해요. 직업, 나이에 상관없이 ‘진짜’를 찍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1-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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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 화가’ 한중옥, 서귀포에 ‘크레파스미술관’ 문 열어

    크레파스로 제주의 풍경을 사실적으로 그려온 한중옥 작가(64)의 작품을 모은 ‘한중옥크레파스미술관’이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에 최근 문을 열었다. 제주 토박이인 한 작가는 제주 용암석과 해녀, 소나무 등을 45년간 크레파스로 그려 왔다. 3개 전시실로 구성된 미술관에서는 한 작가의 작품 7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제주 해변 곳곳에서 볼 수 있는 각종 용암석을 실물처럼 묘사한 작품이 주를 이룬다. 용암이 굳으며 만들어낸 굽이치는 물결무늬, 각기 다른 크기와 모양의 수많은 구멍 등 시간의 자취를 고스란히 간직한 바위의 다채로운 표면을 담았다. 숱한 구멍이 난 바위의 표면을 그린 작품은 보는 방향과 거리에 따라 구멍이 오목하게 파여 보이고, 볼록하게 튀어나와 보이기도 한다. 용암석이 만들어낸 기이한 모양은 추상화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물질을 마치고 나오는 해녀들의 모습을 시대별로 담은 작품들도 있다. 한복 저고리처럼 생긴 전통 해녀복부터 현대 해녀복을 입은 모습까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달라진 해녀들을 확인할 수 있다. 거친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아 온 해녀들의 단단함과 생동감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한 작가는 캔버스에 크레파스를 각각 다른 색으로 겹겹이 두껍게 칠한 뒤 칼끝과 칼날로 벗겨낸다. 오랜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는 작업이다. 한 작가는 “그림을 그릴 때 가장 기초적인 재료로 여겨지는 크레파스는 무한한 가능성을 지녔다. 제주 용암석은 표면과 형태, 색채가 제각각 달라 작업할 때마다 그 독특함에 매료된다”고 말했다. 한 작가가 미술관을 자주 찾기에, 운이 좋으면 작가에게 직접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무료.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1-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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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부엌에 우렁각시가? 달팽이 친구의 보은

    오늘도 난장판인 콩이네 집. 엄마는 아빠에게 설거지와 청소를 미룬다고, 아빠는 엄마에게 빨래를 미룬다고 쏘아붙인다. 그날 밤, 물을 마시려던 콩이는 부엌에서 어떤 그림자를 본다. 다음 날, 설거지와 빨래가 다 돼 있었다. 그 다음 날엔 맛난 식사까지 차려져 있다. 세 식구가 밤새 거실을 지켜보니, 달팽이 달평 씨가 집안일을 하고 있었다! 겨울에 화단에서 얼어 죽을 뻔했는데 콩이가 구해줘 은혜를 갚는 중이란다. 우렁각시처럼 나타난 달평 씨 덕에 콩이네 집은 웃음이 넘친다. 느릿느릿 움직이기에 뭘 하든 시간이 많이 걸리는 달평 씨. 깨끗한 집에서 맛난 음식을 먹으려면 누군가의 오랜 수고로움이 필요하다는 걸 자연스레 깨닫게 된다. 달평 씨와 일하다 아빠는 요리에 대한 재능을 발견한다. 청소하는 엄마의 손놀림은 더 빨라진다. 콩이도 물건을 제자리에 둔다.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늘어난 요즘, 쾌적하고 기분 좋게 지내려면 서로 어떻게 배려해야 하는지 흥미롭게 콕콕 짚어준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1-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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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野 “언론중재법은 조국 지키기 법… 모든 수단 동원해 저지”

