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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자사 중고 스마트폰을 상시 매입하겠다고 13일 밝혔다. 삼성전자는 지금까지 고객이 새로운 삼성전자 휴대전화를 살 때만 중고 제품을 매입해 왔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보상 프로그램인 ‘갤럭시 간편보상’은 14일부터 삼성닷컴에서 운영된다. 휴대전화 판매를 원하는 고객은 삼성닷컴 내의 갤럭시 간편보상 페이지에서 예상 견적을 확인한 다음 판매 신청 뒤에 제품을 택배로 발송하면 된다. 회수된 제품은 상태에 따라 3개 등급으로 판정된다. 등급에 따라 고객에게 보상금이 차등 지급된다. 갤럭시 간편보상은 22일(현지 시간)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리는 갤럭시S25 시리즈 신제품 발표회를 앞두고 시행됐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신제품이 나올 때만 ‘바꿔보상’이라는 프로그램으로 새 제품 구매 고객에게 기존 제품 반납 환급금을 지급했다. 앞으로 갤럭시 간편보상이 기존 바꿔보상을 대체한다. 중고폰 수거와 보상 판정 등 갤럭시 간편보상을 위한 프로그램 운영은 삼성전자 파트너사인 라이크와이즈가 맡는다. 라이크와이즈가 수거한 제품은 상태에 따라 선별해 수리 및 기존 사용자 데이터 삭제 등을 거친 뒤 해외에 판매된다. 이번 갤럭시 간편보상의 국내 매입 대상 기종은 갤럭시S20∼23, 갤럭시Z폴드3∼5, 갤럭시 Z플립3∼5이다. 제품별 매입 가격은 14일부터 삼성닷컴에서 확인할 수 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현대자동차그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취임식 행사에 100만 달러(약 14억7500만 원)를 기부했다. 보편관세 등을 무기로 미국 내 투자를 압박하는 트럼프 행정부와 우호적 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메타, 아마존 등 빅테크를 포함한 글로벌 기업들은 일찌감치 기부금 행렬에 동참했다. 기부금 외에도 인사와 정책 등 다양한 방식까지 동원하며 트럼프 당선인을 향해 적극적인 구애 공세를 펼치고 있다.● 현대차, 美 대통령 취임식 첫 기부현대차그룹은 12일 미국 내 자회사를 통해 취임식 기금 100만 달러를 기부했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 측은 GM과 도요타, 포드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이미 취임식에 100만 달러를 기부해 경쟁사와 보폭을 맞추기 위해 기부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이 미국 대통령 취임식 행사에 기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현대차그룹이 향후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나 백악관에서 트럼프 당선인과의 회동을 추진하고 있다고도 보도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 측은 “정의선 회장 등은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는다”며 “다만 취임식을 제외한 만찬 행사 등 관련 부대 행사에는 그룹 관계자의 참석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계에선 취임식 부대 행사에 장재훈 부회장, 호세 무뇨스 사장, 성 김 사장 등이 참석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다만 현대차그룹을 제외한 삼성전자와 SK, LG 등 국내 주요 그룹은 취임식 기부금을 아직 내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그룹 총수들의 취임식 참석 가능성도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의 취임식 기부금 전달은 관세 부과 등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기조에 사전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무역협회가 이날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한국의 최대 수출 품목으로 꼽히는 자동차 등에 적극적인 관세 조치를 취할 것을 예고했다. 조성대 무협 통상연구실장은 “트럼프 행정부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당근 정책인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반도체 및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 등과 같은 보조금 지급보다는 고율의 관세를 활용한 ‘채찍’을 이용해 제조업 공급망 강화를 꾀할 전망”이라고 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조지아주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만 18조4000억 원을 투자하는 등 2022년 이후 지금까지 미국에 178억5000만 달러(약 26조3000억 원)를 쏟아부었다. 또 현대제철이 수조 원을 들여 미국 내 제철소를 세우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글로벌 빅테크도 트럼프 향한 ‘구애’ 행렬 취임식 기부 행렬에 동참하는 것은 미국 기업들도 예외가 아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을 운영하는 메타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은 일찌감치 트럼프 취임식에 100만 달러를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챗GPT의 개발사인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도 개인적으로 100만 달러를 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들 기업의 기부금은 ‘트럼프―밴스 취임위원회’에 전달돼 다양한 취임식 부대 행사를 여는 데 쓰인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취임식에 100만 달러 이상을 기부한 이들은 17일부터 20일까지 열리는 8개 취임 관련 행사에 참석할 수 있는 ‘특전’을 누리게 된다. 18일에는 J D 밴스 부통령 당선인 부부와, 19일에는 트럼프 당선인 부부와 만찬을 함께할 수 있다. 이번 취임식 기부금으로 모인 돈은 역대 최대인 1억7000만 달러로 4년 전 조 바이든 대통령이 모은 6200만 달러의 세 배에 육박한다. 일부 기업은 기부금 외에 다양한 방식으로 트럼프의 환심을 사기 위한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트럼프 당선인의 최측근 인사로 꼽히는 데이나 화이트 종합격투기 단체 UFC의 CEO를 이사로 임명했다. 또 그간 트럼프 당선인이 비판해 온 자사의 ‘팩트 체킹(사실 확인)’ 서비스를 중단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인종, 성정체성 등에 대한 차별에 반대하는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도 폐지하겠다고 선언했다.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한재희 기자 hee@donga.com}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기업인 대만 TSMC가 미국 애리조나 공장에서 4나노(1나노는 10억분의 1m) 최첨단 반도체 양산을 개시했다. 11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은 TSMC가 미국 고객을 위해 4나노 칩 생산을 시작했다고 알렸다. 러몬도 장관은 “역사상 처음으로 미국 땅에서 최첨단 4나노 칩을 생산하고 있다”며 “수율과 품질 면에서 대만 제품과 동등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생산은 몇 주 전부터 시작했다. 애플과 AMD 등의 고객사를 위한 제품을 생산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애리조나 1공장은 TSMC가 해외에 설립한 첫 번째 12인치 웨이퍼 생산 공장이다. 2021년 착공에 들어갔다. TSMC는 당초 양산 개시 일정을 2024년 중으로 잡았지만 인력 부족 등의 영향으로 올해 상반기(1∼6월)로 변경했다. TSMC는 미국 내 총 650억 달러(약 96조 원)를 투자해 2030년까지 공장 3개를 건설하게 된다. TSMC의 두 번째 공장은 2028년 가동되며 여기에서 2나노 제품이 생산된다. 