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전남 고흥군 소록도병원에서 마리안느 스퇴거 수녀(윗줄 오른쪽 첫 번째)와 마가렛 피사렛 수녀(윗줄 왼쪽 첫 번째)가 의료진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두 수녀는 소록도에서 43년간 봉사활동을 펼쳐 한세인들 사이에서 할매라는 애칭이 붙었다. 고흥군 제공
43년간 한센인을 돌보다 고향 오스트리아로 돌아갔던 소록도 백인 ‘할매 수녀’가 11년 만에 소록도를 찾는다.
전남 고흥군은 소록도병원 개원 100주년 기념식이 열리는 5월 17일 할매 수녀 두 분 중 한 분인 마리안느 스퇴거 수녀(83)가 소록도에서 강연을 할 예정이라고 31일 밝혔다. 마리안느 수녀는 암 수술을 받았지만 건강을 회복했고 마가렛 피사렛 수녀(82)는 치매를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60년대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에서 간호대학을 졸업한 두 수녀는 소록도에 간호사가 필요하다는 소식을 접하고 소록도에 왔다. 두 수녀는 1962년부터 소록도에서 봉사활동을 해 한센인들 사이에서 할매라고 불렸다.
고흥군은 두 수녀가 봉사활동을 시작할 당시 소록도에는 한센인 환자 3000여 명이 있었지만 의료진은 의사 1, 2명, 간호사 3명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이들이 소록도 병원에 와서 한 첫 일은 한센인과 함께 식사하기였다. 당시에는 한센인들을 멀리하며 국내 의료진조차 직접 치료하기를 꺼렸던 분위기가 팽배한 상태여서 수녀들의 행동은 충격이었다. 두 수녀는 맨손으로 환자의 상처 부위에 약을 발라주는 등 한센병에 대한 편견을 바로잡아줬다.
두 수녀는 2005년 귀국할 때 까지 마리안느·마가렛으로 이름 지어진 작은 관사에서 검소한 생활을 했다. 두 수녀는 2005년 11월 소록도를 떠날 때 편지만 남겼다. 편지에는 ‘노인이 된 자신들이 소록도에 부담될까 봐 그것을 불편해하고 걱정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흥군은 지난해 말 마리안느·마가렛 선양사업 추진 조례를 제정했다. 고흥군은 9, 10월 두 수녀의 봉사활동 자료를 수집, 정리해 노벨평화상 추천을 추진할 계획이다. 올해 두 수녀의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는 등 다양한 선양사업을 진행할 방침이다.
고흥군은 두 수녀의 봉사정신 덕분에 소록도가 전국에서 의료봉사단과 자원봉사자들이 줄을 잇고 있는 등 자원봉사 천국이 된 것을 감안해 마리안느·마가렛 자원봉사학교도 설립할 계획이다. 고흥군 관계자는 “노벨평화상 추천을 추진하는 것은 두 수녀님이 실천한 박애 인권 봉사정신을 널리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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