    국민의힘은 20일 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이고 있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지키기 법’으로 규정하고 “헌법소원 제기 등 모든 법적, 제도적 장치를 총동원해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언론중재법은 제2, 제3의 조국을 만들어내고 날개를 달아주는 ‘조국 지키기 법’에 불과하다”며 “조국 씨는 심지어 법원 판결이 선고돼도 가짜뉴스라고 우기고,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들도 동조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그는 “(조 전 장관처럼) 공직 후보자 일가가 각종 반칙과 편법을 이용해 입시비리 등 불법과 일탈을 일삼아도 사생활 영역이라고 우긴다면 도덕성 검증을 제대로 못 하게 될 것”이라며 “조 장관 후보자 검증 때처럼 언론이 보도를 쏟아낼 때 사생활 침해라는 이유로 열람 차단을 청구할 수 있게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민주당이 날치기 처리한 언론재갈법은 악법 중의 악법이며 독재로 가는 지름길”이라면서 “청와대와 민주당은 마치 탈레반 점령군처럼 완장을 차고 독선과 오만으로 우리나라의 근본을 통째로 뒤집어 왔다”고도 비판했다. 특히 야당은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전직 고위 공직자에 대해서는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를 허용한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예를 들어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한 뒤 자신에 대한 의혹을 다루는 기사를 가짜뉴스라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는 이날 KBS 라디오에서 “법안의 내용이나 밀어붙이는 민주당의 방식 등 어떤 면으로 봐도 일방적인 입법 폭주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며 “정치 권력이나 경제 권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전략적 봉쇄 소송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언론재갈법’이라고 명명한 것”이라고 했다. 서울외신기자클럽(SFCC) 이사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언론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축시킬 수 있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하려는 움직임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민주사회의 기본권을 제약할 수 있는 논란의 소지가 큰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세계 주요국 중 드물게 한국에서는 명예훼손죄가 민사적 책임뿐만 아니라 형사 처벌이 가능한 데다, 사실을 적시하더라도 명예훼손죄가 성립해 이에 문제의식을 가진 외신기자들이 있다”고 지적했다.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1-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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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저 멀리 푸른 바다로 혼자 여행을 떠나요

    바다를 보러 혼자 여행을 떠난 레아. 떨리는 마음으로 기차, 버스를 탄다. 숲속에 사는 레아는 도시의 엄청난 규모와 정신없이 돌아가는 속도에 놀란다. 이윽고 도착한 바다. 한없이 푸르고 넓다. 친구 루도에게도 보여주면 좋을 텐데…. 바닷가에서 만난 노노는 황금색 소라고둥을 루도에게 가져다주면 어떨지 제안한다. 소라고둥을 찾아 바닷속으로 들어간 레아는 색색의 물고기와 물풀이 가득한 또 다른 세상을 만난다. 설레는 출발, 새로운 친구들과의 만남, 처음 본 풍광이 주는 놀라움까지, 여행이 선사하는 즐거움을 한가득 머금었다. 두 페이지를 꽉 채운 짙푸른 바다 그림에 눈이 시원해진다. 레아와 친구들의 다양한 표정을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다. 돌아오는 길은 어땠을까. 펠리컨의 몸에 걸린 바구니를 타고 살랑살랑 바람을 느끼며 한번에 집으로 왔다. 놀랍고 신나는 여행을 함께 다녀온 듯하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1-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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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의힘 “조국 지키기 법, 총동원해 저지”…정의당 “언론재갈법” 비판