현재 글로벌 파운드리 업체들의 상용 기술 중 가장 앞선 것은 3나노 공정이다. TSMC와 한국의 삼성전자가 3나노 제품을 모두 자국에서 만들고 있다. 미국은 막대한 보조금을 풀어 TSMC 공장을 유치한 뒤 이번에 4나노 양산에 들어간 것이다. 러몬도 장관은 미국이 2030년까지 세계 최첨단 로직 칩 생산의 20%를 차지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TSMC가 애리조나에서 생산을 시작하기 이전에는 점유율이 0%였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인공지능(AI) 기술이 산업 전반에 사용됨에 따라 반도체 기판 산업도 고성능 제품 시장으로 재편되고 있다. 국내 부품사들도 최첨단 플립칩 볼그리드 어레이(FC-BGA)와 글라스(유리) 반도체 기판을 글로벌 빅테크에 납품하며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이노텍은 12일 글로벌 빅테크를 FC-BGA 제품 고객사로 유치해 지난해 12월부터 경북 구미4공장에서 공급 물량 양산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반도체 부품 업계에서는 LG이노텍이 인텔이나 퀄컴 등에 FC-BGA 납품을 진행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LG이노텍이 2022년 FC-BGA 시장 진출을 선언한 뒤 빅테크 고객사를 확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SKC도 올해 하반기(7∼12월) 유리 기판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8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 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만난 뒤 SKC의 유리 기판 모형을 들어 올리며 “방금 팔고 왔다”고 말한 바 있다. 시장은 이것을 엔비디아를 고객사로 유치했다고 인식해 9일 SKC 주가는 19.35% 급등했다. FC-BGA와 유리 기판은 LG이노텍과 SKC의 미래 먹거리로 부상한 제품이다. AI의 사용 범위가 넓어지자 이를 구현하기 위해 더욱 고도화된 반도체나 데이터센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때 반도체 성능이 아무리 좋더라도 이것이 장착된 기판이 신호를 빠르게 전달하지 못하거나 열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AI 기능을 제대로 활용하기 어려워진다. FC-BGA는 칩셋을 뒤집어 기판에 부착하는 방식을 취한다. 기존에는 얇은 금속 배선으로 칩셋과 기판을 서로 연결했는데 FC-BGA는 기판에 있는 금속 돌기에 칩셋이 바로 연결된다. 이러한 차이로 인해 신호 전송 속도가 더 빨라진다. 후지카메라종합 연구소에 따르면 글로벌 FC-BGA 시장 규모는 2022년 80억 달러(약 12조 원)에서 2030년 164억 달러로 두 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리 기판은 기존 플라스틱 반도체 기판 대비 표면이 더 매끄러워 초미세 선폭 회로를 더 많이 그려 넣을 수 있다. 문혁수 LG이노텍 대표는 이번 CES에서 “LG이노텍도 장비 투자를 해 올해 말부터는 유리 기판에 대해 본격 시제품 양산에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호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는 “FC-BGA와 유리 기판은 업계에서 각광받는 기술”이라면서도 “이를 미래 먹거리로 삼기 위해서는 가격 경쟁력, 제작 속도, 제품 신뢰성 등을 개선하는 것이 향후 과제”라고 말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미국이 수십 년 동안 해 오지 않은 제조업을 다시 한다고 해서 바로 잘할 수 있을까요. 미국 입장에서도 제조업에서 높은 기술력을 가진 한국 기업들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박성호 KOTRA 북미지역본부장이 전하는 미국 현지 분위기다. 실제 도널드 트럼프 2기 시대를 맞는 미국은 ‘제조업 기술’ 측면에서는 과거만큼의 경쟁력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 여러 품목에서 한국에 ‘SOS’를 보낼 수밖에 없는 구조다.대표적인 분야가 조선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해 11월 윤석열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미국 조선업은 한국의 도움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조선업을 콕 집어 강조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6일(현지 시간) 한 라디오 방송에 나와서도 “동맹국을 활용해 군함을 만들 것”이라고 재차 말했다. KOTRA에 따르면 한국의 항공 정비 기술 역시 미국이 필요로 하는 분야다. 항공 여행이 일찍 정착된 미국의 항공기 중에는 노후 기종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이미 단종된 기종들이 많아 고장이 나면 미국 내에서 수리조차 하지 못한다. 최근 KOTRA 미국 본부 쪽에는 “한국 업체들이 우리 항공기를 고칠 수 있느냐”는 문의가 늘고 있다. 여기에 변압기, 하이브리드차 부품 등 한국이 세계적인 기술력을 지닌 업종을 중심으로 미국 업체의 협업 요청이 늘고 있다는 전언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시작을 앞두고 미국 산업계에서 차지하는 한국의 위상이 트럼프 1기(2017∼2020년)와 비교할 때 크게 높아진 것도 향후 양국 경제 협력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특히 미국이 중국 견제에 나서면서 반도체, 이차전지 등 핵심 품목에서 한국의 지원을 요구할 것이란 얘기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미국의 메모리 반도체 수입 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 순위는 2016년 5위(1억4305만 달러)에서 2024년(1∼10월 기준) 2위(3억3863만 달러)로 상승했다. 이차전지 소재인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등도 한국이 미국의 수입국 가운데 1위다. 장상식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미국은 경제 안보 측면에서 앞서가는 한국의 제조 능력을 활용하는 것을 중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로 보고 있다”며 “인공지능(AI) 반도체, 원자력 등에서 한국은 미국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통상 갈등에 따른 리스크 확산이 우려되자 한국 경제계도 여기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나섰다. KOTRA는 기존 뉴욕에 있던 북미지역본부를 미국 정치의 중심지인 워싱턴으로 이전하기로 했다. 강경성 KOTRA 사장은 9일 ‘CES 2025’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의 통상 환경 변화에 확실하게 대응하고 모니터링하기 위해 본부 이전을 결정했다”며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맞춰 전사적인 무역 수출 비상대책반도 가동할 것”이라고 말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박성호 KOTRA 북미지역본부장은 지난해 28일 본보와 진행한 전화 인터뷰에서 “미국 기업들로부터 한국의 하이브리드차 부품, 변압기, 항공, 조선업 업체들과 연결해달라는 요청이 많다”고 말했다. 높은 수준의 제조 기술을 지닌 한국 기업들이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핵심 파트너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KOTRA는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위해 미국과 캐나다 무역관 10곳을 총괄하는 북미지역 본부를 올해부터 뉴욕에서 워싱턴을 옮긴다. 다음은 박 본부장과의 인터뷰 일문일답.―트럼프 2기 행정부 정책 불확실성에 코트라는 어떻게 대응하나“미국 정부에 대한 동향 파악이 중요해졌다. 