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효림

손효림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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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손효림 기자입니다.

aryssong@donga.com

취재분야

2024-03-26~2024-04-25
문화 일반44%
칼럼17%
연극10%
경제일반10%
교육7%
문학/출판3%
미술3%
인사일반3%
여행3%
  • “제 강인함은 한국인 할머니가 남긴 유산이죠”

    6·25전쟁이 발발하기 직전 한 여성이 월남했다.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그는 폐허가 된 서울에서 홀로 삼남매를 키웠다. 교수가 된 아들은 프랑스 여성과 결혼해 아들과 딸을 낳았다. 아들은 프랑스 디지털경제부 장관이 됐고, 딸은 프랑스 하원의원을 거쳐 유엔 세대평등포럼 사무총장이 됐다. 세드리크 오(오영택·39)와 델핀 오(오수련·36) 남매다. 이들은 한국인이라는 뿌리를 늘 기억하며 세계를 누비고 있다. 최근 한국을 찾은 델핀 오 유엔 세대평등포럼 사무총장을 14일 서울 강남구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프랑스 그랑제콜(소수정예 특수대학)을 나와 베를린자유대,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을 졸업한 그는 주한 프랑스 대사관, 미국 뉴욕 주재 프랑스 총영사관, 미국 싱크탱크인 스팀슨센터에서 근무했다. 유엔 세대평등포럼은 여성 인권을 향상시키는 일을 한다. 그는 “지금의 내 삶은 강인하고 헌신적이셨던 할머니가 남긴 유산(legacy)에 빚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그는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CICI·이사장 최정화 한국외국어대 교수)이 수여하는 한국이미지상 징검다리상을 받았다. 올해 17회를 맞은 한국이미지상은 한국 문화를 알리고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데 힘쓴 개인과 단체에 수여한다. ○ 어릴 때도 지금도, 한복과 함께 그는 노란색 원피스에 한복 저고리 동정을 단 검은색 재킷을 입었다. “인사동 단골집에서 산 재킷이에요. 한국에 올 때면 종종 이런 옷을 산답니다. 편하고 예뻐서 즐겨 입어요. 사람들이 디자인이 독특하다고 하면 한복을 응용한 거라고 얘기해줘요.” 어릴 때부터 중요한 행사에는 한복을 입었다고 했다. 이달 3일 미국 연방하원 개원식에서 메릴린 순자 스트리클런드 의원이 붉은색 저고리와 보라색 치마를 입고 취임 선서를 한 데 대해 “멋진 한복 패션을 선보여 감탄했다”고 했다. 그의 아버지 오영석 전 KAIST 초빙교수(73)와 어머니는 집에 TV를 두지 않고 늘 책을 읽으며 대화하는 분위기에서 남매를 키웠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각별한 사이인 세드리크는 한 인터뷰에서 “델핀이 공부를 더 잘해서 성적표를 받는 날이면 긴장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 얘기를 하자 그는 큰 웃음을 터뜨렸다. “오빠 말에 동의하지 않아요. 아버지를 통해 경험한 한국의 교육 방식은 잠재력을 최대치로 끌어낸다고 생각해요.” 아버지는 틈틈이 한국어도 가르쳤다. 연세대 어학당을 6개월 다닌 그는 “더 오래 한국어를 공부하지 못한 게 아쉽다”고 했다. 어머니가 외국인에게 프랑스어를 가르쳤기에 집은 늘 여러 나라 사람들로 북적였다. “다양한 국적을 지닌 이들을 보면서 국제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는 꿈을 꿨어요. 부모님은 ‘여자 아이가 그러면 안 돼’라고 하신 적이 단 한 번도 없어요. 뭐든 해보라고 지지해주셨죠.” 그렇게 자란 그는 가슴이 뛰는 일을 찾아 거침없이 달렸다. ○ “꿋꿋했던 두 할머니가 롤 모델” 당찬 그였지만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여전하다고 했다. 32세에 하원의원이 됐을 때도 이를 느꼈다. “저보다 나이 많은 남자 보좌관 두 명과 일했는데, 회의나 행사장에서 만난 사람들은 대부분 저를 비서라고 생각했어요. 저는 뒤쪽 자리로, 남성 보좌관들은 앞자리로 안내했죠. 프랑스에서도 젊은 여성 의원은 많지 않거든요. 그래서 항상 의원 배지를 가슴에 달고 다녀야 했어요.” 그는 두 할머니가 롤 모델이라고 했다. 친할머니는 사별로, 외할머니는 이혼으로 각각 홀로 자녀들을 키웠다. “두 분은 묵묵히 희생하고 모든 걸 꿋꿋하게 견뎌내며 독립적으로 사셨어요. 전쟁을 겪으며 홀로 아이들을 키웠다는 게 얼마나 엄청난 일인가요. 가끔 고집 센 아빠를 볼 때면 할머니를 상상하곤 해요.(웃음)” 그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여성이 늘어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경제, 사회적 위기가 닥치면 여성들이 먼저 해고되는 경우가 많아요. 미국에서는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은 이들 가운데 4분의 3이 여성입니다. 집에 있는 시간이 증가하고 외부에 도움을 요청하기는 어려워지면서 가정 폭력에 시달리는 여성들도 늘고 있어요. 유엔에서는 이를 ‘섀도 팬데믹(Shadow Pandemic)’이라고 부릅니다.”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소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앞으로 많은 시간 동안 싸워야 할 겁니다. 삶을 즐기기 위해 필요한 싸움이죠. 롤 모델을 찾고 스스로도 롤 모델이 되세요. 단,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 함께할 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세요. 저도 힘을 보탤 겁니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1-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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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 관광 트렌드는 ‘비트윈’… “친밀한 사람과 짧은 힐링여행”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한 불안감이 여전한 가운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한적한 곳을 소규모로 여행하는 경향이 강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13일 한국관광공사는 이런 흐름을 ‘사이’를 뜻하는 ‘비트윈(B.E.T.W.E.E.N.)’으로 제시했다. 균열, 위로, 연결, 어디든, 강화, 기대, 주목의 7개 영어 키워드에서 딴 합성어다. 이는 관광공사가 2018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소셜미디어와 이동통신사, 카드사 빅데이터를 분석해 코로나19로 인한 심리 변화가 여행에 미친 영향을 파악한 결과다. 온라인 여행, 한 달 살기 등 새로운 여행 방식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올해는 여행 산업도 큰 변화를 겪으며 기존 구조에 균열(Break)이 발생하는 기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코로나19로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며 위로(Encourage)를 얻으려는 사람은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가까운 곳을 찾는 이들이 증가하면서 인근 지역과의 연결(Tie)이 강해지고 섬, 소도시 등 자기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는 곳은 어디든(Wherever) 선호하는 이가 많다. 소수의 가까운 사람과 여행해 유대감은 강화(Enhance)된다. 여행하기가 쉽지 않아 여행에 대한 기대(Expect)는 더 커지고 있다. 대만에서 출발해 제주도 항공을 선회한 뒤 착륙하지 않고 다시 대만으로 돌아가는 무착륙 여행처럼 새로운 형태의 여행이 더욱 주목(Note)받을 것으로 전망했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1-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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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 문화 부흥시킨 초의선사 자료 국립광주박물관 기증