    국민의힘은 20일 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이고 있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지키기 법’으로 규정하고 “헌법소원 제기 등 모든 법적, 제도적 장치를 총동원해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언론중재법은 제2, 제3의 조국을 만들어내고 날개를 달아주는 ‘조국 지키기 법’에 불과하다”며 “조국 씨는 심지어 법원 판결이 선고돼도 가짜뉴스라고 우기고,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들도 동조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그는 “(조 전 장관처럼) 공직 후보자 일가가 각종 반칙과 편법을 이용해 입시비리 등 불법과 일탈을 일삼아도 사생활 영역이라고 우긴다면 도덕성 검증을 제대로 못 하게 될 것”이라며 “조 장관 후보자 검증 때처럼 언론이 보도를 쏟아낼 때 사생활 침해라는 이유로 열람 차단을 청구할 수 있게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민주당이 날치기 처리한 언론재갈법은 악법 중의 악법이며 독재로 가는 지름길”이라며 “청와대와 민주당은 마치 탈레반 점령군처럼 완장을 차고 독선과 오만으로 우리나라의 근본을 통째로 뒤집어 왔다”고도 비판했다. 특히 야당은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전직 고위 공직자에 대해서는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를 허용한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예를 들어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한 뒤 자신에 대한 의혹을 다루는 기사를 가짜뉴스라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는 이날 KBS 라디오에서 “법안의 내용이나 밀어붙이는 민주당의 방식 등 어떤 면으로 봐도 일방적인 입법 폭주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며 “정치 권력이나 경제 권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전략적 봉쇄 소송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언론재갈법’이라고 명명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언론의 독립성은 위축시킨 채 책임성만 부과하면 공정성이나 공공성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껍데기만 언론피해구제법인 법안을 이렇게 밀어붙이는 이유가 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서울외신기자클럽(SFCC) 이사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언론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축시킬 수 있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하려는 움직임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민주 사회의 기본권을 제약할 수 있는 논란의 소지가 큰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세계 주요국 중 드물게 한국에서는 명예훼손죄가 민사적 책임뿐만 아니라 형사 처벌이 가능한 데다가, 사실을 적시하더라도 명예훼손죄가 성립해 이에 문제의식을 가진 외신기자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1-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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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강호 숨던 ‘그 테이블’ 앞에서… 자연-사물과 어깨동무하다

    세계 최대 규모의 디자인 전시 행사인 밀라노디자인위크에서 한국 공예를 선보인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과 문화체육관광부는 ‘2021 밀라노 한국공예전: 사물을 대하는 태도’를 다음 달 5∼10일 이탈리아 밀라노의 팔라초 리타 전시장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금속, 도자, 섬유, 유리, 목, 옻칠 등 작가 21명의 작품 126점을 선보인다. 지요한 이상협 김준용 강미나 신예선 오세린 작가 등의 작품이 전시된다. 눈에 띄는 작품은 영화 ‘기생충’에서 박 사장(이선균)의 집 거실에 놓여 있던 커다란 테이블. 바로 가구 디자이너 박종선의 작품 ‘Trans 201808 Low Table’이다. 기택(송강호)의 가족은 박 사장네 거실에서 마음껏 놀다 급작스레 박 사장 식구가 집으로 돌아오자 테이블 아래로 감쪽같이 숨는다. 강재영 예술감독(맹그로브아트웍스 대표)은 “박종선 작가의 테이블은 사방의 단 높이가 각각 달라 어른부터 아이까지 모두 맞춰 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입체 공예작품을 배치한 ‘대지의 사물들’, 장신구를 소개한 ‘반려 기물들’, 한국 좌식 문화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생활의 자세들’까지 모두 세 개의 공간으로 구성됐다. 강 감독은 “코로나19 시대에 인간 중심의 공예에서 벗어나, 공예와 연관된 수많은 기계 사물 재료 환경 사이의 수평적이고 평등한 관계를 추구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김태훈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장은 “‘사물을 대하는 태도’는 인간 중심주의적 사고를 내려놓고 자연과 재료, 사물과 도구를 존중하는 태도를 갖자고 제안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며 “한국 공예는 이런 메시지를 담은 실증적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달 4일 밀라노디자인위크 행사 주최 측인 모스카파트너스 누리집에서 가상 전시공간을 즐길 수 있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1-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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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 시대, 문화를 통한 공유와 소통의 가능성은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CICI·대표 최정화)은 문화체육관광부 해외문화홍보원 외교부와 공동으로 31일과 다음 달 1일 문화소통포럼(CCF) 2021을 개최한다. ‘국제사회 핵심가치 공유 방법으로서의 문화소통’을 주제로 국내외 문화계 인사들이 토론에 참석한다. 한국계 프랑스인인 세드리크 오 프랑스 디지털경제부 장관이 첫날 화상으로 축사를 한다. 그의 여동생인 델핀 오 유엔 세계평등포럼 사무총장이 기조발표를 맡았다. 이광형 KAIST 총장, 송승환 PMC프러덕션 대표, 폴 매카트니 전속 사진작가인 MJ KIM(본명 김명중) 작가, 주한 미국대사를 지낸 마크 리퍼트 유튜브 아시아 대정부·정책업무 총괄 담당 등 국내외 인사들이 온·오프라인에서 의견을 나눈다. 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세계적 변화를 진단하고,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가 문화를 매개로 교류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살펴볼 예정이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1-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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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손효림]깊은 치유의 힘 지닌 진심 담은 사과 한마디

