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절실한 변화 부족한 지역 대학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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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효·대구경북취재본부장
이권효·대구경북취재본부장
유연학기제(8∼10주 한 학기) 도입, 토론전용 교육관 운영, 아이디어 팩토리(공장) 설립, 학생 주도 수업설계 프로그램….

서울과 수도권 대학들이 신학기부터 학생을 위한 새로운 시도를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시대에 맞게 취업과 창업 역량을 높이려는 노력이다. 대학끼리 학점 교류를 추진하고 대규모 온라인 강좌인 무크 활용에도 적극적이다. 인문사회 분야 취업을 위한 융·복합형 교육도 다양하다.

하버드와 프린스턴, 스탠퍼드 등 미국의 대학들도 전통적인 강세 분야를 줄이고 공학과 정보기술(IT) 분야를 강화하는 등 발전 전략을 바꾸고 있다는 소식도 최근 보도됐다. 시대에 대응하는 교육을 위해 학풍까지 바꾼다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와 비교해 보면 대구경북 지역 대학들은 좁은 울타리에 갇혀 변화에 둔감한 게 아닌가 싶다. 신입생 감소 등 위기를 자주 말하지만 실질적인 대책은 별로 없다. 올해 입학식에서도 지역 대학 총장들의 축사에는 “대학은 지성과 학문의 전당이며 도전 정신으로 꿈을 위해 열심히 노력해 달라”는 식의 진부한 이야기가 많았다.

지역 대학들이 새로운 시도나 변화를 보여주지 못하는 이유는 아직도 학생을 ‘고객’이 아닌 일방적 교육의 대상으로 보는 시각에 묶여 있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나라의 직업은 1만5000개가량이지만 머지않아 상당수 직업이 없어지고 새로 생기는 구조조정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학생들이 유연하게 미래를 대비하도록 역량을 키워주는 것이 대학의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그렇지만 최근 만난 일부 지역 대학 총장들도 막연하게 걱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학생들이 “우리가 다니는 대학이 과연 새로운 현실을 위한 안내자가 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시대다. 그런데도 지역 대학가에는 “서울의 대학은 가만히 있어도 운영에 걱정이 없다”는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이 적지 않다. 서울과 외국의 대학들이 얼마나 절실한 노력을 하고 있는지 면밀하게 살피고 따라가려는 자세부터 필요해 보인다.

이권효·대구경북취재본부장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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