    박동춘 동아시아차문화연구소장이 우리나라의 차(茶) 문화를 부흥시키고 정립한 승려인 초의선사(草衣禪師·1786∼1866)와 관련된 고문서 등 169건 364점을 국립광주박물관에 기증했다고 10일 밝혔다. 기증한 유물 가운데는 초의선사와 교유했던 학자 문인 예술가 승려가 보낸 편지를 비롯해 시를 적은 두루마리인 시축(詩軸)이 많다. 초의차를 예찬한 박영보의 ‘남다병서첩(南茶幷序帖)’, 박영보의 스승인 신위의 ‘남다시병서(南茶詩幷序)’, 초의선사의 친필이 있는 풍수지리서인 ‘직지원진(直指原眞)’도 있다. 유물은 박 소장이 초의선사의 차 문화 형식을 이어받은 응송 박영희 스님(1893∼1990)에게 받은 자료와 초의선사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수집한 자료들이다. 박 소장은 “우리나라 차 문화를 조명하고 널리 알리는 데 이 유물들이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국립광주박물관은 유물을 통해 당대 차에 대한 인식을 살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1-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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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사, 교양잡지 ‘매거진G’ 창간

    김영사가 경계를 넘어 질문하고 답함으로써 통찰과 영감을 선사하겠다며 지식교양잡지 ‘매거진G’(사진)를 창간했다. 창간호 주제는 ‘나란 무엇인가?’. 뇌과학자 김대식은 “누구나 한번쯤 품게 되는 질문을 지금의 문장과 감각으로 나눠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작가 전승환은 ‘우리에겐 더 많은 부캐가 필요하다’, 사회학자 노명우는 ‘퍼스낼리티의 작은 역사’를 썼다. 신경인류학자 박한선, 천문학자 이명현, 철학자 홍창성, 건축가 이일훈, 명상가 김도인 등도 참여했다. 스티커, 손글씨, 각종 일러스트를 활용해 편집에서도 다양한 실험을 했다. ‘총, 균, 쇠’의 저자인 재러드 다이아몬드는 창간 기념 인터뷰에서 현재의 자신을 만든 세 가지 경험으로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을 읽었을 때, 1981년 보트 사고로 죽을 뻔했을 때, 1987년 쌍둥이 아들이 태어났을 때를 꼽았다. 이를 통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 하라’, ‘일은 항시 잘못될 수 있으므로 철저히 대비하라’,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 세계에 영향을 미쳐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는 ‘모든 것이 뒤섞인 상태(mixed bag)’다. 확실한 것 하나는 문제의 원인이 바로 우리 인간이라는 사실이다. 문제를 일으키는 행동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매거진G는 연간 4회 발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1-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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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내가 기분이 좋아야 엄마아빠도 행복해요

    바구니에 공 넣기, 그림 그리기…. 서커스단의 아기 코끼리 폼폼은 묘기에 성공해 과일을 한가득 받는다. 계속 상을 받기 위해 연습하지만 실은 너무 힘들다. 어느 날 감염병이 돌아 서커스단이 문을 닫자 동물들은 숲으로 간다. 낯선 환경에 힘들어하는 엄마 아빠를 기쁘게 할 방법을 고민하던 폼폼. 곰 너구리 고슴도치가 다가와 나무 열매를 따 달라고 한다. 폼폼이 코로 열매를 따자 다들 감탄한다. 미어캣 가족의 초상화를 쓱쓱 그리고 강물이 얕아 목욕을 못 하는 하마와 악어에게 코로 물도 뿌려준다. 친구들의 칭찬에 기분이 좋아지는 폼폼. 이런 감정은 처음이다! 엄마 아빠의 기대 때문에 힘든 걸 꾹 참고 묘기 연습만 하던 폼폼이 친구들에게 작은 도움을 주면서 기쁨과 자유를 맛보는 모습이 찡하면서도 공감을 자아낸다. 친구들이 고맙다고 하자 점점 신나는 폼폼. 내가 행복하고 자유로워야 엄마 아빠도 진짜 기쁘다는 걸 명랑하게 알려준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1-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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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승우 소설 ‘마음의 부력’ 이상문학상 대상