    “김영수, 23페이지 첫째 단락을 읽어보세요.” 고 장영희 서강대 교수(1952∼2009)가 생전 미국 소설 수업 때 학생에게 ‘주홍글씨’의 한 단락을 읽도록 했다. 아무 반응이 없어 다시 말하자 한동안 침묵이 흐른 후 서훈이가 책을 읽기 시작했다. 학생들 이름과 얼굴을 모두 아는 장 교수는 부아가 치밀어 쏘아붙였다. “결석한 친구 대신 대리 대답하는 학생들이 있다더니 그렇게 하는 것이 아예 버릇이 돼서 이젠 친구 이름을 자기 이름인 줄로 착각할 정도인가?” 퇴근 무렵 한 학생이 찾아와 설명했다. 영수는 심각한 말더듬이 증세가 있고 사람들 앞에서 말하거나 읽어야 할 때면 증세가 더 악화된다고. 당황한 영수를 도와주려고 서훈이가 대신 읽었다는 것. 장 교수는 어떻게 사과할지 고민하다가 시간이 지나 잊었다. 어느 날, 그는 다리가 불편한 자신을 데리러 온 아버지(고 장왕록 서울대 명예교수·1924∼1994)가 건물 현관 앞에 주차했다가 경비원에게 지적받고 연신 사과하는 모습에 “채신없어 보인다”고 투덜댄다. 돌아온 아버지의 말. “채신? 원, 잘못한 거 사과하는데 채신은 무슨 채신이냐?” 장 교수는 순간 영수의 얼굴을 떠올렸고, 다음 날 정식으로 사과하기로 다짐한다. 최근 재출간된 장 교수의 에세이 ‘내 생애 단 한 번’(샘터)에 나온 이야기다. 살다 보면 사과할 일이 생긴다. 잘못한 일에 대해 곧바로, 그게 어려우면 시간이 지난 후 사과를 꼭 했는가. 기자를 포함해 자신 있게 “그렇다”고 답할 수 있는 이가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반대로 사과를 받지 못하면 분한 감정이 오래 지속된다. 잊었다가도 문득 그 일이 떠올라 불끈불끈 화가 치솟는다. 일제강점기부터 현대까지 여성 4대의 삶을 그린 최은영 작가의 장편 소설 ‘밝은 밤’(문학동네)에는 인생의 고비마다 상처받은 이들이 나온다. 주인공 지연은 말한다. 세상에는 진심으로 사과받지 못한 사람들의 나라가 있을 거라고. 그저 잘못을 인정하길 바라는 사람, 미안한 시늉이라도 해주면 좋겠다고 애처롭게 바라는 사람, 사과할 사람이라면 애초에 상처를 주지 않았을 거라 체념하는 사람, 다시는 예전처럼 잠들 수 없는 사람…. 이런 사람들이 그 나라에 살고 있을 거라고. 진심 어린 사과는 마음속 깊은 상처를 어루만지고 아물게 한다. 이는 사람 사이에서뿐만 아니라 국가 간에도 마찬가지다. 주변의 여러 상황,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구구절절 따질 필요가 없다. 사안이 복잡할수록 핵심에 집중하면 된다. 잘못을 했느냐, 그렇지 않으냐. 잘못했으면 사과해야지 나이, 직위 등 그 외 다른 걸 왜 따지느냐는 고 장왕록 교수의 말에는 깊은 지혜가 담겼다. 사과하는 이가 지녀야 할 마음가짐을 정확히 짚는다. 이런 마음과 태도를 가진 이가 늘어날수록 고통 속에 몸부림치는 이가 줄어들 것이다. 그렇게 조금씩 나아질 세상을 그려본다.손효림 문화부 차장 aryssong@donga.com}