정부 주요 인사들과의 교류가 필요하기에 KOTRA 북미지역본부를 2025년부터 뉴욕에서 워싱턴으로 옮긴다. 이미 코트라 이사회 등을 통해 확정됐다. 통상의 중요성이 더 커진 시대의 변화상을 반영한 조치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도 한국 기업들이 기회를 찾을 수 있나“트럼프 2기 행정부에도 어차피 비지니스와 경제는 돌아가게 돼 있다. 한국 기업에게 미국은 놓칠 수 없는 기회의 시장이다. 미국 시장의 역동성은 다른 선진국들과도 비교하기 어렵다. 미국에서 살아남은 기업과 상품은 다른 나라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그렇지만 한국이 잘하던 제조업을 미국이 대신 하겠다는 것 아닌가“미국이 수십년간 안 하던 제조업을 갑자기 잘할 수 있겠는가. 당장 메워지지 않는 부분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제조업 기술에서 강점을 가진 한국에 기회의 요소가 있다. 미국 정부에서 중국에 제재를 가하면 대신해 가격과 품질 조건을 맞출 수 있는 것은 한국뿐이다. 기술력과 위상을 고려할 때 미국에게 있어 한국의 중요성과 그 필요성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그동안 미국은 다른 나라에서 생산한 뒤 싸고 좋은 상품을 수입해 자국 국민들에게 제공하는 것을 기본 정책으로 삼았다. 하지만 상황이 변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겪으며 글로벌 공급망이 이렇게까지 경색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완결된 생태계를 지녀야 돌발상황에 타격이 없을 것이란 인식이 생겼다. 물론 제조업 부활을 통한 일자리 창출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어떤 기술 산업에서 한국과 미국과 협력이 가능할까“미국 디트로이트 무역관에는 하이브리드차량 부품, 실리콘밸리 무역관에는 조선소 관련해 미국 기업들로부터 협력 문의가 오고 있다. 미국 댈러스 무역관장으로부터 보고를 받아보니 미국 항공기 중에 노후화된 기종을 수리하지 못한 것들이 많다고 한다. 단종된 기종이기 때문. 기술이 좋은 한국 업체들에게 이것을 수리해줄 수 있냐는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 또한 미국은 임금이 높기 때문에 생산인력을 대체할 로봇에 대한 수요가 많다. 건강에 대한 관심도 계속 커지기에 바이오 CDMO(위탁개발생산) 산업도 유망하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미국 조지아주를 선택한 한국 기업은 ‘조지아주의 기업’이 됩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를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조지아주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미국 기업과 똑같이 ‘조지아주의 기업’으로서 성공하길 바랍니다.”(팻 윌슨 조지아주 경제개발장관)지난해 12월 17일 미 동남부의 조지아주를 찾았다. 조지아주에는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포스코, CJ 등 한국 대기업이 다수 진출해 있다. 110개 이상의 한국 기업이 진출해 1만7000여 개의 직접 고용을 창출하고 있는 미국 내 대표적인 ‘K산업기지’로 꼽힌다.특히 조지아주에선 엘라벨의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가 최근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2년 반에 걸쳐 지은 초대형 공장인 HMGMA가 지난해부터 가동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HMGMA와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등에 총 126억 달러(약 16조8000억 원)를 투자했다.현지에선 고용 효과가 큰 자동차 공장이라 일자리 창출에 대한 기대가 크다. 또 현대차는 이곳에서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집중 생산해 미국 내 시장 점유율을 크게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그러다 보니 HMGMA가 외국 기업과 지역사회가 장기적으로 ‘윈윈’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K공장 들어서자 지역경제 들썩이날 엘라벨의 ‘제네시스 드라이브’(현대차 브랜드인 제네시스에서 따온 명칭)로 이름 붙여진 길을 따라 HMGMA 부지에 들어서니 고속도로처럼 길게 뻗은 공장 진입로가 나타났다. 시속 약 64km로 달려도 공장 끝에서 끝까지 5분 남짓 걸릴 정도로 넓은 규모였다.풀러 등 다른 인근 지역에서도 한국 기업의 투자와 고용이 낳고 있는 개발 열기가 곳곳에서 느껴졌다. 아파트 건설 현장이 연이어 나타났고, 미 동부 3대 항구 중 하나인 서배너항으로 향하는 도로들은 4차선을 6차선으로 늘리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까맣고 매끌매끌한 새 아스팔트로 덮인 도로들이 이 지역의 새로운 경제 핏줄을 보여주는 듯했다. 지역 주민인 비비언 씨는 “지금 건설 중인 아파트 단지가 한두 개가 아니다”라며 “현대차 공장 가동이 시작됐고 향후 8500명을 고용한다고 하니 인구가 계속 늘어날 전망이고, 건설사들도 미리 투자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서배너 지역에서 건설업을 하는 제임스 임 씨는 “아직은 (현대차 공장의) 채용이 시작 단계지만 공장이 본격적으로 돌고 동반 진출한 협력사들까지 풀 가동되면 지역경제 전체에 긍정적인 파급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니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조차 불법 이민자는 싫어 해도 외국 기업은 환영한다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실제로 조지아주는 전통적으로 공화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지난해 미 대선 때도 트럼프 당선인이 승리했다.조지아주에 따르면 HMGMA가 직접 창출할 8500개 일자리 외에도 동반 진출한 15개 이상의 협력업체에서 6900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질 예정이다. 간접 고용까지 합하면 새로 생기는 일자리 규모가 최대 3만7000개에 달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윌슨 장관은 “현대차에 고용된 조지아주 주민들은 (현대차에서 주는 임금으로) 주택담보대출을 갚고, 자동차를 구입하고, 외식을 즐기며 지역 경제를 성장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대미 투자와 고용 역대 최대… 일자리 질도 우수최근 한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는 역대 최고치로 늘었다. 2023년 한국의 해외직접투자(ODI) 중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43.7%로 277억 달러에 달했다. 특히 일자리 창출 기여가 컸다. 대미 투자를 진행한 한국 기업(지사 포함)의 수는 2184개로 2020년(2038개)보다 7.2% 증가했지만, 이 기간 진출 기업들의 현지 인력 고용은 두 배 가까이로 늘어 8만8850명에서 17만7423명으로 급증했다.미국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의 상당수가 자동차와 반도체 등 핵심 산업 분야와 관련 있는 만큼 현지에 제공하는 일자리의 수준도 높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미국 내 외국계 기업의 평균 연봉은 8만7000달러 수준이지만, 한국 기업 고용 근로자의 평균 연봉은 10만4000달러로 약 20% 높았다.트럼프 2기 행정부가 정식 출범하면 한국 기업들의 이 같은 ‘양질의 대미 투자 확대’를 강조해 미국과의 무역 협상력을 높여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도원빈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하면 관세 부과 등 통상 압박이 본격화될 것”이라며 “우리의 대미 투자 내용과 산업 기여도를 명확히 정리해 협상의 지렛대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엘라벨·풀러·서배너=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한재희 기자 hee@donga.com}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 10곳 중 6곳이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대미 투자를 늘리거나 유지할 계획을 밝혔다. 