    문학사상사가 주관하는 제44회 이상문학상 대상에 이승우 작가(62·사진)의 소설 ‘마음의 부력’이 4일 선정됐다. 우수작으로는 박형서의 ‘97의 세계’, 윤성희의 ‘블랙홀’, 장은진의 ‘나의 루마니아어 수업’, 천운영의 ‘아버지가 되어주오’, 한지수의 ‘야夜심한 연극반’이 뽑혔다. 상금은 대상 5000만 원, 우수작은 각 500만 원이다. 이달 중 수상 작품집이 발간될 예정이다. 심사위원단은 ‘마음의 부력’에 대해 “인물 내면에 대한 정밀한 묘사와 유려한 문체에서 단편소설 양식의 전형을 잘 보여준다”며 “아들과 어머니 사이의 부채 의식과 죄책감이라는 주제를 사회윤리적 차원의 여러 가지 현실 문제와 관련지어 소설적으로 결합해 내는 데 성공했다”고 평했다. 1977년 제정된 이상문학상은 이문열 이청준 최인호 신경숙 김훈 등을 수상자로 배출한 권위 있는 상이다. 그러나 지난해 우수작으로 상을 받을 예정이던 작가들이 불공정 계약이라며 수상을 거부해 파장이 거세게 일었다. 당시 김금희 최은영 이기호 작가는 ‘수상작 저작권을 3년간 양도하고 작가 개인 단편집에 실을 때 표제작으로 할 수 없다’는 문학사상사의 요구에 반발해 수상을 거부했다. 2019년 대상 수상자인 윤이형 작가는 계약의 불공정성을 비판하며 절필을 선언했다. 같은 해 우수작상을 받은 조해진 작가는 “사과하고 해결 방안을 마련하기 전까지 문학사상사의 청탁에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문학사상사는 지난해 이상문학상 수상자 발표를 취소하고 논란이 된 계약 조건들을 수정했다. 문학사상사는 올해부터 선정된 작가들은 저작권을 침해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1-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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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체부 ‘2021 신년음악회’ 6일 오후7시 온라인 개최

    문화체육관광부는 6일 오후 7시 ‘2021 신년음악회’를 온라인으로 개최한다고 3일 밝혔다.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이 행사는 네이버TV와 유튜브 채널로 생중계돼 누구나 볼 수 있다. 1부에서는 바리톤 이인규가 ‘당연한 것들’을 통해 일상의 소중함과 이를 다시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노래한다. 바이올리니스트 신지아가 ‘내 영혼 바람 되어’와 드보르자크 ‘꿈속의 고향’을 들려준다. 소프라노 박혜상은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삽입곡 ‘그날’을 노래한다. 발레리나 김지영과 발레리노 김기완이 엔니오 모리코네의 ‘더 미션’에 맞춰 합동공연도 펼친다. 2부에서는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멘델스존의 ‘피아노 협주곡 1번 사단조’를 빠르고 활기차게 들려준다. 지휘자 여자경과 KBS 교향악단이 드보르자크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를 연주한다. 창작오페라 ‘박하사탕’의 서곡도 들려준다. 음악회는 가수 윤상과 아나운서 이현주의 사회로 진행된다. 현장의 영상과 음향을 생생하게 전하기 위해 클래식 음악 방송·음향 전문가인 한봉근 프로듀서와 최진 음향 감독이 참여한다. 신년음악회는 17일 오후 5시 반 KBS ‘열린음악회’에서도 방송된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1-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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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따스한 햇살 드리운 방 꼭 노릇한 토스트 같네

    식빵처럼 생긴 창으로 햇살이 들어온다. 방에 생긴 노란 토스트 무늬. 그 위에서 아이가 잠들고 몸은 노릇노릇 따뜻해진다. 고양이 한 마리, 그리고 또 한 마리가 스푼을 타고 들어온다. 버터나이프는 말랑말랑해진 강아지도 데려온다. 살랑살랑 바람 조금, 보들보들한 구름을 올리면 냠냠 맛있는 햇볕 토스트 완성! 아래에서 위로 책장을 넘기면 햇볕이 토스트를 굽는 듯한 과정이 하나씩 나온다. 쌔근쌔근 잠든 아이와 고양이, 강아지의 순한 얼굴에 몸과 마음이 나른해진다. 한낮의 평화로움이 고소하게 다가온다. 책 표지의 창문은 구멍을 뚫어 방안을 들여다보게 만들었다. 햇살 드리운 방과 바삭한 토스트를 연결한 상상력이 발랄하다. 소리 내어 읽으면 ‘따끈따끈’ ‘폭신폭신’ 같은 의태어들이 노래 부르는 듯한 재미를 더한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1-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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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겨울이 더 추운 예술가들… ‘배려’라는 단어를 떠올린다[광화문에서/손효림]