    • 2021-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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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눈으로 보지 않아도 세상을 느낄 수 있어

    아침밥을 먹고 양치를 하고…. 소녀 루치아의 하루가 시작된다. 집을 나서기 전 루치아가 꼭 챙기는 건 흰 지팡이. 루치아는 시각장애인이다. 버스 창에 머리를 살짝 기대면 신비한 세상이 펼쳐진다. 색색의 동물들이 하늘을 날고, 발걸음을 옮길 때면 악기 소리가 들린다. 흑백의 그림은 루치아가 집을 나선 후 촉감, 냄새, 소리로 세상과 만나자 화사한 색상으로 바뀐다. 풍경은 몽환적이다. 코뿔소는 물고기 모양 비행기를 몰고, 연미복을 입은 아저씨는 커다란 입 그 자체가 얼굴이다. 루치아가 나무를 만지며 인사하면 루치아의 머리는 한가득 돋아난 잎사귀로 가득하다. 학교에서 만난 새 친구는 색색의 꽃잎을 지녔다. 눈으로 보지 않아도 온몸의 감각을 열어 마주한 세상은 신비롭고 흥미진진하다. 루치아처럼 조금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느끼는 이들과 친구가 되면, 놀라운 세상을 함께 경험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1-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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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소’ 225곳 정갈한 풍경… 그리고 사람들

    본당보다 작아 본당 주임신부가 상주하지 않고 순회하는 구역의 천주교 공동체, 천주교 건축물. 공소(公所)의 의미다. 우리나라 전국의 공소 가운데 225곳을 찾아가 그림을 그리고 사진, 글과 함께 담아낸 ‘공소에 스미다’(미디어북)가 최근 출간됐다. 저자는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 윤영선 강동대 실내디자인과 교수. ‘성당을 그리다’(2015년), ‘성당을 새기다’(2016년), ‘성지를 담다’(2018년)에 이은 네 번째 책이다. ‘공소에 스미다’에는 유화 41점, 펜 드로잉 20점이 담겼다. 종탑, 성상과 성물, 공소에서 만난 이들, 공소 주변 산과 폭포, 꽃, 새를 맑고 정갈하게 그렸다. 붓, 펜 끝 하나하나에 정성을 담은 흔적이 역력하다. 공소로 가는 여정, 공소에서의 느낌도 글로 자세히 묘사했다. 여러 사진과 상세한 지도도 공소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윤 교수는 “성당과 성지보다 규모가 작으면서도 우리 삶과 밀착된 곳을 탐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공소가 우리 선조들의 신앙의 뿌리이며 작은 마을 단위 신앙공동체의 중심으로 느껴졌고, 그 모습이 정겹고 우아하고 아름다웠다”고 밝혔다.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는 순례기이자 작품집이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1-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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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발디 ‘사계’에서 영감 얻어… 시각적으로 표현한 여름”

