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고난 속 돌파구 모색하는 공연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5월 27일 11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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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팍하고 불안한 삶, 어디서 돌파구를 찾아야 할까. 인생에서 마주한 고난, 그럼에도 나아가고 싶은 곳을 다양한 각도로 그린 연극, 뮤지컬을 만나보자. 모차르트 음악의 정수를 선보이는 클래식 공연도 찾아온다.

연극 ‘웃음의 대학’
웃음 통해 찡하게 길어 올린 소통과 예술의 의미
연극 ‘웃음의 대학’에서 검열관 역의 송승환(오른쪽)과 작가 역의 신주협. 연극열전 제공

연극 ‘웃음의 대학’에서 검열관 역의 서현철(왼쪽)과 작가 역의 주민진. 연극열전 제공

전쟁이 한창 벌어지는 1940년. 전시 상황이라는 이유로 검열관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희극을 없애려 한다. 극단 ‘웃음의 대학’ 전속 작가는 검열의 칼날을 피해 웃음을 지켜내려 온 힘을 다한다. 두 사람이 벌이는 7일간의 해프닝을 담은 2인극이다.

작가는 공연 허가를 받기 위해 검열관의 무리한 요구를 하나하나 받아들인다. 한데 이를 반영해 대본을 수정할수록 희곡은 기발한 방향으로 재미를 더해간다. ‘웃음이 없는 작품은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일본 유명 극작가 미타니 코키의 대표작이다. 국내에서는 2008년 초연부터 관객들을 매료시키며 큰 주목을 받았다. 2016년까지 모두 35만 명이 관람했다. 8년 만에 돌아온 이번 공연에서는 송승환 서현철이 검열관 역을 맡았다. 주민진 신주협이 작가를 연기한다. 베테랑 배우들과 안정적인 연기력을 지닌 배우들의 시너지는 무대를 꽉 채운다.

검열관과 작가가 실랑이를 벌이면서 수정을 할 때마다 대본은 의외의 발랄함(?)을 거듭 장착해 나간다. 종잡을 수 없는 전개로 관객은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다. 웃다보면 각자 고군분투하다 어느 새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검열관과 작가의 모습에 마음이 따뜻해진다. 엄혹한 상황에서 껄끄러운 관계로 만나더라도, 사람이란 존재는 계속 말을 나누고 듣다보면 서로에게 다가갈 수 있음을 자연스레 깨닫게 된다. 연극, 나아가 예술이 지닌 가치도 짚는다. 팍팍한 현실에서 웃음을 잃고 사는 이들의 마음을 보드랍게 어루만지며 긴 여운을 남긴다.
6월 9일까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

뮤지컬 ‘베어 더 뮤지컬’
파격적이고 대담하게 그린 성장의 아픔
뮤지컬 ‘베어 더 뮤지컬’. 국내 초연부터 주목받으며 마니아층이 형성됐다. 쇼플레이 제공

뮤지컬 ‘베어 더 뮤지컬’. 쇼플레이 제공


보수적인 가톨릭 기숙학교. 남학생인 피터와 제이슨은 사랑하는 사이다. 서로에 대한 마음이 깊어지면서 피터는 자신들의 사랑을 밝히고 싶어 하지만 제이슨은 두려워한다. 제이슨은 학교에서 킹카로 꼽히는데다 부모님에게서 큰 기대를 받고 있다. 둘의 사랑이 알려지는 순간, 이 모든 걸 잃을 수 있기에.

학교에서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 오디션이 열리고 제이슨은 로미오 역을 맡게 된다. 줄리엣 역을 하게 된 아이비는 현실에서 제이슨을 유혹한다. 커밍아웃을 원하는 피터에게 제이슨은 이별을 통보하는데….

성 정체성을 둘러싼 고민과 두려움, 여러 관계와 압박으로 인한 불안, 방황을 과감하게 드러냈다. 미국에서 2000년 첫 선을 보였고 2015년 국내 초연부터 주목받으며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개성 강한 각 캐릭터들의 심리를 예리하게 풀어낸 넘버들은 중독성 강한 멜로디로 몰입을 높인다. 록, 팝 발라드, 가스펠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과 함께 역동적인 안무는 무대를 풍성하게 만든다. 여러 감정을 강렬하게 분출하며 내달리는 이야기로 긴장감은 고조된다. 피터 역은 박정원 임재윤 윤석호 홍기범이, 제이슨 역은 한서원 최재웅 김재한 이석준이 각각 맡았다. 아이비는 선유하 조디아나가 연기한다. 맷은 유재하 크리스 영 박상준, 나디아는 남가현 장보람이 맡았다.