    “아르바이트 3개를 해서 한 달에 80만 원을 법니다. 월세로 40만 원을 내고 나머지 40만 원을 생활비로 씁니다.” 몇 년 전 만난 한 무대 미술가는 자신의 소득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연극 작업에 참여하면 수입이 생기지만 액수가 많지 않은 데다 언제 작품을 할지 예상하기도 어려워 기본 생활비는 아르바이트로 마련한다고 했다. 그와 함께 만난 연극인 3명도 “아르바이트 3, 4개는 늘 한다”고 했다. 한 연극 연습실. 배우들이 대본 낭독을 하고 있었다. 실감 나는 연기에 연극을 귀로 듣는 듯 빠져들었다. 한데 한 명의 연기가 약간 어색했다. ‘연기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배우인가 보다’라고 생각했는데 연습을 이끌던 김재엽 연출가가 말했다. “저희 조연출입니다. 담당 배우가 아르바이트를 갔거든요.” 이어 그는 설명을 덧붙였다. “배우와 스태프들이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벌어요. 제가 그걸 해결해 줄 수 있으면 정말 좋겠지만 그러지도 못하면서 아르바이트를 못 가게 하면 안 되잖아요. 아르바이트 일정은 최우선으로 고려합니다.” 그럴 때마다 빈자리는 조연출이 채운다고 했다. 그는 “조연출의 연기가 갈수록 늘고 있다”며 쑥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소상공인, 일용직 노동자 등이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예술인도 그렇다. 공연이 줄줄이 취소된 데다 아르바이트 자리마저 급감했기 때문이다. 빵을 배달하고 포장하는 연극배우, 스크린골프장에서 일하다 손님이 줄어 해고된 뒤 방역업체에서 일하는 뮤지컬 배우, 대리운전을 하는 조명감독…. 갖가지 일을 하면서도 이들의 마음은 온통 무대로 쏠려 있었다. 공연이 잠깐 열리면 무대로 뛰어갔다. 코로나19 상황이 악화돼 지금은 온라인 공연이 아니면 달려갈 무대마저 사라졌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 씨가 ‘코로나19 피해 긴급 예술지원’으로 서울시 산하 서울문화재단에서 지원금 1400만 원을 받은 것을 둘러싸고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결론적으로 준용 씨는 지원 자격, 지원금 사용 과정 등에서 문제가 없었다. 여러 사람이 작업해야 하는 미디어 아트를 하는 준용 씨는 함께한 어려운 예술가들에게 지원금 일부를 지급했다고 밝혔다. 준용 씨 입장에서는 적법한 절차를 통해 지원금을 받았고, 용도에 맞게 사용했는데 비판을 받으니 억울할 수 있다. 그도 코로나19로 전시회가 연달아 취소돼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그가 파라다이스문화재단에서 3000만 원을 지원받은 건 일단 이번 사안과는 별개다. 그럼에도 짙은 아쉬움이 남는다. “작가 문준용으로만 봐 달라”고 호소해도 그가 대통령의 아들인 건 엄연한 사실이다. 대통령의 아들이 긴급 예술지원을 받기에는 하루하루 절박하게 버티는 예술인들이 너무나 많다. 준용 씨는 그들에게 기회를 양보했어야 했다. 그게 훨씬 더 어려운 동료 예술인들에 대한 배려다. 문 대통령이 퇴임한 뒤 온전히 ‘작가 문준용’으로 활동할 시간은 충분히 많지 않은가. 새해에 그는 39세가 된다.손효림 문화부 차장 aryssong@donga.com}

    • 2020-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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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콘텐츠 유통교육 체계화” “수익과 연계 쉽지않아”

    가을 벌판, 청명한 강변에서 첼리스트 조윤경 씨(31)가 연주하는 선율이 흐른다. 아이유의 ‘밤편지’, 쇼스타코비치 왈츠 2번에 ‘소양강 처녀’까지. 2018년 그가 개설한 유튜브 ‘첼로댁’에 올린 콘텐츠다. 익숙한 곡을 첼로로 재해석해 서정적인 영상과 함께 전하는 ‘첼로댁’은 “마음 깊은 곳을 울린다”는 호응 속에 현재 구독자가 10만 명 가까이 된다. 코로나19로 예술가들의 활동 무대가 온라인으로 급격히 옮겨간 올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149억 원을 긴급 편성했다. 온라인 콘텐츠 유형별로 50만 원에서 최대 7000만 원까지 지원한 ‘아트 체인지업’ 공모를 한 결과 경쟁률은 4.2 대 1이었다. 전효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사무처장(56)과 조 씨가 22일 서울 종로구 예술가의 집에서 온라인 예술 활동과 지원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전 사무처장은 “저작권 법률 지식, 콘텐츠 기획법, 영상 촬영 및 편집법 등을 교육하고 있다. 예술가로서 어떤 점이 고민인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조 씨는 “콘텐츠를 수익과 연계하는 게 쉽지 않다”고 했다. 그가 남편과 함께 콘텐츠 하나를 만드는 데는 3, 4일가량 걸린다. 광고가 많지 않은 데다 저작권료를 배분하고 나면 제작비를 회수하는 정도라는 것. 전 사무처장은 “실황 공연을 유료화해도 관객들이 기꺼이 감상하게 만드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음대, 미국 줄리아드음악원 석사, 영국 왕립음악대 최고연주자 과정을 마치고 독일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오케스트라에서 아카데미스트(인턴)로 활동하던 조 씨는 손가락 부상으로 2017년 급히 귀국했다. 그는 “손가락이 나은 후 유튜브를 개설했다. ‘첼로 소리를 처음 듣는데 참 좋다’는 말을 들을 때면 기쁘고 뿌듯하다”며 웃었다. 청년 활동 전문가이기도 한 전 사무처장은 “청소년들을 데리고 무용 공연을 보러 간 적이 있는데 다들 ‘무용을 처음 본다’고 했다. 예술은 많이 접할수록 더 즐기게 되는데 온라인 예술 활동이 접점을 넓혀 준다”고 말했다. 조 씨는 고개를 끄덕이며 “유튜브 덕분에 오프라인으로 활동하는 기회도 많아지고 있다. 지난해 이틀간 연주회를 열었는데 티켓이 매진돼 깜짝 놀랐다”고 했다. 아트체인지업 공모 결과 그림책 만드는 과정 소개, 국악으로 즐기는 태교 자장가, 온라인 문화지도 제작 등이 선정됐다. 조 씨는 “찾는 이가 많지 않아도 콘텐츠를 꾸준히 올리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온라인으로 다가가려는 예술가들의 시도는 활발해지고 있다. 전 사무처장은 “온라인 예술 입문자에게는 경험의 계기를, 경험자에게는 발전의 기회가 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더 많은 이들이 찾도록 콘텐츠 유통을 활성화시키는 교육을 체계화할 계획이다. 온라인의 경계를 넘어 새로운 시도를 하는 예술가들이 꿈을 실현하는 디딤돌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0-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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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나만의 생각대로 ‘행복’을 말해봐요