    물풍선을 힘차게 던지는 아이들, 풍선이 터지며 사방으로 튀는 물방울이 경쾌하다. 검은색 강아지는 아이들 사이를 날아다니듯 달린다. 물총에 물호스까지 등장하며 놀이는 한층 격렬해진다. 이수지 작가(47)의 새 그림책 ‘여름이 온다’(비룡소·사진)는 한여름 물놀이가 내뿜는 에너지를 한껏 발산한다. 책의 원화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서울 용산구 알부스갤러리에서 5일 이 작가를 만났다. 그는 “비발디 협주곡 ‘사계’ 중 ‘여름’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했다. 3악장으로 구성된 곡과 동일하게 책도 3악장으로 구성했다. “‘여름’은 굉장히 역동적이어서 들을 때마다 가슴 깊은 곳이 쿵쿵쿵 뛰어요. 제주에서 본 변화무쌍한 구름, 두 아이가 어릴 적 친구네 아이들과 신나게 물놀이를 하던 모습을 연결시켜 여름을 시각적으로 표현했어요.”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시작하면 무대 위 커튼이 열리고 초록빛 벌판이 펼쳐진다. 그곳에서 물놀이가 벌어진다. 책의 앞날개에 있는 QR코드를 이용해 ‘여름’을 들으며 책장을 넘기면 한 편의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 같다. 거의 그림만 있고 148쪽이어서 그림책치고는 꽤 두껍지만 한바탕 같이 물놀이를 하듯 푹 젖어들어 순식간에 읽힌다. 물풍선 놀이는 색종이와 색 스프레이로, 악보와 쏟아지는 물은 색 테이프와 스티커로, 하늘로 치솟는 물줄기는 색실에 물감을 묻혀 각각 표현했다. 거침없는 자유와 싱그러움에 독자들은 “여름을 정확히 짚은 작품”이라고 말한다. “예전 북토크에 한 팬이 ‘우리 수지 그리고 싶은 거 다 그려’라는 배너를 들고 온 적이 있어요. 그 응원처럼 진짜 하고 싶은 걸 다 하며 만들었어요. 자연의 변화가 가장 강렬하게 드러나는 여름처럼 제 안에서 폭발하는 자유로움을 신나게 쏟아부었죠. 행복했어요.” 장면 장면을 찬찬히 살펴보면 깨알 재미도 발견할 수 있다. 검은 강아지는 이 작가가 실제 키웠던 ‘강이’다. 그림책 ‘강이’의 주인공. 호스를 잡고 물을 뿌리는 아기는 기저귀를 차고 있다.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했을까. 까무잡잡한 피부가 당차 보인다. 이 작가는 볼로냐 국제 어린이도서전에서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됐고, ‘파도야 놀자’는 뉴욕타임스 우수 그림책에 꼽히는 등 해외에서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그의 작품은 주로 그림만으로 구성돼 보는 이에 따라 다양한 이야기를 자아내게 한다. 9월 19일까지 갤러리에서 열리는 전시 ‘여름 협주곡’에서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파도야 놀자’ ‘물이 되는 꿈’까지, 이 작가의 작업 과정을 담은 사진, 노트도 볼 수 있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1-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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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등굣길이 막막해… 혹시 너도?

    오늘 지각하고 싶다. 1교시 전에 내야 하는 숙제를 안 했다. 결정적인 이유는 게임을 많이 한다고 어젯밤 엄마에게 휴대전화를 뺏겼기 때문이다. 지각하면 담임 선생님이 엄마에게 전화할 테고, 엄마는 내게 연락할 방법이 없어 휴대전화를 뺏은 걸 후회할 테니까. 놀이터 화장실에서 일을 보고 나자 밖에 인기척이 느껴진다. 가슴이 콩닥콩닥 뛰는데 그가 전화 통화하는 소리가 들린다. 학교에 가기 싫어 일부러 늦게 간단다. 선생님들도, 학생들도 마음에 안 들고 과학의 달이다 편지 쓰기 대회다 행사가 너무 많단다. 고등학생 형 같은데, 듣다 보니 내 마음과 똑같다! 현실감 있는 묘사로 “내 얘기잖아”라며 공감할 아이가 많을 것 같다. 깜짝 반전도 재미를 더한다. ‘엄마의 착한 아들’ ‘영혜에게 약간 불만이 있다’ 등 모두 5편의 이야기가 실렸다. 고개를 깊이 끄덕이다 어느새 다른 이의 마음도 헤아리게 된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1-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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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고양이가 안내하는 신비한 숲속 세계로

    고양이를 돌보게 된 소년과 할아버지. 놀고 먹이고 안아 주기만 하면 될 거라 여겼는데 웬걸, 생각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다. 고양이는 원숭이 인형, 장난감 자동차를 내밀어도 반응이 없다. 새우, 빵을 건네도 본 척도 하지 않는다. 벽난로에 불을 피우고 같이 자려고 하자 창문 너머로 도망쳐 버린다. 소년과 할아버지는 고양이를 찾아 숲속으로 달려가는데…. 일상이 이어지다 고양이를 따라 깊은 숲속으로 들어가자 동물들이 바이올린, 첼로, 기타, 피리를 연주하는 놀라운 세계가 펼쳐진다. 할아버지는 사자와 손잡고 춤추고, 소년은 고양이를 품에 안은 채 신나게 논다. 한바탕 꿈이었을까. 집으로 돌아온 후 신기하게도 고양이가 소년에게 얌전히 안긴다.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며 예상치 못한 짜릿한 모험의 세계를 선사하는 작품이다. ‘SNOW: 눈 오는 날의 기적’, ‘RAIN: 비 내리는 날의 기적’ 등 저자의 기적 시리즈 중 다섯 번째 그림책.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1-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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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손효림]코로나로 돌아보는 자아와 관계