탄핵 등으로 한국 정치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기업들이 스스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기조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에 맞춰 적극 대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국 기업의 선제적인 투자가 미국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미국은 그에 화답해 우리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상호 윈윈’ 사례도 이미 나오고 있다. 동아일보가 KOTRA와 지난해 12월 16∼20일 미국 본토에 진출한 한국 기업 81곳을 대상으로 심층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트럼프 2기에서 ‘자사의 현지 투자를 늘리는 방안을 이미 검토 중’이란 기업인이 전체의 28.4%로 조사됐다.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응답은 32.1%였다. 유지하거나 더 늘리겠다는 응답이 60.5%인 것이다. 또 아직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하지 않아서 ‘미정’이라는 답변도 32.1%에 달한다. 향후 투자 확대에 동참할 기업이 더 늘어날 수 있는 것이다. ‘투자 확대를 검토 안 한다’고 응답한 기업은 7.4%에 불과했다. 이러한 응답 결과는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더욱 강력해질 ‘MAGA’ 기조에 적극 올라타겠다는 전략을 가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이 제조업 부활을 통해 더욱 강한 미국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가운데 제조업 기술력이 뛰어난 한국 기업들이 그 동반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 저가 제품을 미국에 수출만 하던 시대에서 벗어나 한국 기업들이 활발한 대미 투자를 통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함으로써 양국 간 경제 파트너십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트럼프 2기 한국 기업들이 취해야 할 전략’(복수 응답)을 묻자 기업들은 ‘미국 기업과의 협력 강화’(58.0%)와 ‘현지 생산 증대 및 일자리 확대’(54.3%) 등 두 가지를 꼽았다. 실제 선제적으로 미국 투자에 나서는 한국 기업들은 속속 늘고 있다. 현대제철은 자동차용 강판 생산용 제철소 건립을 위해 미국 여러 주와 투자 논의를 하고 있다. 수조 원에 이르는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CJ제일제당 역시 이미 7000억 원을 들여 미국 사우스다코타주에 자회사 슈완스 신공장 건립을 확정 발표했다. 韓 부품사들 “美제조업 붐 본격화되면 우리에게도 이득”[‘MAGA’ 파트너로 기업들이 뛴다]“美투자 확대-유지” “관세-정책 급변은 부정적 요소”이미 미국에만 공장 20개를 보유한 CJ제일제당은 ‘트럼프 리스크’에도 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리며 ‘MAGA’ 극복에 나섰다. 마크 골드먼 CJ슈완스 미주 홍보 총괄은 지난해 12월 본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투자 과정에서 여러 주(州)가 경쟁을 벌인 끝에 사우스다코타주가 임대료 약 2500만 달러 상당의 공장 부지를 무료로 임대해 줬다”고 밝혔다. 이러한 혜택은 미국 지역사회에 공헌한 대가로 제공받은 것이다. 골드먼 총괄은 “CJ제일제당은 미국에서 1만 개의 정규직 일자리를 제공한다”며 “사우스다코타주 공장에선 추가로 700개의 일자리를 새로 창출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제조업 부활에서 기회를 엿보는 한국 기업들도 적지 않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일자리 창출과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제조업 부활을 외치지만 오랫동안 제조업에 손을 놓았던 미국이 갑자기 이를 달성해 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제조업에서 탁월한 기술력을 지닌 한국이 파트너가 된다면 정부가 주는 인센티브도 챙기고 미국 시장 점유율도 넓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자동차 부품 기업인 남양넥스모의 오혁주 북미사무소장은 “미국 완성차 업체들은 대체로 한국이나 일본과 달리 부품사를 자회사로 소유하지 않고 있다”며 “미국 제조업 부흥이 본격화되면 한국 부품사들은 미국 완성차 업체를 고객으로 유치할 기회가 늘 것”이라고 말했다.미국 진출 한국 기업들은 심화되는 미중 갈등의 반사이익을 적극적으로 누려야 한다고 했다. 이번 설문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 한국 기업에 끼칠 긍정적 효과’(복수 응답)로 ‘미국의 중국 견제로 인한 반사이익’(72.8%)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반사이익이 예상되는 산업군은 이차전지(34.6%), 반도체(33.3%), 자동차 및 모빌리티(32.1%)가 꼽혔다. 2023년 미국에 진출한 의료 플랫폼 업체 헤리바이오의 유진용 대표는 “미국은 치과기공사 인력이 부족해 치기공 전체 물량의 30∼40%를 중국 등 해외에서 아웃소싱했는데, 중국과 통관 이슈가 발생했다”며 “올해 미국에 더 많은 투자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밋빛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설 때 한국 기업들이 겪을 부정적인 요소’(복수 응답)로는 ‘관세 정책 변화로 인한 악영향’(70.4%)과 ‘정책 급변으로 인한 불확실성’(58.0%) 등이 꼽혔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SKC는 7∼10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5’에서 반도체 산업의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유리 기판 실물(사진)을 전시한다고 7일 밝혔다. SKC는 해당 유리 기판 실물을 SK그룹 4개 계열사가 공동 운영하는 CES 전시관 내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부스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반도체 유리 기판은 SKC의 ‘미래 먹거리’로 꼽힌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해 7월 미국 조지아주 사업장을 방문했을 당시 “앱솔릭스(SKC 자회사)가 생산할 유리 기판은 반도체 제조의 판도를 바꿀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유리 기판은 기존 플라스틱 반도체 기판 대비 표면이 더 매끄러워 반도체 생산 설비(노광 장비)를 활용해 더 많은 초미세 선폭 회로를 그려 넣을 수 있다. SKC 측은 유리 기판을 사용할 경우 반도체 속도가 기존 대비 40% 빨라지고 전력 소비량은 절반 이상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SKC는 지난해 상반기(1∼6월) 세계 최초로 유리 기판 양산 공장을 미국 조지아주에 준공하고 상업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미국 정부로부터 생산 보조금 7500만 달러(약 1100억 원)와 연구개발(R&D) 보조금 1억 달러(약 1400억 원)를 확보하기도 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한국의 여성 고용률과 경제활동 참가율이 20년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하위권을 맴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OECD 회원국의 15∼64세(생산가능인구) 여성 고용 지표를 분석한 결과 2023년 기준 한국 여성의 고용률과 경제활동 참가율은 각각 61.4%, 63.1%로 나타났다. 