    아이의 질문은 얼핏 단순해 보이지만 쉽게 답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학교란 뭘까? 뭐 하나는 꼭 빠뜨리고 가는 곳, 나와 친구의 닮은 점과 다른 점을 찾아내는 곳, 숙제나 시험이 있으면 다 같이 “아아!”라고 투덜대는 곳…. 그렇다면 거짓말, 친구, 행복, 용서, 자립은 뭘까? 심오한 질문에 아이와 머리를 맞대고 생각해 보자고 제안한다. 작가는 특유의 담백한 그림과 함께 다양한 의견을 내놓는다. 행복이란 ‘어어? 조금만 하면 될 것 같은데?’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 친구와 있으면 목소리도 커지고 어느새 까불게 되는데 왜 그럴까. 생각하기도 운동처럼 조금씩 연습해야 한다. 생각과 방귀는 갑자기 “나와!” 하면 나오지 않지만 일단 나오기 시작하면 마구마구 솟아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는 대목은 웃음이 빵 터지며 무릎을 치게 만든다. 질문에 자기만의 답을 떠올리다 보면 아이도, 어른도 생각하는 힘이 쑥쑥 커진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0-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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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네스코 세계유산’ 온몸으로 즐겨 보세요

    제주 김녕굴 용천동굴, 수원화성, 공주 송산리고분군, 안동 하회마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공연, 탐방, 전시 등 다채로운 방법으로 만나는 세계유산축전이 내년 8∼10월 △제주 △경기 수원화성 △백제역사유적지구(공주 부여 익산) △안동 등 전국 4개 지역에서 열린다. 올해 처음 시작한 세계유산축전은 인류의 자산인 세계유산의 가치를 다 함께 누리기 위해 마련됐다. 올해는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한국의 서원(도산서원 소수서원 남계서원 등 9곳), 경주역사유적지구까지 모두 3개 지역에서 7∼9월 열렸다. 내년 행사는 문화재청과 한국문화재재단, 각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마련한다. 제주는 ‘생명의 순환’을 주제로 성산일출봉, 거문오름용암동굴계 등에서 10월에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행사를 진행한다. 평소 공개하지 않는 벵뒤굴, 김녕굴, 용천동굴, 당처물동굴 등을 행사 기간에만 만날 수 있다. 이들 동굴을 돌아보는 특별탐험대를 꾸리는 한편 전시 및 아트프로젝트도 준비할 계획이다. 경북 안동에서는 하회마을 도산서원 병산서원 봉정사에서 ‘수용과 창의’를 주제로 9월에 행사를 연다. 슬로건은 ‘안동이 만든 세계유산, 미래를 만드는 인류가치’. 하회마을 부용대에서 길게 늘어놓은 줄불에서 떨어지는 불꽃을 보고 음악과 함께 즐기는 선유줄불놀이를 한다. 도산서원과 병산서원은 야간 개방을 하고 서원 문화를 체험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공주 공산성과 송산리 고분군, 부여 정림사지와 능산리 고분군, 익산 미륵사지와 왕궁리 유적으로 구성된 백제역사유적지구에서는 ‘찬란한 유산, AGAIN 백제로’를 주제로 8월에 전통 공연과 첨단 기술을 융합해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드론 퍼포먼스, 창작뮤지컬, 창작가무악극, 합창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공주선학리지게놀이, 은산별신제, 이리농악 등 무형문화재와 창작국악도 융합해 선보일 계획이다. 수원화성에서는 ‘수원화성 의궤가 살아있다’를 주제로 9, 10월 행사가 열린다. 정조대왕 행차를 비롯해 연희인 ‘낙성연’을 재현한다. 야간 군사훈련인 ‘야조’도 선보인다. 수원화성이 축성되는 모습을 미디어 파사드를 통해 성곽에 재현하고 정조의 삶을 주제로 빛을 이용한 라이트아트 작품도 선보일 예정이다. 음악회와 어린이 인형극, 조선시대 무과 시험을 재현하는 행사도 준비하고 있다. 김종승 문화재청 활용정책과장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올해 열린 세계유산축전은 시민들로부터 높은 호응을 얻었고 관광 산업 활성화를 위한 불씨를 지피는 역할을 했다”며 “내년에도 지역별로 개성이 뚜렷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세계유산을 좀 더 가깝게 느끼고 체험하도록 함으로써 지역의 대표적인 문화관광자원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0-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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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한국어대회 첫 개최… 31개국 340명 참가