    “어떻게 그동안 너를 잃지 않고 자랄 수 있었니!” 영화 ‘블랙 위도우’에서 성인이 된 나타샤(스칼릿 조핸슨)와 재회한 과학자 멜리나(레이철 바이스)는 놀라워하며 나직하게 탄식한다. 오래전 이들이 위장 가족으로 살 때 멜리나는 나타샤의 엄마 역할을 했다. 소녀들의 뇌를 조종하고 살인 병기로 만드는 ‘레드룸’이라는 끔찍한 프로그램 속에서 지냈음에도 나타샤는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주체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존재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나타샤는 답한다. “(어릴 적) 당신이 가르쳐 줬잖아요. 아플수록 강해지는 거라고.” 블랙 위도우는 코로나19로 극장가가 얼어붙은 가운데서도 25일 현재 관객수 240만 명을 넘기며 흥행몰이 중이다. 짜임새 있는 이야기에 화려한 액션 그리고 자매애가 어우러져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영화를 본 후 멜리나가 나타샤에게 건넨 대사가 기억에 남았다. 나 자신을 잃지 않는 것. 삶에서 기억하고 실천해야 할 중요한 명제지만, 코로나19로 다른 사람들과의 만남이 줄어들고 혼자만의 시간이 늘어난 요즘 이를 자주 곱씹어 보게 된다. 원하든 원치 않든 사람들은 점점 자신에게 집중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일단 휴가를 보내는 방식의 변화가 눈에 띈다. MZ세대 가운데는 골프, 서핑, 피트니스 등 자신이 하고 싶은 운동을 중심에 두고 휴가를 보내는 이들이 많다. 이른바 ‘스포츠케이션(Sports+Vacation)’이다. 휴가 때 서울 시내 호텔에 머물며 피트니스센터에서 운동한 30대 여성은 매우 만족스러웠다고 했다. 그는 “머리를 비우고 오직 몸에만 집중할 수 있어 좋았다. 운동에 몰입하다 보니 마치 명상하는 것 같았다. 내 몸과 마음을 돌보는 방식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수도권에서 오후 6시부터 3명 이상 모일 수 없게 되자 약속을 취소한 경우도 많지만 오랜만에 둘만의 모임을 가진 이들도 있다. 한 출판사 대표는 3명이 만나기로 했다가 인원을 2명으로 줄였다. 그는 “둘 다 술을 즐기지 않아 식사만 했다. 그리 가까운 사이가 아니었는데 술도 마시지 않고 3시간 가까이 이야기를 나눈 경험은 신선했다. 돌아보면 예전에는 어색한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술을 마신 것 같다”고 했다. 자연스레 관계의 깊이에 대해서도 짚어보게 된다. 발이 넓기로 유명한 한 기업인은 “일대일로 만날 수 없는 사이는 진정한 관계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여럿이 어울릴 수는 있지만 둘이 만나면 데면데면하고 할 말이 별로 없다면 깊이 있는 관계라고 할 수 없다는 것. 그의 말에 공감하며 둘이서 편하고 솔직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이들이 누구인지 꼽아봤다. 그리고 요즘, 다시 이를 떠올려 보고 있다. 코로나19는 큰 고통을 주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자신과 관계를 돌아보게 만들기도 한다. 이 시기가 지난 후 우리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머릿속으로 그려본다. 내면은 보다 단단해지길, 관계는 좀 더 깊어지길. 손효림 문화부 차장 aryssong@donga.com}