한국은 두 항목에서 모두 OECD 국가 중 31위에 머물렀다. 과거 20년간 한국의 여성 고용 지표 순위를 추적해 보면 고용률의 경우 2003년 27위(51.2%)였던 것이 2023년에는 31위(61.4%)로 4계단 뒷걸음질 쳤다. 같은 기간 한국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32위(53.0%)에서 31위(63.1%)로 1계단 올라서는 데 그쳤다. 지난 20년간 고용률은 26∼31위, 경제활동 참가율은 31∼35위 사이에 머물며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자녀가 있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낮았다. 2021년 기준 한국에서 15세 미만 자녀를 둔 여성의 고용률은 56.2%였다. 한국과 소득 및 인구 규모가 비슷한 ‘30-50클럽’(국민소득 3만 달러, 인구 5000만 명 이상 국가) 7개국 중 가장 낮은 수치다. 15세 미만 자녀를 둔 ‘30-50클럽’ 여성들의 평균 고용률은 한국보다 12.0%포인트 높은 68.2%였다. 특히 일본(74.8%), 영국(74.2%), 프랑스(73.9%), 독일(73.8%) 등은 여성 고용률이 70%를 넘겼다. 한경협은 한국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가로막는 원인으로 근로 시간이 탄력적이지 못한 점을 지적했다. 한국의 경우 1주당 연장근로를 최대 12시간으로 제한하고 있다. 반면 ‘30-50클럽’에 속한 독일과 일본, 영국은 연장근로 제한 기준이 월간 단위 이상으로 돼 있어 유연한 근무가 가능하다. 또한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족정책 지출 비중이 2020년 기준 1.5%로 독일(2.4%), 영국(2.3%), 일본(2.0%)보다 낮은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여성 고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녀를 가진 여성 인력 일자리의 유지와 확대가 중요하다”며 “일과 가정을 병행할 수 있는 근로환경 조성과 함께 가족 돌봄 지원을 강화해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적극적으로 촉진해야 한다”고 말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삼성디스플레이가 최고 주사율 500Hz(헤르츠)에 이르는 퀀텀닷 유기발광다이오드(QD-OLED) 모니터를 공개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7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하는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인 CES 2025에서 QD-OLED 모니터 신제품 2종을 선보인다고 6일 밝혔다. 27형 쿼드HD(QHD) 패널은 현존하는 OLED 모니터 중 최고 주사율인 500Hz로 개발됐다. 이는 디스플레이가 보여주는 이미지 개수가 1초당 500개에 달한다는 뜻이다. 역동적인 움직임이 많은 스포츠 영상을 시청 할 때 부드러운 화면을 즐길 수 있다. 또 다른 신제품인 27형 초고화질(UHD) 패널은 픽셀 밀도가 160PPI(1인치당 픽셀 수)급이다. 삼성디스플레이 측은 1년 전 개발한 31.5형 UHD(140PPI) 제품보다 선명도가 올라 영상 몰입도가 한층 높아졌다고 설명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한국의 여성 고용률과 경제활동 참가율이 20년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OECD 38개 회원국의 여성(15∼64세) 고용 지표를 분석한 결과 2023년 기준 한국의 여성 고용률은 61.4%, 경제활동 참가율은 63.1%였다. 한국은 두 항목에서 모두 OECD 국가 중 31위에 자리했다. 2003년부터 2023년까지 한국의 여성 고용 지표 순위를 살펴보면 고용률의 경우 2003년 27위(51.2%)에서 20년 뒤 31위(61.4%)로 4계단 떨어졌다. 그 사이 순위는 한 번도 하위권(26∼31위)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 기간에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32위에서 1계단 오르는 데 그쳤다.특히 2021년 기준 한국에서 15세 미만 자녀를 둔 여성의 고용률은 56.2%로 조사됐다. 이 수치는 한국과 경제 규모와 인구가 비슷한 국민소득 3만 달러·인구 5000만 이상 국가를 뜻하는 ‘30-50클럽’ 7개국 중 가장 낮았다.한경협은 이들 ‘30-50클럽’ 7개국 중 여성 고용률이 70%를 넘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인 독일, 일본, 영국 3개국과 한국의 고용 환경을 비교한 결과 가족 돌봄 지원과 유연한 근로환경 조성 등 2가지 측면에서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한국은 근로 시간을 주 단위로 제한해 1주 연장근로를 최대 12시간으로 한다. 반면 독일, 일본, 영국은 월 단위 이상으로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협회는 분석했다.또한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족정책 지출 비중(2020년 기준)은 1.5%로 독일(2.4%), 영국(2.3%), 일본(2.0%)보다 낮았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한국이 선진국처럼 여성 고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녀를 가진 여성인력 일자리의 유지와 확대가 중요하다”며 “근로 시간 유연화,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확대 등 일과 가정을 병행할 수 있는 근로환경 조성과 가족 돌봄 지원을 강화해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적극 촉진해야 한다”고 말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12·3 비상계엄 선포 사태 이후 4대 그룹 총수를 비롯한 주요 재계 인사들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여 조속한 국정 안정을 요구하는 한편 경제 한파 속에 민관이 합심해 위기 극복에 나서자는 의지를 다졌다. 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25 경제계 신년 인사회’에는 행사를 주최한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SK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 대표 등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이 대부분 참석했다. 전남 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인한 국가애도기간이 아직 끝나지 않은 데다 정치적 혼란 상황이 겹쳐 당초 행사가 축소되거나 취소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지만 정·재계 인사 600여 명이 자리를 가득 메웠다. 대한민국 경제계가 건재함을 대외에 보이고, 위기 극복에 나서야 한다는 절실한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최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경제에 있어 가장 큰 공포는 불확실성”이라며 “정부와 정치 지도자분들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 파고의 방파제가 돼 위협 요인으로부터 기업을 최우선으로 보호하겠다”고 화답했다. 이날 앞서 열린 ‘2025 중소기업인 신년 인사회’에서 김기문 중기중앙회장도 “국회는 경제와 민생 입법에 더욱 매진하고 정부는 흔들림 없이 경제 정책을 펼쳐 달라”고 당부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이민아 기자 omg@donga.com}