    전 세계 한글 관련 학자와 교육자들이 모이는 ‘2020 세계한국어대회’가 21일부터 23일까지 온라인으로 열린다. ‘한국어, 한글 미래를 묻다’라는 주제로 올해 처음 열리는 이 행사에서는 세계인이 함께 누리는 한국어와 한글에 대한 학문적 성과를 나누고 미래를 전망한다. 31개국에서 340여 명이 참여한다. 국립국어원장을 지낸 남기심 전 연세대 교수가 ‘세계 속의 한국어와 한국어 연구’를 주제로 강연한다. 그동안 여러 차례 한글의 우수성을 알려온 제프리 샘프슨 영국 서식스대 교수는 한자를 병기하지 않고 한글만 쓰는 한국의 문자 생활은 동음이의어이고 한글의 시각적 요소가 단순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놀라운 일이라고 소개한다. 대회 홈페이지에서 원하는 강연을 볼 수 있다. 대회 공동 조직위원장인 서울대 장소원 교수는 “한국어학, 한국어교육, 한글문화 산업 관계자 등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인 이번 대회는 한국어 발전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행사는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 국립한글박물관이 주최하고 세계한국어대회 조직위원회와 세종학당재단이 주관한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0-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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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괴물도 알고 보면 안쓰러운 존재예요”

    엄마가 잠든 사이 괴물이 잡아갈까 무서운 아이. 괴물 나라는 바다를 건너고 산도 넘어야 하는 먼 곳에 있다고 여긴다. 엄마가 “집까지 오려면 엄청 오래 걸리겠다”고 하자 아이는 고개를 젓는다. 스케이트를 신거나 자동차 혹은 비행기를 타고 올 수 있다는 것. 엄마는 괴물이 타기에 자동차는 너무 작고 스케이트는 꽈당 넘어질 수 있다고 한다. 비행기는 너무 높아 아이처럼 괴물도 겁날 거라고 말한다. 그러자 아이는 “나 높은 데 겁 안 나!”라고 발끈한다. 엄마와 아이의 대화로만 이뤄진 글에, 어린이가 그린 것 같은 그림이 어우러졌다. 괴물이 집으로 오는 방법이 하나같이 만만치 않다는 걸 깨닫는 아이. 고단하고 안쓰러운 괴물을 챙겨주고 싶은 마음을 먹게 되는 과정이 깜찍하다. 두렵거나 어려워 보이는 일도 요리조리 살펴보면 생각보다 무섭거나 힘들지 않다는 걸 신선한 방식으로 알려준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것도 함께 떠올리게 돼 용기도 한 뼘 더 자란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0-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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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틴아메리카의 피카소’ 과야사민 국내 첫 전시

    ‘라틴아메리카의 피카소’로 불리는 에콰도르 화가 오스왈도 과야사민(1919∼1999)의 작품을 조명하는 전시회가 19일부터 내년 1월 22일까지 서울 은평구 사비나미술관에서 열린다. 과야사민의 작품을 한국에 선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에콰도르 국민화가 오스왈도 과야사민 특별기획전’에서는 ‘애도의 길’(1940, 50년대), ‘분노의 시대’(1960, 70년대), ‘온유의 시대’(1980∼1999년) 등 시대별 대표작과 유화, 소묘, 수채화, 작가의 생전 인터뷰 영상까지 모두 89점을 선보인다. 과야사민은 사회적 차별을 고발하고 민중의 문화와 정체성, 종교를 작품으로 표현했다. 그의 모든 작품은 에콰도르 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19일에는 ‘평화를 위한 절망의 외침, 과야사민의 예술과 철학’을 주제로 온라인 토론회가 열린다. 18일 열리는 개막식에는 과야사민의 딸인 베레니세 과야사민과 앙헬리카 아리아스 에콰도르 문화장관,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참석한다. 무료이며 사전 예약해야 한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0-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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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문 구독하시고 소득공제 받으세요

    내년 1월 1일부터 종이신문 구독료에 대해 소득공제를 시행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연 급여 7000만 원(세전) 이하의 근로소득자를 대상으로 내년부터 신문 구독료 소득공제를 실시하며 공제율은 30%, 공제한도는 도서 구입 및 공연 관람 비용, 박물관·미술관 입장료 등을 포함해 최대 100만 원이라고 15일 밝혔다. 신문 구독자가 구독 비용을 신용카드로 지급하는 경우 소득공제는 자동으로 적용된다. 지로, 계좌 이체로 비용을 지급했다면 신문 사업자에게 문화비 소득공제 전용 현금영수증을 발급받아야 한다. 문체부는 “이미 시행하고 있는 도서 구입비, 미술관 입장료 등 문화비의 소득공제 대상을 신문 구독료까지 확대함으로써 국민의 문화향유 지원 범위를 넓혔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고 여론을 형성하며 토론의 장을 제공하는 등 공공재의 성격이 강한 만큼 소득공제를 통해 신문 구독을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미국과 일본, 유럽 각국은 신문의 공적 가치를 인정해 국가 차원에서 신문 구독에 대해 세금 지원을 하는 등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0-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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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을 어르신 이야기가 문화예술 콘텐츠 원천”