    • 2021-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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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다 같은색 줄무늬? 달라서 더 멋진걸

    엄마, 아빠, 친구 렉스, 옆집 할머니, 빵집 아저씨, 코흘리개 콜리…. 한 마을에 사는 고양이들은 모두 노란색 줄무늬를 가졌다. 하얀 고양이인 나는 붓으로 온 몸에 노란 줄무늬를 그린다. 이건 특급 비밀이다. 사실이 드러나면 다들 비웃고 놀아주지 않을 테니까. 늘 조심 또 조심한다. 어느 날, 갑자기 비가 후드득 내려 노란색 물감이 지워졌다. 하얀 몸이 드러난 나…. 이제 어떡하지? 친구들은 더 이상 나와 놀지 않을까. 알고 보니 렉스는 빨간색 얼룩무늬를, 수지는 보라색 무늬를 가졌다. 빅터와 조이는 온 몸이 갈색이다. 다들 노란 줄무늬가 없었다! 모두 진짜 무늬를 드러내며 당당하게 지낸다. 남들과 같은 모습으로 살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를 앙증맞은 그림과 함께 흥미진진하게 들려준다. 나만이 지닌 특징은 그 자체로 소중하다. 개성 있는 고양이들의 모습과 다채로운 표정을 하나하나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1-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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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스마트폰 화면 밖 넓은 세상을 보렴

    “이거 내 얘기잖아!” 책을 펼친 아이들 상당수는 이렇게 말할 것 같다. 주인공은 스마트폰을 뚫어지게 보며 걸어가는 한 소녀. 강아지들이 우르르 따라와도, 코끼리가 물을 뿌려도, 돌고래들이 신나게 노래를 불러도 아이는 모른다. 아파서 누워 있을 때조차 눈을 스마트폰에서 떼지 않는다. 스마트폰 속 세상이 재미있지만, 고개를 들어 주위를 돌아보면 놀랍고 즐거운 진짜 세상이 있다는 걸 속삭이듯 들려준다. 스마트폰이 떨어져 부서지자 슬퍼하는 아이. 하지만 이내 얼굴이 환해진다. 강아지, 돌고래, 곰, 기린…. 아이가 못 보고 지나친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 눈을 맞추고 마음을 나누는 건 신나고 가슴 뛰는 일이다. 소녀는 더 넓은 세상에서 더 멀리 볼 수 있다. 그리고 더 많은 걸 느낄 것이다. 스마트폰 때문에 아이와 실랑이를 벌이다 지친 이들이라면 아이 곁에 슬쩍 책을 놓아두면 어떨까. 저자 역시 같은 고민을 하다 그림책을 냈다고 한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1-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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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겁 많은 토끼의 모험 “달님에게 꼭 갈테야”

    버려진 우체통 안에 사는 겁 많은 토끼 윌로우. 어느 날 우체통으로 편지 한 통이 날아든다. 테오가 달님에게 보낸 편지다. 엄마 생일인 오늘, 밤에 찾아와 달라고. 달님에게 편지를 전해야 한다는 생각에 윌로우의 가슴이 콩닥콩닥 뛴다. 밖에 나가기 겁났지만 열두 시가 되기 전 해내야 하기에 길을 나선다. 산꼭대기에 오르지만 달님은 너무 멀리 있다. 새 등에 올라타지만 이내 쿵 떨어진다. 윌로우는 포기했을까. 천만의 말씀. 커다란 풍선을 만들어 이를 잡고 둥실 떠올라 마침내 달님을 만난다. 테오네 집에 가 빛을 뿜어내는 달님. 두 페이지를 꽉 채운 환한 달님은 감탄이 나올 만큼 어여쁘다. 테오와 엄마의 얼굴엔 큰 웃음이 핀다. 연달아 실패하고도 끝내 방법을 찾아내 멋지게 성공한 윌로우에게 짝짝짝 박수를 보낸다. 앞 면지에 윌로우가 그린 그림은 검은색이지만 뒤 면지의 그림은 알록달록한 색깔로 채워져 있다. 모험을 하기 전과 후의 윌로우 마음을 보여준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1-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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