재계가 새해 초부터 ‘생존을 위한 혁신’을 강조하고 나섰다. 올해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등 어느 해보다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여기에 한국 경제의 전망도 밝지 않은 만큼 기업들이 생존 자체를 핵심 경영 키워드로 내세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위기서 생존” 한목소리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2일 신년사에서 “우리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예측이 불가능한 도전과 어려움을 마주하고 있다”며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지 않고 외면하면서 침묵하는 태도가 가장 큰 위기의 경고음”이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이런 시기일수록 성공에 대한 확신을 갖고 신속한 실행과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올해 위기 상황을 걱정하는 것은 다른 기업 역시 마찬가지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은 “우리는 강대국 간 패권 경쟁에 따른 교역 위축과 국내외 수요 산업 부진으로 오늘의 생존과 내일의 성장을 동시에 고민해야 하는 상황을 마주했다”며 “다가올 트럼프 2.0 시대에 전 세계적으로 무역 장벽이 높아지고 관세 전쟁이 격화되면서 우리 제품의 해외 판로가 더욱 좁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구본준 LX그룹 회장은 “불확실성이 증폭되는 가운데 위기에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없다면 기업은 퇴보가 아닌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경쟁사와 차별화가 가능한 사업을 중심으로 자원과 역량을 집중하자”고 강조했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은 “온 힘을 모아 지금의 위기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내수 부진을 우려하는 기업도 적지 않았다. 정부는 이날 ‘2025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올해 한국의 경제 성장률을 1%대인 1.8%로 전망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내수 침체 장기화로 올해 경제 상황이 어느 때보다 어려울 것”이라며 “재무 전략을 선제 수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재무 건전성을 높여아 한다”고 주문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2025년은 고물가와 불경기로 시장 상황이 나쁘지만 이럴 때도 기업은 도전하고 성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내수 부진, 글로벌 통상환경 변화 등 대내외적 불확실성 심화를 예상한다”며 “초격차 경쟁력을 확보해 지속 성장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도 기회는 AI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인공지능(AI) 기술력 확보를 통한 위기 극복을 강조했다. 산업계에 지난해부터 불어닥친 AI 개발 경쟁이 올해도 치열하게 펼쳐질 것이라 본 것이다.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과 전영현 DS부문장 부회장은 공동 명의 신년사를 발표해 “초격차 기술 리더십을 바탕으로 재도약의 기틀을 다지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해 나가자”며 “지금은 AI 기술의 변곡점을 맞이해 기존 성공 방식을 초월한 과감한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또 “고도화된 인텔리전스를 통해 올해는 확실한 디바이스 AI 선도 기업으로 자리매김하자”고 강조했다. 통신3사 역시 일제히 AI를 강조했다. 유영상 SK텔레콤 사장은 “AI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창출해야 한다”며 “2025년에는 우리의 AI가 실질적인 매출 성장으로 이어지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김영섭 KT 대표는 “2025년은 ‘AICT(인공지능+정보통신기술) 컴퍼니’로 도약하는 실질적 원년으로 KT에 매우 중요한 한 해”라고 말했다. 홍범식 LG유플러스 사장은 “우리가 경쟁력을 빠르게 확보하는 길은 AI 기술을 보유한 기업 등과 같이 다양한 파트너들과 생태계를 구성해 경쟁사들이 넘보지 못하는 독점적인 진입장벽을 세우는 구조로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해를 앞두고 발생한 제주항공 참사에 대한 애도 메시지도 나왔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지난해 말 너무나도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며 “항공업계 종사자로서 안전이란 단어가 얼마나 무거운 책임감을 주는지 절실히 느끼게 됐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국가 애도 기간임을 고려해 2일 개최할 계획이었던 시무식을 취소했고, 당초 이 자리에서 전할 예정이었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신년 메시지도 결국 나오지 않았다. 현대자동차그룹 역시 정의선 회장이 신년사를 발표하는 그룹사 신년회를 3일에서 6일로 연기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지난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4’에서 SK그룹 부스에 전시돼 주목받은 미디어아트 조형물이 울산석유화학공단에 설치됐다. SK이노베이션과 울산시는 ‘꿀잼도시 울산, 산업경관 개선사업’의 첫 성과물로 31일 울산 남구 SK이노베이션 울산콤플렉스 정문에서 ‘매직 스피어’ 점등식을 개최했다. 울산시와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3월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노후 산업단지 경관 개선 사업을 진행 중이다. 매직 스피어는 CES 2024에 전시됐던 ‘원더 글로브’의 새 명칭이다. 1400개의 발광다이오드(LED) 패널을 조합한 지름 6m의 구형 전시물이다. SK이노베이션은 자칫 삭막할 수 있는 제조업 기반 도시에 시민들이 즐길 수 있는 문화 콘텐츠를 더하고자 이번 설치를 결정했다. 향후 SK이노베이션은 울산의 특색을 살린 영상물을 제작해 매직 스피어를 통해 상영할 계획이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
삼성전자가 국내 로봇 전문 기업인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최대 주주 지위를 확보하며 미래 로봇 사업 진출을 본격화했다. 2017년 전장·오디오 기업인 하만을 인수한 이후 눈에 띄는 신사업 진출이 없었던 삼성전자가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시장을 향해 보폭을 넓힌 것이다. 기존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한 현대자동차와 자체 휴머노이드 개발에 나선 테슬라 등에 더해 삼성전자가 이 분야에 본격 진출하면서 향후 글로벌 휴머노이드 시장의 ‘판’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휴머노이드 시장 보폭 확대 삼성전자는 기존에 갖고 있던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 14.7%에 더해 추가 콜옵션(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며 지분을 35.0%로 늘렸다고 31일 밝혔다. 앞서 삼성전자는 2023년 868억 원을 투자해 지분 14.7%를 취득했다. 이번 콜옵션 행사에 따라 삼성전자는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최대 주주가 되며, 연결 재무제표상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자회사로 편입하게 된다. 이번 콜옵션 행사에 삼성전자가 추가 투자한 금액은 약 2675억 원(31일 종가 기준)이다. 초기 투자를 비롯해 총 3500억 원 이상 자금을 투입해 레인보우로보틱스 경영권을 가져오게 됐다. 이번 지분 인수로 삼성전자는 2017년 오디오 기업 하만 인수 이래 가장 큰 규모의 자회사를 추가하게 됐다. 앞서 2021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그룹 미래 준비를 위해 로봇과 인공지능(AI) 등 신산업에 3년간 240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국내 최초로 2족 보행 로봇 ‘휴보’를 개발한 KAIST의 휴보 랩(Lab) 연구진이 2011년 설립한 로봇 전문 기업이다. 