    제주에서는 지난해부터 생태 전문가와 예술가가 나무, 돌처럼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재료로 집을 짓는 작업을 하고 있다. 과학, 인문 분야 전문가도 예술가와 함께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극단 배꼽은 충북 음성군 소이면 대장리에서 ‘우리마을원정대’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대장리 어르신들을 만나 살아온 이야기를 들은 뒤 연극 ‘라떼는 말이야’, 영상 ‘대장리 플렉스(flex)’를 만들었다. 각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문화 프로그램 제작 노하우를 공유하고 지역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변화 방향을 모색하는 ‘2020 지역 연계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통합결과 공유회’가 11, 12일 온라인으로 열렸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주관한 이번 행사에서 예술가들과 예술교육가, 17개 지역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관계자들은 고민을 털어놓고 의견을 주고받았다. 지역 주민을 지원 사업의 대상이 아닌 이웃으로 만나 이들의 목소리를 담고, 짜인 프로그램을 이행하기보다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직접 실행해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단체 간의 연계도 중요하다. 임재춘 커뮤니티 스튜디오104 공동운영자는 “다른 경험을 가진 사람, 조직과의 연계를 통해 단체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의사 결정 과정에 관료와 일부 지식인이 아니라 현장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온라인을 통한 예술 교육의 필요성이 커졌다. 전은주 한지개발원 강사는 온라인 한지 수업을 직접 시연했다. 어린이들은 미리 받은 키트에 담긴 나무줄기를 잘게 찢으며 한지를 만드는 과정을 체험하고, 한지를 꼬아 줄처럼 만든 뒤 당겨보며 한지의 강도를 확인했다. 참가자들은 비대면 방식을 통해서도 문화예술교육이 효과적으로 진행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연구를 계속할 예정이다. 김소연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시민교육본부장은 “문화예술교육의 무게 중심이 빠른 속도로 지역으로 옮겨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며 “외부의 자원이 아니라 지역 내의 자원과 사람들로 구성된 문화예술 생태계가 선순환하는 구조를 만들어 문화예술이 지역 주민 모두에게 가닿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0-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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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친 삶 안아주는 예술의 힘 그리고 그 안에 사람이 있다[광화문에서/손효림]

    전남 강진에서 태어난 소년은 고등학교 때 관악대에서 클라리넷을 처음 접했다. 정신없이 클라리넷에 빠져들었고 음대에 진학하기로 결심한다. 시골집 부모님에게 무릎 꿇고 말씀드리자 아버지는 소를 팔아 클라리넷을 사주셨다. 소년은 클라리네티스트이자 지휘자로 성장했고, 과거 자신처럼 어려운 환경에 있는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치고 있다. 한국형 ‘엘 시스테마’로 불리는 ‘꿈의 오케스트라’에서 9년째 음악감독을 맡고 있는 윤용운 씨(57) 이야기다. 그는 “비올라 첼로 클라리넷 등을 처음 본 아이들에게 악기 하나하나의 소리를 들려주면 개성대로 옷을 골라 입듯이 각자 악기를 선택하고 몰입한다”고 했다. 윤 감독은 “아이들을 가르치며 음악의 힘을 실감하고 있다”고 했다. 입을 좀처럼 열지 않던 아이가 함께 악기를 연주하며 조금씩 자기 얘기를 꺼내고,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알코올의존증 환자인 아버지와 사는 소년은 고등학생이 돼 어린아이들을 가르치며 조금씩 웃기 시작했다. ‘꿈의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하다가 첼로를 전공하게 된 김나래 양(경북예고 2학년)은 “빠듯한 형편에 부모님에게 부담이 될까 봐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결심을 굳혔고, 주변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아 예고에 진학할 수 있었다. 김 양은 “친구들과 같이 연주하고 쉬는 시간에도 함께 뛰어놀면서 소극적이던 성격이 밝아졌다. 첼로를 하며 즐거워하는 저를 본 엄마가 대학 졸업 후 포기했던 사진을 다시 시작하겠다고 하신다”고 했다. 이어 또박또박 말했다. “여러 분들에게 참 많은 도움을 받았고 좋은 경험을 했어요. 저도 똑같이 베풀어주고 싶어요.” 수줍음을 많이 타 전화로 배달 음식 주문하는 것도 어려워했다는 소녀가 맞나 싶었다. ‘완득이’ ‘우아한 거짓말’로 유명한 김려령 작가(49)는 최근 출간한 동화 ‘아무것도 안 하는 녀석들’에서 가난과 가족 문제를 털어놓고 친구가 되는 두 소년을 그렸다. 초등학교 5학년인 두 아이가 자신의 사정을 담담하게 밝히고, 꼼짝 않고 앉아 있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으며 노는 이야기를 읽다 보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아이든 어른이든 힘들 때는 속내를 털어놓고 무엇이든 하면서 그 시기를 견디라는 응원 같다. 아이들은 가정에 힘든 일이 생기면 자기 탓이라고 여기거나 자신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에 좌절하기도 한다. 김 작가는 “스스로 두 발로 우뚝 서야 할 때가 있고, 타인에게 의지해야 할 때가 있다. 아이들은 부모와 사회에 의지해야 하고, 그게 부모와 사회의 역할이다”고 했다. 그리고 당부했다. “자신이 어찌 할 수 없는 일로 고민하는 아이들에게 지금 이 시간, 온 힘을 다해 신나게 놀라고 말하고 싶어요. 마음을 튼튼하게 하는 행복한 추억을 만들려면 지금 즐거워야 합니다.” 이들을 보며 힘겨워하는 이의 어깨를 다독이는 예술의 힘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예술을 통해 사람이 사람을 품어주고 치유하는 작은 기적이 지금도 계속 일어나고 있다. 우리가 알든 모르든 세상 곳곳에서. 손효림 문화부 차장 aryssong@donga.com}

    • 2020-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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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산타가 꿈인 아이들 여기 모두 모여라!