8월 25일까지.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뮤지컬 ‘클럽 드바이’
청춘과 록이 뿜어내는 강렬한 에너지
뮤지컬 ‘클럽 드바이’에서 도원 역을 맡은 변희상. 스튜디오 단단 제공

뮤지컬 ‘클럽 드바이’에서 본하를 연기하는 이종석. 스튜디오 단단 제공

뮤지컬 ‘클럽 드바이’에서 오수 역을 맡은 이지연. 스튜디오 단단 제공

20세기 말 홍대 앞 록클럽을 둘러싼 세 사람의 뜨거운 이야기를 그린 창작 뮤지컬로, 초연된다. 록클럽을 운영하는 기타리스트 도원, 천재적인 재능을 지닌 메인 보컬 본하, 클럽에서 새 삶을 꿈꾸는 보컬 오수가 나온다.

도원은 본하가 자리를 비운 사이 세상에서 밀려난 오수를 클럽에 받아들인다. 본하가 돌아오면서 메인 보컬 자리를 둘러싸고 신경전이 벌어진다. 도원은 홍대 앞 최고의 록클럽을 만들어보자며 두 사람을 설득한다. 벅찬 앞날을 꿈꾸는 가운데 본하가 오수에게 빠져들면서 도원은 점점 불안에 휩싸이고, 상황은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치닫는데….

도원 역은 변희상 유태율 황민수가, 본하 역은 이종석 박좌헌 신주협이 각각 맡았다. 오수는 이지연 조영화 박소현이 연기한다. 뮤지컬 ‘트레이스 유’의 윤지율 작가와 박정아 작곡가, ‘베어 더 뮤지컬’, ‘머더 발라드’의 이재준 연출가가 손을 잡았다. 음악을 향한 열정과 가늠할 수 없이 뿜어져 나오는 청춘의 에너지가 무대를 달군다. 라이브 밴드의 연주와 함께 펼쳐지는 강렬한 록 넘버들도 매력을 더할 예정이다.

‘클럽 드바이’는 올해 2월 쇼케이스를 통해 주요 넘버들을 선보였다. 관객들은 “실제 록클럽에 온 것 같다”며 호평했다. 매혹적인 록 음악에 배우들의 연기력이 더해지며 본 공연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2013년 초연된 후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뮤지컬 ‘트레이스 유’의 프리퀄로, ‘트레이스 유’ 팬들에겐 더 흥미롭게 다가갈 듯하다.

6월 11일~9월 1일. 서울 종로구 예스24스테이지 2관.

클래식 ‘아마데우스 2024: 오스트리아의 모차르트’
세계적 악단과 지휘자가 빚어내는 모차르트 음악의 정수
지휘자 마크 민코스키. 메이지 프로덕션 제공

바이올리니스트 김계희.
바이올리니스트 김계희.

비올리스트 스테판 루지에.
비올리스트 스테판 루지에.

바로크 시대부터 바그너 오페라까지, 폭넓은 레퍼토리를 선보이고 있는 명문 프랑스 오케스트라 ‘루브르의 음악가들’이 프랑스 유명 지휘자 마크 민코스키와 함께 모차르트 음악의 정수를 선보인다.

민코스키는 2013~2017년 ‘잘츠부르크 모차르트 주간’ 프로그램을 감독했고 프랑스 보르도 국립오페라 극장장을 지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 러시아 마린스키 오케스트라, 영국 BBC 심포니 오케스트라 등을 지휘했다.

1982년 민코스키가 설립한 ‘루브르의 음악가들’은 바로크, 낭만주의 등 당대 정통 음악을 시대악기로 재발견해 호평받고 있다. 헨델, 하이든, 모차르트는 물론이고 바흐와 슈베르트 작품까지 탁월하게 선보였다. 베를리오즈, 비제 등 19세기 프랑스 음악을 빼어나게 해석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번 무대에서는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5번, K.219 ‘터키’, 교향곡 41번 ‘주피터’, 바이올린과 비올라를 위한 협주 교향곡 K. 365/K. 320d를 선보인다.

바이올리니스트 김계희와 비올리스트 스테판 루지에가 협연한다. 김계희는 지난해 열린 제17회 차이콥스키국제음악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기악 부문에서 우승했다. 정교하면서도 화려한 연주로 세계 무대에서 주목받고 있다. 서울예고를 다니다 미국 커티스 음악원에서 디플로마 과정을 수료했다. 서울대 음대에 수석 입학해 전 학기 수석으로 졸업했다. 뮌헨국립음대에서 석사과정과 최고연주자과정을 마쳤다.

스테판 루지에는 바이올린과 비올라 연주자로 활동하고 있다. 프랑스 보르도 국립 오페라 오케스트라 악장이자 ‘루브르의 음악가들’의 객원 솔로 바이올리니스트다. 뉴욕, 런던, 뮌헨 등의 주요 콘서트홀에서 초청받고 있다. 6월 14일 오후 7시 반.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이번 공연 시리즈인 ‘아마데우스 2024: 모차르트 갈라&주피터-천재, 최후의 교향곡’도 6월 19일 오후 7시 반 같은 곳에서 열린다. ‘루브르의 음악가들’과 민코스키가 소프라노 카롤린 예스테트, 테너 송성민, 베이스 고경일과 함께 한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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