삼성전자는 자사의 AI, 소프트웨어 기술에 레인보우로보틱스의 로봇 기술을 접목해 지능형 첨단 휴머노이드 개발을 가속화한다는 계획이다. 지분 인수에 맞춰 삼성전자 내 조직 개편도 이뤄졌다. 삼성전자는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 직속의 미래로봇추진단을 신설하고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창업 멤버이자 KAIST 명예교수인 오준호 교수(70)를 삼성전자 고문 겸 미래로봇추진단장으로 선임했다고 이날 밝혔다. 향후 레인보우로보틱스와의 시너지협의체도 운영한다.● “글로벌 시장 급성장, 2035년 55조 원 넘어”‘로봇 집사’, AI 가전 등에 대한 수요 확대로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은 미래 성장세가 기대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지난해 1월 ‘휴머노이드 로봇: AI 가속 요소’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휴머노이드 시장 규모는 2025년 15억 달러(약 2조2000억 원)에서 2030년에는 123억 달러, 2035년엔 378억 달러(약 55조6000억 원) 규모로 급격한 성장이 예상된다.국내외 기업들도 경쟁적으로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현대차는 2020년 미국 로봇 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해 인간형 2족 보행 로봇 ‘올 뉴 아틀라스’와 4족 보행 로봇 ‘스폿’ 개발에 성공했다. 테슬라는 2021년 휴머노이드 옵티머스를 처음 공개하며 화제를 모았고 2026년부터 대량 생산하는 게 목표다. 생성형 AI ‘챗GPT’ 개발사인 오픈AI도 로봇 개발팀을 결성해 자체 휴머노이드 개발에 뛰어들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해 12월 29일(현지 시간) AI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가 휴머노이드 로봇의 두뇌에 해당하는 ‘젯슨 토르’ 솔루션을 올해 상반기(1∼6월) 출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한재희 기자 hee@donga.com}
내년 1월 7∼10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5’ 개막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국내 기업들의 출사표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도 인공지능(AI)과 로봇 등 혁신 기술 분야의 신제품이 대거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CES 2025에서 초프리미엄 가전 제품군인 ‘LG 시그니처’ 존을 별도로 마련하고 냉장고·식기세척기 신제품을 공개한다고 30일 밝혔다. 이번에 공개되는 ‘스마트 인스타뷰 냉장고’는 투명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과 AI 기반 식재료 관리 솔루션을 결합해 선보인다. 문을 열지 않고도 음식물의 종류와 양을 확인할 수 있는 인스타뷰 기술을 투명 올레드 디스플레이에 적용해 편리함과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평상시엔 원하는 사진을 액자처럼 띄워놓거나 영상을 재생시켜 실내 인테리어 효과도 누릴 수 있다. AI가 내부 카메라로 냉장고에 들어오고 나가는 식품을 자동 인식하며, 연동된 ‘LG 씽큐’ 푸드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보관 목록과 위치를 볼 수 있다. 신제품 식기세척기에는 ‘팝아웃 핸들’ 기능이 적용됐다. 평소에는 외부로 돌출되는 부분이 없다가 사용자의 손이 가까이 다가오면 핸들이 자동으로 올라오는 구조다. ‘인덕션 더블 오븐 슬라이드인 레인지’에는 내부 카메라로 음식물을 인식해 메뉴를 추천해 주는 ‘고메AI’ 기술이, ‘후드 겸용 전자레인지’엔 전면에 달린 27인치 액정표시장치(LCD) 화면을 통해 조리 과정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기술이 적용됐다. 게이밍 모니터 시장에서도 신제품들이 출격한다. LG전자가 이번 CES에서 공개하는 45인치 울트라기어 모니터 2종은 기존 4K 해상도를 넘어 5K2K 해상도(5120×2160픽셀)를 지원하는 첫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게이밍 모니터다. LG전자는 해당 제품에 대해 “최신 게임에 적합한 21:9 화면비를 갖춰 몰입감 넘치는 게이밍 경험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화면 밝기도 현존 OLED 모니터 가운데 최고 수준인 최대 1300니트(nit·1니트는 촛불 하나 밝기)에 이른다. 포스코는 이날 CES 2025에서 회사의 벤처기업 육성 프로그램인 ‘포스코 벤처플랫폼’의 성과를 선보인다고 밝혔다. 포스코그룹은 이번 CES에서 포스텍과 공동 전시관을 꾸려 포스코가 투자·육성해 온 20개 벤처기업의 기술력을 소개한다. 이번 참가 기업 중 ‘아이티원’과 ‘에이투어스’는 CES 2025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아이티원은 포스코이앤씨와 공동 개발한 ‘콘크리트 시공이음부 요철생성 로봇’으로 혁신상을 수상했다. 해당 로봇은 콘크리트층 사이의 결합력을 높이기 위한 요철 생성 작업을 할 때 수작업 대비 작업 시간을 최대 85% 단축하고 작업자 부상 위험을 막는다. 에이투어스는 물방울을 이용한 가습, 살균, 공기정화 등으로 지속가능성·에너지 분야에서 CES 혁신상을 받았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한재희 기자 hee@donga.com}
29일 사고가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는 ‘단거리 비행의 대표’로 꼽히는 보잉 737-800 기종으로 국내 항공사에서 101대가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 세계적으로 6시간 이하 단거리 비행에 널리 사용돼 온 기종에서 사고가 발생하면서 이용객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제주항공이 기체 관리를 잘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제주항공 측에서는 “사고 원인을 불문하고 책임을 통감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항공기술정보시스템 통계에 따르면 국내 항공사들이 보유한 보잉 737-800 항공기는 총 101대다. 제주항공이 39대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고 티웨이항공 27대, 진에어 19대, 이스타항공 10대, 에어인천 4대, 대한항공 2대 등이다.사고 항공기는 2009년 9월 제작됐다. 기령(비행기 나이)이 15년 정도로 오래되지는 않았다. 제주항공은 중고 기체를 2017년 2월 임차 방식으로 도입해 운영해 왔다. 다만 1997년 제작이 시작된 보잉 737-800은 현재 단종된 상태라 글로벌 항공사들은 점차 최신 기종으로 바꿔 가는 추세다.제주항공 역시 기존 보잉 737-800 기종을 차세대 보잉 737-8 기종으로 전환하고 있는 중이다. 2018년 11월 보잉사와 보잉 737-8 기종 50대(확정 40대, 옵션 10대)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이미 보잉 737-8 두 대를 도입한 바 있다.항공업계에서는 보잉 737-800이 비교적 단거리 비행에 안정적이라고 평가해 왔지만 그동안 대형 사고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22년 132명을 태운 중국 둥팡항공 소속 보잉 737-800 여객기가 8000m 상공에서 수직 추락해 탑승객 전원이 사망했다. 사고 원인은 기체 손상으로 추정됐지만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2020년에는 조종사 실수로 에어인디아의 보잉 737-800이 인도 케랄라주에서 추락해 21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제주항공이 항공기 관리를 소홀히 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교통부의 ‘항공안전법상 국적사 과징금 처분 현황’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해 8월까지 제주항공이 납부한 과징금은 37억3800만 원이다. 