    산타가 될 아이들이 다니는 유치원이 있다. 바로 산타 유치원이다. 아이들은 순록을 돌보고 썰매 타는 법, 살금살금 걷는 법, 크리스마스 노래를 배운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산타 할아버지에게 온 엄청난 편지들을 정리하고 선물 포장도 돕는다. 산타 할아버지와 숲으로 전나무도 베러 간다. 빨간 옷을 입고 빨간 모자를 쓴 자그마한 아이들이 차근차근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는 과정이 수채화 그림에 맑게 담겼다. 아이들은 산타 할아버지가 깜빡 잊고 마당에 둔 전나무를 강당에 세우고 예쁘게 꾸민다. 크리스마스 날 아침, 양말 속에 든 선물을 꺼내 보고 마냥 좋아하는 아이들의 표정 하나하나가 사랑스럽다. 크리스마스를 손꼽아 기다리는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기에 딱 맞는 그림책이다. 책 앞뒤 면지에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 여러 나라말로 정리된 크리스마스 축하인사도 소리 내어 읽어보자. 크리스마스가 성큼 다가왔음을 실감하게 된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0-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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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팝×K테크’ 현란한 콜라보

    “데뷔했을 때 유일하게 초대받지 못한 시상식이었습니다. 그런 무대에서 이런 상을 받게 돼 벅찹니다.” 방탄소년단의 리더 RM은 6일 열린 2020 Mnet Asian Music Awards(MAMA)에서 ‘Song of the Year’를 포함한 4개 대상을 모두 휩쓸고 ‘Best Dance Performance Male Group’ 등 총 8개 부문의 상을 거머쥐자 감격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 RM은 “모두 힘든 시기지만 내일은 오고 아침은 찾아온다. 때로 다이너마이트처럼 폭발적으로, 때로 기타 선율처럼 담담하게 무대에 서겠다”고 말했다. CJ ENM이 개최하는 MAMA는 1999년 ‘Mnet 영상음악대상’으로 출발해 2009년 MAMA로 바뀌었다. 마카오, 싱가포르, 홍콩, 일본, 베트남에서 열렸던 MAMA는 코로나19로 올해 처음 온라인 생중계로 개최됐다. 행사 한 달가량 전부터 진행한 K팝 부문 투표에는 5억3000만여 건의 표가 모여 전 세계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보여줬다. 배우 송중기의 사회로 이날 6시간 남짓 진행된 MAMA는 K팝의 최신 트렌드와 역사를 응축한 무대였다. 방탄소년단을 비롯해 세븐틴, 트와이스, NCT, 아이즈원, TXT, 마마무 등 K팝 스타들이 총출동했다.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은 보아는 ‘Inspired Achievement’를 수상하며 세계 무대를 앞서 개척하고 수많은 가수에게 영감을 준 공적을 인정받았다. 시상자로 배우 이정재, 박서준, 임수정, 유연석 등이 참석했다. MAMA는 가수들에게 꿈의 무대로 꼽힌다. ‘센 언니’의 대표 주자로 꼽히는 화사(‘Best Dance Performance Solo’)와 제시(‘Favorite Dance Performance Female Solo’)는 수상 후 울먹이며 인사를 하다 결국 눈물을 터뜨렸다. 웨이션브이(‘Favorite Asian Artist’ 수상)는 “지난해 MAMA에 나오고 1년 만에 다시 나오게 됐다는 게 믿을 수 없다”며 상기된 표정이었다. 트와이스는 신곡 ‘Cry For Me’를 깜짝 발표하며 세계 팬들에게 새 곡을 선명하게 각인시켰다. 증강현실(AR), 확장현실(XR), 시각특수효과(VFX) 등 첨단 기술도 적극 활용해 눈 돌릴 틈 없이 화려하고 웅장한 무대를 선보였다. 대관람차가 돌아가고 열기구가 떠다니는 도심, 신비로운 숲, 산호와 물고기가 가득한 바다 등은 가수들의 공연을 돋보이게 만들었다. 특히 어깨 수술을 받아 무대에 설 수 없는 방탄소년단의 슈가를 가상으로 구현해 나머지 6명의 멤버들과 함께 퍼포먼스를 펼친 장면은 큰 화제를 모았다. 지난해까지 MAMA에는 두아 리파, 닥터 드레, 스눕 독, 보비 레이를 비롯해 스티비 원더, 존 레전드, 위즈 칼리파 등 세계적인 가수들이 참여했다. 국내외 아티스트가 교류하는 글로벌 무대로 자리매김한 것. 매년 선보였던 컬래버레이션 무대도 탄성을 자아냈다. 서태지와 아이유(2014년), 레드벨벳과 NCT127(2017년), 박진영과 마마무(2019년)에 이어 올해는 제시와 화사가 비의 ‘깡’으로 카리스마 넘치는 협업을 보여줬다. MAMA가 세계적인 위상을 갖게 된 데 대해 김현수 CJ ENM 컨벤션라이브사업부장은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새로운 시도를 적극적으로 한 결과”라며 “올해는 코로나19로 여러 제약이 있었지만 각종 무대 기술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였다”고 말했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0-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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