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 전 1년간 연명의료를 받을 때 1인당 의료비가 평균 1088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간병인 고용 비용도 월평균 224만 원이어서 환자 가족의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연명의료를 받는 환자들의 평균 고통도 개별치료로 느끼는 최고 고통의 3.5배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환자가 원치 않는 연명의료를 줄이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명의료 고통, 다른 치료 최대치의 3.5배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이 11일 발표한 ‘연명의료, 누구의 선택인가’ 보고서에 따르면 연명의료를 시행하는 환자 수는 2013~2023년 연평균 6.4%씩 증가했다. 연명치료 기간도 2013년에는 19일이었으나 2023년에는 21일로 늘었다.
2018년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돼 환자가 사전에 연명의료 거부 의사를 밝힐 수 있게 됐지만 연명의료의 시행이 늘어난 것이다. 실제 연명의료를 원치 않는 이들이 많았다. 지난해 10월 발표된 보건복지부의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연명의료 거부 의사를 밝힌 65세 이상 고령층은 84.1%에 달했다. 그런데 한은 조사에 따르면 연명의료를 실제 중단한 이는 고령층의 16.7%에 그쳤다.
원치 않은 연명치료가 생겨난 이유는 가족들이 연명의료를 꺼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은 조사 결과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한 유가족의 약 20%가 가족 간 갈등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연명의료로 인해 환자 본인과 가족의 고통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한은은 건강보험공단 데이터베이스(DB)를 분석해 국내 연구 중 처음으로 ‘연명의료 고통지수’를 내놨다. 개별 연명의료의 통증 수준을 0~10점으로 나눠 계량화한 것이다. 연명의료는 혈압상승제 투여, 수혈, 심폐소생술 등이 복합적으로 진행돼 10점을 넘는 수치가 나왔다. 연명의료 시술을 받은 이들의 평균 고통지수는 35점이었다. 다른 개별 치료에서 측정된 최대치의 3.5배다.
가족들도 경제적 어려움이 동반된다. 연명의료 환자 1인당 평균 생애말기(임종 전 1년) 의료비는 2013년에는 547만 원이었는데 2023년에는 1088만 원으로 늘었다. 연평균 7.2% 증가한 셈이다. 이는 65세 이상 가구 중위소득인 2693만 원의 약 40% 수준이다.
한은이 연명의료로 사망한 암 환자 가족 1000명을 대상으로 올해 9월 설문 조사를 해보니 간병인을 고용하는 비율은 49%에 달했다. 이때 드는 비용은 월평균 224만 원이었다. 본인이나 다른 가족이 ‘간호를 위해 일을 그만뒀다’고 답한 비율도 46%였다. 일을 그만둘 때는 월소득이 평균 327만 원 감소했다. 간병인을 고용한 이들의 93%는 ‘비용이 부담스럽다’고 답했고, 일을 그만둔 가정의 87%는 ‘소득 감소가 경제적 어려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사전 의향서 쉽게 등록할 수 있어야”
환자가 원치 않는 연명의료를 막으려면 의료결정 대리인 지정 제도가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왔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세분화할 필요 있다는 의견도 있다. 연명의료를 거부한 이들 중 58.8%는 ‘일부 시술을 받기 원한다’고 답했기 때문이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활성화 대책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상담하고 작성할 수 있는 기관은 종합병원, 보건소,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사 등으로 한정돼 있다. 이를 1차 의료기관까지 확대해 문턱을 낮추고 온라인 접수를 받는 방안도 함께 제시됐다.
이번 조사는 11일 한은과 건강보험공단의 심포지엄에서 발표됐다. 이 자리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발생하는 연명의료 문제가 초래할 거시경제적 문제들을 모른 척할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8월 돌아가신 어머니 이야기를 하며 눈물을 보이며 “어머니께서 영양제는 더 넣지 말고 통증만 완화해달라고 하셨다”며 “지나고 보니 어머니에게도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고, 이번 연구는 어머니께 드리는 마음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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