국내 항공사 중에 제주항공이 가장 많은 액수를 냈다.사전 징후가 있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사고가 나기 이틀 전인 27일 제주항공 7C2216편을 이용한 한 승객이 “시동이 몇 차례 꺼져 불안해 승무원에게 이야기했다”고 밝힌 사실이 이날 뒤늦게 알려졌다. 다만 제주항공 측은 여객기 시동 꺼짐 현상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한 상태다. 앞서 2022년 제주항공 여객기가 일본 오사카 간사이 공항에서 조류 충돌로 인한 엔진 사고로 회항한 사건이 또다시 지적되기도 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보잉 737-800은 오랜 기간 글로벌 항공사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모델 자체의 문제는 아닐 가능성이 높다”며 “그럼에도 해당 모델을 운용하고 있는 각 항공사에서 기체에 대한 특별 점검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제주항공이 전남 무안∼태국 방콕 운항을 중지했다가 재개한 지 한 달도 안 돼 사고가 발생한 점도 주목된다. 적응이 덜 된 상태에서 돌발 상황까지 발생해 상황을 더 키웠을 수 있다는 얘기다. 제주항공은 8일부터 무안과 방콕을 오가는 국제선 운영을 재개했다. 운항 21일 만에 대형 참사가 발생한 셈이다.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이사는 이날 긴급 기자회견에서 “정비 프로그램에 따라 지속적으로 정비하고 있고 이 (사고) 항공기에 이상이 있었던 징후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2022년 간사이 공항 사건’과의 연관성을 묻는 질문에는 “그것과는 전혀 관계없다”고 말했다. 제주항공 모회사인 애경그룹은 이날 사과문을 내고 “그룹 차원에서 총력을 다해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고기는 약 10억 달러(약 1조5000억 원)의 배상책임보험에 가입돼 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LG전자는 전 세계 곳곳에서 생물 다양성 보존과 환경보호의 중요성 알리기에 힘쓰고 있다.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전광판을 배경으로 ‘LG와 함께하는 위기 동물 보호’ 캠페인을 전개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 캠페인은 타임스스퀘어 전광판에 기후변화로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들의 영상을 공유해 생물 다양성의 중요성 강조하는 활동이다. 지금까지 눈표범(4월)·흰머리수리(7월)·바다사자(9월)를 주제로 영상을 선보였다. 이번 달에는 무분별한 벌목으로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붉은 늑대를 다룬 영상을 공개했다. 내년에는 고객들이 직접 뽑은 동물들을 주제로 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회사는 밝혔다. LG전자는 국제기구 및 비정부기구(NGO)의 공익 영상을 전광판에 상영해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LG 희망스크린’도 2011년부터 전개하고 있다. 올해 6월에는 1972년 유엔환경회의에서 지정한 ‘세계 환경의 날(6월 5일)’을 맞이해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와 영국 런던 피카딜리광장의 옥외전광판에서 ‘세계 환경의 날’ 캠페인 영상을 상영했다. 기후변화로 황폐화된 지구촌과 이를 되살리기 위해 나무를 심고 숲을 가꾸는 사람들의 노력을 보여주는 내용이었다. 자연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해 모두의 관심과 실천이 필요하다는 메시지가 담겼다. LG전자는 글로벌 나무 심기 캠페인에도 적극적이다. LG전자 스페인 법인은 2017년부터 산림 재생 캠페인 ‘스마트 그린 트리’를 진행하고 있다. 스페인 및 포르투갈 주요 지역에 흙과 퇴비, 씨앗들을 뭉쳐 발아율을 높인 씨앗 폭탄을 심는 캠페인이다. 매년 식수량을 늘려 스페인 총 인구수에 달하는 연간 4700만 그루의 나무 심기를 목표로 한다. 이 같은 나무 심기 캠페인은 인도 ‘LG 그린 커버’, 인도네시아 ‘LG 러브스 그린’ 등 다른 지역으로도 확대 중이다. 기후위기로 개체 수가 줄어든 벌, 나비 등 곤충과 식물들을 위한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다. LG전자 스페인 법인은 지난해부터 식물의 번식과 육성을 돕는 ‘스마트 그린 비즈’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이 캠페인은 스페인 내 모든 식물의 수분(受粉)이 가능한 유일한 토종 꿀벌인 ‘이베리아 꿀벌’을 약 4700만 마리까지 증식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LG전자 북미 법인은 올해 지구의 날에 맞춰 미국 뉴저지주에 있는 북미 사옥 내 ‘폴리네이터 정원(수분 매개자 정원)’을 개장했다. 폴리네이터 정원에서는 벌, 나비 등 수분 매개 곤충들이 안정적으로 서식할 수 있다. 이를 통해 LG전자는 한국 기업으로서는 처음으로 미국 국립야생동물연맹의 야생 서식지 인증도 획득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LG에너지솔루션은 나눔의 문화를 널리 퍼트리고자 힘쓰고 있다. 회사는 정서 회복, 자립 기회 제공, 환경 복원이라는 3가지 방향에 맞춰 사회공헌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해 임직원들의 나눔 봉사활동은 약 1만2000시간에 달했다. 누적 기부금은 1억8000만 원이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도 사내 봉사활동 체험단 ‘함솔이(함께, 엔솔)’를 운영 중이다. 3년째를 맞이하는 함솔이는 올해도 각 사업장에서 대표 봉사단 총 148명을 뽑아 매월 1∼2회 봉사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3월부터 매월 어르신 무료 급식소 봉사활동, 현충원 묘역 정화활동, 벽화 그리기 등의 봉사활동을 전개했다. 올해 4월부터는 서울 마포구 노을공원의 숲을 보호하기 위해 100일 동안 씨앗을 길러 다시 노을공원으로 돌려보내는 ‘집씨통 키우기’ 활동을 진행했다. 임직원 42명이 참여했다. 올해 6월에는 임직원과 가족들이 참여하는 ‘나무심기 가족봉사활동’도 진행했다. 가족과 함께 나무심기 봉사활동에 참여한 한 임직원은 “아이와 함께 쓰레기 산이었던 노을공원에 직접 나무를 심으며 생태공원 조성에 일조하게 돼 기쁘다”며 “자연을 보호하면서 가족들과 유익하고 뜻깊은 시간을 보내게 돼 회사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대전기술원에서는 연구개발(R&D)센터 특성에 맞춘 봉사활동을 실시했다. LG에너지솔루션 임직원들이 대전 지역 내 과학에 관심이 있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전기자동차 키트를 함께 조립하며 주행 원리를 설명하는 ‘찾아가는 꿈나무 주니어 공학교실’을 연 것이다. 학생들이 과학 분야에 더욱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응원하는 재능 기부 형태의 나눔 활동이다. 충북 청주시 LG에너지솔루션 오창 에너지플랜트에서는 매월 조직별로 봉사활동 신청을 받아 운영하는 ‘나눔데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쓰레기 수거 활동, 지역아동센터 아이들과 에어로켓 만들기 등 각 조직에서 원하는 봉사활동 주제를 선택해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인도네시아 카라왕시 와나자야 마을에서 주거 환경 개선을 위한 글로벌 봉사활동을 진행했다. 4박 5일간의 봉사활동에서 임직원들은 건물의 터 다지기, 골조 작업, 벽돌쌓기 등의 건축 봉사를 진행했다.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해 제작한 벽돌인 에코블록을 건축에 활용해 친환경적이고 안전한 주거시설 마련에도 힘을 보탰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앞으로도 임직원들이 일상 속에서 봉사를 실천하고 선한 영향력을 사회에 나눌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나눔 활동 기회를 제공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